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바랐던 것(4)

에반젤린에게 큰 상처는 없었다. 다만 옷자락이 찢어지고 약간의 열상이 있다는 것 정도. 왜 의식을 잃은 건지 그것까지 우리가 알 순 없었다. 혹시 알지 않을까 싶었던 스태로 씨는 어디론가 사라져 방에 없었고 야우라는 잘 모르겠다며 우선 약 같은 걸 찾아보겠다고 나갔다.
남은 우리는 그저 침대에 바르게 눕혀놓고 혼자 일어날 수 있도록 기다리는 수밖에.
그렇게 침대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는게 할 수 있는 것의 전부.

그게 전부일까.
아니.
나는 꿇고있던 무릎을 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 어디가는 겁니까...?"

레샤가 붙잡듯 물었다.
어디로 가냐고 묻는다면 딱히 대답해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어디로 갈진 나도 모른다. 그냥, 지금은 스스로 생각해보기로 한 것이다.
그 누구의 말처럼.

"레샤, 넌 여기서 피츠랑 같이 있어."
"뭐, 뭔데요... 갑자기..."

"수성전은 네가 제일 잘하는 거니까. 잠깐만 나갔다 올게."

그렇게 말하고 나는 방 밖으로 나와 문을 꽉 닫았다. 그런 다음엔 옆에 있는 방, 내가 사용하던 곳으로 갔다. 그곳엔 내 검이있다. 여기 올 때 우리는 호위역이라는 이름으로 피고용되었다. 단순히 서류상의 오르기 위한 직책일뿐이었지만 야우라가 기분 좀 내보자며 검을 챙겨오라는 말에 그대로 따랐다. 원래대로라면 상자 속에 쳐박혀서 꺼낼 일이 없었던 건데.
수도원에서는 맡길게 아니라면 아예 소지하라는 말에 가지고 들어온거다.
나는 그 검을 어께에 걸어매고 밖으로 나왔다.
그 후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서 우선은 올라가보기로 했다.

그 자식의 머리속이 어떻게 되먹은 건지 모르겠어.

화살, 여기서 화살이라고 하면 한 사람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부러진 화살은 원랜 바닥에 박혀있었다. 새라도 잡으려고 하늘에다 쏜 게 아니라는 거다.
애초에 수도원에서 무기를 사용했다는 거부터 얼토당토 않은 일이다.
그 정도로 정교를 싫어했던 걸까, 처음보는 사람에게 위해를 가할만큼.

아. 그 사람의 사정같은 건 지금 고민할 게 아니었다. 중요한 건 어째서인지 그 사람이 아직 여기에 남아있을 것 같다는 나의 예감. 그건 내게 두려움의 가시처럼 작용했다.

이젤은 수도원에 혼자 남아있었다.
사냥꾼이라는 얘기를 듣는 걸 보면 이런 고립무원에서도 알아서 먹고 살 그런 사람임과 동시에 구태여 여길 지킬 이유도 없는 사람이라는 뜻이기도 했다.
그는 스스로를 선도사라고 했다. 자신의 방법으로 선도를 한다고. 그런데도 남아있었다. 그럼 앞으로도 남아있을거라고 생각하는 게 더 말이 되겠지.
이젤은 아직 여기에 있을 거다.

에반젤린을 죽이려한 걸까, 아니면 단순히 겁을 주려고?
바보 같은 정교가 싫어서?
이젤은 우리 모두가 바보같다고 했다. 그럼 지금 그 사람은 어디에 있지.
막상 저지르고나니 무서워져서 도망친 것일수도 있다. 혹은 싫증나서 사냥이라도 하러 나간 것일수도 있고. 글쎄 그 목표가 수도원 외부에 있을지 내부에 있을지, 내가 그 사람 머리속을 어떻게 알겠나.
그러니까 물어보고 싶은거다. 물어볼 거다.
왜 그런거냐고.

기도실이 모여있는 3층은 조용하다. 조심스럽게 각각의 방을 살폈지만 특별한 부분은 찾을 수 없었다.
나는 그대로 아래층에 내려갔다.

