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루,루엘...? 위험하게 왜 여기까지...”

“그게 중요한가요! 마르커스 경에게 다 들었습니다! 이거 몸에 부담이 심한 마법이라면서요...”

‘디엔 그놈이 결국...’
일단 입가의 피를 털어낸 시아가 루엘디움의 뒤편을 바라보았다.
짐짓 서늘해진 시아의 표정에 루엘이 몸을 흠칫 떨자 다급하게 표정을 바꾼 시아가 잔잔한 미소를 머금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루엘. 조금 체온이 떨어질 뿐 저는 멀쩡하답니다.”

“그, 그래도…. 나디엘의 브레스를 맞는 게 좋지 않을까요?”

극도로 불안해진 루엘디움이 간절한 눈빛으로 시아를 쳐다봤다.
그의 눈빛에서 간절함과 고집을 읽은 시아가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말을 이어갔다.

“아뇨. 나디엘의 브레스는 다른 부상병에게 베풀어 주세요. 저는 정말로 멀쩡하니 그 드래곤을 찾으러 가야 합니다.”

“!!!”

“아이스 포레스트의 넓이를 넓히는 대신 지속시간이 짧아졌습니다. 루엘디움 전하는 어서 가서 디엔경에게 이 소식을 전하고 다음 전투를 대비하십시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따라오겠지.’
평소보다 더 싸늘한 목소리로 명령하는 시아의 모습에 루엘디움의 눈이 충격을 받고 크게 띄었다.

“뭐하십니까. 제게 총사령권을 위임하신 건 전하십니다. 어서 가서 총사령관의 명령을 부단장에게 알리세요.”

“시, 시아...”

“되도록 빨리 알리십시오. 전 드래곤을 찾아야 해서 가보겠습니다.”

속으로 이를 악문 시아가 엘을 돌려 그대로 날아올랐다.
순식간에 멀어지는 시아를 보는 루엘디움의 눈이 일렁였다가 어느새 단호한 빛을 발했다.
‘일단 시아의 명을 수행하고, 빠르게 따라간다.’
그의 위험을 최대한 배제하고픈 시아의 맘을 모르는 그가 나디엘을 돌려 진영으로 향했다.
최고속도로 돌아온 루엘디움은 드래곤에서 내리지도 않은 채 시아의 명을 전달했다.

“마르커스경!! 시아경은 드래곤을 찾으러 북쪽으로 향했습니다! 아이스 포레스트의 지속시간이 짧으니 서둘러 다음 전투를 준비하라는 명입니다!! 저는 시아경을 따라가보도록 하겠습니다!”

“!!? 알겠습니다. 전하!”

명령을 전한 루엘디움이 다시금 시아가 날아간 방향으로 향했다.

……………………………………………

한편, 덜덜 떨리는 몸을 이끌고 높이 날아오른 시아와 엘은 마력을 동원해 드래곤을 찾고 있었다.

“왜 우리의 명령이 먹히지 않는 걸까? 혹시 나랑 너무 빨리 동화한 탓에 너에게 드래곤의 심장이 온전하게 넘어오지 않은 걸까?”

[큐우웅 큥 큐우]

“내 탓이 아니라고? 고마워….”

‘음..!’
엘을 부드럽게 쓰다듬던 시아의 눈매가 날카롭게 올라갔다.
저 멀리서 마치 자신은 여기 있다는 듯 뿜어내는 마력을 느낀 시아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엘에게 말했다.

“엘 너도 느껴지지? 최대한 조심해서 접근하자. 북서쪽으로 6셀론이야.”

[크릉]

마력이 느껴지는 방향으로 조심스럽게 날아가자 거대한 드래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루셀리드 종인가...’
거대한 덩치와 마력으로 5성급 드래곤에 랭크된 루셀리드 드래곤이 웅크리고 있었다.

“아니, 평범한 루셀리드가 아닌 것 같은데...?”

루셀리드는 강철같은 은빛과 단단한 강도의 비늘로 유명한 드래곤이다. 하지만...

“검붉은색 비늘은 처음 보는데 덩치도 뭔가 더 큰 것 같고”

[크르르르르륵]

비늘을 바짝 세운 엘이 금방이라도 불꽃을 뿜을 듯 입을 벌렸다.

“그래 선빵필승이지! 날개를 찢어버려 엘!!”

[크왕]

숨을 들이마신 엘의 피막이 부풀고는...

콰아아아아

검보랏빛 화염을 토해냈다.
그제야 엘과 시아의 기척을 읽은 드래곤이 몸을 일으켰지만 엘의 브레스를 피할 순 없었다.
무언가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드래곤이 울부짖었다.
본능적으로 드래곤에게 입힌 타격을 계산해낸 시아가 사납게 웃었다.

“이걸로 날지는 못하겠네. 잘했어 엘. 겁먹지 않아도 되겠어. 쟤 지금 정상이 아니야.”

한쪽 날개가 찢어질 듯 펄럭거리는 드래곤이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확실히 풍기는 마력과 몸의 상태가 맞질 않다. 마력이 위협적인 데 비해 몸 상태는 형편없어.’

“...확실히 할만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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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1-01-04 18:04 | 조회 : 818 목록
작가의 말
킴샤키

[5화와 6화 사이의 번외가 수정되었습니다.] 엄청 오래간만입니다...이번화는 짧고 다음화부터 조금 길어지면서 1부의 완결을 향해 달려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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