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사의 마왕님 18화

용사의 마왕님 18화

부제 : 산책



알렉, 아니 미친놈에게 납치된지 하루가 지났다. 낮선 곳에서 잠들기 힘들었고 또한 미친놈이 내가 자는 사이에 방에 들어올까, 두려워 쉽게 잠들지 못한 채 하루가 지났다.

해가 떠오르기 무섭게 미친놈과 어제 윈더와 함께 나갔던 여자가 쟁반을 들고 들어와 탁자에 올려둔 뒤, 나간다.

"좋은 아침이에요."
"좋은 아침은 무슨."
"제대로 못 잤나보네요? 그 예쁜 얼굴에 다크서클 생겼네."

알렉스는 자연스럽게 내 옆에 앉아 다크서클이 생긴 내 눈 밑을 지극히 누르자 난 황급히 알렉스의 손을 쳐냈다.

"내 몸에 손대지마."

알렉스는 내가 치는 바람에 빨개진 손을 물끄러미 쳐다보곤 미소를 지으며 일어나 탁자 위에 올려진 쟁반으로 다가간다.

"먹어요."
"안 먹어."
"어제 저녁도 안 먹잖아요."
"하..! 지금 그게 목구멍으로 넘어갈거라 생각하는건 아니지?"
"전부 다 먹으면 산책 시켜줄게요. 하루동안 갇혀 있는 거였지만 답답하잖아요. 어때요? 이제 먹을 마음 생겼어요?"

알렉스 말이 맞았다. 고작 하루. 고작 하루가 지났지만 이곳이 너무 답답하다고 느낄 정도로 좁았으며 창문 하나도 없었다. 오로지 작은 구멍을 통해 들어오는 빛으로 낮과 밤을 구별했다.

"산책...?"
"그래요. 산책."

산책이라는 말에 혹했다. 답답함보다 이곳을 나가 산책을 한다면 밖을 구경하며 탈출구가 보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먹으면 나갈 수 있다는 거지?"
"그럼 당연하죠. 제가 뺃은 말은 무조건 지켜요."
"......"
"식었는데, 괜찮죠?"

나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알렉스는 기쁘다는 듯이 쟁반을 들고 침대 턱에 앉아 식은 스프를 떠서 내 입가로 가져온다.

"내가 스스로 먹을 거야. 내놔."

예쁜 미소를 지으며 쟁반을 나에게 넘겨준다. 스프는 식을 대로 식어 한순간에 다 먹었다. 아니 마셨다. 깨끗히 비운 그릇을 보고 알렉스는 또 한번 더 웃는다.

"산책 갈까요?"

알렉스는 입가에 묻은 스프를 자신의 손으로 닦아주며 일어났다. 알렉스가 만진 입가를 다시 닦아내며 일어나는 그를 따라 나 또한 일어났다.

"아, 방에 나가기 전에 이 반지 착용해줄래요?"
"뭐? 싫어. 내가 왜."
"그럼 산책 못 나가는데 괜찮겠어요?"

답답함은 어떻게든 참을 수 있었다. 그러기 때문에 나에게 건넨 반지를 안 껴도 됐었다. 하지만 밖으로 나갈 수 있는 날이 또 언제 있을까. 밖으로 나가야 탈출 계획이 짜여질텐데.

"...할게. 하면 되잖아."

반지는 심플했지만 내 손가락에는 헐렁해 다시 빼려는 순간 반지가 흔들리며 손가락에 딱 맞게 줄어들었다. 그뿐이 아니라 아무것도 박히지 않았던 반지에 작은 보석이 생겼다.

"역시 잘 어울리네요."
"....."

보석은 꼭 윈더의 호박색 눈동자와 비슷해 윈더의 눈동자를 보고 있는 것만 같아 보석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 보석 마음에 들어요?"
"...어."
"마족의 눈물이라고 부리는 보석이에요."
"마족의 눈물?"
"마족이 울면 자신의 눈동자 색과 똑같은 보석이 주변에 떨어지거든요."

알렉스는 멀리 떨어져 있던 내 손을 잡고 방을 나왔다. 내가 있던 곳은 방 두개인 작은 건물이었고 그 건물 밖은 사방으로 나무들이 빽빽하게 둘러싸여 있어 앞을 내다보기 힘들었다.

