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7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어

“조용히 해요! 에루 깨면 어쩌려고!” 데이가 손가락을 입술에 가져다 데며 주의를 주자 메리아가 미간을 구겼다.

“깨면 기억 지우면 되지. 그리고 에렌이라고 불러달라니까? 나 짜증난다고, 그 이름.”

메리아가 데이의 금빛 마력을 손가락을 까딱하여서 조각조각 쪼개버리면서 말했다.

“그리고 너, 네 마력 그렇게 마구 사용하면 너 죽는다?”
“알아요.”
“알면서 왜 그래.”
“나보다 더 중요한 사람이 있으니까.”

“하아..” 메리아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신중에서도 가장 강한 1계 신이였지만, 그녀 앞에서 바락바락 말대꾸하는 이 조그만 엘프 아이를 죽이지 않았다.

그러니까 그녀는 생사를 관장하고 있었다. 그런데 죽이지 않았다, 이것만으로도 메리아가 데이를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 지 알 수 있다.

“도대체 뭐가 그렇게 불만인거에요?!” 데이가 이제는 질렸다는 듯한 표정으로 메리아를 응시하자 그녀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불만 따위는 없어. 그저... 불신일 뿐이야.” 메리아가 달을 바라보았다. 저녁시간부터 내리던 비가 여전히 내리고 있었다.

“데이, 난 너를 사랑하고 소중하게 생각한다.”
“그게 무슨 오그라드는..!”
“그러니 신을 거역하는 행동은 하지 말자.”

그러니까 내가 언제 그딴 짓을 했다는 건데? 데이는 마음속으로 생각하면서 이를 악물었다.

“내가 다음에도 찾아 올 테니 그땐 어떤 표정을 하고 나를 맞을지 생각해 놓으렴~” 메리아가 윙크를 하고는 붉은 루비 같은 아름다운 붉은 빛과 사라졌다.

데이는 혼자 남아 생각했다.

‘에렌은 자신이 무력하다고 내게 그랬지요. 그런데 어쩌면 그게 더 강해질 미래에 대한 희망을 나타내는 게 아닐까요?’

메리아의 붉은 빛은 에렌의 붉은 마력과 무서울 정도로 닮았다.

-
“에렌!” 아침이 되고 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내 머릿속을 울렸다. 행복한 아침이다. 언제나 그랬듯한 맛있는 아침밥 냄새가 퍼졌다.

“잠깐만, 나갈게!” 내가 서둘러 붉은색 원피스를 입고 달려나갔다. 층계를 걸어 내려가자 부엌에서 음식을 차리는 그의 모습이 보였다.

어쩜 뒷모습도 저렇게 귀여운지.

“콜록ㅡ” 기침이 나왔다. 목이 조금 따끔거렸다. 감기인가?

“에렌!” 데이가 깜짝 놀라 뛰쳐왔다. 눈이 커져서 내 머리에 손을 얹더니 얼굴을 찡그렸다.
“열이 좀 있어요. 다시 방에 올라가 있어요, 죽 가지고 갈게요.”

그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나는 고개를 주억이고는 그의 말대로 다시 계단을 걸어 올라갔다. 그러나 머리가 어지러운게 정신이 아득했다. 토할 것 같이 울렁거렸다. 그리고 나는..

계단에서 정신을 놓았다.

--

내가 달려가서 손을 뻗었다. 마력을 쓸 시간도 없었다. 손에 그녀의 몸이 닿았다. 제법 뜨거운게 느껴졌다.

“내 탓이야. 부축해서 데려다 주는건데..” 죄책감이 몰려들었다. 나는 그녀를 공주님안기를 들어올려서 방 침대에 데려다 눕혔다.

“인간은 항상 느끼지만 참 몸이 약해.” 내가 그녀의 이마에 손을 살짝 올려서 마법을 실행시켰다.

“그대가 내 손에 닿으면 그대의 빛이 사그라들 것이니, 고요가 접할 것이다.”

듣기로는 흑마법 주문이지만 인간에게는 열을 떨어뜨려주는 효과가 있어 좋았다. 나는 한숨을 내쉬고는 부엌으로 향했다. 애써 만들어놓은 오므라이스가 쓸모 없어졌다.

“내가 애쓴건 상관없지만..” 내가 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새로 죽을 끓이기 시작했다.

“데..이...” 작은 목소리였지만 내게는 잘 들렸다. 왠지 모를 걱정이 덮쳐 나는 바로 층계를 뛰어올라갔다.

“무슨 일이에요, 에렌!”
“으음.. 데이.. 옆에 있어줘..”

에렌이 미간을 찌푸리면서 힘겹게 말했다.

“그래요.”

자는 모습이 참 사랑스러웠다. 은발이 예쁘게 늘어져 있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가까이 다가갔다. 긴 눈썹과 살짝 붉게 상기된 볼.

그리고 그때의 내게 가장 눈에 띈 것은

장미처럼 부드럽고 예쁜 너의 입술이였다.

6
이번 화 신고 2019-02-05 16:36 | 조회 : 1,128 목록
작가의 말
하젤

즐거운 설날 보내요~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