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4 어리석고 지혜로운

"어엇? 내가 지금 보고 있는게 그 신좌의 주인이신 리안인가?"

"보다시피."

나타난 아흐레만은 녹색빛이 도는 눈동자를 굴리며 입을 헤벌렸다. 그 리안이구나~ 그 리안!

"오랜만이야아아♡"

가벼운 인삿말을 뱉으며 안겨들려는 아흐레만을 겨우 제지하면서 리안이 지친 표정을 지었다. 어째 이녀석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정신이 하나도 없다.

어, 잠깐 불안한데..

아흐레만의 반짝거리는 눈이 카펫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매정하게도 리안에게서 몸을 홱 돌려 레이크를 뚫어지듯 바라보았다.

"이건 뭐야? 왠 인간이래?"

그가 볼에 빵빵하게 바람을 불어넣으며 리안을 바라보았다. 리안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레이크가 잠식에다가 신의 아이라는 것을 모를리가 없었다.

"너, 이제 나 버리고 얘랑만 노는거야? 너무하네? 나는?!"

아흐레만의 자기 멋대로 추측은 너무도 터무니 없었다. 이런거에 질투하는거야? 이해가 안된다는 듯 뒤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레온이 푹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입을 땠다.

"아흐레만, 당신을 부른 것은 이 인간의 잠식을 해제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리고 부디, 신좌의 주인께 예를 갖춰주시기를."

레온의 잔소리를 가로막고 리안이 피곤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어우.. 레온, 그런 건 바라지도 않아. 빨리 해제식만 하고 가라.."

리안이 딱 잘라 말하자 아흐레만은 눈썹을 삐죽이며 레이크를 찬찬히 살폈다. 리안은 엉거주춤 서 있다가 다시 자신의 의자로 되돌아갔다.

"흐응.. 이거 꽤나 머리 아픈데. 뭐, 괜찮아. 난 그런쪽을 더 좋아하니까."

아흐레만이 눈을 가볍게 감으며 난처한 미소를 머금었다. 레온이 자초지종을 설명하는 동안 왠일로 조용히 듣기만 하던 그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신..스..피칸의 소행인가."

그는 이름조차 입에 담기 싫다는 듯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리안은 짐작은 했지만 확실히 당황한 표정이였다. 그가 누군지 잘 모르는 레온만이 아리송한 얼굴로 리안을 바라보았다.

"아, 그러니까, 레온 넌 잘 모르지?"

리안은 길게 한숨을 내쉬더니 탁자 위에 손깍지를 꼈다. 그리고 조용히 그 상황을 보여주려는 듯 환상 신력을 구동하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내가 신좌의 주인이 되기 1000년 전 쯤이였어. 그 시점에는 신 메리아의 난동으로 신계가 복잡해져 있었지. 그때는 아마 네가 아는 그 동백전쟁이 벌어졌을때야. 그 전쟁으로 인해 많은 인간, 엘프, 신.. 가리지 않고 많은 생명체가 소멸되었지.

참혹한 전쟁 중에서 태어난 신이 스피칸이야. 그때는 그가 별의 제 13 주신이기도 했지. 처음에는 아름다운 외관과 영리한 머리에 많은 신들이 그를 따랐어.

그래서 스피칸은 세력을 점점 확장해나갔지. 그의 목표는 지금 모든 신들의 목표이기도 한, 신좌였어. 흔들리는 신 메리아를 몰아내버리겠다는 생각으로 그는 신들을 모았지. 그건 변명일 뿐이고 그저 신좌에 자리하고 싶을 뿐이겠지만 말이야.

그렇게 모은 신들과 힘을 합쳐 메리아에게 덤벼들었으나 결과는 완전히 참패. 이 싸움으로 스피칸은 이래서야 그들이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지.

이제부터가 문제야. 마신과 천신은 가장 높은 주신인 것은 알지? 그는 마신과 계약을 이행하게 돼. 이건 엄연한 불법이지만 완전히 무시한 다음에 말이야. 그리고 더 강해진 힘을 기세로 몰아 메리아를 공격했어.

메리아는 이를 알고 함정을 파놓고 기다렸지. 유인을 한거야. 스피칸은 모르고 그 미끼를 덥썩 물어버린거지.

결국 스피칸은 동족배신죄와 명령불복종으로 버려진 신계의 차원으로 쫓겨났어. 하지만 최근에 풀려났고 그를 따르던 몇몇 신과 그 외 종족들이 모여 하나의 기밀 단체를 만들어.

그리고.. 그 이후 스피칸을 본 신은 아무도 없었다고 하지. 그랬던 그가 이젠 레이크를 노리는 거고."

레온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데 왜 리안도 아니고 레이크야?"

어느새 반말로 돌아온 그가 묻자 리안은 어이없는 웃음을 짧게 터뜨리더니 추측 뿐이지만 실현될 가능성이 높은 말을 내뱉었다.

"나보다 더 큰 힘을 품고 있으니까 그런게 아닐까 해."

아흐레만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스피칸이 이 일에 연루되어 있다니 이거.. 재밌는걸? 그는 장난기 가득한 눈동자를 굴리며 레이크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이상하다. 왜 신의 아이임에도 불구하고 왠지 낯선 느낌이 드는거지? 신이 아닌듯한 신..? 뭐지?''

4
이번 화 신고 2019-09-16 16:00 | 조회 : 1,273 목록
작가의 말
하젤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