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소 괴물이 나타나 난동이 부린 지 며칠이 지났다.
상하는 그 날 다행히 집에 무사히 들어갔다.
가족들이 집에 아무도 오지 않아 다행이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다 괜찮은 건 아니었다.
옷들이 엉망이 되었고 발 또한 더러워지고 동상까지 걸릴 뻔 했다.
그리고 더러워진 발 때문에 집 바닥도 더러워져서는 엄마에게 도대체 뭔 짓거리를 했냐며 혼이 났고 사실을 대충 얼버무린다고 힘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심한 독감에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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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1시
상하는 아직까지 감기가 다 낫지 않은 상태로 침대에 누워 있다.
사실 감기가 아니었더라도 누워있을 상하였다.
-콜록 콜록
상하가 기침을 해대던 때였다.
“뭐야 감기야?”
상하는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깜짝 놀라며 눈을 떴다.
그의 옆에는 리샤가 서 있었다.
“아! 깜짝이야! 리샤님!! 왜 또 들어오신 거예요!”
“뭐 어때서 지금 집에 너밖에 없잖아?”
“그건 그렇지만… 왜 오신 거예요?”
“궁금한 게 있는데 너 이름이 뭐야?”
리샤는 상하의 침대에 걸터앉으며 말했다.
“아 전 아직까지 통성명도 못 했죠? 박상하라고 해요. 근데 갑자기 왜요?”
“저… 상하야…”
리샤의 말투가 부드럽게 바뀌더니 상체를 상하 쪽으로 들이밀었다.
“부탁이 있어…”
상하는 부탁이 있다는 말에 불안감을 느낌과 동시에 다가오는 리샤 때문에 긴장한 탓에 경직이 되어 경직된 몸을 뒤로 뺐다.
“저… 좀… 떠…떨어져주실래요? ㅁ…말하기 어려우니까.”
리샤는 상체를 다시 뒤로 뺐다.
“부탁이 뭔데요?”
“싸워줘!”
“네?”
“나와 같이 마물들과 싸워달라고!”
“마물이라니… 저번에 나타났던 소처럼 생긴 괴물을 말하는 건가요. 그건 분명 그때 쓰러트렸던 거 아니에요?”
“응, 확실히 그때 그 녀석은 완전히 소멸 됐지.”
“그럼 설마 다른 괴물이 나타난 거예요?!!”
상하는 TV를 보려나가려고 일어서려 했다.
“아니, 지금은 아니지만 곧 나타날 수도 있어. 네가 그 소 녀석을 퇴치하고 나서 마기가 줄어들었나 싶더니 어제 밤 마기가 갑자기 짙어졌어.”
“말도 안 돼…”
“도움을 줄 수 있는 건 지금 너밖에 없어, 도와… 줄 거지?”
“싫어요.”
“에에에!? 왜 어째서 그렇게 단번에 거절하는 거야!?”
“그거야…”
마물이 나타나고 상하가 그걸 물리친 날부터 지금까지 TV, 신문, SNS 등의 미디어 매체들은 그 사건의 이야기로 난리다.
어느 사람들은 지구의 종말이 찾아왔다고도 하고
소 괴물과 상하와 리샤가 외계 생명체라고 하는 등 여러 추측을 내놓았다.
그 중에는 상하와 리샤가 우주 곳곳에서 활동하는 히어로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사람들이 상하의 좀비스러운 몸짓들을 보고는 그에게 좀비 히어로라는 명칭을 붙여주기도 했다.
상하는 사람들의 뜨거운 반응을 보며 영웅 취급을 받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던 면도 있었지만 사람들의 광적인 관심이 두려웠다.
만약 자신의 정체가 들키는 날에는 자신과 다른 가족들이 지금보다 더 평범하게 살아갈 수 없다는 걸 잘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한 나라의 군대조차 압도할만한 초인적 힘을 가진 사람을 가만히 내버려둘 국가는 없을 거라고 상하는 생각했다.
“전 이런 일에 말려들기 싫은 걸요.”