야우라를 혼자 보내지말 걸 그랬다. 아저씨도 그렇고 그 애도 그렇고 지금 혼자 있는 건 너무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후회도 이미 늦었다. 저지르고 나서야 빈틈을 깨닫는 건 미숙하단 증거였다. 그에 반해 상대방은 노련한 사냥꾼. 그마저도 있을지 없을지 정확히 모른다니 머리가 아프다.

아니야 머리속은 되려 맑았다. 또렷하게, 한가지만을 생각하고 있다. 아픈 건, 숨을 옥죄고 있는 가슴.

철벅. 철벅.
축축한 발소리가 들렸다. 그 남자는 오랜만에 집에 돌아온 여행자처럼 깊은 한숨을 쉬었다.
이젤 선도사. 아, 지금의 그는 선도사가 아니었다. 그는 오른쪽 어께에 활을, 허리 왼쪽에 화살통을 매고 있었다.
그 사람은 물에 절은 가죽이 축 늘어질 정도로 흠뻑 젖은 모습으로 나타났다.
가죽장화 안까지 물에 찬 건지 걷는 걸음마다 계속 소리가 났다.

본당의 문을 열고 들어온 이젤은 회랑에 서 있는 날 발견하곤 그 자리에 멈춰섰다.

"어디갔다 오는 거에요?"

내가 먼저 물었다.

"난, 형제님 같은 부인을 둔 기억이 없는데?"

항상 그랬듯 이죽거린 이젤은 그 자리에 선 그대로 말을 이었다.

"뭐 안 그래도 찾고 있었으니 잘 됐네. 다른 ''손님''들은?"
"그건 왜요?"

"선도사가 원 내 사람을 찾는데 이유가 필요한 건가?"
"그건 선도를 위해서인가요?"

"비슷하다면 비슷한거지."

나는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갔다.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있는 게 도움이된다고 생각했다.
이젤이 가지고 있는 무기는 활이다. 게다가 일부러 맞추지 않을 수 있을만큼 실력도 좋다.

"선도사님은 왜 여기 남아계신 거죠?"
"그런 건 왜 물으시나? 갑자기 나한테 관심이라도 생겼나."

조금씩 조금씩.

"선도사님은 바보가 싫다고 했는데 혼자밖에 없는 수도원을 지키는 건 바보같으니까요."
"바보라... 이렇게 큰 집의 주인이 된다면 바보여도 괜찮을 거 같지 않아요?"

수도원은 작은 성이다. 성치고는 보통 작은게 아니지만 성은 성이다. 거기에 때 되면 사람들이 생필품을 배달해주고 수도승이 없으니까 딱히 신경 쓸 사안도 없다.
자기는 혼자 하고 싶은대로 사냥이나 즐기면서 살면되는 그런... 어우 뭐야 여기 오지가 아니었구나 되게 좋은 곳이었네.

참나, 이런 상황에서도 실없는 생각이 다 든다.

"거기 서."

실실 웃던 이젤이 불현듯 표정을 굳히고 말했다.

"더 움직이지 마."

구부러진 이젤의 오른팔이 활의 끝을 잡고 있었다. 저대로 팔을 피면 활은 곧장 어께에서 빠져나온다.
난 대체 무슨 계획을 가지고 저 사람한테 다가가려고 했지. 완전 무계획이었던거랑 다를 바가 없잖아.
막연히 얘기로 시선을 돌리면 당해줄거라고 예상하는 건...

선도사가 말했던대로 난 정말 바보일지도 모르겠다.

"그 검, 무슨 용도로 매고 있는건지 물어도 될까."

...미숙해도 너무 미숙하다.
아예 상대가 안 될 정도네. 어쩐지 창피해졌다.

"어... 불안해서...?"
"흐응? 직업이 뭐지, 용병인가?"

다행히 내 정신적 약점은 대답하지 않고 넘어갈 수 있었다.

"하긴 요즘 시기가 그렇다보니 용병들은 신경이 날카로울 수도 있지. 그러게 진작에 꺼지라고 했잖아."
"그럴 수 없었던 거죠."

"그래 그렇다치고. 다른 사람들은, 역시 위에 있나?"

