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프롤로그(수위)

일을 마치고 가게를 나왔다. 오늘은 도희가 다른 일이 있어 같이 알바를 못했다. 집으로 가는 길에, 도희 하나 없을 뿐인데 가슴이 뻥 뚫린 공허함이 율을 짓눌렀다. 어서, 도희의 곁으로 가야지. 핸드폰을 켜보니 도희에게 문자가 와 있었다.

[먹을것좀 사다줘. 닭꼬치! 저녁 못먹었어...]

도희의 문자에 절로 입가에 미소가 퍼진다. 문자를 보고나서, 율은 곧장 닭꼬치 집으로 향했다.

오늘따라 밤 하늘의 별이 반짝거린다.

*

도희와의 첫만남은 보통이라는 것과는 좀 많이 달랐다. 하긴, 내가 사람을 죽이고 있을 때 도희가 그 모습을 목격한 것이니, 일반적인 첫만남은 절대 아니지. '목격자가 있으면 꼭 죽여라.' 라는 아저씨의 말을 지키려고 했고, 바로 행동으로 옮겨 도희의 목을 쥐었을 때, 도희의 반응은 다른 목격자들과는 달랐다.

무섭거나 두렵지도 않은지 , 지금 위협을 느끼지 못하는건지. 그냥 웃으며 왜 죽였는지 살인 동기를 물어보는 도희에 순간 느꼈다.

이 사람도 정상적인 부류가 아니라는 것을.

나와 같은 부류라는 생각이 들자 마자, 항상 흐리게 보였던 사람 얼굴이였는데, 모든것이 뿌연 안개처럼 보였는데. 도희의 얼굴이 뚜렸하게 .처음으로 본 뚜렷한 사람이였다. 물론 어렸을 때는 얼굴들을 볼 수 있었겠지만, 그건 기억나지 않으니, 횟수로 치면 안된다.

검은 곱슬거리는 머리칼에 짙은 눈썹, 예쁘게 올라간 콧대와 도톰한 입술. 특히 약간은 날카로운 눈매와 깊이를 알 수 없을 것 같은 새카만 눈동자. 전형적인 ''''미남''''은 이런 사람을 말하는 건가, 싶었다.

도희가 가로등도 없는 어두운 골목길에서 상황을 둘러보기 위해 핸드폰 플래쉬를 켰기 때문에, 강력한 조명에 비춰지는 도희를, 난 그저 멍하니 바라봤다. 거의 처음으로 보는 사람의 뚜렸한 얼굴에, 저도 모르게 처음 만난 도희 앞에서 울어버렸었지.

그와의 인연은 이게 끝이 아니였다. 내가 일하는 아저씨네 바(bar)에 도희가 새로 들어온 거다. 직원으로. 첫만남 이후 난 도희의 얼굴을 다시 한번 보고싶다는 마음에 그를 찾았었는데, 운명처럼 그는 내 앞에 나타났다.

나와 같은 부류인 그는 나와 달리 사회 생활을 잘했다. 그것도 일반인 보다 훨씬 더. 그래서 그런지는 의문이지만, 도희는 나에게 정말로 잘 해줬고, 어쩌다 보니 호감을 넘어 그를 좋아해 버렸다.

지금까지의 인연을 돌아볼 때면 도희와 나 같은 인연을 보고 ''''운명''''이라고 하나 보다, 라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다. 아니, 그건 좀 오버한건가.

내가 오버한게 아니라면 좋겠다.

나에게 있어 도희는 내 인생의 구세주이자, 삶의 의미니까. 그리고 단 하나뿐인 내 영원한 사랑이고, 나에게 ''''사랑''''을 가르쳐줬으니까.

*

"..왔냐."

"응, 먹을 것좀 사왔어,도희야."

율은 조용히 사가지고 온 닭꼬치를 들어 보였고, 도희는 그 모습을 지긋이 바라보다 픽, 하고 웃어버렸다.

"고마워."

"뭘, 어려운 것도 아닌데."

"율아,"

"응,"

일로와봐, 율아. 라고 하며 웃는 도희에 닭꼬치를 식탁에 내려 놓고 쭈뼛거리며 그에게 다가가는 율이의 모습에, 도희의 눈이 더 가늘게 접혔다. 율이 도희가 비스듬히 누워있는 소파까지 다가가자, 도희는 율의 몸을 잡아 끌었다.

"뭘 그렇게 굳어있어,"

도희가 누워있는 상태에서 율을 잡아 끄니, 둘의 포즈는 다소 민망하게 보였다. 율이 도희를 덮치는 모양새니까.

