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상은 봄과 함께(2)

"다녀왔... 어?"


료하는 방금막 학교에서 돌아오는 참이였다.
하지만 집안엔 아무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제오가 자주 보던 티비도 꺼져있었고, 집안엔 설렁히 정적만이 내려앉아있었다.


`얘가 또 어디간거야•••`


요즘들어 집으로 돌아오면 제오가 없는날이 잦았다.
시계는 지금막 6시를 가리키고 있다.
저녁 먹을시간이였다.
료하는 매번 제오걱정을 하는것도 바보같이 느껴졌다.
앞으로 5초...
4초..
3..
2..
1


"세이ㅍ..!"
"아니야, 멍청아"


료하가 속으로 5초를 세고 나니 료하의 생각을 읽은것 마냥 제오가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제오는 문앞에 서있는 료하를 크게 두어번 꿈뻑이며 쳐다보더니 아하하 웃어보이며 말했다.


"어음..다녀왔어!"


티끌하나 없이 해맑은 얼굴로 활짝 웃는 제오.
그 앞에서 지긋이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보는 료하. 료하는 이윽고 입을 열어 말했다.


"너, 매번 어디 갔다오는거야?"
"그..거길 어디라고 하지? 료하가 막 먹을거 사고 사람들이 우글우글하고 그런데.."


제오는 끙끙거리며 검지손가락을 이마에다 대고 생각하는 시늉을 했다.


"..시장?"
"아! 그래 맞아! 시장!"


료하가 덜떠름하게 답을 일러주자 제오는 옳타구나! 손가락을 튕기며 반응했다.


"시장엔 왜 가는건데? "
"료하가..."


제오는 조금 뜸을 들이더니 배에다가 손을 얹으며 말했다.


"저..냉장고라 하는거 주위에는 얼씬도 말라면서.."
"그래서 배고파서 갔다고? 점심먹을건 탁자위에 올려두고 가잖아."
"그래도! 그거가지고는 완!전! 부족해"


제오는 볼을 홀쭉하게 만들면서 해골처럼 덜렁거렸다.
'분명 양은 많게 만들어 둔것 같은데..'
어찌할 수 없는 먹성이 제오를 시장길로 인도한 듯 했다.


"니가 먹는 양이 너무 많은거라고"
"으음.. 그래도.."
"아, 다시한번 말해두는데, 사람을 먹는다던지...다른 야생동물을 먹는건 절대 하지마라?"


상처입히는것도 하지말고! 하고 뒤이어 말하니 제오는 더 토라진 얼굴을 했다.
...저 표정때문에 처음엔 자기도 잡아먹는건 아닌지 겁을 먹었었지만 지금은 그냥 야생개라고 생각하고 길거리에 떨어진 음식을 주워먹으면 안돼! 하고 개를 향해 소리치는 기분만 들었다.


"잘 지키고 있지?"
"웅.. 이제 안먹어~..."


그럼 다행이고
료하는 대충 그렇게 일러두며 오늘도 저녁먹을 준비를 했다.
잠자리에 들기전, 제오가 매일 자신이 집에 오기전에 어디를 그렇게 가는지 문뜩 궁금해졌다.
시장이라고 말하긴 하지만, 거기서 혹시나 말썽이라도 피웠을까봐 약간씩 불안한 느낌도 있었다.
료하는 내일 점심을 먹고 일찍 조퇴증을 끊어서 한번 시장거리에 가봐야겠다고 생각하며 잠에 들었다.






















"갔다온다. 집 잘지켜"
"다녀와~"


그렇게 하루가 밝아왔다.
나는 학교로 가고 제오는 집에 있는다.


언제나 내가 학교에 간다고 하면 꿍해진 얼굴로 가지말라고 아주 얼굴로 말하던데... 오늘따라 생기발랄해 보이는건 절대 기분 탓이 아니리라..


나는 그렇게 찝찝한 기분을 안고 학교로 등교했다.


교실에 도착하니, 역시나 민아와 우현이 날 맞이해주었다.


"요새 피곤해보이는데..괜찮아? 료하야?"
"엉..뭐.."


민아가 걱정스러운 어조로 물었다.
나는 일단 괜찮다고 답해주었지만 우현이가 그런 료하를 빤 바라보았다.


"다크서클."
"응?"
"너 다크서클 생겼다고"
"엥 어느틈에..."


