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불쌍한 유서율

뭐, 어쩔 수 없네. 난 저-기 멀리서 떨고있는 유시안의 분신이야. 도플갱어라고 말하면 알려나?"


"....."
"....."
"....."


"장난하냐?"


꽤나 오랫동안 지속된 정적을 뚫고는 유서율이 겨우 입을 열었다. 무슨 얼토당토않은 소리를 하는 것인지 믿을 수가 없었다. 차라리 외계인이라고 하면 같은 헛소리라도 들어는 줄만 할텐데. 지금까지 저 여자와 한 고생은 겨우 이 한마디를 들으려고 했던 것이었을까. 입에선 그녀를 따지려 드는 말이 아닌 헛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유서율은 검지손가락으로 제 머리 옆을 빙글빙글 돌리고 있었고 유신은 그저 팔짱을 끼고 무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으며 유시안은 경찰서에 데리고 가야할지 정신과에 데리고 가야할지 무슨 일인지 고민하다 슬슬 머리에 과부화가 오고 있었다. 이 오랜 침묵을 깬건 유신이었다.


"그래서, 전 도플갱어입니다~하는 말도 안되는 헛소리 말고 상황 설명을 해 봐. 우리 셋 다 죽을 뻔 했다고. 이렇게 얼렁뚱땅 넘어갈 일은 아닐텐데 말이야."


그 말에 앞의 여자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난 앞으로 살아가려면 몸이 필요하고, 그쪽 동생은 내가 들어갈 몸의 적합자였지. 그래서 죽이려고 한건데 그쪽이 죽는것도 아닌데 신경 쓸 거 없잖아?"


이 말을 들은 유신과 서율은 금방이라도 눈앞의 여자를 죽일것처럼 눈을 번뜩였다. 물론 실제로 뛰쳐 나갈 뻔 했지만 겨우 그들을 매은 시안은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 그러면 나를 왜 죽이지..않은거야? 분명 그때 일부러 멈췄던 것 같은...데."


패기있게 말을 꺼냈지만 점점 더듬으며 작아지는 시안의 목소리에 옆에서 그새를 못참고 웃음을 터트리는 못난 형들을 곁눈질로 째려보며 눈치를 주었다.


"아 그거. 내가 받은 정보에는 유시안은 분명 여자로 등록 돼있었는데, 너 진짜 남자야? 잘못 들어가면 내가 죽는단 말이야"


여자는 앞에 앉아있는 남자 셋이 자신에게 작은 생채기라도 낼 수 없는 약한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는지 자신의 약점을 전부 말해주고 있었다. 사실 약점이라고 해도 이 사실을 그들이 어떻게 할 수도 없었기 때문일것이다.


곰곰히 생각하던 유서율이 엄지와 검지로 딱! 소리를 내며 말했다.


"그럼 넌 내 동생 몸에 들어가고싶고, 나는 내 동생 몸을 내어주기 싫은데 그냥 안들어가면 안 돼? 맞는 다른 몸을 찾아보면 되잖아."


옆에서는 유신이 맞는 말이라며 맞장구를 쳤다. 그러더니 앞의 여자는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봤다.


"그게 됐으면 니들 다 죽이고 다른 몸 찾으러 다녔겠지. 뭐 좋으라고 너희들을 다 살려줘? 살아있음에 고마운 줄 알라고."


너희들은 나보다 못해~ 같은 약올리는 말투로 말하는 여자를 때리지도 못하고 더군다나 방금 전까지 칼을 들고 사투를 벌였던 터라 쉽게 덤벼들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어쨌든 더 자세하게 말해봐. 네가 도플뭐시기인지 외계인인지 관심 추호도 없지만 우리 동생은 살려야 할 거 아니야?"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었다. 앞의 여자와 같은 비아냥거리는 목소리로 말을 꺼낸 서율은 뒤에 말을 덧붙이려고 했지만 끝내 말을 꺼내지 못했다. 앞이 여자가 참지 못하고(사실 참으려던 생각도 없었던 것 같지만)서율의 머리를 벽에 박고 바닥에 내쳐진 것이었다. 하루에 두번이나 내팽겨쳐진 서율은 머리를 벽에 박아서 그런것인지, 여자에게 힘으로 진 것 때문인지 홍당무처럼 빨갛게 물든 얼굴로 여자에게 알아듣기 힘든 발음으로 뭐라 외쳐대고, 그 옆에서 시안은 형을 말리려 들었지만 빈약한 시안의 몸으로는 턱도없었다. 그리고 옆에서 유신은 웃는 얼굴로 그광경을 구경하고 있었다.


정말 개판이 되버린 상황에 앞에서 소리쳐대는 서율의 말을 조금 듣는가 싶더니 그대로 서율의 뒷목을 쳐서 기절시켰다.


옆에서 시안의 비명소리가 들린 것 같지만 뭐, 넘어가도록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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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0-12-12 14:05 | 조회 : 848 목록
작가의 말
뮤턴트

앞의 소설들 조금씩 수정 했습니다! 뭐랄까 되게 중구난방 하네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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