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양보할 땐 이유가(1)

해는 동쪽에서 떠 서쪽으로 지고.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며.

잎이 지면 겨울이 오고.

시간이 지나면 모두 성장하듯.

레이크 아이힐데른은 늘 한가하다.

이 세상에 밝혀진 여러가지 규칙들이다.
유유자적하게 침대 위에서 이런 생각들을 하고 있노라면 나는 어떤 우주를 느꼈다.
머리속이 하얘지고 꼭 잔잔한 호수 위에 몸을 맡겨 둥둥 떠다니는 감각. 그런데 그 물이 따뜻하기까지 하다면 그거야 말로 사기 아닌가.
침대와 이불이란 그런 존재다.

이건 졸리다는 말이 아니다.
오늘은 에반젤린도 성당에 행사가 있어 오기 힘들다고 했고 클로에도 딱히 독촉하고 싶은 마음은 없는 것 같아 아침부터 점심까지 쭉 이 상태이니 더 없이 좋다.
그렇게 평안을 누릴 무렵 누군가 문을 두들겨 방해를 해왔다.

"야, 레이크! 레이크! 문 좀 열어봐!"

헤세의 목소리.
연거푸 문을 두들기며 부르는 소리에 나는 병든 닭마냥 겨우 움직여 문을 열었다.

"야야야, 너 오늘 1층 내려가봤냐."

헤세는 뭐가 그리도 신난 것인지 기쁜 급보라도 가져온 사람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아니... 오늘 아직 밖으로 한 발자국도 안나갔는데."

하품 섞인 대꾸를 들은 헤세의 진청색 눈동자가 퀭하게 굳었다.
말할까 말까 고민되는 것인지 두건을 한 번 고쳐쓰기까지 한다.

"내가 남한테 이런 말 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그건 좀 심하지 않냐."
"뭐가, 내가 이토록 완벽한 사람이라는게?"

"이건 또 뭔... 그래 그건 그렇다치고. 그것보단 밑에 가봤냐니까."
"아까 오늘은 나간적 없다고 했잖아."

'아 맞다.' 하며 실실 웃던 헤세는 다짜고짜 나를 밖으로 끌어당겼다.

"너도 한 번 가봐야되 안 가면 손해라고."
"뭐가, 대체 뭐를..."

어느 것 하나 알려주는 것 없이, 질질 끌려가듯 복도를 지나 어쩔수 없이 계단을 내려가던 중 헤세가 우뚝 멈추어 2층과 1층 사이에 숨었다.
나도 따라 거기서 쪼그려 앉아 1층을 내려다보니 정말 무슨 일이라도 있긴 한건지 생각보다 제법 여러 사람들이 모여있는 것이 보였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평소에는 옷자락도 보기 힘든 가난뱅이 마법사들까지도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있는 건 정말 이상한 현상이긴 하다.

"뭐야. 내가 모르는 사이에 무료 급식소라도 시작한거야?"

그렇다면 내가 빠질 수 없지.
라는 건 아닌 건지 헤세가 팔꿈치로 내 옆구리를 두들기며 말했다.

"저길 봐, 저길."

녀석이 가리키고 있는 바 형태의 테이블에는 낯선 사람이 한 명 앉아있었다.
조심스럽게 컵을 내려놓는 소녀.
누군가 말을 건 것인지 뒤쪽을 보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대화를 나누며 미소를 짓는 소녀의 모습은 방구석 마법사들을 불러낼 정도로 눈에 띄었다.
애초에 어떻게 알고서 기어나온건지 둘째치고서라도 말이다.

고개를 움직일 때면 물결처럼 건강한 머리칼이 허리까지 내려 찰랑이고 햇빛이 닿는 부분은 햇빛의 색으로 그렇지 않은 부분은 옅은 초록색을 띄어 신비스러운 느낌을 주었다.
특이하게도 눈가에 스치는 머리칼은 한가닥 땋아 마치 장식품처럼 만들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와 비슷한 색을 띤 눈동자는 조심스럽게 실내를 살피고 있다.

