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


뚜벅뚜벅
기다랗고 화려하지만 적막한 복도에 발소리가 울려퍼진다. 다급하게 복도를 걸어가던 남자는 어느새 복도끝에 위치한 가장 커다랗고 화려한 문앞에 다달았다. 문 양 옆에 서있던 병사들이 남자를 알아보고 고개를 숙였다.

“1황자 저하를 뵙습니다!!”

병사들의 우렁찬 인사에 1황자, 루엘디움은 고개를 까딱였다.

“폐하를 뵈러왔습니다.”

루엘디움의 말에 문을 막고 서있던 병사들이 양옆으로 갈라져 문을 열었다. 루엘디움은 병사들을 뒤로하고 성큼성큼걸어 거대한 홀 깊숙히 자리잡고있는 황제의 집무실 앞에 섰다.
‘...후우’
심호흡을 한 그는 집무실 문을 두드렸다.

“아바마마, 루엘디움입니다.”

그의 목소리에 문이 저절로 열리며 잔잔한 미소를 띈 황제가 루엘디움을 반겼다. 황제의 미소를 보고 살짝 미간을 찡그린 루엘디움은 허락도없이 황제의 맞은편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잠깐의 침묵이 흐르고, 먼저 입을 연 사람은 황제였다.

“그래, 무슨 일로 왔는지는 대충 알겠구나...저번 회의에 결정된 너의 헤일론 지원 때문이겠지?”

“잘 아시는군요 아바마마. 그렇다면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저를 왜 보내시려는 겁니까?”

짜증이 섞인 루엘디움의 말에 황제는 허허 웃었다.

“그곳에 네게 가장필요한 것이 있기 때문이지.”

아르칸타 대제국의 제1황자인 루엘디움에게 가장 필요한것. 그것은 바로...

“헤일론에 파견되어있는 특무단에는 비센테 공작가의 사람이 있단다. 나의 실수이자 케이드렌의 보물. 시르카시어스 베디아 로엘 비센테가 말이다...”

자신의 편이 되어줄 사람, 즉 세력이었다. 사별한 전 리젠황후소생인 루엘디움에게는 배다른 동생들이 있었는데 그중 2황자 카이르는 호시탐탐 황태자 자리를 노리고있는 정적중 하나였다.

“무엇때문에 짐이 황태자 책봉을 늦추고있는지 아느냐”

황제의 질문에 루엘디움이 즉각 대답했다.

“저와 카이르의 세력이 비등하기때문 아닙니까.”

“맞다. 둘의 세력이 비슷해서는 안돼. 한쪽을 누를 만큼의 차이가 있어야한다. 그런점에서 철저한 중립을 지키고있는 공작의 도움이 절실하지.”

말을 마친 황제는 얕게 한숨을 쉬었다.

“대대로 비센테공작가는 황제파 대표귀족 아니었습니까 아바마마. 헌데 어째서 지금대의 공작은 중립을 지키고있는지요.”

루엘디움의 질문에 황제의 미간에 주름이 깊게 패였다.

“다 짐의 잘못인게지.. 네가 헤일론에 가 그 아이를 만난다면 모든 의문이 풀릴게다. 가거라. 가서 비센테를 얻고 지금쯤 분쟁지역으로 너를 내몰았다는 기쁨에 취해있을 황후와 카이르에게 한방 먹여주거라..”

황제의 무거운 말에 루엘디움은 고개를 숙였다. 이러니저러니해도 결국 답은 헤일론에 있음을 알아차린 그는 마음을 굳히고 고개를 들었다.

“알겠습니다. 3년, 3년안에 비센테를 얻어 돌아오도록하겠습니다.”

“그래 루엘디움. 가서 답을 찾아오너라.”

황제에게 고개숙여 인사한 루엘디움은 곧장 시종을 불렀다.

“가서 나디엘과 헤일론 지원병력을 준비시켜주세요. 저는 나디엘과 먼저 가있을테니 병사들을 통솔해 최대한 빨리 따라오라고 페르시엠에게 전달해주시고요.”

“예”

시종이 명을 전하기위해 떠나고 적막한 복도에 멈춰선 루엘디움은 하늘을 바라봤다. 비가 쏟아질것같이 우중충한 하늘이 그의 마음을 대변해주는것 같았다. 짧은 우울끝에 루엘디움의 한없이 순해보이던 루비빛눈이 매서워졌다.
‘원하는 답이있다면 분쟁지역이던 어디던 갈 준비가 되었다. 기다려라 비센테... ’
그렇게 제1황자 루엘디움 리젠 폰 아르칸타의 북부마물분쟁지역, 헤일론 지원이 결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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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2-09 21:41 | 조회 : 1,742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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킴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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