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누구나 한 번쯤 원해봤을 것이다.
그리고 한 번쯤 해본 사람도 있을 것이다.

‘행복한 연애’를.

서로 사랑을 속삭이고, 다정히 마주앉고.
서로를 사랑스럽게 쳐다보며 보듬고.

“으음...”

하지만 그 연애가 끝나면 어떻게 될까.

“아, 맞다. 나 오늘 1교시 있었는데.”
“뭐야? 갈 거야?”
“가야 될 것 같아.”

한 순간에 틀어져버린 인연에 아파하고
공허함에 눈물짓고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언젠가 또 생각나고.

그러다 우연히 만나면 괜스레 후회되고
다른 여자와 있는 모습을 보면 그 날 하루는 우울한 기분이고

“다음에 전화할게. 미안.”
“아, 뭐.”

딸칵, 쾅.

“짜증나.”

-그래서 나는 이렇게 정했다.

즐길 건 즐기고, 마음은 주지 말고.
쓸데없는 감정소모 같은 것, 하지 말고.

“슬슬 바꿔야 하나.”

그저 놀자고.

그렇게 정했었다.

-비아야, 뭐해?

그리고 난 그것에 대해 단 한 번도 잘 못했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딱히 못할 짓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나도 좋고 상대도 좋고.

딱 그 정도로 생각했었다.

“지치지도 않나... 이래서 얘는 안 돼.”

-침대. 시현이랑 있었어.
-아...
-근데 왜?
-아니 그냥, 궁금해서! 걱정도 되고. 오늘 3교시 강의부터 안 나왔잖아.

“별 참견을...”

잘생기고 머리도 그런대로 좋고, 대학에서 유명할 만큼 인성도 좋은.
말 그대로 엄친아.

서도하.

-서도하, 신경 꺼.
-미안해...

이 남자를 만나기 전까지.

“뭐야, 내가 나쁜 짓한 거 같잖아.”

아니, 정확히 이 남자가 날 좋아하기 전까지.


-


서도하를 만난 건 대학교 OT였다.

그때 나는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술자리가 불편해, 몰래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숙소에서 나오자, 밤의 찬바람이 뜨거운 볼을 식혔다.

아까까지 더부룩했던 속이 좀 가라앉는 듯 했다.

“후..”



그 상태로 아무 생각 없이 걸어 나갔다.
얼마나 갔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저 가는 도중에 커다란 나무 하나가 생각난다.

얼마나 컸는지, 아니면 그저 술기운에 그리 보인 것인지.
아무튼 그 나무가 참 크다고 생각했었다.

내가 무슨 짓을 해도 그 나무는 미동조차 없을 것이라고도 생각했었다.

“우쒸...”

그 부분이 그땐 왠지 매우 화가 났던 것 같다.

가만히 서 있던 죄 없는 나무를 나는 주먹으로 쿵, 쿵 쳤다.

“짜증나.”

그 후로 기억이 잘렸고, 어느 순간 눈앞에 있는 건 나무가 아니라 서도하였다.

나를 업고 걸어가고 있는 서도하의 뒷모습.

“야... 너... 뭐야.”
“응? 깼어?”

세상 다정한 목소리.
아직 제정신이 아님에도, 그게 참 듣기 좋았다.

“너, 좋네.”
“어...? 어, 어? 너, 너 아직 취했구나?”
“뭐야, 당황한 거야? 귀엽네 너.”

그 순간부터 그가 마음에 들었다.

당황하는 게 마음에 들었다.
귀가 빨개지면서 부끄러워하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또 계속 업혀있으면서 느껴지는 등근육도 마음에 들었다.

“숙소가면 숙취 해소제라도 한 캔 줄게. 먹어 쉬어.”

걱정하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야, 너 이름이 뭐냐?”
“나 자기소개 할 때 못 들었구나...”
“뭔데.”
“서도하야. 너랑 같은 이번 신입생이고.”

이름의 울림도 마음에 들었다.

“넌 비아 맞지? 가비아.”
“응.”
“너 이름 되게 이쁘더라. 처음보고 얼굴도 예쁘다고 생각했었는데.”

예쁘다고 한 것도, 잠깐 뒤를 보고 싱긋 웃는 것도.
마음에 쏙 들었다.

“야. 내려봐.”
“응? 왜? 걸어가고 싶어?”
“잔말 말고 내려.”

그래서 나는 그때 그를 꼬셨다.

“서도하, 나랑 키스하자.”
“뭐...?”
“싫어? 싫음 말고.”

그리고.

“안 싫어. 하자... 키스.”
“한다.”

한 순간의 달고도 끈적한 사랑을 나누었다.

“하읏.”
“비아야, 너 정말 예쁘다.”
“흠...? 알고 있는데.”

입술을 머금을 때마다 초콜릿을 머금은 듯 단 키스.
계속된 끈적임.

그것은 개인 숙소에 들어가서도 계속되었다.

점차 아래로 내려가면서 더, 더.
점점, 넘치는 끈적임이 가득해져갔다.

“흐음...”
“아, 비아야. 비아야.”

뜨거운 열기가 가득해져 갔다.

“괜찮아? 비아야.”
“응. 애타, 빨리 와.”

모두가 잠든 밤 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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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2-28 10:17 | 조회 : 206 목록
작가의 말
은바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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