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갑자기 전화가 끊겨 다시 전화하려는데...

"다이야."
"어? 오빠."

다우가 어느새 와서 다이 앞에 차를 대기시켜놓았다.

"야아, 아침에도 봤지만 지금도 좀 이상하네?"
"응?"
"붓기는 좀 사라진 거 같은데.... 울었냐?"

눈썰미 좋은 건 지금이나 예전이나 같았다.
미묘한 변화도 금새 알아차렸다.

이 점이 참 귀찮기도 했지만.
그저 알아차려준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기도 했다.

"으응~ 아니야, 오빠 오늘 밥 사준다 그랬지? 어디로 갈까?"
"...너 기분 많이 안 좋지?"
"아니라니까... 고기 먹으러 가자. 고기!"

서둘러 말을 돌리는 다이의 모습에
다우의 표정이 굳어지기 시작했다.

'아, 들켰구나...'

"그래, 가자 가. 먹으면 좀 나아지겠지."
"응! 여기 근처에 돼지천국으로 가자."

'...들킨거야 만거야.'

역시나 의심에 표정을 거두지 않고 있는 다우였다.

"어디 아픈 건 아니지?"
"아니야, 이렇게 건강할 수가 없어!"
"말이나 못하면... 아프면 바로바로 말 해."
"알았어 알았어. 아! 여기야, 여기."

고깃집에 도착한 뒤에도
다우는 다이를 계속 의심스러운 눈으로 쳐다봤다.

그 시선을 눈치 챈 다이는 일부러 더 환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오빠랑 밥 먹는 게 얼마만 이야. 오늘 많이 사줘야 돼!"
"...그래."
"여기 주문이요! 오빠 뭐 먹을래?"
"너가 먹고 싶은 거 시켜."

잘 들어보면 다우는 이번에 항상 붙이던 비싼 거 빼고.
라는 말은 슬쩍 뺐다.

오늘은 비싼 걸 좀 먹어야 되겠다고 생각했는지.

그 친절은 거절할 생각 없었다.

"진짜? 그럼 소고기! 여기 소고기 3인분이요!"
"좋냐?"
"응! 고기도 고기지만, 무엇보다 공짜잖아. 헤헷"

다이가 실없이 웃는 모습을 보니 괜찮은 것도 같지만...
역시 제대로 얘기해 보기 위해

다우는 술을 시켰다.

"여기 소주도 2병 주세요."
"...엑? 나 오늘 콜라 먹을래!"
"안돼."
"오빠 차는 어떡하고?"
"대리 부르지 뭐. 어차피 너 집에서 잘건데?"
"뭐?"
"방 남은 거 있지?"
"아 있긴 한데... 오빠 오피스텔 있잖아.."

이렇게까지 집요한 것을 보니, 오늘 날 잡았나 보다.
다이는 슬슬 불안해 지기 시작했다.

"오피스텔보다 너 집이 더 가깝잖아. 자고 가면 안돼?"
"아니 안되는 건 아닌데."
"그럼 먹어. 너 오늘 나한테 숨기는 지 뭔지 들어야겠어."

술을 마시면 비밀이고 뭐고 다 털어버리는 다이의 술버릇을
기억하고 술을 먹인다는 거였다.

참 뻔뻔한 협박이었다.

"아... 안돼. 안먹어! 오늘도 울긴 싫단...."
"울었어? 내가 오늘 너 억지로라도 술 먹인다."
"아 오빠!!"
"비싼 소고기 먹은 비용 셈 쳐."

아, 이게 뭔 변고인가.

"오빠..."
"자 마신다. 쨘! 다이의 비밀 폭로를 위하여."
"...으아아..."

그리고.

"히끅...히끅"

다섯 잔.
물론 소주컵으로 다섯 잔 째

술이 약한 다이는
흔히들 말하는 꽐라가 됬다.

물론 딱 한 잔만 먹은 다우는 멀쩡했고.

"자, 다이야. 오빠한테 말해봐."
"히끅...응!"

다 대답해줄 기세였다.

"오늘 왜 기분 안좋았어?"
"...오빠야, 오빠어...."
"왜."
"내가아! ... 오늘만 기부니!! 안 조아떤게 아니그등!"
"...언제부터 안좋았는데."
"2일 전부터! 안! 조아따고..."
"왜."
"후... 오빠가! 말하면 아러...?"

술을 한 잔 더 들이킨 다이가
빨개진 얼굴로 울먹이며 다시 말하기 시작했다.