무릎까지 내려오는 나뭇잎 색의 케이프 로브는 그 소녀가 변변찮은 나그네임을 보여주었지만 그마저도 덮어버릴만큼 예쁘다.

솔직히 그런 미인을 보는 건 처음이라서 조금 넋을 놓고 말았다.
세상엔 저런 인간도 있구나.
그리고 그런 감탄에 뒤통수를 날리듯 소녀가 머리칼을 쓸어넘기자 한뼘만큼 길게 뻗은 귀가 바깥으로 드러났다.

현존하는 대륙의 인종 중 가장 폐쇄적인 문화를 가진 종족.
전통을 사랑하고 문화를 계승하며 그것을 기꺼이 이어받아 자랑스러베 여긴다는 엘프, 때문에 대체로 태어난 고향에서 떠나지 않아 과거에는 가장 희귀한 했다고 한다.
지금은 그것도 아닌 모양이지만 방랑을 하는 엘프는 여전히 희귀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었다.
책이 거짓말을 한 건 아닐테고...

"네가 말했던 봐야한다는 게 지금 이 상황을 말하는거야?"

나는 헤세에게 물었다.
와서 밥 먹는 엘프를 보려고? 뭐 흔한 일은 아니지만... 고작, 이라고 할까.
의외로 반응은 담담하게 나와버렸다.
그것에 헤세에게는 믿기 힘든 모양이다.

"어라, 너 반응이 영 시원찮다? 드디어 눈에 문제라도 생긴거냐?"

그러게나 말이다.
스스로도 조금 의외였다.

"스읍, 흠... 에반젤린한테 적응되서 그런가?"

외모라면 그 애도...
내 순수한 의문에 헤세의 눈이 또 퀭하게 변했다.

"아아, 좋으시겠어요. 이 쓰레기 같은 놈아."

헤세가 아무렇지도 않게 저주를 퍼부었다.
아니 내가 뭘 어쨌다고.

좋지 못한 소리를 들었으니 응당 그에 응해줘야하기 때문에 나는 헤세의 팔을 툭치려고 했지만 녀석은 재빨리 내 주먹을 잡았고 그대로 손을 뻗기에 이번엔 내가 녀석의 손목을 잡았다.
이상한 힘겨루기를 하는 와중에.

퍽!

등을 타고 흘러드는 갑작스러운 충격에 나는 손을 놓치고 계단 위를 세번 굴러 1층으로 떨어져 벽에 부딪혀 거꾸로 쓰러졌다.

"켁."

나온 소리라고는 그게 전부였다.
일순간 1층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전부 내게로 쏘아졌다.
...엄청 창피하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들의 관심은 다시 각자의 곳으로 돌아갔다. 대개는 그 엘프소녀에게 향했다.
중요한 건 엘프의 인기따위가 아니다.

아니 사람이 떨어지는 걸 봤으면 괜찮냐고 묻거나 와서 도와줘야지 왜 별 것도 아닌 일인양 구냐고.
물론 실제로 어디 다치거나 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지.
어이! 이 쪽 좀 봐봐라!

보란듯이 좀 더 누워있어봤지만 더 이상의 관심은 없기에 나는 쓰러진 자세를 고쳐 앉았다.

이 냉정한 사람들... 언젠가 복수할거야...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 계단 위를 보니 로브 차림에 스태프를 등에 매고 있는 레샤가 뻗었던 다리를 거두고 바로섰다.
침묵을 삼키고 있던 헤세가 먼저 입을 열었다.

"오오, 잘했어 레샤!"

아니 저 자식이.
예상에 없었던 칭찬이었던 건지 레샤가 움찔 놀랐다.

"예? 아, 으, 익, 네, 네..."

대답을 하는둥 마는둥 미묘한 목소리를 낸 그 애는 재빨리 계단을 내려갔다.
정확히는 나한테 온 것이다.
아무래도 나와 레샤가 친하고 다시 나하고 헤세가 친하니 헤세는 친구의 친구로서 평범하게 대하고 있던 것일테지만 레샤에게는 아직 헤세가 여러모로 불편한 모양이었다.

