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모습

하연은 가만히 눈을떳다. 검은색만 가득히 보이자, 하연은 눈을 비비려는 듯 눈가로 손을 가져다 대었다.

"아…"

안대의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졌다. 그래, 여기 와선 항상 천을 뒤짚어 쓰고 있었지. 하연이 잠시 정신을 차리려 고개를 흔들다, 그제야 앞이 안보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투시…윽,"

꽤나 힘이 들어 언령도 같이 내뱉은 하연은 머리를 부여잡았다. 그제서야 훤히 보이는 앞의 광경에 하연은 잠시 말을 잃었다. 하얀색 병원의 이불 위로, 화사한 금발이 내려앉아 있었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달빛이 그의 얼굴을 비추었다. 조금 피곤한 듯이 보이는 남자는, 카이였다. 하연은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적당히 붉은 입술, 시원하게 뻗은 콧날, 도자기 같은 매끈하고 뽀얀 피부. 하연의 손길이 카이의 얼굴을 가만히 쓰다듬었다. 조각같은 얼굴을 살살 매만지다가, 볼에 그의 손길이 닿았다.

"으음…

카이가 살짝 침음을 흘리며 하연의 손에 얼굴을 비볐다. 무언가 이상한 느낌에, 하연은 조그맣게 웃음을 터드렸다.

"하하, 뭐야, 대체…"

드래곤이 이렇게 귀여워도 되는거냐고. 하연은 작게 중얼대고는 카이의 긴 머리카락을 매만졌다. 아마도 밤새 간호해준듯, 카이의 눈가는 살짝 거뭇해져 있었다. 그 눈가를 살살 쓰다듬던 하연은 손을 떼어냈다.

"하아…"

이젠 모든 등장인물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져 갔다. 정말, 정말로 일부만 남았다. 앞으로는 만나도 바로 알아볼수도 없을테고, 미리 악당의 씨앗을 죽일 수도 없었다. 이 부분에서 하연은 조금 안심했다. 사람을 죽이지 않아도 될 명분이 생겼으니.

"…하연, 학생?"

카이가 눈을 떳다. 막 잠에 깬듯, 항상 선명하게 반짝이던 에메랄드빛 눈동자가 살짝 흐릿해 보였다.

"일어나셨어요?"

싱긋이 웃으며 카이를 마주보았다. 그때, 카이가 하연을 껴안았다. 하연은 반응하지도 못할만큼 빠른 속도로.

"그, 교장선생님?"

"걱정했네…많이, 많이 걱정했네…다친덴 없는가…?"

조금은 애절한 목소리가 하연의 귓가로 들려왔다. 하연의 귓가가 조금 붉게 물들었다.

"괜찮으니까 조금만 떨어져 봐요."

하연이 살짝 밀자, 카이는 순순히 떨어져 나갔다. 에메랄드빛 눈동자에 가득 들어찬 걱정에 하연은 그의 눈을 피했다. 하연에게는 부담스러운 눈빛이었다.

"…왜 여기 계신 거에요?"

이번에는 카이가 하연의 시선을 피했다.

"걱정되서 와봤네. 괜찮은걸 보니 이제 가보도록 하지…"

자리에서 일어나 한참을 머뭇거리던 카이는 하연이 잡아주길 바라는듯, 천천히 밖으로 나갔다. 하연은 카이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다시 이불에 누운 하연은 눈을 감았다.

이제야, 축제의 첫날이 끝났다.

***

오늘은 연참의 날...이틀이나 못써서 오늘 열심히 써서 올릴겁니다...일단 소설 3개니까 돌아서 쓰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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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2-09 16:17 | 조회 : 6,240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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