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의 긍지

“뭐야!?”

상하와 일우는 소리가 난 쪽을 쳐다보았다.
그곳에서 뿌연 연기가 올라오더니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설마!”

“괴물이 나타난 걸까요?”

“일단 가봐야겠어.”

상하는 연기가 피어오르는 쪽으로 향했다.
일우도 상하를 따라갔다.

*********************

지구도 오리어스도 아닌 칠흑으로 덮여 있는 어딘가

“여긴 어디야… !!! 어딘가로 흘려가고 있어?!”

그 어딘가에 누군가 있다.
그의 몸은 급류에 휩쓸리듯 어둠에 이끌려갔다.

“나는 분명 인간 사냥을 나서려다 갑자기 일그러진 하늘에 빨려 들어갔는데… 여긴 그럼 그 공간이라는 건가?! 나는 이제 어떻게 되는 거지…”

상하가 일우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을 때
상하네가 있던 공원 쪽에 마기가 뿜어져 나오는 구멍이 발생했다.

리샤는 빠르게 그걸 눈치 채고 혼자 나섰다.
이번에 구멍에서 나오는 마력과 마기가 전에 날뛰던 두 마물보다 현저히 낮았기 때문에 마물이 나타나더라도 자기 혼자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상하가 자신을 무시하는 게 두려웠던 리샤는 자신이 혼자 마물을 물리치면 무시당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마기와 마력이 흘려 나오는 양으로 봐서 대단한 마물은 아닐 거야. 나 혼자 해치워 보이겠어!”

하지만 하늘에 뚫린 구멍에서 뽕하고 나온 건 리샤의 예상을 빗나갔다.

“대체 어디야 여긴…”

저번의 다른 마물들과는 다르게 구멍에서 빠져나오자마자 검은 날개로 기품 있게 날고 있는 건 마물이 아닌 마물을 훨씬 뛰어넘은 지성과 힘을 지닌 존재인 마인이었다.
그는 보랏빛 피부에 머리에 뿔 두 개가 솟아있었고, 그의 몸은 말랐지만 근육질이었다.

-꺄악!

그를 발견한 사람들이 비명을 질렀다.

“오호 여기가 어딘지는 몰라도 인간들은 잔뜩 있군. 빨리 잡아서 돌아가야겠어.”

마인은 오른손을 뻗더니 에너지 탄을 날렸다.

-쾅

-꺄악!

사람들이 소리를 질러대며 도망가기 시작했다.

“음? 왜 도망만 가는 거지. 그러고 보니 마력이 느껴지는 인간이… 오 저기 한명 오는 군.”

리샤가 마인 앞에 섰다.
리샤는 당황한 기색이 영락없이 들어났다.

“너…너는 마인? 어째서 마인이 이곳에 있는 거야!”

“나도 모르겠군. 내가 왜 여기에 있는지, 뭐 됐어. 일단은 즐겨주지!”

마인은 리샤에게 날아들어 주먹을 휘둘렸다.
리샤는 재빠르게 뒤로 점프해 주먹을 피했다.

“이 냄새… 인간의 냄새가 섞여있지만 너 인간이 아니군.”

리샤는 패딩의 지퍼를 열고는 패딩을 벗어 바닥에 던졌다.

“역시 멍청한 마인, 둔감하기는”

리샤가 날개와 팔 등에 부분적으로 드래곤화를 시켰다.

“나는 제르님의 오른팔인 드래곤 리샤다!”

“뭐?! 제르!? 음 그렇군.”

마인은 고개를 두 번 끄덕였다.

“뭐? 그 마법사의 드래곤이라고 하면… 마왕님과 대등하다는 그 드래곤!?”

마인이 갑자기 몸을 벌벌 떨기 시작하고는
날갯짓을 멈추고 땅으로 내려왔다.

“자…잘못했습니다. 한번만 용서해 주세요. 부디 목숨만은…”

마인이 무릎을 꿇고는 머리를 숙였다.

리샤는 기분 좋다는 듯이 씨익 웃었다.

“하하하! 진작 그럴 것이지.”

리샤는 마인에게 서서히 다가갔다.

“목숨만 살려주신다면 그냥 조용히 사라지겠습니다.”

“그래~ 그래~ 알았어.”

“부디… 부디…”

“알겠다니까.”

“부디…”

“어서 가라니까?”

-씨익

“부디 곱게 뒤져주세요!”

-!!!!

리샤가 마인에게 가까이 다가왔을 때쯤 마인이 손을 앞으로 뻗더니 검은 에너지 탄을 날렸다.

-쾅!

“으억!!”

리샤는 정통으로 공격을 맞고는 뒤로 몇 미터를 날아갔다.
그녀의 몸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켁!켁! 이 녀석!…”

마인은 자리에서 일어난 후 비웃듯 리샤를 쳐다보고는 리샤를 향해 천천히 걸어왔다.
그리고 리샤의 멱살을 잡고는 들어올렸다.

“크하하하하! 네가 온 세상을 휘젓고 다니던 그 드래곤이 아니라는 것쯤은 다 알고 있다고 하하하하!”

“컥! 뭐라고?!”

“네가 말로만 듣던 드래곤 역사의 오점이구나?!”