또 어찌보면 헤세는 단순히 레샤를 놀리는 걸 재밌어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어느새 가까이 온 레샤는 다짜고짜 나한테 성깔을 부렸다.

"어디 사라졌다가 이제 나타나는 겁니까...?"

어디가긴, 방에 있었다만.
아마도 레샤가 찾아왔을 무렵엔 자고 있었을 것이다.

"네가 나도 좀 불편해 했으면 좋겠다."
"뭔가요, 갑자기...?"

그런 게 있단다.

"너야말로 갑자기 무슨 짓이야. 하마터면 죽을뻔 했잖아."
"오늘 도서관 회원증 만드는데 같이 가준다고 했잖아요...!"

숨죽여 빼엑 소리치는 레샤.
그러고보면 그런 일이 있었다.
지난 번에 동굴에서 도와준 일도 있고 그 날 저녁 에반젤린한테 얻어 먹으면서 기분이 좋아 덥썩 그런 약속을 해버렸다.
별로 대단히 큰 일은 아니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귀찮다.

"그거 그냥 너 혼자 가면 안되냐? 가면 사서가 되게 친절하게 알려주고 쉽게 만든다니까. 아니면 다음에..."

나름대로 인상을 찡그리던 레샤가 스태프를 꽉 쥐기에 나는 얼른 일어나 말을 바꾸었다.

"알았어, 알았어. 가자, 가. 가면 되잖아."

하기 귀찮더라도 이건 일종의 보답이었으니까.

그리하여-

파니엘루 왕립 도서관은 마을 동남 쪽에 위치한 시내에 있는 미크로셀 유일의 도서관이자 2개 층에 걸쳐 4만여 권의 책들이 보관되어져 있는 지식의 창고였다.
게다가 왕립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웬만한 가정집 4체를 합친 크기의 석조건물인데다가 선반이나 책장들도 모두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고 항시 대기하고 있는 사서도 무려 4명.

고향에 있었던 도서관은 괴팍한 노인의 비밀 창고 같은 느낌을 받았다면 여기는 책의 공원에 더 가까웠다.
그럼에도 내가 여길 자주 오지 않는 이유는 아무래도 도서관은 도서관인만큼 지식의 보관이 주목적이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건 적다는 뜻이다. 그래도 레샤에게는 좁고 퀴퀴한 헌책방 같은 곳보다 여기가 더 나을 것이다.

도서관에 처음 들어온 레샤의 눈이 펭글펭글돈다.
나도 처음에는 약간 비슷한 증세를 보였다.

"저번에 본 대저택의 창고보단 작은 거 같네요..."

그러더니 금세 투덜거리고 있었다.
투덜대는 건지 아니면 그냥 그렇다는 건지 어조가 헷갈린다.

저번에 본 트리샤의 저택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모양인가 본다. 딱 보기엔 작아보여도 이 도서관은 2층까지 있는데다가 더 빽빽히 서재가 들어차 일행을 잃어버리기 십상이었다.
허나 우리의 목적은 정해져있으므로 그런 일은 없었다.

"...빨리하고 빨리 가자."

나는 레샤를 데리고 도서관 입구에서 조금 떨어진 곳의 사서에게 갔다.

"아, 어서오세요. 찾으시는 책이 있나요?"

짧은 갈색 머리를 차분히 가라앉힌 남자가 우리를 보고 친절히 먼저 말을 걸어왔다.
겨자 비슷한 탁한 노란색의 조끼는 이곳 사서의 제복이었다.

"아뇨, 그게 아니라 회원증을 만드려고 하는데요. 제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레샤를 가리키려던 나는 그새 사라져버린 그 애를 찾아 좌우로 고개를 돌렸다.

얘 어디갔어?

