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루엘디움은 꿈을 꾸었다. 잊을만 하면 몇번이고 되살아나는 악몽, 그것은 이제 그만 잊고싶은 아득한 과거의 일을 반복하고 또 반복해서 그에게 보여주었다.

‘황자께서 황제가 되셔야지만 모두가 삽니다.’

‘1황자가 사라져야 우리가 살 수 있어요’

무수히 반복해서 들어온 말. 그의 어머니, 리젠황후가 돌아가신 후, 황궁은 아직 어렸던 루엘디움에겐 지옥이었다. 어머니의 뒤를 이어 황후가된 로제타황비와 그의 아들은 적장자인 루엘디움을 지독하리만치 핍박했고, 기댈곳 없는 어린황자는 황제파 귀족들의 잔인한 기대에 짖눌려 살았어야했다.

‘살아야 합니다. 루엘, 이 어미의 몫까지요.’

꿈에서조차 어머니는 냉정했고, 루엘디움은 꿈임을 알면서도 늘 여린 상처를 쑤시는 고통을 느꼈다. 고통이 끝나길만을 기다리고 꿈에서 깨기만을 기다리고 기다리며 어린황자는 언제까지고 귀를 막고 끝없는 어둠 속에 몸을 숨겼다.

[Πε?να.그대의 꿈은 달콤하기를.]

“..!!!”

순간, 어디서도 들어본적이 없던 고운 미성과 함께 어둠속으로 숨어들었던 루엘디움의 몸이 확 끌어당겨졌다. 순식간에 덜덜 떨리던 차가운 몸이 따뜻해지며 어린 루엘디움의 눈에서 더이상 차갑다 못해 얼어붙은 눈물 대신 따뜻한 눈물이 툭 떨어졌다.

“...이게 무슨...”

한번도, 단 한번도 없었던 일이다. 악몽에 시달리던 작은 꼬마는 이런 따스함이 낯설은지 몸을 움츠렸다.

“그래도...이젠...”

‘더 이상 춥지 않아.’
어느새 꼬마의 입에는 옅은 미소가 걸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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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일어나시지...’
이미 해는 완전히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시아는 아직도 자신의 무릎을 베고 자고있는 루엘디움을 흔들었다.

“일어나세요 전하 일어나세요! 해가 중천입니다!”

“으음...”

시아의 재촉에 감겨있던 루엘디움의 눈이 천천히 떠졌다. 아침 햇살을 받은 그의 눈동자는 여느 보석 못지않게 붉은 빛을 내며 찬란히 빛나고 있었다.

“안녕히 주무셨어요 전하?”

“!!!!??!!”

완전히 의식을 되찾은 루엘디움은 시아의 허벅지에서 튕기듯이 일어나 앉았다. 누가봐도 당황한 그의 얼굴에 시아가 옅게 웃었다.

“잘 주무시던데요. 벌써 아침입니다 전하.”

“ㅈ, 제가 왜 여기에...아니..왜”

고장난듯 왜라는 단어만 반복하는 루엘디움의 눈앞에 손가락을 튕긴 시아는 그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어제 술한잔 드시고 울며 날뛰시던 전하를 끌어내긴 했는데 그대로 거처에 모시면 전하의 위엄과 남자로서의 존엄이 모두 사라질듯 하여 이곳, 남문 성벽으로 모셨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곳인데, 경치가 참 아름답지요?”

시아의 설명을 들은 그는 몇초간 정지해있다가 이내 얼굴이 불붙은 토마토마냥 달아올랐다.

“그..어제...제가 추태를...죄송합니다.”

“아뇨 괜찮습니다. 전하의 주량을 생각하지 못한 제 잘못이죠.”

“아니..정말 죄송..합니다. 시아..정말...”

뎅뎅뎅뎅
계속 사과하는 루엘디움에게 다시금 괜찮다는 말을 밷으려던 시아가 들려오는 종소리에 자리에서 튕기듯 일어났다. 덩달아 놀란 루엘디움도 일어났다.

“이..소리는 무슨 소리인가요 시아..?”

“...샤르키서스.”

“네..?”

시아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갔다. 루엘디움은 요 며칠간 처음보는 시아의 표정에서 사태의 심각성을 느꼈다.

“전하. 나디엘은 어디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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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2-12 23:07 | 조회 : 1,119 목록
작가의 말
킴샤키

nic51556281님 하트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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