료하는 손으로 눈가를 비볐다.
거울이 없으니 저 말이 사실인지 알 수 없었지만 최근에는 늦게 자는일이 잦아서 다크서클이 생겼다고 들어도 납득할 정도였다.


"...안색 안좋아보이냐?"
"평소엔 그래도 물에서 갓 건져올린 동태 눈이였는데, 요즘엔 2~3일은 지난 동태 눈이라고 해야하나.."
"너무 상세하잖아.."


맞다, 배우현은 어부집안의 아들이였지..
료하는 자신이 그정도로 안좋아보이는 줄 몰랐다.
그래서 주변에서 자신을 그렇게 안쓰럽게 보는 시선이 많았나... ?


"잠은 제대로 자고 있는거야?"
"놔둬, 남자에겐 남자만의 밤의 사정이라는게 있으니까, 그렇지?"


하고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는 우현.
'절대 아니야.'
그런 우현을 보고 눈짓으로 욕하는 료하.
료하는 애라모르겠다 하고 짤막하게 말하고는 책상에 볼을 붙였다.


"그나저나.. 아직도 식인 멧돼지는 잡히지 않았네"
"그 일이 있고 꽤 지나지 않았나.."


앞에서 조근조근 민아와 우현이 하는 대화가 들려왔다.
'식인 멧돼지'...
그러고보니 그런게 있었지ㅡ 하고 새삼 기억이 났다.
좀 더 난리가 났었을 것 같지만 며칠이 지나니 소란도 잦아들었고, 완전히 기억의 끄트머리에서 거의 사라지기 일보직전이였는데.... 이런식으로 다시 꺼내주시는군.


"그래도 정말 이상하지~ 언덕위에 분명 식인멧돼지가 사람을 습격했다고 했는데, 지금 가보면 말끔해져있다?"
"뭐, 너 가본거야? 그런 위험한 델.."
"우후훗, 걱정해주는거야? 우현아?"
"...조금정도는 조금성있게 굴어라"


그래..언덕위에는 나도 올라가봤었지..
역시나 말끔해져 있었지만.
그 집단에서는 하루가 지나면 말끔히 자신들의 흔적을 지운다고 했다.
그래서 언덕위에는 언제 그랬냐는듯이 다 복원이 되어있었....


료하는 거기까지 생각하고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분명 언제그랬냐는 듯이 말끔해져있는다고 했었지..?'


그럼... 그럼 왜
ㅡ전에 언덕위에 일은 복원이 안되었던 거지?
복원이 안되어서... 마을내에선 식인 멧돼지가 출현했다는 소문까지 돌 정도고...
이번에 복원된게 아니였으면 그 언더위는 계속 피투성이인 채였다는건가?
그건..이상하잖아..


료하는 기분이 심란해졌다.
해결되었다고 생각했던 문제가 전혀 그렇지 않다는걸 깨닫게 된 느낌.
가슴속이 여전히 쿵쾅거리며 료하에게 계속 의문을 던지고 있었다.
그 집단들이... 자신의 흔적을 말끔히 지운다고 한다면,
전에 언덕위에 있던 피들은 그 집단이 벌여놓은게 아니였다는건가?
그럼.. 누가 그런짓을?


거기까지 생각에 미치니 딱 한명, 생각나는 인물이 있었다.
그건 다름아닌 제오였다.
하지만 이내 그 생각은 물렀다.
어쨌든 마을내에서는 실종되거나 상처입은 사람은 없었다고 했으니...
ㅡ그거면 족했다.


료하는 그건에 대해서는 더는 생각않기로 정하고
점심시간이 되기를 기다렸다.


'딩 ㅡ 동 ㅡ 댕 ㅡ 동'


이미 익숙해진 종소리가 뒤에서 들려오고 있다.
료하는 학교를 돌아보았다.
지금 자신은 조퇴증을 제출하고 학교를 벗어나 자유인이 되어있었다.
언제나 조퇴하는건 짜릿하다.


언제나 조퇴증을 끊고 학교에서 나오고나면 되는대로 발걸음은 옮겼었다.
어디로 갈지도 정해놓지 않고 정처없이 돌아다녔었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료하는 이미 어디로 향할지 알고 있었고, 시장길로 종종걸음으로 달려갔다.


'제오는 여기서 대체 뭘 하고 있는걸까..?'


그 궁금증을 오늘이야말로 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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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11-12 01:25 | 조회 : 805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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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엔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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