눈에 띌 정도로 붉어진 율의 얼굴에 도희가 야릇한 웃음을 흘리며 바로 고개를 들어 부드럽게 율에게 입을 마췄다.말캉한 감촉에 당황하는 것도 잠시, 율은 살며시 눈을 감고 도희와 입을 맞추기 시작했다. 율은 도희의 입술을 집어 삼킬 듯 키스를 퍼부었다. 더 얽혀 들어가는 율의 뜨거운 혀에 도희는 흠칫했다. 얘, 그렇게 안보여도 키스하나는 진짜 잘한다니까.. 숨 쉴 틈도 없이 깊숙하게 몰아붙이는 율의 행동에 도희는 그저 율에게 몸울 맡기며 율과 키스를 하기 시작했다.

그런지 얼마나 지났을까, 마침내 둘의 입술이 떨어지고, 공간에는 그저 가쁜 숨 소리만이 가득 들려왔다.

"율아, 하아.. 할래?"

숨막히는 키스로 인해서인지 벌들거리는 붉은 입술과 몽롱하게 풀린 눈, 잔뜩 상기된 얼굴로 말하는 도희에, 율은 대답하지 않고 부드럽게 도희의 목덜미에 입을 맞췄다.

"도희가 원한다면,"

*

"으읏, 응, 하아,"

둘은 침대까지 가기도 급했나본지, 소파에서 정사를 나누기 시작했다. 도희가 율의 중심부를 빨아올려 율이 사정에 이르자, 도희는 입안 가득히 문 정액을 율의 손에 뱉었고, 질척거리는 그 정액은 그대로 젤을 대신해 도희의 안을 넓히는 윤활제 역할을 했다. 율의 기다란 손가락이 도희의 안을 헤집자, 도희의 뒤가 풀리는 동시에 도희의 입에선 신음이 쏟아져 나왔다.

"하읏, 율아, 이제 넣도 될, 것, 아흣- 같은데-"

깊숙히 들어간 율의 손가락이 도희의 전립선 부근을 쓸자 도희는 허리를 튕기며 말했다. 이에 율은 손가락을 빼낸 다음 도희에게 입을 맞췄다. 서로의 뜨거운 혀가 섞이며 도희의 정신이 아득해져 갈 때, 율의 것이 도희의 뒤 주변에 지분거려졌다. 살이 스치는 짜릿한 기분에 도희는 키스를 하면서 헐떡였고, 미처 삼키지 못한 타액이 길게 늘어지며 턱을 타고 흘러내렸다.

"흐으응!"

율은 도희의 애를 태우다 크게 부푼 자신이 것을 도희의 안으로 삽입했다. 처음 부터 깊게 들어가는 그의 것에 도희는 율에게 매달리며 바르르 떨었다.

"아흣, 아-, 벌써 갈거같아...!"

"도희야, 하아... 읏,"

쪼이지 말아봐-. 율은 잔뜩 상기된 표정으로 도희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 그리곤 천천히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율의 것이 도희의 안에서 움직이며, 둘 사이의 공간에서는 살이 비벼지는 소리가 났다. 찌꺽거리는 소리에, 둘은 더더욱 흥분감에 휩싸였다.

"읏, 아..! 핫, 윽,"

점점 공기가 뜨거워지고 분위기가 농밀하게 짙어지자, 율의 움직임은 더 빨라지기 시작했다. 움직일 수록 쪼여오는 듯한 아찔한 쾌락에 율은 절로 숨을 삼켰다. 도희 또한 빠르고 깊숙하게 들어오는 율의 것에 다리에 힘이 풀리며 정신이 아득해져왔다.

"읏, 아- 거기, 응..!"

율이 강하게 도희의 전립선 부근을 찌르자, 도희는 자지러질 듯 허리를 휘며 신음을 쏟아냈다. 율은 도희를 세게 끌어앉으며 추삽질을 해댔고, 이어 부르르 떨며 깊숙이 박곤 안에서 사정에 이른 율은 자신의 것을 빼지 않고 도희의 깊숙한 곳의 스팟을 자극했다. 결국 율의 자극으로 인한 거대한 파도처럼 몰려오는 쾌락에 도희또한 절정에 이르고 말았다.

뜨거운 도희의 정액이 둘 사이에 뿌려지자, 도희는 자신의 안에 있는 율의 것이 더 부풀어진 느낌이 들었다.

"유, 율아, 이제 조금만 천천히잇-!"

