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 구원자

산책이라는 건 이런거구나!

새들의 울음소리,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숲의 노랫소리--

파란 하늘아래 연두빛 나뭇잎들, 발아래에 사각거리며 밟히는 갈색 나뭇잎들. 갑자기 의문이 들었다.

"왜 떨어진 나뭇잎이 갈색이야? 왜 떨어졌어?"

내가 옆에서 뒷짐을 지고 날 따라오는 데이를 붇잡고 물었다. 데이는 약간 의외라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설명해주었다.

"우리는 옷을 갈아입죠? 같은 거에요. 나무는 옷 대신 나뭇잎을 갈아입어요. 갈아입어서 떨어진 나뭇잎들은 나무의 뿌리가 따뜻하도록 덮어주지요. 하지만 떨어져버린 나뭇잎은 영양분을 공급받지 못해서, 저렇게.. 썩어버리는 거에요."

그렇구나, 나무도 필요없는 건 버리는 거구나. 바닥에 쪼그려 앉아 나뭇잎을 보니 데이의 말처럼 여기저기가 썩어있었다.

"넌....나랑 비슷하구나.." 난 조금 섭한 웃음을 지으면서 썩은 나뭇잎을 들어올렸다.
데이는 말없이 나를 쳐다보았다.

"난 바랍니다. 그대가 다시 깨어나기를. 난 바랍니다. 그대가 원래의 모습을 되찾고 나에게 활짝 웃어보이는 날이 오기를."

공기가 말하는듯 조근조근하고도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내가 획 뒤를 돌아보자 데이가 씩 웃어보였다.

"잘 봐둬요. 이 나뭇잎들은 다시 빛날테니까."

금빛 가루가 바람을 타고 바닥을 휩쓸었다.

아아- 메리아의 말이 맞았다.

썩은 나뭇잎들이 위로 떠오르더니 내주변에 링을 그리며 돌면서 연두빛을 되찾았다. 금빛 가루가 나뭇잎과 함께 바람을 타고 춤추었다.

나를 다시 웃게 만들어줄,
행복을 되찾아줄,
그는

나의 구원자다.

4
이번 화 신고 2019-01-19 13:26 | 조회 : 904 목록
작가의 말
하젤

제 구원자는 독자님들입니다..!!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