땅으로 꺼지거나 하늘로 솟앗을리는 없을테고 앞은 사서가 있으니 왼쪽도 오른쪽도 없다면 이건 뒤에 있다는 의미다.
과연 레샤는 약간 뒤편에서 어물쩡거리며 다가오는듯 마는듯 미묘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나는 당장에 그 애에게 달려갔다.

"야, 이 정돈 별것도 아니라며?"

그리고 이렇게 다그치자, 레샤는 눈가에 음영을 더 짙게 드리우며.

"벼벼벼, 벼, 별 것도 아니죠... 하지만 약간의 시간은 필요합니다..."
"무슨 시간."
"어, 그러니까... 저 사람이 진짜 사서인가 아닌가... 하는 거라던가..."
"의심의 여지없이 진짜 사서잖아! 뭘 어떻게하면 그런 의심이 드냐?"

크흠, 하는 헛기침 소리.
사서가 떠들지말라고 주의를 주는 표시였다.
나는 애써 뒤돌아 그와 눈이 마주치지 않기위해 노력했다.
그와중에도 레샤는 양손가락의 깍지를 꼈다가 풀었다가 반복하며 말도안되는 변명을 계속했다.

"설령 사서라고 치더라도... 그... 저 사람이 바쁘다거나... 아니면 회원증을 만드는 일은 하지 않는다던가... 아니면 외국어를 쓰는 사람이라던가..."

아니 외국어만 쓸 줄 아는 사람을 여기다 왜 세워놓겠냐고.

"그런 건 물어보면 되잖아."
"그러니까... 그걸 지금 하려고 했다니까요...?!"

돌연 레샤가 나름대로 버럭 소리쳤다.
그렇다면야.

"가서 해."
"엑."

상황이 불리해지자 뻐끔뻐끔대던 레샤가 내 옆구리를 퍽 때렸다.

"그러니까...!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을 쪼끔...!"

크흠!

결국 한 번 더 주의를 받고난 다음, 레샤가 원하는대로 마음을 진정시킬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이것저것 걱정거리를 쏟아내고 그걸 반박하는 이야기만 20분가량 이어졌다.
그 많은 것들을 전부 쏟아낸 후에야 레샤는 회원증 작성에 필요한 서류를 받아 쓸 수 있었다.
이름, 나이, 주소.
술술 써내려가던 레샤의 팬이 갑자기 우뚝 멈추었다.
또 뭔가 싶어 슬쩍 보니 손이 멈춘 건 보호자란이었다.
웬만하면 안써도 되는 부분이지만 레샤는 아슬아슬하게 나이가 걸쳐 보호자의 이름도 기재해야만했다.

그걸 어떻게 써야할지 또 엄청 고민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레샤는 지금 하늘그림에서 혼자 살고 있었으니 보호자라면...

"클로에라고 써. 클로에 뢴느."
"어... 으, 예?"

내 조언에 레샤가 기이한 소리를 내었다. 그리고는 곧장 되묻는다.

"...그래도 될까요?"
"왜? 맞잖아. 아닌가, 보호자까지는 아닌건가? 그래도 얼추 맞을거야. 문제 생기면 연락할 사람을 적는 거니까."
"혹시... 문제가 생기면 클로에씨가 도와줄까요...?"
"뭐... 걔 성격상 가만두지는 않을 걸, 여러가지 의미로."

진짜 여러가지 의미로.

"그, 그렇겠네요..."

라며 레샤는 어색한 미소와 함께 보호자 이름에 클로에 뢴느를 적어넣었다. 그런 다음에는 조심스럽게 사서에게 서류를 건내주었다.
그걸 받아 빈 곳은 없는지 살펴본 사서는 그걸 한 켠에 두었다.

"회원증을 만드는데는 조금 시간이 걸리니까. 안을 둘러보시거나 볼 일을 보고 오셔도됩니다."

그 회원증이란 게 작은 딱지같이 생긴 주제에 마법인증도 달려있고 해서 뚝딱하고 금방 만들어지는 건 아니었다.
적당히 시간을 때워야하는 것이다.
회원증을 만들 수수료를 낸 후 우리는 도서관 안에서 시간을 때우기로 했다.
아무리 왕립 도서관이라고 해도 여기 역시 로망소설 정도는 있다.

