1. 프롤로그

1. 프롤로그








이 세상에 운명이라는 게 실제로 존재할까?




어렸을 때 보았던 순정만화 속 인물들을 보면 처음부터 둘만이 운명이었던 것처럼 사랑에 빠진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결국은 사랑에 빠진다.



순정만화가 아니더라도 로맨스 드라마나 소설, 웹툰에서도 그러하다.



하다못해 노래 가사에서까지 심심치 않게 사랑을 운운한다.






‘너와 나는 처음부터 운명이었다.’라거나 ‘네가 아니면 안 돼. 네가 내 운명이잖아.’ 등 운명을 논하는 사람들은 정말 이 세상에 운명이 존재한다고 믿는 것 같다.







그들은 우연이 3번 반복되면 인연이 된다는 말이 하나의 진리라도 되는 것처럼 믿고 있으며 운명이니 인연이니 하는 것에 지나치게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






“넌 내 마음 모르잖아!”


“어, 몰라. 하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야.”


“뭐가 아니야! 운명? 넌 그딴 걸 믿어?”







운명이 정말 존재하는 거였다면 헤어진 연인들은 왜 만난 것일까?


이혼한 부부들은 무엇 때문에 결혼까지 간 것이란 말인가?





적어도 그 운명이라는 놈이 확실하게 존재한다면 처음부터 이뤄질 사람끼리 잘 어울리게 해주면 안 되는 것일까.







“운명이란 건 처음부터 없어! 그런 쓸데없는 개념이 달달한 척 사람 정신 못 차리게 만드니까 그 전에 내가 해결하겠다는 거잖아!”







너와 내가 서로 운명인지 아닌지 의심하지 않게, 오해가 생겨도 배신하지 않게 처음부터 어떤 사람이 나의 운명인지 알 수 있으면 안 되는 것일까.






“운명 따위는 없어. 그런데도 그걸 믿고 허우적대는 녀석들 내가 구해주는 거야. 뭐가 나쁜데?”


“나빠. 네가 하는 게 구원이라고? 넌 그냥 훼방꾼이야.”


“훼방? 내가? 너도 그냥 꺼져.”






운명.


그게 뭐라고 이렇게까지 언성을 높여야 하는지 모르겠다.






눈앞에 칙칙하다 못해 새까만 옷을 입은 남자가 흥분한 듯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며 서 있다.





그는 악마를 연상시키는 삼지창을 바닥에 쿵쿵 내리찍으며 제 분을 삭이지 못했다.








“좋아. 꺼질게. 근데 그 전에 이거 하나만 말하자.”



“또 뭐?”







삼지창에서 검은 연기가 주변을 삼킬 듯 쏟아져 나왔다.





주인인 남자의 기분이 최고조로 좋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러나 아까부터 계속되는 남자의 욕지거리가 섞인 말과 분노에도 지지 않고 맞대응하고 있는 여자는 그저 담담했다.





살짝 화가 난 듯 미간을 좁히긴 했지만, 남자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매우 침착했다.







“저 아래 쟤네 둘.”



“쟤네 뭐?”



“쟤네는 좀 다를 거야.”








여자는 검지손가락으로 저 아래를 가리키며 입꼬리를 올렸다.








“쟤네는 다를 거라고? 뭐가 다를 건데, 뭐가? 내가 저것들도 부숴버릴 거야!”



“두고 봐.”







사그라질 줄 모르는 검은 연기 속에서도 여자의 입꼬리는 내려갈 줄 몰랐다.


남자의 눈에 의미심장한 여자의 미소가 들어왔지만 금세 연기로 가려졌다.





다시 연기가 치워졌을 때는 이미 여자가 새하얀 드레스를 살짝 들어 올린 채 돌아선 후였다.






“이제 멍청한 짓은 그만하고 어디 한 번 끝까지 쭉 지켜봐.”



“내가 왜 그래야 되는데? 야!”






남자가 헛소리하지 말라며 제대로 반박하려 했을 때는 이미 여자가 사라진 뒤였다.




여자가 사라지자 기다렸다는 듯 검은 연기들이 온전히 방 안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너도 내 마음 하나도 모르잖아. 나는…….”







모습은 사라졌지만 여자의 목소리가 은은하게 방 안을 채우며 울리다 점점 작아지더니 이내 뒷말은 온전히 들리지 않고 사그라졌다.







“쳇.”









이때부터였을까?





아니, 확실하게 이때부터였을 것이다.









운명이라는 말을 쓰고 싶지 않았지만, 운명이라는 말을 써야만 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 것은 아무래도 이때부터였을 것이다.






그래서 인생보다 더하다는 누군가의 운명을 송두리 채 뒤틀어버렸다.






정신을 차리고 흔들릴 대로 흔들어놓은 운명을 원상복구하려 했지만 그건 꽤나 어렵고 힘든 일이었다.







특히나 남의 운명이라서 더욱 그랬을 수도 있다.





그 덕분에 미안함과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 알게 되었다고는 하지만 말이다.








어쩌면 무서운 일이다.




사실 겁이 나는 일이기도 하다.





하나와 하나를 더한다는 것은 굉장한 두려움과 책임이 따라야 하는 일이니까.








하나와 하나를 더하면, 그러니까 둘이 더하면 정말 무엇이 되는 것일까?










언제인지 정확히 알 수 없을 때부터 계속된 난제 ‘하나와 하나를 더하면’의 정답에 근접할 것 같은 수많은 답 속에서 우리는 모두 흔들리고 쓰러지고 때로는 웃는다.






정답을 구해보려 하지만 누군들 쉽게 ‘유레카’를 외치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이가 만들어낸 정답 같은 오답이라도 참고하려고 힐끔힐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눈길을 주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아. 그러니까 뭐 어쩌라는 거야!”










하나와 하나를 더하면 대체 뭐 어쩌라는 말인가. 알 수가 없다.








“너와 나를 더하면.…….”









제 성질 남 못 주고 쏟아내던 남자가 허탈한 듯 작게 읊조렸다.







그러고는 여자가 가리켰던 아래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거기는 지구라는 예쁜 이름을 가진 행성으로 수많은 인간들이 사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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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더하기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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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3-21 01:18 | 조회 : 287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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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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