이젤이 눈짓으로 위 층으로 오르는 계단을 가리켰다.

"왜 묻는거냐고요."
"왜 대답을 안 하지?"

그는 아예 화살통 위에 손을 얹었다.

"슬슬 짜증나려고 하는데."

이미 눈빛부터 달라져 있다.

나는 마른침을 삼켰다.
...마법의 정석 1편을 보면 심화과정이란 게 있다. 상급마법의 맛보기 같은 것인데 거기엔 바람을 이용해서 방어막을 펼치는 그런 알아먹지 못할 게 이론적으로 적혀있다.
결론은 뭐냐면 나하곤 인연이 없다는 뜻이다.

"우리... 대화로 해결할래요...?"
"다른 사람들은?"

그 순간, 이젤 선도사의 옆으로 무언가 날아들어 벽에 쳐박혔다.
촤자장, 하고 산산히 부서져버린 그건 유리병이었다.
뭐지?
사태를 파악하기 전에 두 번째 유리병이 깨졌다.
이번엔 날아온 방향을 보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아! 또 같은 실수!
재빨리 이젤에게 눈길을 돌렸을 때, 그는 이미 밖으로 빠져나가고 없었다.
한시름 놓는건가. 그건 그렇고 뭔지 모를독한 냄새가 올라왔다. 유리가 깨진 곳엔 들이친 비와는 다른 짙은 색의 물이 흘러있었다.
다른 게 아니라 술냄새다.

"이야! 저 녀석 뭐야?!"

뒤이어 작은 유리병을 여러 개 들고 있는 야우라가 나무판자 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완전히 쏠 기세였다고! 고향이었으면 저건 이미 쐈다치고 한 대 때려도 정당방위였다고!"

야우라는 병주둥이를 잡고 휘두르며 이젤이 빠져나간 문을 향해 소리쳤다.

"레이크 넌 뭐하고 있었어! 저건 칼로 치면 목까지 들이민 거란 말이야!"
"야... 그 상황이면 내가 뭘 어떻게 해... 고맙긴 하다만..."

조금 초라하지만 난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분명히 그 때, 난 올빼미의 눈에 띈 쥐처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하긴 그것도 그렇네."
"근데 그건 뭐야?"

그 애는 여전히 술병을 흔들고 있었다.

"마셔보니까 브랜디던데. 밑에서 찾았어. 이렇게 쌘 술은 상처에 쓰기도 한다고오."

그러고보면 그렇기도 했다. 그래, 그렇긴한데.

"수도원에 술이 있어?"
"많던데?"

수도원 지하에 술을 숨겨놓다니 그래도 되는 건가 싶었지만 우리가 쓸 수 있게 되었으니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했다. 아니 오히려 고맙다고 해야할지도 모르겠다.

"아 그래? 일단... 올라가자."

나는 야우라와 함께 위층으로 돌아갔다. 별다른 약은 없고 브랜디를 찢어진 상처에 부어 소독하고 다시 헝겊을 싸 묶은 것이 전부. 에반젤린은 별다른 차도를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심한 상처는 아니니까 걱정할 건 없지만...
나는 밖으로 나와 복도 벽에 기대 섰다.

그치만 문제는 이젤 에텔리어였다.
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여전히 가늠하기 어렵다. 확실한 건 나를 어엄처엉나게 적대시하고 있다는 것 정도.
어떻게 된거지 도대체.

"어떻게 할 거야?"

야우라였다.
그 애는 나와 마찬가지로 방에서 나와 복도 벽에 기대고 섰다.

"모르겠어... 이런 건 처음이야..."

토하고 싶었다.

"뭐야, 그럼 어떡하자고."

야우라는 남은 브랜디를 한 모금 삼키더니 괴로운 듯 즐거운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아, 내가 어떻게 알아."

화를 내기에도 기운 빠져서 화 낸다기보단, 핀잔을 주듯 말이 나와버렸다.

"그 밥 말아먹은 놈, 다시 올까?"
"내가 어떻게 아냐고. 그걸."

"스태로 아저씨는 어디로 갔지?"
"몰라. 못봤어."

