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사의 마왕님 25화

용사의 마왕님 25화

부제 : 다시 만나는 그날까지




오늘날은 큰 의견 충돌이 없는 회의였다. 항상 의견을 충돌해 싸움으로 퍼져 골을 때렸지만, 정말 오늘날은 충돌하나 없었다. 오늘날 같은 날이 다신 오지 않을까 봐 마왕은 재빨리 다른 문제를 제시하며 회의를 이어갔다.

"이 문제는 급한 사항이 아니니 천천히 이야기하며 하는 거로 하고 긴급한 문제부터 해결하는 거 어떻습니까?"
"그대 말이 맞는 거 같군. 그럼 다른 문제."

끝날 거 가지 않은 회의장의 문을 누군가 박차고 들어온다. 함부로 들어온 무례한 행동에 회의장에 있던 모든 이들의 심경을 건들었다.

"무슨 일이지, 에리샤."
"하아하아, 큰일..!"
"별거 아니면 알고 있겠지."
"큰일이라고요! 태일님 상태가!"

에리샤의 입에서 나온 이름이 마왕뿐만이 아니라 함께 회의하던 발렌시아와 뒤에서 마왕의 뒤를 지키고 있던 아델까지 지리에서 일어나게 했다.

"회의는 여기서 마치도록 하지."

이상하게도 침착해 보이는 마왕의 태도였지만, 그를 잘 알고 있는 자들에겐 마왕이 간신히 정신을 잡고 있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었다.

마왕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그곳에 있던 모든 자도 의자에 일어나 그의 뒤를 쫓는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은 복도와 태일의 방에 다가갈수록 피부를 찌를 정도로 차가워지는 공기.

마왕과 다른 이들은 어두운 마왕성 중 제일 밝은색의 방문 앞에 발걸음을 멈춘다. 방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주치의, 하이텔이 마왕을 기다리고 있었다.

"태일 상태는."
"오늘 밤이 고비일지도 모릅니다. 마음, 단단히 잡으셔야.."
"그 입 닥쳐. 내가 순순히 보낼 거 같아?"
"..인간의 죽음은 저희, 마족들이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시지 않으십니까."
"닥치라고. 그렇게 여유로우면 태일 병을 고칠 약이나 찾아."

마왕은 애꿎은 하이텔에게 신경질을 내고 태일의 방문을 열었다. 불안할 정도로 방 온기는 싸늘했다. 열려있는 창문 때문일까, 아님 불을 켜지 않아서 싸늘한건가.

태일 방에 들어간 마왕의 뒷모습을 마지막으로 방문이 닫혔다.

예민한 마왕이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태일 방문 앞에 남겨진 자들은 닫혀버린 문을 바라보며 그가 제발, 이번에도 잘 곁뎌주길 바랄 뿐이었다.

"태일."
"......."
"...태일.. 내 말이, 들리면 대답해라."

평소같으면 조금 늦어도 태일의 대답이 들려와야했다. 마왕은 떨리는 손을 주먹을 쥐고 침대에 다가갔다. 침대에 죽은 듯이 자고 있는 태일.

떨리는 손을 진정시켰다해도 자고 있는 태일의 모습이 다시 손을 떨리게 만들었다. 심호흡을 깊게 마신 후, 천천히 자고 있는 태일의 코에 갖다댔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작게 숨을 쉬고 있다.

"...하아.."

그제야 안심한 마왕은 다리에 힘이 풀려 침대 턱에 앉았다. 갑작스러운 누군가의 등장에 태일의 천천히 눈을 떠 어둠에 가려져 보이지 않은 상대방을 바라봤다.

보이지 않았지만 태일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옆에 앉은 사람이 누군지 알 수 있었다. 힘이 들어가지 않은 손을 억지로 들어 힘들게 상대방의 소매를 잡았다.

"태일..!"
".....세이.."

힘겹게 웃는 태일에 따라 마왕도 억지로 입꼬리를 올려 그의 손을 잡았다. 전보다 더욱 마른 손이 마왕의 가슴을 후벼판다.

"많, 이 아픈가?"
"....겯딜만해. 하하, 바보같은 얼굴이야.. 세이.."
"...그래."
"세이, 나 추워."

오늘은 여름이었다. 해가 졌다고해도 여전히 더웠다. 그러나 태일의 입에서 나온 말은 춥다는 것이었다. 마왕은 애써 웃으며 태일의 옆에 누워 그가 추위에 떨지 않도록 안았다.

"...따뜻하다."
"많이 추우면 창문 닫아줄까."
"...으응, 그 정도까진 아니야."

태일은 마왕의 품에 가만히 안겨있다가 고개를 들어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의 푸른 눈동자를 바라본다.

그의 눈동자에는 늙어버린 자신의 모습이 비쳐 마음 한구석이 불안한지 떨리는 목소리로 물어본다.

