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7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어

“으음..?” 정신이 몽롱했다. 그 와중에 뭔가..

따뜻하고 촉촉한게..

내입술을 감쌌다.

“꺄악!” 나는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면서 밀쳐냈다. 여기서 이런 일을 겪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방심했다.

쿠웅

뒤로 자빠져서 누군지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누구든 정말 나오기만 해봐!

“에..렌..?”
“데이!!??” 놀랍게도 내 눈앞에 있는 사람, 아니 엘프는 데이였다.

“너..뭐야?!” 내가 덜덜 떨면서 말했다. 너는 어떻게 나를 이렇게 흔들어 놓는거지?

“아...그게...” 데이가 우물쭈물거렸다. 아니 잠깐만.

질투..키스..

이거 설마? 내가 생각하는 그건가?!

“데이, 혹시 너, 나 좋아ㅎ”
“아아아악! 아니에요!” 데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얼굴이 빨갛게 달궈진 채로 소리쳤다. 아니 그런 표정으로 말하면 누가 안 좋아한다고 믿겠어? 얘도 은근 다 티낸다니까?

귀엽다. 그래, 나도 널 좋아해. 좋아했고 좋아하고 있고 앞으로도 좋아할거야.
이제 이런 감정을 깨달은 내가 멍청했다. 이렇게나 마음이 큰소리로 외치고 있었는데

널 좋아하고 있다고

“나도 너 좋아해.” 내가 그의 가까이 가서 귓속말로 속삭였다.

미안해. 미안해. 이 감정을 이제 알아서 미안해.

“저..도요.”

긴 시간이였다. 그 긴 시간을 넘어 우리가 만났다. 어쩌면 짜증나고 재수없긴 하지만 메리아에게 감사해야 할 판국이다.

“좋아하고.. 좋아하고 있었어 에렌..” 데이가 속삭였다.

입맞춤이 잇달았다.

처음이였다. 그가 나에게 말을 놓은 것은.
처음이였다. 이렇게 행복한 감정을 느낀 것은.

널 보고 있으면 내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어.

밝은 햇살이 따뜻하게 내 몸을 감싸 안았다. 그리고 곧 더 따뜻함이 이어졌다.

-

“드디어..!” 앨리스가 감격한 눈으로 그 장면을 지켜봤다.

“으아~~ 나도 모르게 감정 몰입했네. 오랜만이지? 이런 감정을 느낀건..”

앨리스가 눈웃음을 지었다. 그녀의 눈에 초승달이 접혔다.

“아아.. 너무 행복해 보인다.” 그 말을 하는 앨리스의 얼굴에 곧 어두움이 깔렸다.
메리아가 신경쓰였다. 메리아는 데이를 얻기 위해서 뭐든지 할 기세였다.

“평생.. 행복이 이어지면 좋을 것이지만..” 그녀의 눈은 그 둘의 사랑 너머를 향했다. 아른거리면서 빛나는 푸른 눈이였다. 마치 데이의 외모를 빼다 박은 듯 했다.

데이가 여자라면 그녀 같은 이미지랄까?

“걱정되네.. 하..” 그녀는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아들은 평생 행복하길 바랬다. 그런데 갑자기 1계 신이 된 메리아가 그녀 앞에 나타났다. 살리고 살리고 또 살리고.

메리아는 데이가 죽을 때마다 또 살려내고 살려냈다. 앨리스의 외침에 전혀 귀 기울이지 않았다. 앨리스는 2계 자연의 신. 가끔 데이의 마력을 보충해주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게 적었다.

앨리스의 얼굴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신의 진실된 얼굴은 보기 어렵다. 그들은 정말 중요한 일이 아니라면 진짜 표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리고 지금 앨리스의 눈물은

진실된 눈물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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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2-07 14:20 | 조회 : 1,183 목록
작가의 말
하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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