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은혜갚는 괴물? 길조일까 흉조일까

ㅡ뭐야 이게?


검은 비닐봉투에 든 속을 확인하니 실망의 한탄이 여지없이 나왔다... 손톱이 아파올 정도로 열심히 풀고 풀었건만 그 속에 든건 작은 파란돌멩이 처럼 생긴 무언가였다. 이 녀석은 돌매니아 였기라도 한가? 이런 대충 길거리에도 굴러다닐 돌맹이를 꽁꽁 포장해놓은걸 보면, 역시 살짝 정신상태를 의심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설마 이게 은혜? 보답이라는거야?"

"가지고 있던게 그거 하나뿐이였는걸~ 오, 안에는 그게 들어있었구나? 처음 봤어!"

ㅡ심지어 이 녀석, 초기 치매증상까지도 앓고 있었다. 이쯤되니 대충 머리가 지끈거려온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 말이 안통해... 깊게 한숨을 쉬어본다.

"됐다 됐어, 이런 돌맹이로 무슨 놈의 은혜를...."

-잠깐만-



옛 전래동화에서 본적이 있었다. 흥부와 놀부라는 동화에서 흥부에게 제비가 씨앗을 주었다, 그 씨앗은 박씨였고 흥부의 집 지붕에 심었던 그 박씨가 무럭무럭 자라나 큰박이 되더니 그안에서 온갖 금은보화가 터져나왔다고, 이녀석도 혹시 보물박씨를 물어다 주는 은혜갚는 제비였던게 아닐까 ? 이 돌맹이도 지금은 이렇게나 무가치해보이고 아무짝에 쓸모없어 보이지만, 세상일 모르는거다.
보석감정사에 맡겨보았더니 사실 보석이였다는 반전이 있을 수있다. 그 예를 뉴스에서도 가끔 볼수 있었는데, 땅을 파서 나온 돌이 사실 금이였다거나, 집안에 굴러다녔던 거추장 스러운 검은 돌이 사실 희귀했던 블랙다이아몬드였다거나 하는 사례들이 종종 있었다.... 이것도 어쩌면...?

거기까지 생각에 미치자 내가 들고있는 돌이 달라보였다. 그저 파란페인트를 칠해둔것만 같았던 돌맹이의 표면이 검고 파랗게 비춰보였고 그속에 작은 알갱이 같은것들이 반짝이는것 같았다.
ㅡ이건분명 돈이 된다.
직감적인 삘이 왔다. 이녀석은 지금 이걸 어디서 주운건지 모르겠지만 이게 귀한 보석인지 모르고 주워온게 분명하다. 여기서 잘 넘어가면 바로 버스 타고 시내로 나가봐야겠다, 내가 지금 1등짜리 복권을 들고 있는건지도 모르니까

"어... 좋아, 이거라도 준다면 받지뭐,..."

나는 최대한 당황하지 않고 침착한 어투로 그 돌맹이를 움켜잡고 조심히 탁자위에 올려두었다. 지금당장은 그가 앞에 있다. 혹시나 자신이 준게 보석이였다는걸 알아차리게 된다면 다시 돌려받으러 할게 뻔하니 긴장상태에 돌입한다.

"하아암,.. 배부르게 먹고나니까 왠지 졸리다, 한숨만 자고 가도 되지?"

ㅡ뭐?

국밥을 그렇게 얻어먹고서 내가 먹을 분까지 다 먹더니 하는 말이 배부르니까 여기서 자겠다? 머리가 점점 들끓는다. 주전자 처럼 뜨거운물이 머리사이로 비집고 나와 수중기를 뿜어버릴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가 내어 준 돌맹이가 혹시나 진짜로 보석이 맞다면 난 그에게 큰 은보를 받은거다, 미래에 있을 일을 위해서라면 이정도쯤은 웃어넘길 수 있는 수준아니던가...

"어...어어 그래, 자고가던지, 날도 어두워졌기도 하고"

고개를 틀어 창문너머로 반짝이는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았다. 이 시골로 와서 얼마없는 좋은 점중에 하나는 밤의 풍경이 숨을 들이킬 정도로 아름답다는 점이다. 자겠다던 그도 고개를 틀어 창문 밖의 풍경을 조우하더니 눈을 반짝이며 바라보았다. 신기해서 라기보단 익숙한 풍경을 보며 감흥에 빠져있는 듯한 눈이였다.

"역시... 여기 밤하늘은 좋지?"

"어..? 어어... 좋지"

"...그래? 그럼 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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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스럭 부스럭」

집안은 불을 다 꺼서 그런지 어두웠고 창문틈새로 들어오는 미세한 별빛이 조명을 대신 하고 있었다. 나한테는 별로 필요없지만... 내 눈은 어두운곳도 잘 보여서 그런지 이 어두운 집안도 눈이 부셨냐 안부셨냐의 차이로 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온몸이 땀에 흥건 젖어있다. 방금까지 잠에 빠져있어서 이렇게나 땀이 났다는걸 인지하지 못했다.
더위를 느끼지 못하는 내가 땀이 나는 상황이 있다고 한다면, 고통에 의해 땀이 난다거나 아니면
ㅡ악몽을 꾸고 있을때, 난 방금까지 악몽을 꾸고 있었다. 이렇게 바로 깨게 되어서 다행이라고 몇번을 생각했는지 모른다.

뒤를 돌아보니 이불이라는거에 얼굴을 반쯤 가리고서 새근새근 잠들어있는 료하가 보였다. 그 품에는 내가 잠들기 전에 그에게 주었던 돌맹이를 꼭 껴안고 있었다.
나는 그모습에 살짝 실소를 흘리고는 집밖으로 나섰다.
이만큼 받았으면 더 있을 필요가 없다, 저 사람에겐 미안하지만 인사없이 떠나게 되니 발걸음이 가볍지 만은 않았다. 내옷은 바짝 다 말라서 더는 몸이 들러붙지 않는 정도가 되었다.
-차갑다고 느껴지진 않더라도 몸에 들러붙으면 ...확실히 불편하긴 하지..-
그렇게 자신의 옷을 매만지며 료하의 집에서 점점 멀어져 간다.

ㅡ뭐, 연이 있다면 언젠가 만나겠지,

.....아니, 연이 없길 바라는데...? 나와 있어봤자 좋은일이 생기지도 않을 것 같고~

하지만 내심 아쉬운 기분이 들었다. 그가 해준 국밥이라는 음식이 아직까지 입안에 감돌고 있고 저 집은 조금이나마 따뜻했었다. 그리고 저사람, 료하는.... 마치 봄같다... 머리색때문일까? 같이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는게....

"흠,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거람"

이름없는 괴물은 머리를 긁적이고 숲속으로 사라졌다. 까치처럼 훅오고 까치처럼 훅가는 그의 방식은
그가 아직 자유롭다는 증거였다.

ㅡ자신의 자취는 남겨버린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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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2-19 01:39 | 조회 : 993 목록
작가의 말
Nf엔프

호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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