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우린 뭘 해야하지?


다음날 아침, 리베라는 잠시 천장을 바라보았다.

익숙하지 않은 값비싼 전등에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잠시, 이내 정신을 차린 그는 침대에서 일어나 몸을 씻고 주섬주섬 교복을 챙겨 입었다. 뻣뻣한 새 교복이 익숙지 않은듯 어색하게 방 안을 돌던 그는 방 밖으로 나갔다.

어젯밤의 일을 잠시 생각하던 리베라는 인상을 찌푸렸다. 눈에 안대를 한, 특이한 남자가 그 밤에 무얼 했는지 듣지 못했다.

"…그래서, 어젯밤에 한 명 더 죽었다며?"
"또 악마 관련이라고 했지?"
"으으, 무서워…"

주변에서 들여온 말소리에 그는 걸음을 멈췄다.

"저기, 그게 무슨 말이야?"

한 명의 손목을 덥썩 잡은 그의 모습에 학생은 움찔하며 말했다.

"그, 이거 꽤 유명한 일인데…"

학생의 말이 끝나자 리베라는 그의 손을 놓았다.

"고마워."

"응."

학생의 말을 요약하자면, 학생이 잇달아 죽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악마와 관련된 자들만. 학생들은 다크 히어로라며 웃는듯 보였지만.

"…이하연, 이랬나."

***

일주일 정도 조사를 하자, 리베라는 이하연이 악마 계약자들을 죽이고 다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니, 이건 마치 일부러 알아보라는 듯 대놓고 보여주고 있었다.

리베라는 교실의 문 앞에 섰다. 교실 안에서는 이다브와 하연이 무언가 떠들고 있었다. 교실에는 그 둘밖에 없었다.

"…그래서, 죽였다고?"

이다브가 소리쳤다. 리베라는 교실 문 앞에 귀를 대고 가만히 들었다.

"어쩔수 없는 일이야. 그들은 이미 악마와…"

"악마와 계약해도 그들을 죽일 필욘 없잖아! 어떻게든 설득하면!"

"그들은 가망이 없었어. 악마와 계약한 순간부터 이미 끝이었다고."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가망이 있는지 없는지, 네가 어떻게!"

누군가 넘어지는듯한 둔탁한 소리가 울렸다. 교실의 뒷문이 드륵 열리며 한쪽 뺨이 붉어진 하연이 나왔다. 하연은 리베라를 잠시 쳐다보더니 얼굴을 찌푸리며 손목을 매만졌다.

"네가 죽인거야?"

"에휴, 망할인생. 따라와."

하연은 리베라의 손목을 잡고 끌었다.

"여기가 좋겠네."

학교 뒷편의 정원에서 하연은 손가락을 튕겼다. 보통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을 마나의 장막이 주변을 감쌌다.

"왜 교실에서는 안쓴거야?"

인상을 찌푸린 리베라가 물어왔다. 교실에서 이 마법을 썼더라면 자신이 그 말을 들을 리가 없었다. 서서히 치료되는 뺨이 보였다.

"네가 듣길 바랐거든."

벤치에 걸터앉은 하연은 옆자리를 두드렸다. 그러곤 공간을 찢고 그 안에서 책 한 권을 꺼내들었다.

"이거, 알지?"

인크로아스라는 글자가 선명히 적혀 있었다.

"…그걸 네가…왜…?"

떨리는 동공을 바라보며 하연은 태연히 책을 펼쳤다. 다시 처음부터 읽어내리는 모습이 리베라는 잠시 멍하니 그 자태를 바라보았다.

"이미 이 이야기는 믿을게 못돼. 넌 지금 학교에 들어왔고, 인크로아스, 그러니까 그 회색머리 남자애는 이미 애들을 납치한 전적이 있고, 걔는 벌써 움직이고 있으니까."

하연은 책의 중반부를 펼쳐들었다.

"이미 이야기는 중반부야. 초반부를 그냥 건너 뛰었어. 그리고 이제 시작될건…"

하연의 손가락이 책을 훝어내리다, 어느 한 부분에서 멈췄다.

***

···전쟁이 일어났다. 이미 누가 적인지 아군인지도 모르겠는 난장판에서, 그는 몸을 일으켜 미친듯이 웃었다.

그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그런 그를 바라보며, 나는 그에게 검을 겨눴다. 그는 싱긋이 웃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은 이미 정상인의 그것이 아니었다. 초점도 잡히지 않는 ···

***

"전쟁이지."

그 대목을 손가락으로 살살 문지르던 하연은 리베라를 돌아보았다.

"난 제국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라. 이곳은 제국의 한 부분이지만, 이 깊은 산속까지 제국의 소식을 물어다줄 사람은 없으니까. 그렇지만 한가지는 알고있지."

하연의 눈 앞에 메시지가 나타났다가 사라지길 반복했다.

[신, '순결' 이 ···]
[신, '소원을 들어준···]
[신, '시스···]

"이미 저 위에 신들은 싸우고 있다는걸."

[신, '%×%÷' 이 자신의 나라에 신탁을 내립···]
[신, '순결' 이 자신의 나라에도 ···]

리베라는 아무말도 할수 없었다.

"그럼 우리의 주인공씨는 뭘해야할까?"

하연은 책을 덮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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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5-12 15:25 | 조회 : 2,647 목록
작가의 말
11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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