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후라이팬의 캐리

"에이씨..반겨주려고 나와준건 고맙긴 하다만.. 왜하필이면 지금...!!"
이라고 외치며 달리던 시안은 일단 살고는 봐야지라고 생각하며 문앞에 나와있는 유신을 깔끔하게 무시한 채로 집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리곤 엄청난 속도로 문을 걸어잠근 후 부엌으로 달려가 주방 식칼을 꺼내어 시안이 걸어잠궜던 문 때문에 졸지에 집에 못들어가는 처지가 되버린 안타까운 유신을 구하려 현관문을 열어주려는 유서율을 온 힘을 다해 몸을 던져 옆으로 밀쳐냈다.


정확히 말하자면 옆으로 내던져진 것이었을까?
평소라면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의 힘으로 머리 하나는 족히 차이나는 그를 밀쳐냈던 것이었다. 자신의 숨겨진 힘에 감탄할 새도 없이 곧바로 현관문을 가로막고 섰다.


유서율은 시안에게 밀쳐진 자세 그대로 엎어져 이게 무슨일인가 생각하며 당황하고있는지 턱이 빠지도록 입을 쩍 벌리고 눈만 데굴데굴 굴리고 있다.


때맞춰 밖에서는 이미 버려진 유진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짧디 짧은 시간에 무슨일이 일어났던건지 회상을 하며 그래도 양심의 가책을 느낀건지 현관문을 열려고 손을 뻗던 그 순간,


어째선지 모르게 위화감이 들었다.
밖에서 나던 형의 비명소리는 그쳐버린 후였고, 닫힌 현관문 틈새로 흘러오는 서늘함이 시안의 몸을 감쌌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살기.
설마 하는 생각에 급히 을 열려던 차에 반댓쪽에서 열린 창문으로 나와 똑같이 생긴 그때 그 이상한 여자는 몸을 던져 나에게 달려들었다.


순간 어릴적 봤던 영화에서 주인공이 칼을들고 달려오는 사람을 책으로 막고는 멋있게 돌려차기를 하는 장면을 떠올리고는
어릴적 단 한번도 읽어보지 않았던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두꺼운 책으로 막아보려고 급히 책을 들었지만


'맞다, 나 주인공 아니지'
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사실상 시안은 책을 집어들지도 못했다. 공중에서 뛰어드는 사람보다 그 누가 빠를 수 있었을까.


그렇게 시안은 체념할 시간도 없이 눈을 질끈 감았다. 하지만 어째선지 자신의 몸에 구멍 몇 개가 뚫리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눈을 떠보니 쓰러져있는 여자와 옆에 덜렁 놓여져 있는 후라이팬 한개가 보였다.


상황은 이러했다. 어떤 커다란 검은색 물체가 칼보다 더 빠른속도로 날라오며 여자가 그 물체에 맞으며 끔찍한 소리와 함께 나가 떨어졌고,


빠아아악--


마치 수박이 깨지는 것만 같은 끔찍한 소리와 함께 나가 떨어진 것이었다.


어릴때부터 체육에 재능이 있고 실제로 잘하기까지 했었던 서율이 급하게 던진 후라이팬에(나중에 말해보니 무슨 정신으로 '그 물건'을 가져왔던 것인지는 생각나지 않는다고 했다.)


아직 죽지 않았는지 창문으로 유신이 얼굴이 엉망인데다 울상이 된 채로 들어왔다.


그래도 일단 형이 죽지는 않았으니 그건 둘째치고 옆에 후라이팬을 맞고 쓰러져있는 여자를 일단 묶어놓기라도 해야하는 생각에 밧줄은 없고 일단 임시 방편으로 집에 있는 옷가지들을 모두 모아서 팔하고 다리를 아프지 않을 정도로만 꽁꽁 묶어놓은 서율이 조용히 말했다.


"이렇게 해놓으니 왠지 범죄자가 된 기분이야."
라고 말하는 서율을 시안이 힐끗 째려보며 이 상황에 그런 말이 나오느냐고 타박했다. 그에 서율은 대답대신 웃음을 택했다.


일단 언제 일어날지 모르니 여자를 가운데 두고 세명이서 둘러 앉았다. 경찰서에 데려가면 쓰러진 여학생 한명과 남자 세명에 오히려 자기들이 붙잡힐듯해서 막상 신고는 하지 못하고 어영부영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여자를 지긋이 쳐다보고 있자니 시안은 갑자기 무언가 떠올렸다.생각해보니 유신은 보통 성인남성 몇명도 앤손으로 때려 눕힐만큼 운동이나 싸움도 잘하고 힘도 쎄서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여학생 한명한테 질만큼 약하진 않을텐데, 생각해보니 의아했다. 형은 뭣때문에 힘들어했을까? 궁금해져 유신에게 물어보려던 찰나, 여자가 깨어났다. (나중에 유신에게 물어보니 힘에 딸렸다고 한다..)


그 여자는 몸에 묶여있는 옷가지들을 쳐다보지도 않고 손쉽게 끊어버렸다. 그러고는 경악한 채로 서로 시안을 지키겠답시고 시안을 계속 뒤로 가리며 뒷걸음질 치고 있는 셋의 모습을 슬쩍 보더니 전의 모습은 어디갔는지 다소곧이 앉아서는 시안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야, 너 남자야?"


"당연하지!!" 시안은 붉어진 얼굴로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그 광경을 본 여자는 놀란 기색도 없이 아무도 듣지 못할정도로 조용하게 혼잣말을 했다.
"이러면 계획이 어긋나는데."


유신은 여자가 잠들어 있을 때 방에서 꺼내온 비비탄총의 총구를 자연스럽게 여자의 이마에 겨누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래서, 그쪽은 우리를 왜 죽이려고 했는데?"


그러더니 여자는 무언가를 곰곰히 생각하더니 '너희들 말고 유시안만 죽이려고 했는데'라고 중얼거리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고개를 들곤 입꼬리를 슬쩍 올리곤 말했다.


"뭐, 어쩔 수 없네. 난 저-기 멀리서 떨고있는 유시안의 분신이야. 도플갱어라고 말하면 알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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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2-16 15:45 | 조회 : 898 목록
작가의 말
뮤턴트

쓰다가 두번이나 날라가서 충격을 벗어내지 못하고 쓴것같네요ㅋㅋ 읽어주셔서 감사드려요: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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