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황제직속 용기사 특무단이 1황자 전하께 인사올립니다. 아르칸타에 무궁한 영광을!!"

북문에 도착하자마자 시아를 필두로한 특무단 전원이 루엘디움 앞에 무릎을 꿇었다.

“일어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특무단 여러분. 여러분께서 아시다시피 저는 아르칸타 제국의 제1황자, 루엘디움 리젠 폰 아르칸타 입니다. ”

루엘디움의 예의바른 인사에 시아가 일어나 화답했다.

“황제폐하 직속 용기사 특무단의 단장을 맏고있는 비센테 가문의 시르카시어스 베디아 로엘 비센테 입니다. 본의 아니게 전하를 속인 점 용서하시길.”

시아의 말에 특무단 단원중 몇몇이 시아에게 기어코 황자도 속여먹였냐는 듯한 시선을 보내왔다. 평소 시아의 이미지를 알 수 있을듯한 눈빛이었다.

“하하. 괜찮습니다 단장. 덕분에 즐...거운 일주일 이었으니까요.”

정식으로 인사를 마친 루엘디움이 피곤하다는 핑계로 자리를 피한 후, 루엘디움보다 더 지치고 힘들 특무단 단원들은 시아의 손에 이끌려 회의실로 들어갔다.

“그래서? 어떻디? 아직도 많아?”

대뜸 물어보는 시아에게 은발의 청년이 단원들을 대표해 답했다.

“저번 토벌보다 확실히 개체수는 줄었습니다만..”

“다만..?”

시아의 재촉에 은발의 청년이 마른침을 삼키고 대답했다.

“아까 보셨다시피 샤르키서스같은 고위급 마물들이 개체수의 대부분을 차지하고있었습니다. 상황이 좋진 않습니다.”

“...그렇단 말이지. 좋아. 일단 많이들 힘들었을텐데 일단 디엔빼고 다들 들어가 쉬어 내일까지 휴가다.”

“단장 최고!!”

“속지마! 하루 쉬게하고 우릴 더 굴릴속셈이라고!”

“자...러 갈꺼야...잠...”

꼬질꼬질하고 시끄러운 단원들이 모두 나간 뒤, 회의실에는 시아와 디엔만이 남아있었다. 문을 닫고 긴 은발을 하나로 가지런히 묶은 그는 시아 건너편 소파에 앉았다.

“그래서, 물어나봅시다 단장. 1황자가 왜 여기있습니까?”

그의 이름은 디엔 마르커스. 황제파 고위귀족인 마르커스 백작의 차남이자, 특무단의 부단장이다. 또한 헤일론에서 시아의 비밀을 알고있는 유일한 이였다. 디엔의 삐딱한 물음에 시아가 똑같이 삐딱하게 답했다.

“뻔하지 않니? 비센테를 얻으려 온거겠지.”

“아니 황제폐하는 양심이 있으신겁니까? 12살 꼬꼬마를 마물 밭에 던져놓고는, 이제와서? ”

“말조심해라. 아무리 양심이 없어도 제국의 지존이시다.”

주인의 황가에 대한 충심을 대변하듯 낮게 가라앉은 시아의 마력에 회의실의 온도가 낮아졌다.

“알았습니다. 알았어요 마력좀 거둬요 춥습니다.”

“흥...”

시아가 마력을 거두자 파리해졌었던 디엔의 안색이 점차 돌아왔다.

“그래서, 황자저하께서는 얼마정도 머물거라 예상하십니까?”

“3년... 내 성인식이 그때거든. 뭐, 그땐 우리도 모두 황도로 돌아갈거야 무슨 수를 써서라도.”

시아의 단호한 말에 디엔이 그럴줄 알았다며 오래도 머문다며 궁시렁거리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래요 그럽시다.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뭐가 그럽시다야...술이나 한잔 하고가지?”

“아뇨. 설마 귀하신 황자저하께서 혼자 오셨겠습니까? 분명 병사니 보좌관이니 뭐니 주렁주렁 따라오고 있겠지요.”

“오, 정답”

“그러니까 준비나 하러가렵니다. 술은 단장 혼자 드시던지 황자저하랑 드세요. 좀 친해질겸.”

“....”

디엔이 나가버리고 시아의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술은...절대 안돼.’
앉아서 술병만 한참을 노려보던 시아도 심경이 어지러워졌는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창문가로 간 시아가 창문을 활짝 열고 속삭였다.

“엘.”

휘이이잉
아주 작은 속삭임이었지만 이내 돌풍이 불어오며 엘이 창문가에 모습을 드러냈다.

[큐우우우웅]

“그래그래 와줘서 고마워. 그런데 간식 없어.”

[큐우우웅! 큐웅!]

“그래 미안 오후에 간식사러가자.”

시아는 엘을 마구 쓰다듬다 안장도 얹지않은 엘의 등에 올라탔다. 올해 11살이된 엘은 시아의 가족이자 가장 친한 친구이며 깊은 교감을 나눈 인생의 동반자이기에 모든 라이더의 필수품인 안장마저도 필요하지 않았다.

“자. 한번 날아보자 엘.”

후우우우웅.
엘의 날개짓한번에 그들은 헤일론의 상공으로 수직 상승했다. 순식간에 땅이 멀어지고 넓고 푸른 하늘에는 오로지 그들만 남아있었다.

“후우우우. 좋다. 황자니 황위다툼이니 정쟁이니 익숙하지도 않은 것 때문에 이래저래 생각이 많았었는데 네 덕분에 기분이 좋아졌어 엘.”

[큐우우우]

“그래. 더 높이 가자.”

엘은 날개를 펄럭이며 더 높은 상공으로 향했다. 일반적인 드래곤의 한계치를 넘어 시아의 괴물같은 육체와 다크페어리의 튼튼한 날개만이 버틸 수 있는 곳까지 올라간 그들은 더는 보이지도 않는 헤일론을 내려다보았다.

“엘. 난 이곳에 뼈를 묻을줄 알았는데...”

[큐우웅]

“조만간 돌아가게 생겼다. 고향으로.”

황자가 다른곳도 아니고 분쟁지역인 이곳에 직접왔다는 것은 자신을 기필코 데려가겠다는 의지의 표출이자 그 의지가 바로 황제의 뜻이라는 거였다.

“돌아가도 우리 눈치보지 말고 당당하게 살자. 이제는 우리가 제일 강하니까. 어리숙한 12살짜리 애가 아니니까.”

[큐우우웅]

인연을 맺은 드래곤이 황권에 해를 끼칠지도 모른다는 의심 하나에 춥디추운 북방으로 내몰려 밤마다 몰래 눈물을 훔치던 어린아이는 더 이상 없었다.
대신 그곳에는 가장 높은 곳에서 자신이 지켜내고 일궈온 영지를 바라보는 헤일론의 진정한 주인만이 있을 뿐이었다.

“자...이제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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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2-14 12:38 | 조회 : 1,334 목록
작가의 말
킴샤키

다음화는 2월 17일에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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