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채영을 졸라 주식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배운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멋모르고 따라가서 5억 6천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미션인 1100억에 비교하면 터무니 없이 작은 금액이지만 뭔가 희망의 빛을 본 것 같았다.
경제학의 기초도 모르면서 주식의 ‘주’자도 모르고 살아온 내가 수익률 1000%를 달성하는 건 아무것도 모르는 내게도 말도 안되는 것이라고 느껴졌다.
주식때문에 자살한 사람들, 가정이 파탄난 사람들 수도 없이 이야기를 들어왔고 잊을 만하면 인터넷에 떠 오르던 뉴스였다. 차트라는게 뭔지 얼추 읽게되고 주식의 흐름이 어떻게 되는지 알게되자 난 내 옆자리에 앉은 올백이 투자하는 것을 지켜봤다.
올백은 하루종일 빈둥빈둥 놀다가 가끔씩 주식을 매매해 5억 10억씩 수익을 내고 있었다.
그렇게 열심히 일하는 것도 아니었고 정신없이 여러개를 사고 파는 것도 아니었다.
대부분 거래한 내역을 보면, 수익을 위해서 샀다기 보다는 주식거래를 하고 있는 것처럼 흉내를 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 내게 일러줬던 것처럼 한 종목에 과감하게 투자하고 막대한 수익을 올린다.
진채영이 이야기 했던 작전주였던 것이다.
그들이 움직이는 패턴을 살펴보니 매우 흥미로웠다.
증권가의 사람들끼리 한 종목의 가격을 떨어뜨린다. 한사람당 20억씩만해도 열명이면 200억이 된다.
그 돈으로 주식을 사서 손해를 보면서 싼가격에 팔아치운다.
주식이라는게 멘탈 게임이라서 어느 정도만 가격을 떨어뜨리면 무슨 일이라도 난 것처럼 개미들이 우르르 따라와 주식을 헐값에 팔아치운다. 충분히 떨어졌다고 판단이 될때 작전에 참여한 세력들이 주식을 충분히 사 둔다. 그리고선 그 회사가 내일이라도 대박이 날 것처럼 뉴스를 몇군데 띄운다.
어떻게 뉴스를 띄웠냐는 말에 올백이 귓속말로 말한다.
“여기 사장도 지금 우리랑 한패야!”
짜고 치는 고스톱이었다. 뉴스가 떠 오르고 작전주끼리 서로의 물량을 사주면서 가격을 올린다.
서로가 서로의 것을 사주기 때문에 실제로는 큰 비용이 들어가지 않는다.
그렇게 10분만 올려치면 의심하던 개미들이 따라 붙는다. 발동을 돌린건 작전 세력이지만 그걸 상한가로 끌어올리는 건 아무것도 모르는 일반 투자자들 즉 개미들이다.
그렇게 상한가를 치면 순식간에 팔아버리고 작전세력은 빠져버린다. 멋모르고 따라온 개미들만 엄청난 손해를 보고 작전세력들은 10억당 2~3억씩 전리품을 챙긴다.
그 방법이 교묘해서 거래되는 것만 봐서는 알 수가 없다. 어떤 종목이 특별한 이유없이 상한가를 친다면 그건 100% 작전세력이 숨어 있는 것이다.
“나도 좀 껴줘!”
올백을 향해서 절실하게 말했다. 벗으라면 벗을만큼 간절한 표정을 지으며,
“안돼! 너 끼워준거 알면 나도 팽당해! 저번엔 니가 하도 불쌍해서 알려준거야.”
올백의 표정은 단호했다.
더이상 치고 들어가봤자 안될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야할지 말아야 할지 보이지 않는 그 기준선에 대한 판단이 내 안에 만들어진 것이다. 아마도 마피아게임의 영향 때문일 것이다.
HTS를 보면서 올백이 투자한 종목의 그래픽 차트를 찾아봤다.
차트를 토대로 투자를 하는 것은 바보짓이다. 차트는 정확하지 않다. 그리고 차트를 믿어온 수많은 투자자들이 깨져 나갔다. 주식토론방 몇개만 기웃거려도 그 사실을 알 수가 있다.
그런데···아주 흥미로운 것을 발견했다. 대박나는 차트, 그런건 없다. 그런데 작전주는 동일한 패턴을 보여주고 있었다. 올백이 투자햇던 종목들 모두 급상승하기 일주일전 특별한 이유도 없이 급하락했다는 것이다. 이유도 뉴스도 없이 수평을 그리던 그래프가 갑자기 푹 꺼졌다.
난 종목들을 모두 뒤졌다. 만약 작전주가 작전에 뛰어들기 전에 그걸 먼저 알 수 있다면 그러면 오히려 작전에 참여한 이들보다 더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 한번 푹 떨어질때 또는 두번째 떨어질때 주식을 사두면 나중에 상한가 두번만 가도 100% 가까운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그래프에 대한 믿음은 빈약하지만 그 뒤엔 장난을 쳐 일확천금을 노리는 작전세력이 숨어 있다.
