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시간을 되돌립니다.]


화려하게 펼쳐진 한 쌍의 날개가 보였다. 살짝 빛이 나기도 하는 날개는 굳이 날갯짓을 하지 않더라도 둥둥 하늘 위에 떠 있었다.

[Master의 신화로 결계를 파괴합니다.]
[Master : 끙…신화 주는것도 힘들군.]

눈 앞에 마스터라고 적힌 이의 창이 올라왔다. 이름은 마스터지만, 난 이미 그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아래로 흐릿하게 검는 성체가 보였다. 부서진 결계의 조각이 하늘을 수놓았다.

[Masrer : 우리 한번 만나서 대화나 나눠보지.]

"네? 그래도 되요?"

[ System이 당신들의 대화를 방해…]

아까전부터 계속 시스템의 방해가 들어오고 있었다. 마스터는 그 뒤로 아무말이 없었지만, 날개는 다른 곳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의 신화가 나한테 왔다고 해서 그의 의지를 거스르지는 못할테니까. 소설에서나 봤지, 직접 보는것은 처음이다. 날개가 향하는 곳은 어느 마을 이었다.

마을이면…투명화!

몸이 투명해짐과 동시에 구름이 완전히 걷히며 마을이 드러났다. 꽤나 왁자지껄한 마을이고, 어딘가 익숙한 마을이다.

"여긴…"

내가 처음 온 마을이었다.

"끄응…"

위에서 내려다보니 알게된것이 있었다. 이 책의 일러스트라며 올라온 정체불명의 그림들 중 하나였다. 그 중앙에는 신전이 떡 하니 있었다. 모든 신들을 모신다는 신전.

그곳으로 갈줄 알았지만, 예상외로 내가 도착한 곳은 산 속의 허름한 신전이었다.

그곳에 내려서 신전 안으로 들어가자, 전체적으로 어딘가 흐릿하지만 빛나는 사람이 서 있었다. 전체적으로 새하얀 남자는 어딘가 멍한 눈길로 나를 마주보았다.

"어서와. 나를 직접 보는건 처음이겠지? 난 인크로아스, 이 세계를 창조한 사람이야."

역시.

나는 마법을 풀고 그에게 슬쩍 고개를 숙였다.

"할말이 뭐죠?"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난 시스템을 없애고 싶어."

싱긋 눈웃음 짓는 그의 말에 난 고개를 갸웃거릴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은 망가지든지 상관없나요?"

그는 나를 바라보더니 이번에는 표정을 굳혔다.

"응. 난 그들이 만들어지길 바란적 없는걸."

덩달아 내 얼굴도 굳혀졌다.

소설에서 인크로아스가 나왔는지는 알수없다. 그야 내 기억은 흐릿했으니까. 아니, 그 흐릿함 속에서도 그에 대한건 찾아볼수 없었다.

"그들은 시스템의 사람이야."

그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

옛날, 한 그루의 나무가 있었다.

그 나무는 너무나도 거대하였지만 그 주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새하얀 나무 한 그루만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나무는 자신을 의식하기 시작했고, 외로움을 느꼈다.

그렇게 나무는 주위를 빛으로, 물로, 풀로, 천천히 채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나, 둘 씩 채우고 또 채웠다. 그렇게 아름다운 세계가 완성되었다.

이미 나무는 자신의 힘을 모두 써버렸지만, 형체가 없이 떠돌수 있었다.

[SySTem이 접속합니다.]

순식간에 생명이 생겨났고, 나무가 만들어 놓은 모든것은 생명의 손에 부서졌다.

'넌 누구야? 왜 내 세계를 망치는 거지? 도대체 목적이 뭐야!'

이미 발전한 문명의 인간들은 전쟁을 반복했고, 그렇게 자연은 망가져 갔으며, 결국 인간은 발전한 과학 속에서 죽었다. 이미 황폐해진 땅 위에서 나무, 아니, 신은 물었다.

소리쳤다.

절망했다.

그리고,

그리고,…

[System이 가만히 신을 바라보며 웃습니다.]
[System이 세계를 다시 돌리겠냐며 묻습니다.]

그는 썩어버린 땅을 딛고 섰다.

[System이 당신을 보며 다시 시간을, 세계를 돌리겠냐고 묻습니다.]

그는 불타는 세계를 바라보았다.

[System이 시간을 돌리겠냐고 묻습니다.]

그는 져가는 태양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세계가 돌아갑니다.]
[모든것은 원점으로.]
[1회차의 세계는 실패.]
[인간에게 과학 대신 마법을 새겨넣습니다.]
[대기 중에 마나를 넣습니다.]
[기존의 생명체를 삭제 처리, 새로운 생명체를 생성합니다.]
.
.
.
[당신의 이름은 인크로아스. 이 세계의 신입니다.]

그는 변해가는 세계를 보았다.

그리고, 세계는 다시 한 번…

멸망했다.

멸망한 세계 속의 7명은 허탈해 했다. 인크로아스는 그들을 바라보며 다시 한 번 세계를 돌릴것을 제안하는 시스템을 보았다.

'…난, 난 구원자를 내리겠어.'

[System : 불가.]

'난 더 이상 신이 아니야.'

[SySTEm : 불…]

'난 더 이상 네게 놀아나지 않아.'

[당신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난…난 이 세계의 주인(master)이다."

그는 소리내어 말했다.

[당신은 지금부터 Master입니다.]
[System이 반대합니다.]
[System의 의견을 묵살합니다.]

다시 한 번, 시간이 돌아갔다.

그는 다짐했다. 이번만큼은 이 세계를 구할것이라고. 시스템을 없앨 것이라고. 그리고 거기에는 시스템이 만든 생물체들은 들어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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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4-06 20:32 | 조회 : 2,501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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