“내가 이렇게 부탁을 해도?”
“네. 싫어요.”
“… 그래, 됐어! 됐다고!!”
리샤는 화를 내고 방을 뛰쳐나가더니 베란다를 통해서 밖으로 나갔다.
상하는 가만히 있다가 자신의 서랍 위에 있는 무언가를 발견했다.
가지런히 접힌 빨간색 로브와 용 얼굴 가면이었다.
“이건 왜 두고 간 거야…”
상하는 염력으로 로브와 가면을 들어 올려서는 침대 밑에 집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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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샤는 상하의 집을 나온 아파트 옥상에서 앉아 있었다.
“그런 놈 없어도 나 혼자서 해결할 수 있다고. 암 그렇지! 나는 제르님의 오른팔이야. 모든 할 수 있어.”
리샤는 자신의 구부린 두 다리를 잡고는 얼굴을 무릎 사이에 파묻었다.
“그래도 거절당한 건 좀…”
리샤는 오랜만에 작은 슬픔에 빠지려고 했다
하지만
“!!!!!!!”
슬퍼할 시간은 그녀에게 주어지지 않았다.
수상한 기운을 느낀 리샤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서 주변을 확인 했다.
그러다 소 괴물이 나타난 곳에서 좀 더 떨어진 거리에 검은 안개가 뭉쳐 있는 걸 발견 했다.
리샤의 죽었던 눈이 살아났다.
“자 그럼!”
리샤는 손을 뻗어 가면을 불려내고 장착한 다음 날개를 펴고 날아올라 검은 안개가 서려있는 쪽으로 향했다.
리샤가 도착한 곳에는 아직까지 별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사람들과 차가 바쁘게 오가고 건물 안의 사람들은 제각각의 일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리샤의 눈에는 그렇게 평화롭게 보이지 않은 모양이었다.
리샤의 눈에 비친 광경은 어마어마했다.
세상이 검은 마기로 뒤덮였고 하늘에는 블랙홀 같은 구멍이 나있었다.
검은 마기는 그곳에서부터 흘려들어오고 있었다.
“아직 나타나진 않았네. 역시 다시 한 번 부탁을…”
리샤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나는 긍지 높은 드래곤의 자손이자 제르님의 오른팔, 두 번이나 고개를 숙일 순 없지.”
리샤가 자존심 때문에 갈등하던 순간.
구멍에서 마기가 미친 듯이 뿜어져 나오더니 무언가 나오기 시작했다.
리샤는 손을 드래곤화 시키고는 경계태세에 들어갔다.
그녀는 침을 꼴깍 삼켰다.
잠시 후 괴물의 울음소리가 도시 곳곳을 울리더니 구멍에서 괴물이 뚝하고 떨어졌다.
괴물의 얼굴과 몸은 고래를 닮았지만 네 개의 굵은 다리가 달려있었다.
크기는 저번에 나타난 소 형태의 마물인 타우린 보다 4배 정도 더 컸다.
땅에 떨어진 괴물은 바로 난동을 부렸다.
이곳저곳 휘젓고 다니며 온갖 것을 부수어댔다.
사람들은 당황허여 비명을 지르며 대피하기 시작했다.
“알베로인 건가…소 녀석 보단 낫네.”
리샤는 불을 뱉어가며 다가가서는 괴물에 등에 올라타 발톱으로 괴물의 등을 베어갔다.
벨 때 마다 피가 푹푹 뿜어져 나왔다.
괴물은 괴성을 질려대며 리샤를 몸에서 떼어내기 위해 몸을 거세게 흔들어댔다.
리샤는 발톱을 괴물 몸 깊게 찔려 넣어 어떻게든 버텼다.
그때 전투기 한 대가 날아와 괴물의 안면에 미사일을 하나 날렸다.
괴물의 안면에 연기가 피어올랐지만 괴물에게 아무런 피해는 주지 못했다.
그 시각 상하는 침대에 앉아 발로 핸드폰 게임을 하고 있었다.