***
‘콘키스타 길드의 가이아스가 돌아왔다.’
‘가이아스 알고보니 앳된 소년.’
콘키스타 길드의 게시판엔 나에 대한 소식이 올라 있었다.
어제 갔었던 자리에 콘키스타 길드 사람이 있었던 것이다.
내가 돌아왔다는 소식 때문에 떠나갔던 길드원들도 다시 돌아오고 길드는 다시 왁자지껄해 졌다.
난 [리버스]에 접속을 했다.
‘가이어스 와이프’캐릭터는 그새 만렙을 앞두고 있다.
푸른 창공을 날라 번개같은 스피드로 길드의 레이드 무대에 착륙했다.
확실이 내 캐릭보다는 진채영의 캐릭이 스피드가 더 빨랐다.
기사 캐릭이 강력한 방호벽에 큼지막한 한방이 있다면 암살자 캐릭은 빠른 스피드로 전장을 휘적는 매력이 있었다. 잡히지 않는 화살같은 존재였다.
[혹시 가이아스?]
[정말 가이아스예요? 가이아스 와이프님이 가이아스? 정말?]
그새 소문이 퍼졌는지 콘키스타 길드원들의 질문이 빗발친다.
대답을 할까 말까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을 하지 않았다.
아직 캐릭터가 가이아스라고 말하기에 창피한 수준이었다. 이제 겨우 300위권이나 들까?
길드원들과 함께 말없이 발록과 와이버들을 잡으려고 필드를 뛰어다니고 있었다.
[조심해 워치콘이다.]
어느새 우리는 중립지역을 벗어나 PK가 가능한 위험지역에 접어들어 있었다.
[여기가 어디라고 왔대? 크크크]
워치콘 길드는 버서커형과 기사형과 마법사와 힐러로 구성되어 있었다. 잘 짜인 조합이었다.
버서커가 달려들고 기사가 방어를 하고 마법사로 원거리 공격을 하며 동시에 힐러가 체력을 채워준다. 그렇게 3명씩 12명, 조합까지 단단했다. 반면 우리 콘키스타 길드는 기사 둘과 마법사 둘과 힐러 하나에 암살자인 내 캐릭까지 모두 6명이다. 조합도 레벨도 숫자도 딸린다.
워치콘 기사들이 재빨리 이동하여 안전지대로 돌아가는 퇴보를 막는다.
이제 꼼짝없이 PK를 당하고 캐릭당 아이템 하나씩 뱉어야 하는 순간이 온 것이다.
[아, 가이아스만 있었다면···]
버서커가 달려들자 힐러가 중얼거린다.
버서커가 뚫고 들어오지 못하게 기사둘이 막는다. 숫적으로도 화력으로 딸린다.
체인라이트닝과 파이어볼이 기사들에게 쏟아진다. HP가 10%씩 쭉쭉 빠져나간다.
힐러 하나로 둘의 체력을 채우는 것은 어림도 없다. 게다가 버서커의 체력은 떨어지는 족족 세명의 힐러가 다시 원상태로 회복시켜 준다. 게다가 우리는 마법사가 둘 이었고 힐러가 하나였지만 그 마저도 기사들이 달려들기 일보직전이었다. 승산이 없는 싸움이었다. 패배는 예정되어 있었다.
[아, 안되겠어! 우리 알아서 살아남읍시다.]
급기야 콘키스타 길드원 다섯명은 저마다 흩어져서 도망갈 궁리를 하고 있었다. 현명할 수도 있는 계획이지만 암살자 캐릭을 제외하곤 상대방의 분노모드가 있는 버서커가 있는 이상 도망갈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이런 제길]
급기야 기사캐릭 하나가 쓰러지며 레어 아이템을 떨군다. 워치콘의 버서커가 그 아이템을 줍는다.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싸우고있는 중간에 아이템을 줍다니, 그만큼 일방적으로 진행되었던 상황이어서 가지게 된 여유일 것이다.
[포기하지 말고 힐러를 가운데 두고 원형을 만들어요.]
[하지만 그러면 몰살인데···.]
[시키는 대로 해요.]
남은 기사 하나와 마법사 둘이 힐러를 삼각으로 감쌌다. 원거리에서 화살을 날리던 암살자 캐릭의 아이템을 스피어로 바꾸었다.
[왼쪽 버서커부터!]
그리곤 달려드는 버서커를 향해 스피어를 던졌다. 동시에 마법사 둘도 아이스볼트와 지진 마법을 구사했다. 화력이 적기 때문에 화력을 모으지 않으면 승산이 없었다. 게다가 상대는 힐러가 셋이다. 한번에 하나를 죽이지 못한다면 힐러들이 금세 체력을 채워줄 것이다.
연거풔 스피어를 던지자 버서커가 쓰러져 버린다. 기사가 떨군 레어아이템에 유니크 아이템까지 떨군다.