제길, 탈출하기 힘들잖아. 탈출구는 커녕 커다란 나무들 때문에 앞을 보기 힘들어.

"좋은 곳 보여드릴게요. 이쪽으로."

거의 끌려가 도착한 곳은 건물에서 조금 떨어진 작은 연못이었다. 작은 연못이었지만 깊이는 상당해보였다.

"연못엔 왜 온거야."
"자세히 보면 알거에요."

알렉스 말대로 연못을 바라봤다. 그러자 연못에 작은 빛이 보기 시작했다. 작은 빛은 산호초에서 빛나는 거였고 연못의 밑바닥을 비추고 있어 산호초와 물고기들이 헤엄치고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연못에 어떻게 산호초가 있는 거지..?"
"유일하게 바다와 이어진 연못이거든요. 어때요?"
"예뻐. 진짜 예뻐."

알렉스는 빛이 나 화려한 산호초를 눈에 담고 있는 태일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자신도 모르게 태일의 얼굴을 잡아 입맞춤한다.

"읍..흐읏.."

갑작스러운 키스에 방어를 미처 못했다. 또한 알렉스는 얼마나 힘이 센건지 아무리 밀어내도 꼼짝도 안한다. 결국 알렉스가 스스로 떨어질 때까지 키스를 당했다.

"흣... 너 지금 뭐하는 거야."
"그만 돌아가죠. 너무 오래 나와있었어요."
"아니, 내 말을..!"

알렉스는 억지로 날 건물로 데리고 들어왔다.

"난 아직 산책 안 끝났.."
"착하게 있으면 또 산책 시켜줄게요. 알았죠?"

알렉스는 내 대답을 듣기도 전에 방을 나섰다. 역시나 방은 닫히면서 잠기는 소리가 들렸다. 또 다시 창문 하나 없는 좁은 방에 갇힌 나는 힘 없이 침대에 누웠다.

"전하?"
"..아, 아스틴."

산책을 갔다와 황급히 돌아와 1분도 안되 방에서 나온 알렉스가 이상했는지 대기하고 있던 아스틴이 그에게 다가가 그를 조심스레 살핀다.

"괜찮으십니까?"
"하하, 미치겠군. 이렇게 가지고 싶다고 느낀건 처음이야."
"이미 가지셨습니다."
"아니, 몸도 마음도 전부 내가 가져야해."

아스틴과 알렉스의 대화를 몰래 듣고 있던 윈더는 그들이 자리를 떠나자 주변을 살핀 후 태일이 갇혀 있는 방문을 조심히 열고 들어왔다.

금새 잠들었는지 태일의 작은 숨소리만 들려온다. 넓은 침대지만 한 구석에 누워 새우잠을 자고 있는 태일에게 다가가 얇은 이불을 덮어주고 방에서 나간다. 방을 나가자 윈더를 기다렸는지 아스틴이 서있었다.

"누님? 방금 알님이랑 간거 아니였어요?"
"갔는데 방에 누가 들어가는 소리가 들려서. 거긴 왜 들어갔어."

아스틴은 윈더를 노려보며 위협적인 말투로 말을 건다.

"그냥, 잘 지내고 있는지 보려고 들어간.."
"허튼 짓 하지마라. 아무리 네가 동생이라도 전하께 해가 되는 일이라면 너 목을 베어 버릴거야."

윈더는 자신의 목을 만지다가 실 없이 웃으며 자신을 노려보는 아스틴 옆을 지나치며 말한다.

"누님도 알잖아요. 저는, 어니 우린 절대 알님을 배신할 수 없다는 걸. 그러니 괜한 걱정마세요. 아니 안 하셔도 돼요."

웃으며 말한 윈더였지만 아스틴은 여전히 윈더를 위협적으로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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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4-02 17:19 | 조회 : 2,342 목록
작가의 말
하얀 손바닥

오전에 올렸는데 제대로 안 올라가 있었네요.. 확인했어야하는데,, 죄송합니다.. / 만우절 이벤트 나름 성공적인거 같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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