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미채린의 결혼식 당일.

다이는 새벽 4시부터 완벽한 민폐 하객이 되기 위해 심열을 기울였다.

"...좋아. 완벽해."

오전 7시
막 만반에 준비가 끝났다.

"아, 어제 가져온게 어디있지?"

오빠의 정장까지 가져왔는데
절대 실패란 없어야했다.

[반짝반짝 작은...]

"이 시간에 누구지? 아, 정우."

반갑게 전화를 받았다.

"어. 정우야."
-어? 작가님 벌써일어나셨어요?
"당연하지!"

새벽 4시에 일어났단다.

[대체 무슨 일이기에 작가님이 이렇게 일찍 일어나요.]
[하하하...]
[뭔데요. 오늘 할 건데 지금도 모르는 건 좀 그렇잖아요.]

''''지금 알면 안나올 것 같으니까 그러지...''''

나와서 정장을 입기 전까지
절대 비밀이였다.

"조금도 그렇지 않아. 걱정마 서프라이즈야!"
-...무슨 일 있는 건 아니죠?
"아니니까 걱정말고 11시에 정확히 와!!"
-알았어요..

미심쩍어 하면서도 하는 더이상 군말 없이 들어주는 그가 참 고마웠다.
역시 내 후배.

''''미안하다 정우야.''''

11시 10분전.

[띵동!]

"정우?"
"네."

시간약속 한번을 어긴 적 없는 정우답게 약속시간 10분 전에 도착했다.

"빨리왔네?"
"...딱히... 근데 무슨 부탁이신데요? 일 관련 미팅이라도 있어요? 혹시 몰라서 노트북은 가져왔어요."

일 관련 미팅이라니..

지극히 사적인 일로 불러냈는데.
일 생각에 달려왔을 정우를 생각하니 양심에 찔리는 다이였다.

"...내가 휴일에도 일 시키는 악덕상사로 보였니."
"그건 아니지만요..."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야. 아, 설마 개인적인 일 관련되기 싫었으면 미안, 가도 돼..."

사실 절대 가면 안됬지만,

정우라면 안 갈거란 확신아닌 확신이 있었다.

"싫지 않아요, 괜찮아요."
"진짜?"
"네. 그러니까 무슨 부탁인지 좀 들어봐도 괜찮을까요?"
"들어도 안 갈거야...?"
"네."
"...그래... 사실..."

설명하면서 보니 정우의 표정이 미묘해졌다.

"...그런 거였어요? 아, 그렇구나."
"해줄거야? 남친역."
"할게요. 복수라니 재미있겠네요."

''''왜 기뻐하는 거 같지...''''

실제로 올라간 입고리를 주체할 수 없는 정우였다.

"작가님이 저를 도움 된다고 해주신 것도 기쁘고..."

''''아 그런 거였나...''''

"정우는 항상 도움이 되는 걸! 진짜 고마워. 정우한테는 항상 빚만 지네."
"나중에 천천히 갚으세요."
"알았어! 꼭 갚을게."
"그나저나 빌려주신다는 정장 좀 볼까요?"
"아, 그래. 3개 있는데. 골라 봐!"

다이가 정장을 갖고 나와 펼쳐 놓자 정우가 놀라며 물었다.

"...작가님, 이거... 얼마주고 빌렸어요?"
"아, 오빠 집에서 가져온거야."
"...오빠요? 작가님이 아는 오빠도 있었어요?"

오빠라는 소리를 듣자 정우의 눈이 조금 빛났다.

"아는 오빠는 없고... 친오빠. 왜?"
"아~ 아니에요."

친오빠라는 소리에 다시 생글생글한 웃음을 띄며 다시 질문했다.

"돈 잘버시나 보다."
"아 뭐... 그냥저냥."
"음~ 다 좋아서 못 고르겠어요. 게다가 다 너무 비싸고..."
"에? 비싸?"
"비싼 건데요? 루뗑이랑 신사 꺼... 적어도 5백은 넘을 걸요?"

비싼 건 줄은 알았다만...
적어도 5백 짜리였다니.

''''난 이제 죽었다.''''

"...그렇게나?"
"저라면 남한테 안 빌려줄 만한 옷인데."
"하하하...."
"설마 그냥 가져오신 건 아니죠?"
"아, 아니야. 괜찮아."

의심스러워하는 눈빛에 다이는 정우의 입을 막기로 했다.

"흐음..."
"자자, 그러지 말고 입어 봐."
"그럼 이거 입을게요."
"그래, 그래. 자 내 방에 들어가서 입고 나ㅇ....가 아니라 내 방은 어지러우니까..."
"컴퓨터실에서 갈아입고 나올게요."

정우는 다행히 제일 정돈되어있는 방을 골랐다.