"세이는 아직도 날 사랑해? 이렇게 주름도 생기고 늙고 병에 걸려서 침대에 누워 있는데.."
"그대가 늙었든 젊든 나에게 여전히 가장 아름다워."
"...바보, 노인네가 뭐가 아름답다고.."

자신이 원하는 대답이 나왔는 듯이 태일은 눈을 감고 마왕의 품안으로 더욱 파고 들어가 속삭였다.

"내가 이 세계에서든.. 다른 세계에서든 다시 태어나도 당신을 보러 올게.. 그리고 다시 사랑할거야... 세이.."
"나도 사랑한다. 그대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던.. 태일?"

아무리 불러도 태일은 눈을 감은 채 대답 없었다. 마왕은 차가워지는 태일의 손을 잠고 안기만했다.

더운 여름 밤이 지나고 에리샤는 방고리를 돌려 방에 들어가 오늘도 태일의 상태를 확인하고 하루를 시작하려고 했다.

"...마왕, 님..?"
"...나가."
"태일..태일님은.."
"나가, 두번 말했다."

예쁜 에리샤의 눈에서 투명한 물이 흘러 내렸다. 에리샤는 방에 들어오며 오늘 활짝 펴서 태일에게 보여주려고 했던 꽃을 보여주지 못한 채 들고 나왔다.

"에리샤님? 태일님은 무사하죠..? 그렇죠?"
"울지말고 말해주세요. 에리샤님."

울며 나오는 에리샤를 보며 대기하고 있는 고용인들은 불안감을 이기지 못하고 자신들 또한 눈물을 흘렀다. 우는 고용인들 사이에서 아델은 울지 않았다. 아니, 울지 않으려고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하염없이 며칠동안 잠만 자는 태일 옆을 지키던 마왕은 더이상 눈에서는 눈물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울었다. 퉁퉁 부은 눈으로 며칠 전보다 생기가 없는 태일의 이마와 입술에 입맞춤을 한다.

"태일.. 벌써 보고 싶다... 다음엔 내가 그대에게 갈테니.. 다시 만나는 그날까지 다치지말고.. 아프지말고.. 있어라."

.
.
.

2019년 4월 어느 화창한 봄날 점심시간, 급식실에서 남학생 무리가 나와 운동장을 걸어간다. 키 큰 한 학생이 키가 제일 작은 남학생의 머리에 손을 올리며 말을 건다.

"매점 갈거지? ㅈ매, 저번에 피씨방에서 진거 오늘 쏜다던데."
"매점? 아니, 산책할건데."
"또 산책? 지겹지 않냐? 맨날 똑같은 풍경을 보는데."
"지겹긴, 전혀. 어릴 때부터 산책을 좋아해서 그런가.."
"..뭐, 알았다. 초코우유면 되지?"
"어, 책상에 올려다줘라."

키가 작은 남학생을 자신의 머리에 올려진 머리를 치우며 매점으로 향하는 친구들과는 달리 혼자만 반대쪽으로 돌아가 본관 뒤에 있는 작은 화관에 도착한다.

키가 작은 남학생은 작은 화관 옆에 있는 벤치에 앉아 새파란 하늘을 올려다 보다가 누군가 자신 앞에 서서 햇볕을 막은 것을 느낀 남학생은 인상을 쓰며 상대방을 바라봤다.

"죄송한데, 지금 그쪽 햇볕을 막고 있.."

남학생은 상대방을 보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뒷말을 삼키고 말았다. 왜 마저 말을 못했는지 자신도 모른 채 상대방의 얼굴을 바라보며 그가 누군지 생각했다.

어딘가 모르게 익숙한 얼굴.

"...누구.. 아, 이번에 전학 온 외국인이.."
"날 알고 있어?"
"아아, 대충?"
"영광이네."
"생각보다 한국말 잘하네."

키가 작은 남학생은 상대방이 햇볕을 막은 것에 신경을 쓰이지 않은지 턱을 괴고 입꼬리를 올리며 상대방을 칭찬한다.

"근데 전학생이 나에겐 무슨 요건?"
"친해지고 싶어서."
"나랑?"
"...산책, 혼자하면 외롭지 않아? 나 산책 좋아해."
".....그렇긴 하지만.. 좋아!"

키가 작은 남학생을 박수를 치며 벤치에서 일어나 상대방을 향해 손을 뻗는다.
"난 신태일. 너는?"

상대방은 태일이 뻗은 하얀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자신 또한 웃으면서 태일의 손을 잡고선 자신의 이름을 말한다.

"세이블리안 폰 에스반드. 편하게 세이라고 불러줘."

7
이번 화 신고 2019-05-07 23:20 | 조회 : 2,164 목록
작가의 말
하얀 손바닥

갑자기 분위기 마지막화..ㅎㅎ 크흐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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