"야 나 화낸다?"
"내가 뭘 어쨌다고."

"요게 누님한테 말하는 뽐새 봐!"
"아!"

번쩍! 하고 눈앞이 깜빡였다. 기습적으로 맞은 이마가 따갑다.
잊고있었다. 잊고있었지만... 이 녀석, 엄청 짜증나는 애였지.

"야! 뭐 해준게 있어야 누님이라고 하지이!"
"뭐? 다시 말해봐! 다시 말해보라고!"


...그리하여-

한바탕 육탄전을 벌인 우리는 사이좋게 회랑에 숨어있게 되었다. 하나뿐인 출입구를 마주보고 두 개의 기둥 뒤에 각각 한 명씩.

"다시 돌아올거야."

내가 말했다.

"확신해?"

무릎을 세워 앉은 야우라가 제 검의 손잡이를 만지작 거렸다.

"안 오면 좋지 뭐."
"생각대로 안되면 어쩌려고, 플라나 사제랑 결투라도 하게?"

"결투가 아니야."

검과 검이 부딪히는 게 아니다. 이젤 에텔리어는 활이라는 훨씬 우월한 무기를 가지고 있다. 아까 전에는 그냥 사라졌지만 야우라도 말했듯이 그는 쏘기 직전까지 갔었다.
다음 번에도 그러리란 보장이 없잖아. 무엇 때문이든 그 자식은 자기 목적을 이루려고 할 것이다.
그래도 우린 둘이나 있다.

"내가 검 말고도 활에도 일가견이 좀 있거든? 고향 친구가 전문가였어."
"잠깐만 활은 그렇다쳐도 왜 검도 잘 아는 척 해."

나는 은근슬쩍 거짓말을 섞는 야우라에게 딴지를 걸었다.

"뭐? 또 맞고 싶다고?"
"아니요... 그래서 그게 왜?"

"짐승을 쏘는 것하고 사람을 쏘는 건 다르데. 그리고 쏘는 화살의 종류도 다르다더라고."

아아, 그런 토막지식이 있다는 건 잘 알겠다.
잘 알겠는데.

"그렇다고 덜 아픈 건 아니잖아."
"뭐 그렇겠지?"

"그리고 그건 너희 고향 얘기 아니야?"
"뭐 그렇지?"

"그럼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 거냐고!"
"앗, 잠깐."

결국은 아무 의미없는 얘기를 늘어놓던 야우라가 손가락을 들어 나를 제지했다.

"뭐, 뭔데?"
"그냥. 히힣."

낚시질로 내 말을 끊는데 성공한 야우라가 실실 웃었다.

"야 이씨...!"

무심코 성깔을 부렸던 나는 벌컥 하는 소리에 냉큼 입을 다물었다. 물에 젖은 경첩이 끼이익하고 기분나쁜 쇳 소리를 낸다.
이윽고 발소리가 이어진다.
이젤 에텔리어가 왔다.

조심스러운듯 하면서도 빠른 박자의 발걸음은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그 거리가 더 가까워지기 전에 자리에서 일어나 먼저 모습을 보였다.
이전과 별 다를바 없이 흠뻑 젖은 모습의 사냥꾼이 몹시 화가 난 눈빛을 내뿜고 서있었다.

"수도원 규율에 의하면, 원 내에서 술병을 던지는 놈은 화살을 박아줘도 되는데, 할 말 있어?"

그가 천천히 걸어오며 말했다.

"아니 그런 법이 어딨어, 세상에!"

하도 어이가없어서 나도 모르게 딴지를 건 사이 이젤 에텔리어는 통에서 화살을 뽑아 활에 걸었다.
그가 왼손을 놓으면 눈깜짝하는 사이 꼬치가 되는거다.

"있을 수도 있지! 있을 수도 있는데, 일단 대화를 좀 할까요...!?"

나는 양손을 들고 천천히 뒷걸음질 쳤다.

"다른 사람들은 어디에 있지, 아직 이 안에 있나?"
"얘기 좀 하자고요, 우리!"

"너희들하고 할 얘기 없어. 마지막 인내심이야, 여긴 왜 왔지?"
"대화 몰라요? 대화!"

