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왜 하필 이게 생각나는거지

하얀 머리가 정처없이 흔들렸다. 눈동자에서 닭똥같은 눈물이 뚝뚝떨어졌다. 루비같던 눈동자는 이미 초점을 잃은지 오래였다.

"아...흐으...안돼.. 세일렌.....으윽...."

갈라질대로 갈라진 목소리에서 사람의 목소리라 상상할수 없는 목소리가 끈임없이 나오고 있었다. 어찌보면 흐느낌같기도, 절규같기도 한, 처젘한 죽음의 울음 소리였다.

....로마노프, 로마노프........ 차갑게 식어버린 여동생의 시체를 끌어안은채, 사방이 자신의 가문 사람들의 시체로 쌓여있는곳에서, 나다르는 정신이 나간듯이 여동생을 안고 회복 주문을 외웠다. 끈임없이 주문을 외는 목소리가 텅빈 홀을 처절히울렸다.

"흐으, 당신을 꼭, 저주할겁니다.....반드시, 대가를...."

실핏줄이 터져 빨개진눈이 저주의 눈물을 흘렸다.흐린, 적빛의 증오로 가득찬 눈동자가 한남자를 노려봤다. 그 시선의 끝엔, 천사같은 얼굴로 수천명을 죽인, 노란색머리와 에메랄드빛 눈동자의, 밤의 지배자, 미카엘이 있었다.

"..이제야 좀 쓸만한 표정이 되었군."

미카엘은 입꼬리를 비틀어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죽음이 짙게 깔려있었다. 그는 이토록 많은 사람들을 단칼에 죽여놓고도 일말의 죄책감조차 느끼지 않는듯 했다.

순간, 강한 악력이 나다르의 턱을 잡아끌었다. 미카엘과 나다르는 서로의 숨을 느낄수 있을정도로 가까운 거리가 되었다. 나다르는 엎드려있고 미카엘은 쭈그려앉아있다는 점이 다르긴 했지만 말이다.

"넌, 이제 내거야."

악마의 속삭임으로, 천사같은 얼굴을 지어 해사하게 웃으며, 그렇게 절망이 짙게 깔렸다-. 진한 피비린내만이 홀을 뒤흔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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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
뭐지, 이 불길한 꿈은? 짧은 신음을 내뱉으며 나는 습관적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아니, 정확히는 긁적이려 했다. 맞다, 나 지금 애기였지...나는 열심히 팔을 흔들어봤지만, 이 망할 몸뚱아리는 머리를 긁는것조차 허락되지 않는다. 흐어엉, 나는 결국 체념하며 다시 팔을 내려놓았다.

그나저나, 왜 하필 그게 생각난거지... 나는 방금전의 꿈을 다시 회상하기 시작했다.

《잠든 숲속의 공작새》고등학교시절, 친구랑 몰래 둘이 돌려보던 19 집착 bl 소설이다. 동화동화한 제목과 다르게, 매우 피폐하고 집착성이 강한 이야기이다.

마법과 검술의 제국 니벨리르 제국. 제국에서 제일가는 미녀보다도 이쁘다는 백작가의 '나다르'라는 수가, 우연히 여러장소에서 황태자, 마법사, 검사, (귀찮으니 이름은 생략한다.) 를 만나고, 그들은 그의 초월적인 미모에 홀려 나다르에게 빠져 집착한다.

그정도까지만 되어도 좋을텐데, 이 정도를 모르는 공들은 나중에 가서는 수를 얻기 위해 싸우다 동맹을 맺어 수의 부모님을 사고로 위장시켜 죽이고, 나중엔 역적이라는 누명을 씌워 그를 빼고 그의 가문을 몰살시킨다.

이소설이 19금인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심지어 나중엔 수를 감금해놓고 아주 끔찍한 방법으로 굴복시킨다. 그리고 그뒤는....아마 수가정신을 놓기 시작한 뒤부턴 충격으로 못봤던것같다.

한마디로 집착피폐다공일수물이다. 그나저나 진짜 갑자기 왜 이야기가 생각난거지.. 고등학교때라곤 해도 5년전이고, 정말 오래된일이라 생각조차도 못하고 있었는데... 지금 내 머리색이 그 소설속 수와 똑같은 하얀색이라 그런가..?

쨌든 그렇게 꿈을 회상하고 있는데, 갑자기 머리속에 거대한 목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뭐야, 왜 '기억의 잔해'가 남아있지?"

알수 없는 목소리가 머리속에서 울렸다.이건 또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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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5-05 15:28 | 조회 : 619 목록
작가의 말
포푸리밀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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