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은혜갚는 괴물

내이름은 백 료하, 현재 고등학교 2학년이며 전에 있던 고등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바람에 이런 시골변두리로 전학을 오고 말았다.
지금은 자취중이며 알바같은 느낌으로 마을국밥집에서 일하는 중이다. 다들 내가 해준 국밥이 그렇게 맛있다고들 하는데, 나 자신은 조잡하다며 소심한 태도를 취하고 있지만 너나 할거 없이 대단하다며 칭찬을 건네준다. 정말 너나 할거 없이 칭찬을 해주고 있다, 내앞에 있는 이 인간도 칭찬을 해준다, 칭찬이 국밥 한그릇 먹을때마다 나왔다는게 문제지만, 참고로 지금 벌써 그가 10번째로 칭찬을 해주고 있던 때였다.

"야. . . "

"호록, 꿀꺽꿀꺽ㅡ 크으~! 진짜 맛있다-! 내평생 이런 음식 처음먹어봐!"

ㅡ 같은말을 몇분간격씩으로 듣고 있자니 노이로제에 걸릴것만 같았다, 이러다간 집에 식량이 거덜 날것 같은 위기의식이 내 생존본능을 자극했다. 말할까 말까 고민하던 내입술은 슬슬 들썩이더니 참지못하고 말을 뱉어내었다.

"지금! 여기가 국밥집이냐!국밥먹고싶으면 국밥집에 가서 사먹든가!"

"우웁?!"

그는 먹다말고 내가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놀랐는지 볼이 빵빵해진 상태로 햄스터같이 둥근 눈을 뜨고 나를 바라보았다. 내 인내심이라는 녀석도 한계가 있다, 아무리 도와준다고 했어도 그렇지 집안에 밥이란 밥은 다먹고 있다니, 피가 거꾸로 치솟는듯 했다.

"자! 이제 옷은 다 말랐고, 그쪽 배도 채우고 상처도 다~ 나아진것 같은데, 이제 돌아갈길 가지?"

어금니를 콱 깨물고서 최대한 정중하게 말했다.
그가 집이 없다는 사실은 그에게 들어서 알지만 그렇다고 내집에서 살게 할 수 는 없지 않은가ㅡ
듣기로는 그의 나이가 18살이라고 하는데, 나조차도 이런 작은 집에서 겨우 입에 풀칠하며 자취중인데 저 사람이라고 못할까?
게다가 그는 성격이 좀 얼빵해서 그렇지 외모적으로 평가하자면 그렇게 나쁘진 않는다, 아니. . . 오히려 평균이상으로 이목구비가 선명하고 피부는 곱고 하얀데다 속눈썹도 짙고 완벽한 미남 상이였다. 길거리에 던져주면 연예인 캐스팅이라도 받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처음에 발견했을때 그는 긴머리때문에
순간 여자로 착각할 뻔했지만 피가 건떡진 옷을 갈아입히는 과정에서 본의아니게 남자임을 확인해 버렸다.

"으엑, 켁켁, 갑자기 왜 그렇게 소리를 지르고 그래? 놀랐잖아. . . 그리고 얼굴이 빨개진것 같은데
어디아파?"

" . . . 시꺼"

아무튼 어떤수를 쓰든 이 먹지못해서 죽은 식귀같은 이 인간을 밖으로 보내야 한다, 그가 막 깨어났었을땐 상처가 벌어질라 집에서 안정을 취하길 바랬지만 ... 지금은 누구보다도 팔팔해보인다. 난 솔직히 아직도 믿겨지지 않지만 이젠 아무래도 좋다, 거의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집에 돌려보내려 했더니 집이 없다고 했다.
집이 없다면 돈이라도 몇천원 쥐어주고 찜질방에나 던져주고 오지 뭐, 세상은 일하지 않는자 먹는 밥도 없다는 말이 있다.일해서 벌어야지 어쩌겠는가? 지금 나하나의 식비도 벌기 힘든데 , 이이상은 허용불능이다.

"그래서 말인데... 그쪽, 집이 없으면 알바라도 뛰어보지 그래? 대충 도시쪽에만 나가도 그쪽 받아줄 사람 많아보이는데"

"알바? 그게 뭔데? 그리고 내가 집이 없긴 왜 없어~ 하늘이 곧 내집이고 숲이 곧 내 안식처인데!"

''그걸 집이 없는거라고 한다, 이 잘생긴 바보야''

생각이 순간 입밖으로 표출될 뻔했다. 평정심을 되찾고 천천히 생각해보자, 저 인간은 지금 집이 없는건 확실한것 같고, 처음에 봤던 상처투성이는 들짐승들의 습격? 그렇다기엔 총구멍이 있는걸 보니. . . 혹시 불법으로 야생동물을 사냥하던 밀렵자들이 그를 짐승으로 오인하고 쏴버린건 아닐까?
보통 사람에겐 그게 가능할 리 없지만 지금 내눈앞에 있는 이 인간은 어쩌면 그럴 수도 있을것 같았다. 왠지 야성적이랄까. . .기본적으로 말을 할줄 알고 상식은 약간이나마 존재하는것 같은데, 모를리가 없는 것들을 모르고 있다.

