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 그들이 만나기 전에,


"….왜 그랬어요? 왜? 도대체 왜! 왜 그랬냐고요."

흑발의 소년이 외쳤다. 그 앞의 남자는 와인 잔을 들어 소년의 손에 쥐어줬다. 그러면서 소년의 귓가에 나즈막히 속삭였다.

"그게 재밌으니까."

"무슨 그딴…!"

와인잔을 던지려는지 소년의 손이 올라갔다. 남자는 소년의 얇은 손목을 붙잡았다. 그대로 소년의 손목을 꺽으며 와인을 소년의 머리에 퍼부었다.

"봐봐, 이런 반응이 너무 재밌다니까? 내 핏줄이라는게 안느껴질정도로."

낮은 웃음소리가 호텔 방을 채웠다. 스산한 목소리에 소년의 어깨가 살짝 떨렸다. 남자의 기세가 사나웠다.

"그렇게 재밌는걸 다행으로 알아. 내가 너는 안죽였잖아. 안그래?"

가죽 쇼파에 반쯤 누운 남자가 다리를 꼬았다. 남자가 소년에게 손가락을 까닥였다.

"이리와, 하연아."

다정하기 그지 없는 목소리였다. 소년은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남자의 앞으로 걸어갔다. 남자는 품에 안긴 소년의 목을 한 손에 움켜쥐었다.

"이 와인 엄청 비싸다?"

소년의 머리 위로 와인이 쏟아졌다. 소년의 손이 남자의 팔뚝을 긁어내렸다. 상처가 남았지만 남자는 움켜쥔 손을 놓지 않으며 간신히 숨을 쉴 정도로만 힘을 풀었다.

"이번처럼 반항하면 다른 놈들이랑 똑같이 만들어주지."

호텔 바닥에 널부러진 시체들을 가르키며 남자가 말했어.

"허억..켁, 커억…큭…"

"그러니까 입 닥치고 가만히 있어, 이하연."

손을 푼 남자는 하연의 볼을 쓰다듬으며 옷을 벗겼다. 욕정을 풀기 위한 행위가 이어졌다. 남자는 소년에게 짐승처럼 달라붙었다.

"아, 아으…흑, 으읏…흐으…"

"…힘 풀어 봐."

소년의 엉덩이를 내리친 남자가 허리를 흔들었다. 온갖 모욕적인 언사가 쏟아져 내렸다. 소년은 몸 안에 쏟아지는 느낌에 눈을 감았다.



***



"여보, 금색이에요…금색이라구요!"

한 여자가 품 안의 아기를 들어보였어. 아기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방긋거리며 웃고 있었지. 여자는 아이의 어머니로 보였는데, 아버지로 보이는 남자는 매우 당황스런 얼굴이었어.

"….버립시다, 부인."

남자는 단호하게 말했지. 여자의 표정이 무너져 내리자 남자는 여자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어.

"어쩔수 없지 않소.…"

그렇게, 아기는 버려졌단다.



"아기가 여기까지 떠내려왔다니, 기구한 운명이구나."

노인은 바구니에 들어있는 아기를 안았어. 꽤나 익숙해 보이는 자세였지.

"내 널 키워주마. 그정도 힘은 남아있으니."

아이는 노인의 품에서 자라났어. 노인은 아이가 검술에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고 검을 가르쳤지. 그때쯤일까, 그제야 노인은 금빛 눈에 대한 소문을 들을수 있었지. 그 말을 들은 아이가 슬퍼할꺼라 생각한 노인은 그 소문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았어. 모두 아이를 위한 것이었단다.

그래, 분명 아이는 잘 자라서 검술 신동으로 불렸어야 할꺼야. 그게 그 아이의 운명이었으니까. 그 빌어먹을 것들만 아니었다면 아이는 1년 뒤에나 니플헤임에 들어갔겠지.

"찾았다."

저 아이가 저 아티팩트를 가지는 일도 없었을 텐데 말야. 아이는 아티팩트를 들고 눈색을 바꾸었어. 그리고 곧장 니플헤임으로 가기 시작했지.…

소복히 쌓인 눈 밭에, 아이가 남긴 발자국만이 남아있었단다.


***



"으아아앙…!!"

아이가 울음을 터뜨리자, 보라색 로브를 뒤덮어 쓴 사람들은 한숨을 쉬었다.

"어휴, 저 많은 애새끼들로 뭘하라고."
"아니, 어떻게 금색 눈을 가진 아기를 만들수가 있어요? 그것도 드래곤의 힘을 넣고 말이에요. 3단계 드래곤 혼혈이라니, 말이 되냐구요."

수많은 아기가 널려 있었다. 모두 버려진 아기들이었다.

"요새는 2단계도 잘 없단 말이에요. 1단계는 아예 괴물 취급이면서…"
"그래서 저것들이 있는 거잖아?"

철장에 묶인 한 남자가 외쳤다. 화려한 적발과 적안이 눈에 띄는 남자였다.

"놔! 이거 놓으라고, 망할 새끼들아!"

주변의 모든 이들은 익숙하다는 듯, 남자를 무시했다.



"아…아아…악!아악!싫어…싫어어…!!!"

곳곳에서 들려오는 비명소리.

"아퍼…그만…."

죽은 시체에서 흘러나오는 냄새.

"….아,아아…아하하!아하하!!!꺄하학….!"

광인들의 웃음소리,

"…...아…"

그리고,

"…..무서워…살려줘…."

무서움에 움츠려든 아이 한 명. 아이의 붉은 눈동자가 흐릿하게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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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3-09 19:48 | 조회 : 3,119 목록
작가의 말
11月

짜잔, 2부 시작입니다. 자세한건 공지를 쓰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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