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1화

"잘 잤어?"

평범했다.

"좋은 아침이야."

평범했을 것이다.

"희아야."

평범... 해야 한다.






어릴 적의 아이는 불행했다.


아이의 모친은 아이를 낳다가 급사하고, 남은 부친은 매일 같이 술만 마시다 알콜중독.

딱히 폭행이랄 것은 당하지 않았다. 욕짓거리를 듣는 것도 언어폭행이었다면 폭행이었겠지만, 적어도 신체적인 면에서는 말이다.

어느날 심장마비로 돌아가시고 혈혈단신이 된 아이는 발견 후 고아원으로 옮겨졌고, 새로운 가정에 입양되었다.







아이는 옛 성을 바꾸었다.

따뜻한 식사를 할 수 있었고,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은 환경은 아이에게는 정말로 편안한 공간이었다. 두 살 높은 오빠는 꽤나 듬직했고, 아이의 양부모는 정말로… 따뜻한 사람이었다.


... 정말로.



아이는 평범한 생활을 했다.

홈스쿨링으로 교육과정을 마치고, 고등학교부터 일년 동안은 아이의 오빠와 학교를 다녔다.

아이의 오빠가 졸업하고 또다시 혼자가 된 아이는, 그때의 상황을, 그때의 자신을 원망할 수 밖에 없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어느 오후였다.


희아는 아침에 엄마가 건네줬던 우산을 생각했다. 날이 이렇게나 맑은데 비가 올 리가 없다며 고갯짓하고 한사코 거절하며 촉박한 시간을 탓하며 달려 나갔던 자신을 원망했다.

… 역시 엄마 말은 틀린 게 없다니까. 희아는 홀로 중얼거리며 생활기스가 몇 개 듬성한 휴대폰을 꺼내어 전화를 걸었다.

"- 응, 엄마. 희아예…"

"엄마가 우산 가지고 가라 했지?"

엄마의 묵직한 말에 희아는 전화기를 잡은 손에 스멀 땀이 차올랐다.

"미안해요. 두 분 다 쉬시는 날에..."

"됐다. 학교로 가면 되지?"

희아는 아무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네에, 늘 고마워요, 엄마."

작게 들려오는 여보, 나도 같이 갈래~. 하는 소리에 희아는 그만 웃음을 터뜨려버렸다. 사랑이 느껴진다는 사실이 만족스러워서였을지도 모른다.

전화가 끊어지고 나서도 온기를 느끼는양, 얼굴을 한참이나 떼지 못했다.




그 누구도 그 화목한 대화가 마지막이 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희아는 전화가 끝나고 나서야 신발을 챙겨 건물 밑으로 나가 비를 피하면서 서있었다. 먼저 나갔다 들어오기를 반복한 친구들의 발자국을 밟느라 비록 하얀 양말이 젖었지만 말이다.

몇 분 정도 걸리려나? 마음속으로 조금 느린 초를 하나… 둘… 세어가며 기다렸다.

다리가 슬슬 저려오기 시작했다. 이것은 희아가 미련하게도 앉아 기다리지 않아서이기도 했다. 굳이 서서 기다림을 선택한 이유는 교문 너머, 담장 너머로 보일 하얀 차의 지붕을 눈으로 확인하고 달려나가고 싶어서였다.

… 그렇게 삼십 분, 한 시간. 지치기에 충분한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한 시간 십오 분이 되기 바로 전 쯔음, 기다리던 엄마 아빠의 목소리 대신 전화기가 울렸다.

"--대학 병… … 니다. … … 따님의… … 부모님이…"

가슴에서 무언가 쏟아져내렸다. 무수하게 부수어져 떨어졌다. 분명 무언가가 들리는데,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아니, 차라리 들리지 않았으면 했다.

희아는 다급하게 뛰쳐나갔다. 장시간 서있느라 걷는 법 마저도 잊어버린 건지 휘청이며 위태롭게도 앞으로 나서는 몸을 받쳤지만 말이다.

빗물이 잔뜩 고인 모래를 밟고 뛰어간 탓인지 모래알과 깨끗하지 않은 색의 빗물이 잔뜩 튀겼다. 물론, 그런 다리만 온전치 못한 것은 아니었다.


희아는 한참이나 먼 거리를 쉬지 않고 뛰어갔다. 숨을 고르느라 시간을 낭비할 틈도 없었다. 쉴새 없이 울리는 전화기를 받을 수조차 없었다. 마찬가지로 낭비할 시간도 없었고,

… 듣게 될 말들이 두려워서도.







한참이나 뛰어 도착한 병원은 웅성거림에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비릿한 피냄새와 약품냄새가 섞여 구역질이 날 정도였다. 다급하게 간호사복을 입은 사람을 붙잡고 희아는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말하기 시작했다.

"우, 우리 부모님, 우리 부모님 어딨어요? 사고 났다고, 교통사고 났다고 했단 말이에요."

몰꼴을 보아 정말 미친 사람이라고 생각해도 될 정도였다. 부모님, 교통사고. 금방 알아낼 수 있었는지 간호사는 씁쓸한 표정을 짓더니 희아를 병실으로 안내해주었다.




머리까지 덮어진 하얀 천, 한 박자 늦게 보이는 희아의 오빠, 호연. 눈물자국이 그대로 남아있는, 아니, 눈물 자국 위로 새로운 눈물을 뚝뚝 떨구어내고 있는 호연은 뒤늦게 들어온 희아를 쳐다보았다.

… 쳐다보았다? 죽일 듯 노려보았다.

축 내려앉은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 희아의 입이 달싹거리기 무섭게 호연이 입을 열었다.

"… 너, 때문에."






이내, 희아는 그 말의 뜻을 알아 들었다. 그저 전화를 받고 뛰어오기만 했던 희아는 생각할 겨를 조차 없어서.

아, 나를 데리러 오다가 그랬구나.


희아의 눈물인지 비인지 모를 푹 젖은 몸, 두 눈에서 확실하게 눈물이 왈칵 쏟아져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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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1-14 03:37 | 조회 : 435 목록
작가의 말
yuryo

어떻게 써야할지 모르겠네요... 민망하기도 하고 :3 조금 짧은가? 분량 조절이 어려워요... 수정만 엄청 하고... 혹시 오타가 있으면 말씀 꼭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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