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외전: 차가운 얼음과 따뜻한 얼음 이야기

"하이트! 부탁이 있다네.."


*

나는 치리스 하이트. 치리스 가문의 영웅 중 한명이며 유일하게 생존해있는 영웅이다. 그리고 나는 오늘 나의 새로운 제자를 만났다.

"이름이 무엇이냐?"

"우루투하드. 치리드라고 불러"

그게 그 아이와 첫 만남이였다. 치리스 우루투하드. 새로운 영웅이 될 아이. 나는 치리드의 스승을 맡게되었고 치리드에게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하고싶은게 있느냐?"

"강해지고싶어.."

투명한 얼음처럼 순진했다. 치리드는 오직 강함만을 원하고있었다. 나는 치리드가 강해질 수 없을거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에게는 감정이 없었으니까. 말그대로 치리드는 감정이 얼어붙어있었다. 태어날때부터 프리하의 저주를 몸에 담고 태어난것이었다. 그 때문에 치리드의 감정은 얼어붙어버렸고 남아있는 감정은 오직 적을 향한 《증오》만이 치리드를 유지해왔다.

"왜 강해지고 싶은것이냐"

"적들을.. 우리 영웅을 죽인 사람들을.. 죽여버릴거야"

어린나이임에도 블구하고 치리드는 엄청난 증오를 가지고있었다. 얼음 그 자체였다. 차가운 얼음. 하지만 나는 알고있었다. 증오심에 불타 자신의 얼음이 녹아 최후를 맞이한 사람을.나는 보았던것이다 그가 후회를 하는 모습을. 그렇기에 복수를 위해 강해지고 싶다는 치리드의 소원은 이뤄줄 수 없었다.

"너는 아직 준비가 안된것 같구나. 훈련은 아직 이르다."

"무슨 소리야.."

치리드는 어금니를 갈며 나를 노려보다 그대로 돌아가버렸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어떻게 하면 치리드에게 감정을 깨워줄 수 있을지 고민을 하였다. 다음날이 되자 치리드는 또 한번 나에게 찾아왔고 엎드려 훈련을 시켜달라고 애원하였다. 일주일 동안 매일 같이 찾아오자 더 이상 무시할수 없었다.

"좋다. 하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다."

나는 치리드를 데리고 평범한 아이들을 가르치는것처럼 이것저것 가르쳤다. 기본적인 예의나 감정들을 차근차근 가르쳤다. 하지만 치리드는 감정을 이해하지 못했다. 역시.. 힘든걸까

"오늘은 여기까지다. 돌아가서 쉬거라"

"오늘도 감사했습니다. 스승님"

감정을 이해 못한다는것만 제외한다면 엄청 예의바르고 완벽한 아이일터인데.. 하필이면 프리하의 저주를 가지고 태어난 아이라니.. 프리하는 우리 치리스 가문의 상징인 얼음의 여왕이다. 그녀는 우리 선조와 계약을하여 치리스 가문을 만들었고 프리하 여왕은 우리에게 가호를 주었다. 하지만 선조는 프리하 여왕의 심기를 건드렸고 프리하는 치리스 가문에 저주를 내렸다. 그것이 프리하의 저주. 특정한 감정을 제외한 모든 감정이 얼어붙는 저주이다. 이 저주에 걸리게되면 아무리 기쁘거나 슬퍼도 공감할 수 없게되며 심지어 부모님이 돌아가셔도 아무런 느낌이 없게된다.

"운이없는 아이로구나.."

나는 치리드를 위해 계속하여 놀러다니고 다른 사람 감정의 공감할 수 있도록 노력을 하였고 노력을 한지 1년이 지나자 결과가 미세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아직도 강해지고 싶으냐"

"네, 스승님"

"이유는 무엇인가?"

"..."

