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린

서쪽의 숲의 외곽에 있는 사냥꾼의 마을중 하나.

주민이 100명도 되지 않는 작은 마을이지만, 숲의 풍족한 자원으로 부족함 없이 살던 마을이다.

조용해야할 밤이지만, 축제라도 있는지 마을은 환하게 밝혀져 있고, 드물게 떠들석하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더 자세히 본다면 그 누구도 축제라는 말을 하지 못할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떠들석한 소리는 즐거움이 가득찬 축제의 그것과는 거리가 멀다.

“꺄아아악”

“안돼! 아아아”

“키키키킥!”

절규와 비명소리, 그와함께 들리는 것은, 사람이라고도, 짐승이라고도 할수 없는 이형의 웃음소리.

1미터가 조금 넘는 체구의 사람의 형상을 한 초록색 몬스터 고블린은 보통 사냥꾼들의 표적이 되는 약한 몬스터이지만, 오늘같은 날은 조금 다르다.

마을의 경계를 넘어 전력을 이미 무력화 시킨 그들에게 남은것은 승자의 권리를 취하는 일 뿐.

평소 사냥당하던 종족의 한을 풀듯, 그들은 폭력적이고 잔인하게 저항할수 없는 인간들에게 그들의 포악한 욕망을 뿜어낸다.

“아이만은 살려주세요, 제발..”

“엄마, 안돼!!!”

불타고 있는 집을 배경으로 피투성이의 여인은 아이만은 살려보겠다고 울부짖는다. 하지만 그녀를 둘러싼 초록색 괴물들에겐 그 말이 통하진 않는다.

아니, 의미는 전달되었을지도 모른다. 단지 그들에게 그 청을 들어줄 생각이 전혀 없을뿐.

“키킥!”

괴상한 웃음소리를 내며 입꼬리를 올리고 고블린 한마리가 아이에게 다가간다.

마치 여인에게 보란듯이 아이를 잡고는..

콰직

“으아악!!”

목을 물어뜯는다.

“안돼, 안돼!!”

“키키키킥”

다른 고블린들에게 잡혀서 절규하는 여인을 초록의 괴물들이 비웃는다.

더 울부짖어보라는 듯, 아이를 물은 목에 힘을 주고, 놓지 않는 괴물 앞에서 여인은 몸부림치지만, 아무것도 할수 없다.

흘러내린 피가 고여서 만든 웅덩이 위에서 반항하던 아이의 움직임이 완전히 멎는다. 그러자 그를 잡고 있던 괴물은 재미없다는듯, 누런 이빨을 드리내며 식사를 시작한다.

그 장면을 바라보던 여인도 더이상 움직이지 않는다. 그저 공허한 눈동자에는 그저 초록색 괴물과 이제는 고깃덩어리에 불과한 무언가가 비춰질 뿐이다. 어두운 밤하늘에 그녀의 위에서 허리를 흔들던 괴물의 웃음소리만이 울려퍼진다.


비슷한 광경이 마을 곳곳에서 펼쳐진다. 마을을 지키던 사냥꾼들의 모습은 더이상 보이지 않는다. 싸울 수 있는 남자들은 이미 시체로 변해있었으며, 여자들은 죽은 자들이 부러울 정도로 괴물들에게 둘러싸여 장난감 신세를 맞이한다. 어딘가로 그녀들을 끌고가는 괴물들의 모습도 보인다.

부모를, 형제를 부르짖던 아이들의 모습은 이미 없고, 숨어있거나 도망가던 아이들도 머지않아 괴물들에게 발견되어 같은 최후를 맞이한다. 아이들의 연한 살을 좋아하는 고블린들의 후각이 이 맛있는 냄새를 놓칠 리가 없다.


광란의 밤이 계속되는 가운데, 그 장면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 자가 있다.

다른 괴물의 세배 정도는 되는 큰 체구에, 근육질의 몸, 그리고 허리에 찬 딱봐도 고급으로 보이는 검은 어딘가의 유명한 전사를 연상케 하지만, 그 초록색 피부와 길게 찢어진 눈과 입은, 그도 고블린 이라는걸 알려준다

“로드, 승리를 축하드립니다.”

인간은 알아들을 수 없는 고블린의 언어로 정중히 축하를 보내는 것은 그 옆에 있던 로브를 쓰고 있는 고블린이다.

“당연한 일이다.”

그에대해 무덤덤하게 대답하는 것은 고블린 로드. 종족 특성상 이름은 없지만, 그는 부족의 유일한 존재이며 이름따위는 필요없다.

원래 작은 마을이라도 인간의 마을을 습격하는 것은, 고블린들에게는 꽤 부담이 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숲의 괴물들에 비교하면 인간들은 약하지만, 뭉쳐서 싸우는데 익숙하고, 인간의 마을 주변에는 여러가지 덫이 많이 놓여있어서, 실패 확률도 높고, 성공하더라도 많은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에 로드로 진화하여 주변의 부족들을 하나로 합친 로드에게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덫은 그의 충실한 부하들이 해제해 주었고, 인간의 강한 전사나, 협동작전등은 그의 무력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파란머리 전사는 없었는가?”

인간 원정은 식량확보나 인원충당 같은 부수입이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부족의 위험을 제거하는 것이 목표이다. 그리고 이번 원정의 주요인물로 지목된 이들중 한명이 파란머리 전사. 그의 무식한 힘으로 많은 부족원들이 살해당했기에, 그가 있을것으로 추정된 이 마을에 로드가 직접 내려온 것이다.

“아쉽게도 그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기뻐하십시오. 주위에 파란머리 전사의 것으로 추정되는 흔적을 발견했습니다. 아마 곧 좋은 소식이 있을 것입니다.”

“그래, 그래야지.”

부족의 적들을 하나씩 제거해 가며 세력을 키우면, 숲의 주인도 그를 어찌할 수 없을터. 그러면, 항상 약자로 숲의 괴물들에게 도망다녀야만 했던 고블린들도 안정적인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잦아들어가는 패자들의 비명소리를 듣는 로드의 누런 눈동자가 이채를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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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1-22 22:02 | 조회 : 553 목록
작가의 말
응가견

고블린은 훌라춤을 좋아합니다. 15세 미만 불가로 갈려고 했는데, 잔혹한 묘사에서 좀 걸리네요 ... 이정도는 괜찮으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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