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노, 한 잔만 주시겠어요?"
카페 안, 대학생으로 보이는 여자가 카페 아르바이트생에게 주문하였다.
그 여자의 이름은 김은아.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이 소설의 여자 주인공이자 대학교 2학년인 대학생이다.
***
"아앗..!"
그때였다. 발을 헛디뎌 그대로 넘어질 뻔한 은아를 누군가 잡아주었다. 감사 인사를 하려 고개를 든 은아는 그대로 얼굴이 굳어졌다.
자신을 잡아준 사람이 이 소설의 남자 주인공이자 학교 폭력 피해자였던 이원우였기 때문이었다.
"...감사합니다."
"네."
"......"
키가 큰 것도,
무뚝뚝한 것도,
다 여전했다.
모든 게 여전했고, 달라진 게 없었지만 그는 아는체하지 않았다. 은아도, 은아가 끼고 있는 팔찌도.
혹시 했다. 원우가 아닐 수도 있으니까. 원우는 날 모른 척 할 리가 없으니까. 그래서 불렀다. 뒤를 돌아 원우의 뒷모습을 바라본 체 소리질렀다.
"원우야-...!"
"...."
움찔-
걸어가던 원우가 움찔하며 그 자리에서 멈췄다.
네가 맞구나. 그래..
그런데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전 여친이 전 남친을 불러 세웠다. 학교 폭력 방관자가... 피해자를 불러 세웠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이다.
원우는 고개를 돌려 은아를 힐끔 보더니 이내 그냥 가버렸다. 네가 왜 나를 부르냐, 라는 듯이..
그때 내가 오해인 것을 일찍 알았다면,
그랬다면..
방관하지 않았겠지,
헤어지지 않았겠지,
멀어지지 않았겠지.
다 내 잘못이었다.
원우가 그럴 애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음에도 나는 원우가 그런 것으로 자기합리화를 했다.
내가 멍청했었다.
은아의 눈에서 눈물이 또륵, 하고 흘러내렸다. 한 번이라도 다시 마주치고 싶었다. 미안하다고, 사과해야 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