"아직도 머뭇거리는구나. 돌아가거라"

증오는 어느정도 사그라든것 같지만 복수를 위해 강해지고자 했던 치리드는 이유를 잃고 말았다. 무엇 때문에 강해지고 싶은지 알 수 없는것이다. 그날 밤 한 사건이 터졌다. 치리드의 동생인 우르가 실종되었다. 우르가 실종이되었지만 가문 사람들은 찾으러 나가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 아이는 영웅이 될 아이가 아니기 때문이였다. 하지만 치리드는 달랐다. 자신이 모르는 감정들을 아주 잘 알고있던 동생이였기 때문에 치리드에게는 절대 없어서는 안될 존재였다. 치리드는 여기저기에 도움을 청했지만 전부 거절 당하고말았다. 그 모습을 나는 계속 지켜보았다. 치리드는 어쩔수 없이 혼자서 우르를 찾아 다녔고 나는 계속 그런 치리드의 뒤를 밟았다.

"살려주세요!!"

저 멀리서 우르의 외침이 들리자 치리드는 빠르게 소리가 난 쪽으로 달려갔다. 그 곳에는 우르가 수상한 남성에게 구타 당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치리드는 이성을 잃고 남성에게 달려들었지만 싸우는 방법은 한번도 가르쳐주지 않았기에 일방적으로 털리고말았다. 하지만 치리드는 끝까지 우르를 감싸안아 대신 맞아주었고 시간이 지나자 남성들은 가버렸다. 치리드와 우르는 다친 몸을 이끌며 영지로 겨우 돌아갔고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은 곧바로 치리드를 데리고 병원으로 갔다. 우르는 내버려둔채로. 나는 우르에게 다가가 치료를 해주었고 휴식을 취하게 하였다. 그리고 다음날 치리드는 어김없이 날 찾아와 엎드려 빌었다.

"강해지고 싶습니다!"

"어째서냐?"

"우르를.. 소중한 사람을 지키고 싶습니다!"

단 한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더 이상 치리드에게서 증오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대신 의지로 가득차있었다. 나는 그런 치리드를 보며 흐뭇해 하였고 치리드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했다. 그 이후로 매일매일 치리드에게 훈련을 시켰다. 처음엔 기초 체력을 위해 체력 운동과 달리기를 시켰고 어느정도 되고나서 잡생각이 안들게 하기위해 명상 수련을 하였다. 과거의 내가 사용하던 마법서를 주며 완벽하게 이해를 하도록 시켰다. 치리드는 우수한 성적으로 익혀나갔고 마지막 관문만이 남은 상태였다. 마지막 날인 만큼 나는 치리드에게 선물을 사주려고 밖으로 나갔다. 치리스 가문의 졸업 증표인 뜨거운 얼음을 사고 돌아가던 길에 나는 이상한 남자와 마주쳤다.

"오! 이게 누구신가. 하이트 아닌가?"

가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던 한 남자가 날 아는척했다. 내가 누구냐고 물어보자 남자는 조커라고 대답하였다. 그 순간 나는 위험함을 느끼고 도망가려고했다. 하지만 그는 순식간에 내 앞으로 날아와 막아섰다.

"어딜 도망가시는겁니까. 치리스의 영웅님"

"비켜라! 나는 가야할곳이 있다."

나는 주변과 함께 조커의 발을 얼려버리고 뛰어갔다. 하지만 조커는 가뿐하게 벗어나 뜨거운 얼음을 낚아채갔다.

"오오, 이건 뜨거운 얼음이군요! 냐암~"

조커는 뜨거운 얼음을 자기 입에다가 넣어 먹어버렸다. 나는 화가 치밀어 올라 조커에게 달려들었다. 나는 그것이 조커의 도발이라는걸 알아차렸다. 뜨거운 얼음은 나에게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망가기엔 늦어버렸다. 이미 조커의 환술에 넘어가버렸다. 주변이 검게 물들어가며 조커는 나에게 여러가지 환상을 보여주었다.

"하이트. 난 너가 제일 두려워하는게 뭔지 알고있어. 아끼는 제자의 죽음?"

조커가 보여준 환상에는 내가 치리스 가문을 쳐부수고있었다. 그곳의 나는 무언가에 홀려있는듯했다.