알바도 모르고,국밥도 모르고 , 국자, 숟가락, 젓가락,...대충 집에 있는 물건들의 이름을 거의 모르고 있다. 하지만 또 돈이나 병원이라던지 학교 같은것도 알고있는걸로 보면, 밖에서만 생활했다는걸 유추해 볼수있다. 집이 숲이라고 하는걸 보면...가능성이 아예없지는 않는것 같다.

"후우. . . 그럼 지금까지 어디서 살고 있던 건데?"

"그러니까.. 저기 언덕위에서! 저기가 제일 경치가 끝내주더라고~!"

"하아... 그럼, 거기서 뭐먹고 살았던 건데?"

"열매도 먹었고~ 사람도 먹었지!"

"아~ 그래그래 열매도 먹었고 사람도 먹었..



......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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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내귀를 의심했다, 내가 방금 뭘 들은거지?
사람을 먹었다고 들은것 같은데.... 잘못 들었나?

나는 고개를 도리도리 젓고는 눈을 찡그리고서 그를 보며 말했다.

"아니.., 아무리 밖에서 살고, 집이 없다고 해도 그렇지, 그런 말은 위험한농담인거 몰라?"

"음... 하하 그렇네, 내가 잘못말했어~"

그는 어깨를 으쓱해보이고는 그닥 중요한 화젯거리도 아니라는듯 금새 흥미가 식은것 처럼 보였다.
나도 그이상은 그의 페이스에 휘말리기 싫어서 이이상은 더 파고 들진 않았다.

"뭐어, 그래 . . . 배고프고 눈이 돌아가면 그런농담도 할 수도 있고 그런거지, 농담으로만 끝내길 원하지만...... 아무튼 그럼 이름은 뭐야? 적어도 이름은 있을거아냐?생명에 은인한테 이름정도는 얘기해 줘도 되지않나?"

"?"

"아니, 이름말야 이름!"

"으음~?"

시치미 때듯이 고개만 갸웃하는 그모습에서 울화통이 치밀었다. 진심으로 이사람, 날 만만하게 보는건가? 아니면 진짜로 이름이 없는건가? 그럼 전에 물었을때 답하지 않았던것도 알려주고 싶지않은게 아니라 알려줄 이름이 없었던 건가? 뭐야, 그럼 이인간은 지금 이름도 없고, 집도 없고 야생동물로 오인당해 밀렵꾼들에게 총에 맞고다니고, 정말 그야말로 시궁창ㅡ
...뭐, 그래도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나는 할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보살펴 주었고, 착한일을 한거다.
그렇다고 창자까지 다 내어줄 착하기만한 호구는 되기싫다, 받을땐 뭐라도 받자는 주의다.
그러고보니 약간 잊혀져 가고있었는데, 내가 경찰에 신고하려는 차에 그가 한말이 퍼뜩 기억났다.


「"아, 은혜는 갚겠지만 그래도 나에대해선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아주라"」

''분명 은혜를 갚는다고 얘기 했다라...?''

"뭐, 그런얘기는 아무래도 좋아, 그쪽은 지금 이렇게 까지 나한테서 얻어먹고 치료도 받았는데 무상으로 떠나간다는것도 말이 안되지, 그쪽, 방금전에 이렇게 말했잖아, 은혜는 갚을테니 자기에 대해선 아무한테도 알려주지 말라고, 했지? 기억나지?"

"어, 그렇게 말했던것도 같네~"

"어딜봐도 거지같아보이는 그쪽한테서 은혜로 받을 만한게 뭐가 있냔말야, 혹시 그냥 해본말이였어?"

". . ."

그는 등을 돌려 건조대위에 올려놓은 자신의 옷을 매만지고 있다. 그 일련의 행동으로 보건데, 저건 대답을 회피하고 딴청을 부리는것 같은 낌새였다.
ㅡ진짜 호구가 된 기분이네

"...그럼 그렇지, 호구같이 이것저것 내어준 내가 다 멍청ㅎ..."

「 툭 」

"응?"

내앞으로 검은 비닐봉지가 떨어졌다. 그가 방금 거의 다 말라가는 자신의 옷속에서 꺼낸것이였다. 뭐가 그리 애지중지했는지 비닐봉지의 입구를 야무지개도 꽁꽁 묶어놨다. 몇초 바라보다가 다시 그에게로 시선을 옮겨본다.

"이게 뭔데?"

"음, 내가 갖고있던게 그것 밖에 없었네~그거라도 괜찮다면 은혜로 받아둬~"

"...."

못미더웠지만 바닥에 놓인 비닐봉지를 조심히 살살 풀어보았다. 안쪽에도 또 비닐봉지가 들어있는게 몇겹을 그렇게 감싸여져있었다. 도대체 뭐길래 이렇게 꽁꽁 감싸둔건지. . .

풀고 풀고, 또 풀고.... 대충 5겹의 비닐봉지를 풀었을때 드디어 안에 들어있는 물건에 윤곽이 드러났다. 처음보았을때의 감상은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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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2-18 23:39 | 조회 : 1,145 목록
작가의 말
Nf엔프

분량을 조금 조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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