"헤어져따! 내가! 강사니랑... 헤어져써!"
"겨우 그깟 갯... 아니 그 놈이랑 헤어져서 기분이 안 좋았던 거야?"
"그래! 내가! 그래...그래..."
"너가 찼어, 강산이 찼어?"
"...누가 찼게?!"

대답을 하랬더니 술만 홀짝이는 다이에 모습에
다우는 다이의 술 잔을 뺏어버렸다.

"아, 왜 그러실까나아... 오빠야..."
"그 새끼가 찼어?"
"아뉘... 내가 촸어....뻐어엉!"
"근데 왜 너가 기분이 안 좋아. 걔가 안 좋아야지."

그러자
다이의 눈에 눈물이 송글송글 맺히기 시작했다.

"글쎄... 나 왜 기부니 안 조치...?"

다이는 다시 다우 손에서 술 잔을 뺏어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크으.."
"그 새끼 많이 좋아했냐?"
"그랬나바... 이렇게. 이렇게. 기부니... 안 좋네, 가슴이 뻥! 뚤린 거 가타..."

그리고 얼마 안 있어
흐느끼며 말했다.

"흐윽. 흐... 내가... 흑.. 많이... 좋아해써나바... 내가...흑 그 망할 새키를.... 마니... 흑 흐윽.. 좋아했어나 봐... 내가 그 시키보다...흑 그 시키를 더 많이... 마니... 끄흑 좋아했었나바아.... 히끅... 사랑했었나바... 히잉..."
"...한다이."

계속 훌쩍였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다우는 절로 한 숨이 나왔다.
그닥 사이좋은 남매는 아니었지만, 여동생이 이러고 있는데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

"내가... 흐억... 끄흑... 내가... 흑..."
"이렇게 아픈데 왜 웃었어."
"나 나.. 힘들어써...."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없네. 듣고 나서도 해줄 수 있는 게 없어. 남자라도 소개시켜 줄까?"

농담으로나마 울음을 그치게 하려했지만, 역부족인듯 했다.

"됐어... 됐어. 오빠... 흐끅... 그냥 수고....했다고... 흑... 말해주면 안돼?"
"...고생했어 한다이. 수고했다. 아픈 사랑하느라 수고했어."

수고했다는 말을 듣자마자
애써 훌쩍이기만하던 다이는 제대로 울고 말았다.

마음이. 울컥
내려앉았다.

"오빠아... 흐어엉 으허어엉.... 히끅."
"오늘 속 시원하게 울고 다른 사람 만나자. 그러면 되는 거야. 그치?"
"오빠아... 흐어엉...."

우는 다이를 달래기에는
이별의 상처는 아프다는 걸 너무나 잘아는 다우였다.

"이리와."
"흐어어... 흐엉~!"

그래서
토닥거려 주는 것 밖에 하지 못했다.

"한다이 내일 어떻게 일어나려고 그러냐. 눈 띵띵 붓겠네."
"으앙!! 몰라! 몰라..."

여전히 약간의 농담을 던지는 것 밖엔 할 수 없었다.

어느정도 다이가 우는 걸 멈추고 다우의 얼굴을 봤을 때
다우의 눈도 촉촉했었다.

"...다이야. 넌 오빠 만큼은 안 아팠으면 좋겠다. 사랑 때문에는 안 아팠으면 좋겠다."
"오빠..."
"넌 예쁜 사랑만 해야지."

자기 아픔가 겪어봤던 아픔을 동생은...
내 하나뿐인 동생은 안 겪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우러나온 진심이였다.

"울음 그쳤으면...집에 가자."
"응, 오빠.."

대리가 오고
집에 오는 동안 한 마디도 못했다.
얘기하기에는 둘 다 너무 지쳤다.

이별한지 얼마 안된 다이나, 다시 이별의 상처를 꺼내게 된 다우에겐
오늘이 너무나 피곤했다.


-


"...자자."
"오빠, 오늘 고마웠어."
"됬어."
"그리고 미안해. 얘기 들어주느라 수고했어."
"...응."

이 또한 무뎌진다고.
다른 일로 덮고 시간이 지나고 나면
아물 거라고, 그렇게 말하고 싶은 날이였다.

"나도, 수고했다라는 말을 듣고 싶었나 보네. 그 말이 뭐라고."

창피한 마음에 이불을 뒤집어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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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2-06 15:40 | 조회 : 497 목록
작가의 말
현과연(다엔비)

쨔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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