내 몸통을 노리던 그의 활촉이 순간적으로 아래를 향했다.
다른 건 몰라도 그것만큼은 알아차렸다. 위협사격이다.

"야우라!"

기둥의 사각에 숨어 슬금슬금 이젤의 뒤로 움직였던 야우라가 뒤에서 그를 덮쳤다. 검없이 검집만을 따로 목에 걸어 체중을 실자 이젤은 크게 균형을 잃고 비틀거렸다.

"뭇?!"

그럼에도 그는 눈을 부라리며 시위를 놓았다.
화살은 노렸던 곳보다 더 높은 내 뺨을 스쳐지나갔다.

"레이크! 빨리!"

메달려 버티고 있는 야우라가 소리쳤다.
이젤 에텔리어는 자기 목을 조르는 검을 잡아당기느라 여념이 없다. 그리고 그 사이 나는 그 자식에게 달려들어 화살통을 잡아당겼다. 허리띠에 걸려있던 화살통은 고리가 빠져나가며 분리되었다.

"됐어!"

내가 소리침과 동시에 야우라의 팔을 붙잡은 이젤 에텔리어가 그 애를 바닥에 메쳤다.

"엄마야!"

탁! 돌바닥에 내쳐질 뻔한 야우라는 땅에 발을 딛고 무릎을 세워 아치형 다리처럼 버티고 섰다.
과연 발군의 순발력과 유연성.
그 사이 나는 화살통에 남아있던 4개의 화살을 전부 무릎으로 부러뜨렸다.

"이것들이...!"

이젤은 팔을 붙잡고 재주좋게 버티고 있던 야우라를 아예 포대를 던지는 것마냥 나를 향해 던져버렸다.
겉보기엔 안 그래도 사냥꾼 생활을 해서 그런지 완력도 상당하다. 거기에 아무리 순발력 좋고 유연해도 체질 때문인지 몸무게는 가벼운 야우라는 가볍게 날아와 나한테 쳐박혔다.

"드엑...!"
"느익...!"

포개져 바닥에 쓰러진 우리는 기묘한 비명을 질렀다.
이젤 에텔리어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눌렸던 목을 붙잡고 바로섰다.

"선도사님말고 다른 사람들이 전부 바보인 건 아니거든요!"

나는 야우라를 위에 얹고 쓰러져있음에도 기세좋게 소리쳤다.
이제 이젤 에텔리어의 활은 무용지물이지만 우리에겐 나의 검이 남아있었다. 사용했던 야우라의 검은 일찌감치 빼놓고 검집만 사용했으니 막대기로써 말고는 기능하지 못한다.

"이제 무기도 없으니까 얘기 좀 합시다."
"난...! 마지막 인내심이라고 말했다...!"

이젤이 걸걸한 목소리를 내었다.

"어쩔껀데요. 화살은 전부 부러졌는데."

활만 있는 거라면 충분히 해볼만 하다. 거기에 우리가 두 명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하, 사냥에 대해서 하나도 모르는구나."

입가에 새나온 침을 닦아낸 이젤 에텔리어는 오른쪽 다리에 낀 가죽 각반안에 손가락을 넣고 숨겨두었던 화살을 꺼냈다.

"사냥꾼은 늘 부적을 들고다녀."

원래 쓰던 것보단 다소 짧지만 충분히 사용할만큼의 길이는 되어보였다.
저런 게 있을 줄은 정말 생각 못 했는데.

"히이...! 깜빡했다."
"야! 잘 안다더니 제일 중요한 걸 말 안하면 어떡해!"

나는 뭘 잘했다고, 평범하게 놀라는지 모를 야우라에게 소리쳤다.
그 와중에도 이젤 에텔리어는 화살을 시위에 걸어 활을 당겼다.

"움직이지 마!"

그 날카로운 엄포에 우리는 당장이라도 도망치려했던 움직임을 우뚝 멈추고 말았다.

"움직이면 어디 맞을지 나도 모르니까...!"

어...
그 말씀, 가만히 있으면 살려는 주신다는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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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2-14 21:10 | 조회 : 281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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