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긴 도대체 어디지? 기분나쁜 검푸른 기운에 사방이 덮여있었다. 무섭다. 너무도 어둡다. 내가 견디기엔 무리다.
"하...하아...이런..."
너털웃음이 나왔다. 숨이 조금씩 가빠왔다. 불연듯 '그때'가 기억났다. 속이 뒤집힐듯 울렁거리고, 머리는 깨질것 같았다.
"엄마,아빠..하지마아...흐으...하지마...잘못했어..."
눈물이 떨어져 내렸다. 난 내 머리카락을 거의 쥐어뜯든 세게 잡으며 주저앉았다.
눈물이 북받혀올랐다. 어떤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욍욍 울렸다.
"너 때문에"
"네가 태어나지만 않았다면"
"어디가서 콱 죽여버려라"
"그냥 죽어! 잘못했든 뭐든, 죽어!!"
아아...
그날 죽었어야 했는데..이제....제발...
"그만해!!!"
비명을 지르듯 소리쳤다. 검푸른 공간은 점점더 붉게 변해갔다.
검은 그림자의 형태가 공간의 붉은 빛에 닿아 보였다. 그림자는 내게 말했다.
"안녕?"
너무도 따뜻한 물음. 붉은빛이 조금씩 약해지더니 희게 변했다. 그제야 난 그 그림자의 본모습을 제대로 볼수 있었다.
"내이름은 메리아. 신이야."
신이라고...흰 머리카락은 메리아라는 신의 검은 원피스자락까지 올정도로 길었다. 그녀의 붉은 두 눈은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아니, 나를 꾀뚤어보고 있었다.
신이라기에 이상할정도로 위화감이 들어와 몸이 덜덜 떨려왔고, 이빨이 딱딱 부딪혔다.
위험하다.
내 머릿속의 목소리가 울렸다.
"너의 이름은 에렌 쇼나엘, 어린시절의 학대를 이기지 못하고 부모를 살해했지."
아....그렇구나..그런거였어..
너도 역시..내 죄를 물으러 왔구나. 괜찮아. 이미 난 피로 물들어버린 죄의 아이. 더이상의 구원은 바라지 않는다. 어차피 죽을텐데, 지금 죽는것도 나쁘지 않아.
"좋아, 메리아신님. 더 가까이와서 나를 죽여.."
하하..마지막 순간일지도 모르겠는데 웃음이 나왔다. 아까같은 헛웃음이 아니라 진짜 웃음. 나 진짜 미쳤구나..
"아니, 아니야. 너는 미친게 아니야."
그게 무슨 소리야? 난 이미....
"네 몸속의 마력이 네 슬픔으로 눌려지는구나. 넌 네 부모를 마법으로 살해했지."
뭐? 난 보통 인간인걸? 마법사도 아니고, 내가 마법을 쓸수 있을리가.
"그다음에 너 자신의 기억을 망쳤어. 마법이란것을 잊을수 있도록, 네 부모를 살해한 비수와 같은 흉기를 잊을수 있도록 말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