"보이지? 너의 미래 모습이"

환상 속의 나는 치리스 가문을 보이는대로 죽였고 치리드와 우르도 죽여버렸다. 특히 치리드를 죽이기전 치리드의 표정이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자.. 난 가볼테니 열심히 해보라고~"

환상이 사라지며 초록색 안개가 내 눈으로 들어와 온 몸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다 잠잠해졌다. 정신을 차리고 조커를 상대하려고 했지만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나는 뜨거운 얼음을 가지고 치리스 영지로 돌아가려고 걸어갔다. 30분 정도 걸었을까 시야가 흐릿해지며 속이 매쓰껍기 시작했다. 나는 제자리에 쓰러졌다. 온 몸에 고통이 흐르고 조커가 보여주었던 환상이 계속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내 몸이 이상해진다는걸 눈치챘다. 자리에서 겨우 일어나 간단한 마법을 써보았지만 전과 같이 투명한 얼음이 아닌 독이 슬어 녹아있는 얼음이 나왔다.

"아..타락했구나.."

영웅들을 타락시키는 조커. 조커의 초록색 안개 때문에 내 모은 타락해가고있었다. 몸 안에 있던 초록색 안개는 내 몸을 뒤 덮었으며 결국 몸 전체를 뒤덮어 내 몸을 지배하고 말았다. 초록색 안개가 내 정신까지 지배하려고 할때 주머니에 있던 뜨거운 얼음이 빛을 발하며 초록색 안개를 물리쳐냈다. 하지만 뜨거운 얼음은 내 정신만을 지켜주었고 내 몸은 이미 지배당한 상태였다. 나는 치리스 영지로 돌아가지않고 치리스 영지 반대편으로 걸음을 옮겼다. 최대한 사람이 없는곳으로 외진곳으로 나아갔다.

몇시간 정도 걸었을까 다리에 힘이 풀려 쓰러졌다. 배도 고프고 무엇보다 너무 힘들었다.

"괜찮으세요?"

어디선가 들려오는 목소리. 나는 정신을 잃었다.

"아, 일어나셨군요"

나는 침대에서 눈을 떴다. 눈을뜨니 내 앞에 한 여자가 서있었다. 그녀가 쓰러진 나를 데리고 왔다고 한다. 나는 고맙다는 말을 하고 나가려고했다. 하지만 그녀는 날 막아섰다.

"막지마라. 날 여기에 냅두면 분명 큰일이 날거야"

"타락 때문인가요?"

그녀는 타락으로 전부 침식된 내 몸을 보더니 말했다.

"괜찮아요. 저도 타락자니까요"

그녀는 꽁꽁 감싸놨던 팔과 다리에있던 붕대를 풀더니 타락에 침식된 몸을 보여주었다. 그녀는 나와 다르게 검은색으로 침식 되어있었다. 나는 그녀의 이름을 물어보았지만 그녀는 아무말도 안하다가 나이트메어라고 불러달라고 하였다.

"나이트메어?"

"네, 저는 원래 시르푸 가문의 몽환술사였습니다. 하지만 타락하고나서는 제가 부여하는 꿈들은 상대를 절망에 빠뜨리는 악몽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도망을 다니다 이 집을 발견하게 된겁니다."

그녀를 타락시킨건 파이로스 가문 중 1명이라고 했다. 그녀는 어떻게든 파이로스 가문에게 복수를 하고싶다는 증오로 지금까지 살아왔다고 한다. 나도 내 사정을 그녀에게 말했고 그녀는 내 이야기를 듣더니 도와주겠다고 하였다. 그렇게 몇년이 흐르고 나는 한 소문을 듣게되었다. [치리스 가문의 예비 영웅인 치리스 우루투하드가 파이로스 애드가와 팀을짜 메르제의 크라운 경기에 참가한다] 나는 그 소문을 듣자마자 그녀에게 말했고 그녀는 흔쾌히 승낙하였다. 그렇게 나와 그녀는 메르제 크라운 경기에 참가하게되었다. 그녀는 나이트메어로 나는 포이즈너로

[크라운 경기 시작~!!]

경기가 시작하자 나는 곧바로 치리드를 찾으러 나섰다. 한참을 돌아다니다 치리드를 발견하고는 바로 앞으로 달려갔다.

