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4 어리석고 지혜로운

우웅..!

리안의 집무실 한가운데에 통로가 열렸다. 리안은 고개를 비스듬하게 들어 통로쪽을 바라보았다가 깜짝 놀랐다.

레온의 등에는 레이크가 식은땀에 젖은 채 흐려진 두 눈을 힘겹게 깜빡이며 쓰러져 있었다. 리안이 얼굴을 찌푸렸다.

"이게 무슨 일인지 설명 좀 해보지 않겠어, 레오나르 카레벨?"

그가 레온을 풀네임으로 부른다는 것은 제법 화가 나있다는 것이였다. 레온은 온몸이 싸늘해지는 것을 느꼈지만 최대한 몰려오는 오한을 무시하며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저도 정확한 사유는 모르겠는데 리크의 말을 들어보니 잠식이라더군요."

평소에 안나오던 존댓말이 저절로 입에서 따라나왔다. 그의 집무실 앞을 지키고 있던 하급 신들은 반쯤 정신이 나간것처럼 온몸을 덜덜 떨고 있는 것에 비해 그나마 침착한 말투였다.

"잠식이라? 어떤 신인지는 파악하지 못했어?"

"죄송합니다.."

레온은 목이 타는지 입술을 살짝 오므리며 마른침을 삼켰다. 그러고는 조심스럽게 레이크를 카펫 위로 내려놓았다.

"..레온, 한 가지 일러두겠는데. 너는 레이크를 보좌하고 제대로 된 신을 만들기 위해 아카데미에 간 것이지 피서 간것이 아니야. 정신 챙기고 레이크 옆에서 떨어지지마. 알았어?"

리안이 차갑게 말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레온은 살짝 목례를 하고는 카펫 뒤로 물러났다.

말이 심했다면 심했다. 리안도 알고 있었다. 몇천살 먹은 리안과 다르게 레오나르는 아직 어렸고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신의 사자로써 그가 보필할 신의 아이에게 문제가 생기면 책임 역시 레온, 그 혼자 짊어져야 했다. 그의 힘과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

리안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레온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그러고는 무릎을 살짝 꿇어 레이크의 상태를 확인했다.

"보다시피, 정신을 제대로 못차리고 있어요. 눈빛도 흐리고 열도 조금 있습니다. 제가 해결하기에 힘들어 신계로 급히 이동한 것입니다."

레온이 조금은 더 차분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리안은 살짝 실눈을 뜨더니 길게 숨을 터뜨렸다.

"이거, 큰일 났네. 나는 이쪽 분야가 아닌걸."

그는 쯧 하며 혀를 차더니 말을 이었다.

"정말 정말 부르기는 싫지만, 아흐레만이 필요하겠어."

아흐레만은 자연계 중 치료계에 탁월한 능력을 지닌 신이다. 문제점이 있다면 어린나이에 신으로 등급되어 장난이 많다는 것이다.

리안은 자꾸만 달라붙으며 장난을 치는 아흐레만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였다. 아니 그냥 직설적으로, 싫어했다.

"하하.. 다른 신은 없겠죠.."

레온이 헛웃음을 웃으며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 역시 아흐레만을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떡하겠는가, 그 밖에 안된다는 걸?

"어쩔수 없어."

리안이 이미 놓았다는 표정으로 아흐레만을 불러들였다.

"자연계 제 2 주신, 아흐레만을 만나기를 요청합니다."

그의 목소리는 하얗고도 약간 푸른빛을 도는 물질을 이루었다. 거품처럼 몽글거리며 뭉치더니 큰 소리를 내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리고 그 곳에는 장난기를 머금은 미소를 지은 소년이 서 있었다.

*

"SS급 이상의 교수들은 지금 당장 지하감옥 주변으로 집합해주시기 바랍니다. 나머지 교수들은 기숙사 보호 마법진을 쳐 주십시오! 다시 한 번 말씀드리겠습니다. SS급 이상의-"

마법으로 구성된 확성기가 아카데미 안을 쩌렁쩌렁 울렸다. 아카데미 안은 완전히 비상상태였다. 세피아를 구출한답시고, 누구로부터 만들어진지 조차 모르는 조직에서 누군가가 그 안으로 침투했기 때문이였다.

"...."

교수들은 집합하고 나서도 아무말도 할수 없었다. 교장, 리크는 완전히 끓어 터질것 같이 검은 오오라를 마구 풍겨내고 있었다.

''''우린 가만히 있어도 이기겠군.''''

온몸이 싸늘해지는 오오라에 교수들은 모두 같은 생각 밖에 할수 없었다. 솔직히 리크는 SSS급, 아니 정확히 하자면 신의 사자. 그것도 전대 신좌의 주인이였던 메리아 신의 사자다.

그런 그를 누가 상대할 수 있을까.

교수들은 비상상태마다 항상 그랬듯 소리없이 팝콘을 먹었다. 이번 역시 리크가 모든 걸 해결해주리라 단정지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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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9-14 16:07 | 조회 : 1,456 목록
작가의 말
하젤

분량을 늘려볼 생각이에요.. 언젠가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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