그는 게임에 열중한 것처럼 보였지만 속내는 리샤가 엄청 신경 쓰여 짜증나 있었다.
“아 씨-”
그만 집중력이 흐트러져 게임에 패배해버린 상하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그 순간 핸드폰이 울리더니 문자가 한통 왔다.
긴급 재난 문자
서울시 ○○구 △△역 입구 쪽에 거대한 괴수 출연
근처에 사는 주민들 서둘러 대피 바람
문자를 본 상하는 놀라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다 잠시 고민하더니 침대 아래쪽을 쳐다봤다.
“하 진짜! 바로 꺼내게 하지 말라고!”
그는 침대 밑에서 로브와 가면을 꺼내 로브를 입고는
“신님 전 힘이 아니라 평범함을 원했다고요.”
가면도 마저 쓰고 방밖으로 나가 베란다에 섰다.
“할 수 있겠지?”
상하는 조금 집중을 하더니
잠시 뒤 그는 공중부양에 성공했다.
“오! 됐다!!”
상하는 흥분된 목소리로 말하고는
세상으로 날아올랐다.
괴물이 날뛰는 곳에는 이미 육군마저 온 상태였다.
군인들은 저번처럼 공격을 해댔지만 역시 전혀 먹히지 않았다.
“너희 공격은 소용없다고! 나한테 맡겨!”
리샤가 괴물 등에 대롱대롱 매달린 채 말했다.
하지만 군인들은 리샤의 말을 무시한 채 계속 공격 했다.
“저 녀석들이!”
리샤는 무시를 당한 것에 화가 났다.
그녀는 오른쪽 발톱을 괴물의 등에서 빼내고는 소리를 외쳤다.
“이놈이고 저놈이고 무시하지 말라고!!! 와라 엘리시온!!!!!!!”
그녀의 손앞에 짙은 흑색의 검 엘리시온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엘리시온을 오른손으로 잡았다.
그 순간 상상이상의 고통이 그녀의 몸을 감쌌다.
하지만 그녀는 아픔을 이겨내고 기합을 내지르며 괴물의 등에 엘리시온을 꽂아 넣었다.
괴물은 건물 유리창이 다 깨질 정도로 울어댔다.
“무시하지 말란 말이야…”
리샤가 헉헉 거리며 말했다.
확실히 그녀의 일격은 효과가 있었지만 그건 더 큰 문제를 불려 일으켰다.
괴물은 등에 뚫린 홈에서 고래가 물 뿜듯 액체를 뿜어내며 몸을 건물들에 이리저리 박아댔는데,
그 액체에 닿는 것들이 녹기 시작 했다.
리샤는 괴물이 몸을 박아대는 과정에서 건물에 짓눌려갔고
결국 퇴각 명령을 받은 군인들은 도망가려 했지만 비처럼 내리는 산성액에 위험에 빠졌다.
그런데 산성액이 군인들에게 닿기 전의 순간 부서진 건물 잔해가 나타나 그들을 보호했다.
“하기 싫다면서 왜 온 거야…”
건물 잔해 바로 아래에는 상하가 떠있었다.
상하는 잔해와 같이 점점 하늘로 올라가더니 잔해를 산성액이 나오는 분출구 쪽으로 던져 산성액이 나오는 걸 막았다.
그 후 상하는 리샤에게 날아갔다.
리샤는 엉망이 된 채 겨우 괴물 등에 매달려 있었다.
“리샤님!”
“너 왜 온 거야.”
상하는 염력으로 리샤를 괴물의 등에서 떼어내고 아직 피해가 가지 않은 어느 건물 옥상에 그녀와 갔다.
“하기 싫다면서 왜 온 거냐고!”
리샤는 상하의 마법이 풀리자마자 주저앉았다.
“제가 이 짓을 갑자기 하고 싶어서 왔겠어요?”
“그럼 왜 온 건데!”
“별 수 없잖아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아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가 생긴다면 자책감이 들 것 같거든요.”
“그런 불필요한 마음 버리는 게 좋을 걸?”