그리하여.
2층에 작게 마련되어있는 잡문란에 가게되었다. 여기도 책이 적은 건 아니다. 다만 정말 잡문들이 많았고 동화도 있다보니 나한테 맞는 건 잘 찾아야 겨우 발견할 정도였다.

그래도 오늘은 운이 좋게 볼만한 걸 발견했다.
래리 스튜어트, 차갑고 딱딱한 문체가 연속적으로 이어져 속도감있고 담백한 전개를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였다.
지금 읽는 건 '파미나 사가'라는 것으로 전에 본 적 없는 작품인데 1권이 없어서 2권부터 훓어보고 있다.

레샤는 옆에서 '괴기스런 이야기들' 이란 책을 읽고 있었다.
아니, 그 성격에 저런 건 왜 보는거야 악화될 뿐이잖아.

"크... 역시 이 속도감이 좋아."

내가 그렇게 감탄하고 있을 무렵.

"빈약하군."

책장의 건너편에서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워낙 조용한 곳이다보니 사소한 소리도 귀가 뜨였다.

"이 래리 스튜어트라는 사람, 표현이 너무 빈약해. 인물이 어떻게 생겨 먹었는지도 잘 모르겠어."

뭐라고?
나는 책장의 틈사이로 보이는 녀석을 보았다.
약간 사나워보이는 소년이 나와 똑같은 자세로 책을 보고 있었다. 나랑 비슷한 나이대일까.
그런데 그 녀석이 읽고 있는 건 다름아닌 '파미나 사가' 1권!

"이런 것보단 하이넨의 소설이 훨씬 낫지."

그는 일행으로 보이는 키 큰 여성에게 말했다.
웩, 하이넨이라면 나도 알고있다. 그 사람 건 감정이 너무 과하다.
아니 무슨 주인공이 빵 얻어먹은 것만으로 질질 짜냔 말이다.
저 녀석, 보는 눈이 아주 형편없다.

"야, 레샤. 하이넨이라는 사람은 말이야. 책을 물주머니로 꽉 체워놓은 거 같아. 난 그런 코찔찔이 주인공은 딱 질색이야. 답답하다고."

그래서 레샤에게 말하듯 힐난했다.

"스튜어트의 책은 거짓말 투성이야."

어쩐지 녀석에게 반응이 온 것 같은 건 내 착각일까.

"하이넨은 고증도 엉망이더라고."

"스튜어트는 얼빠진 소리나하지."

"하이넨이 쓴 건..."
"저기, 레이크."

잠잠하던 레샤가 대뜸 내 말을 끊었다.
표정이 아주 편치 못하시다.

"전 그런 얘기엔 관심없는데 좀 조용히 해주시겠습니까...?"
"아... 어... 미안."

사과한 다음엔 멋쩍어져서 다시 책장으로 시선을 돌렸는데 우연찮게 녀석과 눈이 마주쳤다.
역시나 이 놈도 날 의식하고 있었다.
그 녀석과 나는 동시에 허공에 이야기하듯 말했다.

"하이넨은 삼류야."
"스튜어트는 삼류야."

결국 서로 참지 못한 것이다.

"넌 까막눈이냐?!"
"멍청이들은 글자 수가 많으면 눈에 안들어온다며?!"

나와 녀석이 또 동시에 소리쳤다.

"래리 스튜어트가 더 낫지!"
"누가봐도 하이넨이다!"

"래리!"
"하이넨!"

참다못한 것인지 녀석이 책장을 뚫고 달려들 기세로 선반을 붙잡았다.

"공정하게 결투로 결정할까?"
"좋아! 그래, 한 번 해봐!"

시내 한복판에서 결투는 무슨.
누가 그런 뻥에 속아서 굽힐까봐?



...글쎄 이런 바보같은 싸움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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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2-09 00:28 | 조회 : 501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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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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