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그렇게 울고 자고 먹고 싸며 하루를 보내니, 약 이주가 흘렀다. 나는 고개도 자유롭게 움직 일 수 있고, 뒤집기까지 할 수 있게 되었다. 목을 자유롭게 가눌 수 있을 때 쯤 나는 내 방 곳곳을 이리저리 살펴보는데 비싸고 화려한 장식들로 꾸며져 있었다. 벽에는 그림도 붙여져 있었고, 몇몇 장식은 금처럼 보였다. 이 집 꽤나 잘 사는 집안인가보다.

그로부터 며칠 뒤 나는 뒤집기에 성공했다. 침대 안에서 꿈틀거리면서 있다가 몸에 힘을 주니까 몸이 뒤집어졌다.
내 옆에서 나에게 책을 읽어주던 비서가 놀라더니 나를 안아 올리면서 축하해줬다.

“아가씨!!! 너무 잘 하셨어요! 이렇게나 빨리 뒤집기를 하시다니!! 진짜 대단하십니다!”

칭찬을 들으니 내심 기분이 좋아져 꺄르르 웃어보였다.

나는 이 곳에서 생활에 빠르게 적응을 해나가고 있다.

하지만 나는 알아낸게 없다. 비서가 나를 아가씨라고만 불렀기 때문에 나는 내 이름조차 모른다. 그리고 부모조차 알지 못 한다. 이 곳에서 생활 하면서 한 번도 부모님의 얼굴을 본 적이 없다. 알아낸게 있다면 이 집은 돈이 겁나 많다는거. 진짜 쓸모없는 정보다.

그나저나 나의 부모님은 뭐 하시는 분인지 참 궁금하다. 지금까지 몇주가 흘렀는데 단 한 번도 얼굴을 보지 못하다니. 나 사랑도 못 받는 아이인건가? 아니면 나 버림받은건? 이건 너무 가혹 하잖아 아기는 부모의 사랑을 받고 자라야지 설마 혹시 죽… 아닐거야 그랬으면 비서도 없어야하고 내가 이 좋은 곳에 있지는 않았겠지.

에휴-

아니 그래도 한 번 이라도 보러 와야하는거 아닌가? 얼마나 잘 났으면 그렇게 숨기고 다녀. 그 잘난 얼굴 한 번 보고싶네.


뚜벅-


뚜벅-


끼익-


“보스 오셨습니까”

내 옆에서 나에게 딸랑이를 흔들어주던 비서가 일어나 인사를 한다. 근데 보스? 보오스? 무슨 보스?? 갑자기 보스가 왜 나와?


“이 아이냐? 이름이..”


검은 흑발에 찢어진 눈에 시커먼 수트를 입고 나를 곁눈질로 쳐다보면서말했다.

정면으로 보지 않았지만 개 잘생겼다. 진짜 올 블랙인데 세상 빛나보인다. 어쩜 저렇게 생길 수 있냐.. 좀 가까이 와서 얼굴 좀 자세히 보여줘..

“세아입니다. 보스. 보스가 지어주시지 않으셨습니까?”

내 옆에서 한 손에는 딸랑이를 든 채로 김비서는 서운하다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근데 왜 계속 보스 보스 거리는거지? 왜??


“그랬나? 근데 내가 왜 이 쓸모도 없는 아이의 이름을 기억해야하지?”


뭐? 쓸모 쓰을모??? 너 지금 나한테 쓸모없다고 말한거야? 내가 무슨 물건이야? 쓸모도 없다고 말해? 와 잘생겼다 한거 취소 너 인성에 하자가 좀 크다? 내가 어? 아기만 아니였으면 너는 나한테 한 대 맞았어! 누구길래 내 쓸모를 판단해?


“보스 아버지로써 잘 대해 주시면 안되겠습니까?
세아 아가씨께서 뒤집기도 하셨습니다. 얼마되지도 않았는데 이 정도면 훌륭한 인재가 되실 것 같습니다.”


???아버지???? 잠깐 아버지라고?? 비서양반 다시 좀 말해 봐 인성에 하자가 있는 놈이 내 아버지일리가 없어!! 비서양반!!! 안돼!!

머릿속에 혼돈이 가득했다.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아버지라는 놈이 진짜 내 앞에 나타났다. 그렇게 보고싶었던 내 아빠가, 아버지란 놈이 이런 사람 일 줄이야 이럴 줄 알았으면 보고싶다는 생각 추어도 안했을텐데


“인재는 무슨 고작 뒤집기 가지고 그리고 내가 왜 잘 대해줘야하지? 한낱 여자아이가 뭘 할 수 있지?”


“그럼 여기에는 무슨 일이십니까? 세아 아가씨 태어나시고 한 번도 여기에 오시지 않으시더니 갑자기 여기에는 무슨 일이있으셔서 오셨습니까?”

“김비서가 죽었는지 보고를 안하길래 직접왔다. 죽기를 바랬는데 살아있군 지 어미 따라 갈 줄 알았는데 참 질기기도 하지, 죽지 못했으면 내가 죽여주러왔지”

내 얼굴을 더 자세히 쳐다보려고 나에게 얼굴을 가까이 하며 손을 내 목으로 가져다대며 말했다.

정면으로, 그것도 이렇게 가까이 마주치며 보니까 잘생기긴 진짜 미치도록 잘생겼는데.. 얼굴에 빨간 뭔가가 묻어있다. 까만 옷이여서 티는 안나지만 자세히 보니 옷에도 군데 군데 묻어있었다.

“하지만 내가 죽이지 않아도 금방 죽을 것 같군”

내 목에 가져다댔던 손을 때며 상체를 일으켰다.

“보스!!!”


“김비서 요즘 간이 많이 부었나 봐? 나에게 이래라 저래라 심지어 소리치기까지 됐다. 피곤하니 이만 가겠다.”


“보스!!!!”


소리치는 비서를 두고 아버지라는 놈이 나갔다. 비서는 머리가 아픈 듯 머리에 손을 대고 한 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아가씨 보는데 얼굴에 묻은 피라도 닦고 오시지 아직 아기라서 망정이지 다 들었으면 어쩌실려구..그런 심한 말을..”


김비서가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지만 나는 다 들었다. 피라는 것을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보스부터 시작해서 이게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아가씨 괜찮으세요? 아까 오신 분은 아가씨 아버지에요. 이 한 재 라고 아가씨 아버지에요 기억하실지는 모르겠지만.. 아가씨가 아직 많이 어려서 제가 무슨 말을 해도 못 알아들으시겠지만 아가씨 아버지는 비록 저래보여도 좋으신 분이에요. 저를 아가씨에게 보내셨거든요.”


비서양반 나 다 알아들어… 비서 좋게 봤는데 자뻑이 좀 심한 걸. 비서가 나한테 온거랑 내 아버지가 좋은 분이라는게 무슨 상관인거야. 아무리 봐도 개놈자식이잖아. 안그래도 혼란스러운 상황에 비서는 나에게 쐐기를 박아줬다. 저 개놈자식이 내 아버지라니.


아버지?? 아버지는 무슨 어이가 없어서 그런게 아버지야? 진짜 이 한 재수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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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3-25 21:41 | 조회 : 299 목록
작가의 말
21e

한 손에는 딸랑이를 든 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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