율이 도희의 목덜미에 얼굴을 부비다 콰극, 하고 도희를 깨물자, 고통을 동반한 쾌락에 도희가 비명을 질렀다.

율은 이미 이성이 끊긴 듯한 표정이였다. 율의 붉은 눈동자는 쾌락에 젖어 풀려있었다.

'아, 오늘도 그냥 끝나긴 글렀네.'

역시나 도희의 생각대로, 조금만 천천히 하라는 도희의 말은 무시당한 채 둘의 정사는 이후 밤이 깊어지고 동이 트기 직전까지 계속됐다.

*

다음날, 도희는 침대에서 부스스하게 일어나며 허리를 부여 잡았다.

"살살 하라는데도 더럽게 말을 안들으니 원."

허리 나가는줄 알았네. 항상 강아지 같은 율의 태도 때문인지, 가끔 율의 거친 모습을 볼 때면 기분이 묘해진다. 예전에는 율이의 숨겨진 이중적인 모습에 무언가 본능적으로 거부감이 들었었지만, 지금은 마냥 그 모습도 좋았다. 율은 뭘해도 율이니까.

고개를 슬쩍 돌려 율을 바라봤다. 그는 아직 자고 있었다. 색색거리는 숨소리에 율이 마치 아기같다는 생각이 들자, 어젯밤 하고는 너무 격차가 나는 이미지에 설풋이 웃어버렸다.

회색의 머리칼을 부드럽게 쓰담아 본다. 이어 붓으로 그린것만 같은 눈썹, 왠만한 여자보다도 긴 속눈썹과 높게 자리잡은 콧대, 부드러운 붉은 입술을 손으로 차례대로 쓸어보았다. 참 미인상이란 말이지. 피부도 하얗고. 여자건 남자건 참 많이 꼬일 것 같은 얼굴이다. 정작 본인은 모르지만. 하긴 얼굴이 예뻐도 항상 무섭게 찌푸리고 있으니, 왠만한 사람이면 율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멀리서 쳐다보긴 해도.

처음 붉은 눈동자를 마주했을 때는 세상에 이렇게 '아름답다' 라는 말이 어울리는 인간이 또 어디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오른쪽은 선명한 빨간색, 왼쪽은 역안. 누구나 한번쯤 뒤돌아 다시 볼 만큼 몽환적인 얼굴이였다.

살인 현장에서의 첫만남이다 보니 더더욱 율을 잊을 수 없었지. 그런 건 잊는게 더 이상하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율도 '정상'이 아니라는 느낌에, 그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었다. 요즘 심심하고 삶이 재미없는 나에게 뭔가 새로운 자극제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하지만 살인현장의 목격자이니, 그냥 숨죽이고 살아가는 수 밖에.

그런지도 얼마 지나지 않아, 조건 좋은 새로운 일을 구해 알바로 들어간 가게에서, 또 다시 율을 만났다. 이거, 기가 막힌 우연이네, 하고 상황을 지켜보자, 웃기게도 율은 나에게 호감, 아니 아마 그 이상의 감정을 가지고 있는듯 했다.

일이 재밌게 돌아갔다. 율을 내 것으로 만들어 흥밋거리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실, 처음에는 그냥 이용할 생각 외에는 아무 생각도 없었다. 그냥 목표물이 나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으니 운이 좋네, 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리고 지금, 율은 나에게 이용할 물건 따위가 아닌 그 이상으로 소중한 게 되어버렸다.

율을 만나기 전, 꽤 많은 여자친구를 뒀었지만, 모두 그냥 예쁘고, 귀엽던 것 외에는 아무 느낌도, 감정도 없었다. 사실, 난 '사랑'이라는 감정은 느끼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그랬으니까, 앞으로도 그럴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완전히 잘못된 생각이였다.

율은, 나의 사랑이고, 나에게 사랑을 느끼도록 '사랑'이라는 감정을 가르쳐 줬다.

"으음, 도희야.."

"...일어났어?"

아직 잠이 덜 깼는지 눈을 비비는 율을 바라보며 도희는 싱긋이 웃어 보였다.

"벌써 일어났어? 허리는 많이 아파...?"

"어. 아파."

"미..미안해, 거칠게 하려던건 아닌데..."

쩔쩔매는 율의 모습에 도희는 쿡쿡 웃고는 됐어, 괜찮아, 하고 장난스런 미소를 보였다.

오늘도 새로운 하루가 시작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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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2-16 09:33 | 조회 : 2,948 목록
작가의 말
연어구이

잘부탁드립니다. 오타지적 감사히받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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