"적이군요"

치리드는 순식간에 우리를 경계하며 마법진을 펼치고 있었다.

"치리드.. 마지막 시험이다. 날 이겨라!!"

나는 있는 힘껏 치리드한테 부딪혔고 치리드도 온힘을 다해 나를 상대했다. 나의 부식된 얼음과 치리드의 투명한 얼음이 계속 날아오며 서로를 공격했다.

"얼음 공격.. 당신 치리스 가문이십니까?"

"...잘 컸구나"

나는 아까보다 더 강하게 밀어붙였고 치리드도 더욱 더 강하게 받아쳤다.

"마지막 시험이라니? 당신은 도대체 누구입니까!!"

치리드가 한층 더 강하게 나에게 공격을 쏟아부었고 나는 그것을 전부 받아친뒤 결전기를 사용하였다.

"결전기: 얼음 결정"

치리드가 서있는 바닥에 얼음 결정이 생겨나더니 주변을 순식간에 얼려버렸다. 하지만 치리드는 내 결전기를 피하고 바로 자신의 결전기로 나에게 반격하였다. 나는 치리드의 결전기를 정통으로 맞았고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더 이상 목숨을 유지할 수 없어지자 침식된 타락은 저절로 내 몸에서 빠져나가고 있었다. 나는 누운 상태로 그녀의 싸움을 바라보았다.

"하이트.. 나도 이제 끝낼게. 결전기: 끝없는 악몽"

그녀의 손에서 불길한 어둠이 애드가를 덮쳤고 그녀의 타락이 애드가에게 이전되고있었다.

"ㅁ..뭐야!! 현신: 파이로스!!"

애드가는 급하게 신을 자신의 몸에 빙의시키려고 현신 마법을 외웠지만 애드가는 이미 타락에 침식이되어 마법이 불완전하게 발동되었다. 그 결과 신의 불꽃이 애드가를 뒤덮었으며 애드가는 그 불꽃 속에서 비명을 지르며 불타올랐다. 악몽으로 이어져있던 그녀도 검은 불꽃에 휩싸여 불타 사라졌다. 그녀는 죽어버렸지만 마지막 순간 나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애드가와 그녀가 죽고 그걸 지켜보던 치리드가 멘탈이 부서진 상태로 나에게 다가와 목을 졸랐다. 내 몸에서 타락이 다 빠져나가자 내 몸은 원래 몸으로 돌아왔고 치리드는 내 모습을 보자마자 놀란 표정으로 지으며 손을 떨었다.

"어째서.."

대답을 하고싶었지만 나는 말을 할수가 없었다. 치리드가 내 목을 조르면서 성대를 얼려버렸기 때문이다. 나는 그저 치리드에게 미소를 보여줄 뿐이였다.

"스승님.. 어째서 타락을.."

치리드의 얼굴에는 겨우 잊게하였던 커다란 증오가 나타났다. 그 어느때보다. 처음 치리드를 만났을때보다 더욱 더 증오에 불타고 있었다. 나는 그때 그 사람과 치리드가 겹쳐보였다. 치리스 우르이드. 치리드의 아빠. 치리드는 지금 우르이드와 똑같이 타오르고있었다. 나는 뜨거운 얼음을 전해주려고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정말로 죄송합니다.."

하지만 치리드는 주먹을 꽉지더니 자리를 박차고 달려나갔다. 나는 달려나가는 치리드의 뒷모습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 눈이 점점 감기며 심장 박동도 매우느려졌다.

결국 이렇게 되는구나..

내 의지를 유지해주던 뜨거운 얼음이 산산조각나며 내 몸을 불꽃으로 휘감았다. 그녀가 마지막에 지은 미소는 복수의 미소였을까 해방의 미소였을까. 나는 그녀처럼 성공하지 못했다. 오히려 실패였다. 그래도 나는 그녀처럼 웃으면서 죽을수 있을까 애초에 그럴 자격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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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1-18 02:49 | 조회 : 317 목록
작가의 말
검은 성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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