“리샤님한테는 필요했잖아요?”
리샤는 웃어댔다.
“미련한 놈.”
“과연 미련하기만 할까요?”
“자 그럼 어서 단번에 끝내고 와. 미련한 멍청아”
리샤는 오른손을 뻗고는 엘리시온을 불렸다.
그러자 괴물의 등에 꽂혔던 검이 사라지더니 리샤의 앞에 나타났다.
“다녀올게요.”
상하는 엘리시온을 옆에 두고 괴물 앞에 섰다.
리샤는 자리에서 힘겹게 일어나 상하를 지켜봤다.
괴물은 상하의 존재를 무시하지 못하고 상하를 노려보며 울부짖었고. 괴물 등에 있던 분출구를 막고 있던 건물 잔해가 다 녹아버리더니 다시 산성액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상하는 검을 빠르게 회전시켜 산성액들을 튕겨냈고 그대로 괴물 앞까지 다가가 괴물에게 먹혔다.
잠시 후 상하는 괴물 몸속에서 괴물의 내부를 파괴하며 단 몇 초 만에 괴물의 엉덩이 쪽에서 빠져나왔다.
괴물은 상하가 빠져나온 직후 쓰러져 검은 연기가 돼서 소멸 됐다.
상하는 바로 리샤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너 진짜 마법 처음 쓰는 거 맞아? 저번에도 봤지만 터무니없는 컨트롤 능력이야. 오리어스에도 너처럼 쓰는 마법사는 없다고.”
“네? 전 그냥 되는 대로 썼을 뿐인데.”
상하가 쑥스러워 할 때였다.
후퇴했던 군인들이 몰려왔다.
그중에서는 저번에 수화기로 지시를 내리던 사령관도 있었다.
사령관은 확성기를 들고 외쳤다.
“거기 둘! 나는 중앙부대 사령부의 사령관 이승호 라고 하네, 나와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네. 자네들은 도대체 정체가 뭔가?! 혹시 괴물들에 대해서도 아는 것이 있나?!”
“저번에도 말했지만 우리는 너희들의 아군이다. 내가 너희에게 해줄 말은 쓸데없이 병사들 희생 시키지 말고 빠져있으라는 거다. 녀석들한테 너희의 공격은 씨알도 안 먹히니까 말이야. 마력도 없는 주제에 마물을 물리치겠다니 절대 무리라고!”
리샤는 날갯짓을 하더니 날아올랐다.
상하는 가만히 있다가
“뭐해! 가자!”
“네?! 네!”
리샤가 말하자 공중에 떴다.
둘은 순식간에 하늘로 날아서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저 녀석들 반드시 찾아 알겠어?!”
사령관이 부하들에게 호통을 치더니 이를 갈았다.
******************
상하와 리샤는 곧장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상하야.”
“네.”
“덕분에 살았다.”
“아니에요.”
리샤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말했다.
“앞으로도 계속 싸워줄 순 없을까?”
“다신 이런 일 없었으면 좋겠는데 또 일어날까요?”
“아마…”
“저 궁금한 게 있는데요. 제르님은 전지전능하신가요.”
“당연하지. 제르님은 모든 것을 하실 수 있지.”
“저 도와드릴게요. 괴물들 처리하는 거… 대신 조건이 있어요.”
“조건이라니 너 좀 건방지다?”
“아 돕겠다는 거 취소”
“알았어! 알았다고! 조건이 뭐야?”
“제르님한테 절 평범하게 만들어 달라고 부탁드려주세요.”
“평범하게?”
“네. 평범하게. 다른 아이들처럼”
리샤는 상하가 말한 평범함의 의미를 잘 모르고 있었지만
일단은 알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뭐야 조건이 또 있어?”
“로브랑 가면에 어울리는 신발은 없나요…? 앞으로 계속 맨발로 다닐 수도 없고”
“아, 그런 거라면… 알았어. 줄게.”
상하는 리샤에게 발목까지 오는 갈색의 가죽 신발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