-퉤!

리샤는 마인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
마인은 리샤가 침을 뱉자마자 그녀를 놓았고 곧 바로 팔로 자신의 얼굴을 쓰윽 닦았다.

“더럽게 이게 무슨 짓거리야!”

리샤는 힘을 짜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씨익
“용의 가래다!”

“이년이!!”

마인은 다시 한 번 에너지 탄을 쏘려 자세를 잡았다.

“뒤져!!”

-쾅

-!!!
“뭐지!?”

에너지 탄을 쐈던 마인의 오른손의 끝은 하늘을 가리키고 있었다.

“팔이 멋대로?!”

리샤의 뒤에서 숨을 헐떡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핵-핵

“아슬아슬 했다…”

“정말이요.”

“너희 왜 온 거야!!”

리샤가 화난 듯 말했다.

“거참 구해줬더니 왜 승질이야!”

“상하 넌 이번만큼은 건들지 마!”

상하는 주위를 둘려보았다.
거리를 둔 채 카메라로 이 광경을 찍고 있는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알겠어요. 이번은 로브랑 가면도 없고 보는 사람도 많으니 전 무슨 일이 있어도 꿈쩍도 안 할 거예요. 그보다…”

상하는 화를 억누르며 말했다.

“옷은 왜 내던진 거예요!”

“지금 그게 중요해!?”

“이 옷 동생 옷이라고요!”

상하는 패딩을 줍고는 다시 뒤로 빠졌다.
그는 바로 옷의 상태를 확인했다.

“아! 더러워졌잖아요!!”

“형 지금 그게 중요한가요…”

“당연하지! 아 한바탕할 거 생각하니까 벌써부터 무섭네.…”

“하하하하하! 간만에 웃긴 인간을 보는군. 거기 너 넌 내가 무섭지도 않나?”

“뭐가 무서워 30분도 안 돼서 사라질 놈인데.”

상하는 잠시 멈칫했다.

“응? 말? 응?!! 리샤님 저 녀석은 뭐예요!!!?”

-씨익
“이야기는 30분 뒤에 할게. 자 그럼!”

리샤는 날개를 펴고 날아올라서는 마인에게 날아들었다.

******

공중에서 격렬한 전투가 시작됐다.
상하와 일우는 일단 멀리서 지켜보기로 하고 사람들이 있는 뒤쪽으로 빠졌다.

리샤는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발톱을 휘둘렀고
마인은 가볍게 요리조리 피하며 그녀를 농락하는 듯 보였다.

“겨우 이정도? 이젠 내 차례다!”

마인이 주먹을 휘둘렀다,
마인의 주먹은 리샤의 안면을 강타했다.

“윽!”

-쿵!

리샤는 바닥으로 그대로 떨어지고 말았다.

-!!!!
“리샤님!!”

일우가 소리쳤다.
상하는 리샤를 가만히 지켜봤다.

“이렇게 약하니까 네가 드래곤 사의 오점이라는 거다.”

먼지들이 흩날리는 가운데 리샤가 일어섰다.
리샤는 이를 악물고 다시 마인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리샤의 공격은 마인에게 닿지 않았고
그녀 본인만 지쳐갈 뿐이었다.

“형 이대로 괜찮은 건가요?…”

“난 이번에 나서지 않을 거야. 절대로”

상하는 그게 자신에게도 리샤에게도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
상하는 자신도 지키고 싶었고 리샤도 지키고 싶었다.

“정 위험하다 싶으면 네가 나서.”

“네? 저는 소리가 보이는 것 밖에는 능력이 없다고요?”

“어쨌든 난 가만히 있을 거야.”

상하는 다시 전투 현장을 쳐다봤다.
여전히 마인이 우세한 상황이었다.

“크하하! 재밌어! 재밌어! 이 내가 용족을 압도하는 날이 오다니!”

“그 입 안 닥쳐!?”

“닥치게 해봐.”

“좋아. 당장 그렇게 해주지. 와라 엘리시온!!!”

리샤는 검 엘리시온을 소환해 손에 쥐었다.
그 순간 엄청난 고통이 리샤의 몸을 덮쳤다.

“으윽!”

“(저 검은 뭐지!? 저건 좀 위험하겠는데)”

마인은 엘리시온에서 느껴지는 흘려 넘치는 엄청난 기에 약간 당황한 듯 보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마인이 먼저 리샤에게 달려들었다.

-퍽! 퍽! 퍽!

최강의 무기를 든 리샤였지만 그걸 능숙하게 휘두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잘 휘두르지도 못하면 소용없지!”

“으어어억!”

마인은 주먹질을 해대다가 돌려차기로 리샤를 다시 땅에 처박았다.

-쾅

“형! 더 이상 안돼요! 리샤님을 도와야 해요!”

상하는 일우의 말을 무시하고는 계속 정면을 응시했다.

“형! 형은 리샤님이 어떻게 되든 상관이 없어요?! 형! 형!”

-
-
-

“무조건 건들지 마!!!!”

먼지가 일어나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리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녀석은 내가 없애버릴 테니까!”

상하는 약간 미소를 지었다.

“절대 안 나선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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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2-04 19:52 | 조회 : 334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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