[그 다음 오른쪽 힐러!]
우리편은 한데 뭉쳐있었고 내가 버서커와 우리편 사이를 뛰어다녔다.
공간을 휘젓는 스피드, 스피드가 빨랐던 내 암살자 캐릭은 버서커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다.
버서커가 달려들면 횡으로 피하고 넓게 포진해서 내 캐릭의 앞을 막으려고 하면 공중으로 뛰어 올랐다.
“체인 라이트닝!”
스피어를 워치콘 길드의 힐러에게 던지며 반사적으로 외쳤다. 동시에 마법사의 파이어볼도 힐러를 향해 떨어졌다.
체력이 반 이상 닳아버린 힐러들이 제각각 자신들의 체력을 채우는 동안 연거퍼 던진 스피어에 힐러 하나가 쓰러져 버린다.
[땡그랑]
워치콘 길드도 콘키스타 길드도 힐러가 떨어뜨린 아이템에 모두 시선이 팔렸다.
초희귀 레어아이템, 보라색으로 빛나는 ‘아이오니아의 별’이었다.
마법공격과 물리공격을 반이하로 줄여주는 [리버스]게임 전체에서 10개 밖에 없는 아이템이다.
물론 가이아스는 그걸 걸고 있었다. 상대방 힐러는 분명 실수한 것이 틀림이 없었다.
‘아이오니아의 별’을 걸고 있다면 일반힐만 해도 충분히 체력을 보충시킬 수 있었음에도 죽고 만 것이다. 불가사의한 일이다.
돈주고도 못사는 희귀 아이템의 등장으로 워치콘 길드의 전열이 흩어져 버린다.
힐러들과 마법사들이 희귀 아이템을 줍기위해 쓰러진 힐러를 향해 뛰어간다.
[다시 한번 오른쪽 힐러를 겨냥해요!]
워치콘 길드의 전열이 흐트러 졌을 때 다시한번 콘키스타 길드의 마법사들을 향해 외쳤다.
마법진도 무너지고 힐링을 하는 것도 멈춘 힐러는 죽이기 좋은 타킷에 불과했다.
난 장비창에서 재빨리 스피어대신 단검 두자루로 바꿔 잡았다.
희귀 아이템을 줏으러 가고 있는 힐러가 마법사가 던진 썬더 볼트에 맞아 잠시 스턴에 걸려 멈춰 있을 때 단검으로 열번베기를 전수했다.
[팍, 팍, 퍽, 축, 피잇, 푸슝, 턱]
내 암살자 캐릭이 워치콘 길드의 힐러의 주변을 춤을 추듯이 돌아나가자 힐러도 쓰러져 버린다.
[땡그랑]
죽은 힐러도 유니크 아이템을 떨이뜨린다.
‘이오니아의 별’을 줏은건 제일 가까운 자리에 있었던 상대방 힐러였다.
아이템을 줍자마자 내 암살자캐릭의 단도를 다섯방이나 맞고서 자신의 캐릭터에 힐을 하기에 급급하다.
마법사들이 마법진과 보호스펠을 날리기도 전에 또다니 열번베기로 암살자 캐릭이 춤을 춘다.
[땡그랑, 땡]
마지막 남은 힐러가 ‘이오니아의 별’과 자신의 유니크 아이템까지 떨구고 쓰러져 버리자. 워치콘 길드는 동요를한다.
같은 길드가 아이템을 줏으면 돌아가서 다시 되돌려 줄 수 있다. 하지만 상대편 길드가 줏어가면 그대로 아이템을 잃어버리게 된다. ‘이오니아의 별’과 같은 아이템은 길드 전체의 흥망을 결정할 수도 있는 중요한 아이템이다. 나는 '아이오니아의 별'을 줏었다.
[가이아스 와이프! 넌 누구냐?]
힐러 둘이 죽자 워치콘의 기사 하나가 묻는다.
[···]
내가 가이아스라고 대답할 필요는 없었다.
[모두 비켜라 그러면 조용히 사라져 주겠다. 아니면 여기서 끝장을 보던지···]
내 말에 워치콘 길드는 잠시 주츰한듯 했다.
[네가 먹은 우리편 아이템을 돌려주면 보내주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암살자 캐릭으로 버티거나 시간을 끌 수가 있지만 그 사이에 우리편 캐릭들이 모두 죽어버린다면 소용이 없다.
난 죽은 버서커의 유니크 아이템과 힐러에게서 주은 '아이오니아의 별'아이템을 떨어뜨렸다.
그러자 퇴로길을 막고 있던 워치콘 기사들이 비켜서고
콘키스타길드의 기사 하나와 법사둘 힐러 하나가 동그랗게 만든 진을 흐트러 트리지 않고 중립지역을 향해 이동한다.
그 뒤를 워치콘 길드를 경계하며 내 암살자 캐릭이 뒷 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