"그래! 빨리 입고 가자."
"네."

3분도 채 지나지 않아 완벽히 갈아입고 나왔다.

"어때요?"

꽤나 잘생긴 얼굴에 돈 좀 있어보이는 정장까지 갖춰 입으니 열 남자 부럽지 않았다.
로맨스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잘생긴 남주인공 같았다.

"완전 잘생겼어! 멋져! 정우 최고다!!"

마구마구 칭찬 해주자
정우의 얼굴이 빨개졌다.

"비행기 태우지 마요."
"아니, 진짜 멋져! 근데..."

뭔가 부족하다 싶은지, 다이는 서랍을 뒤지기 시작했다.

"뭐 찾아요?"
"으음~ 여기쯤어 둔 거 같은데."
"뭔데요?"
"아 여기있다. 자, 이것도 해!"

시계였다.

"...무슨 시계에요? 남자시계 같은데."
"아빠 꺼. 나한테 남겨주신거야."
"제가 어떻게.."
"유품 아니니까 써도 돼. 엄마랑 알콩달콩 사신다고 나 20살 되자마자 미국으로 튀기 전에 남자친구 주라고 주신거야."
"아."
"어때? 딱 맡아?"
"네. 이쁘네요."

남친한테 주라고 아빠가 준 걸
정우 손에 탁 감아 놓은 걸 보자니

좀 기분이 그랬지만

잘 어울리니 됬다고 생각했다.

"근데 진짜 제가 처음 차도 되요?"
"처음이라곤 안 했는데?"
"...아."
"농담이야. 처음 맞아. 남친은 있었지만 주진 못했었어. 연하였거든. 나이들어 보인다고 싫어할까 봐."

산이는 유행하는 옷을 즐겨입는 연하였으니까.

"그런... 괜찮은데요 뭐. 저도 연하에요."
"풉. 그렇네."
"그리고... 오늘만큼은 작가님 남친도 맞고요."
"그렇지. 열심히 연기해줘!"
"...네"

정우가 씁쓸한 듯한 웃음을 흘렸지만
다이는 보지못했다.

"시간 거의 다 됬는데.."
"네."
"마지막으로, 너 이제 나가자 마자 내 남친행세 해야되니까 말투 좀 바꾸자."
"아...네."

명색에 연인사이에
호칭은 작가님에다가, 존댓말까지...하면 절대 안됬다.

"일단 호칭은 뭘로 할까? 적당히 다이씨 라고 할래? 자, 말해 봐!"
"네에?"
"빨리!"
"다...이씨."

정우는 다이씨라는 호칭이 어색한 지
버벅거렸다.

"흐음... 친근하게 다이누나가 좋을려나?"
"다이누나...?"
"그래, 다이누나가 좋겠다. 난 너 자기라고 부를게."
"네?"

갑자기 나가는 진도에 당황한 듯
목소리가 커졌다.

"왜 자기야~"
"..."
"오늘만 참아."

정우 딴에는 너무 좋아서 참을 수 없어보이는 눈빛이였지만
눈치 없는 다이에겐 그저 자기를 경멸하는 눈빛으로 보였다.

"...아, 네."
"자, 나가자. 자기."
"...네 누나."

친근하게 팔짱까지 끼고 나가는 둘의 모습은 모르는 사람이 보면
둘도 없는 다정한 연인의 모습이였다.

"200번 버스 6정거장 정도타고, 지하철 4번 출구로 나가면 되."
"..머네요."
"그렇네."
"가죠. 누나."
"응 자기야."

말투는 딱딱해 죽겠지만.

"사람 많네요."
"응, 주말인데도 많네."
"다들 놀러가나봐요."
"아, 에바랜드 가고 싶다."
"나중에 저 책 한 권 내면 같이 가요."
"그래! 우리 팀 전체로. 재밌겠네!"
"아..."

눈치도 없었지만,

"좀... 많이 들어오는데...?"
"아, 좀 더 이쪽으로 오세요."
"으앗."
"넘어져요, 내 팔 잡아요."
"으응."

조금의 설렘은 있는. 연애초보들
그런 연인같았다.

"도차아악!"
"꽤 밝아보시네요."
"이제부터가 시작이니까 기운내야지. 난 지금 누구보다 사랑받고 있는 여자인 척을 해야된다고!"
"그런 척 안해도..."
"응?"
"아니에요. 가요"

멋진 남자는
이미 사랑받고 계신데요. 라는 말은 할 수 없었다.

"그래, 자기."

물론 눈치없는 여자는 이를 몰랐고.
그 말을 듣고 그 멋진 남자의 볼이 발그레 지는 것도 보지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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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2-06 17:12 | 조회 : 274 목록
작가의 말
현과연(다엔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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