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딸은 천재다.

내 이름은 윌프레드. 평범한 용병이였으나, 정략결혼이 예정되어 있던 귀족집 영애와 눈이 맞아, 같이 도망가서 모험자로 직업을 바꾸었다. 떠돌이나 마찬가지 였지만, 그녀와 함께했던 모험들은 지금 생각해 보면 모두 즐거운 추억이다. 그렇다고 해서 시골에 정착한 지금의 생활에 불만이 있는건 아니다. 아니, 지금 우리는 언제나보다 행복하다.

그 이유는 우리가 정착한 이유, 바로 우리 딸인 럭스이다.

처음 태어났을때 울음소리부터 범상치 않았던 우리 딸은, 과장 하나 붙이지 않고 천재이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마을 녀석들은 “또 이녀석 딸 자랑이구나” 하면서 유감스러운 눈빛으로 보지만, 이건 그저 사실일 뿐이다.

허위 1%도 없는 사실을 이야기해 주는데도 나를 그런 취급하는 녀석들의 멍청함이 안쓰러울 뿐이다.

내 딸이 천재인 근거를 대라고 하면 너무나도 많다.

첫번째로 눈빛이 범상치 않다. 마치 세상을 관찰하고 이해하려는 듯한 그 초록색 눈은 보고 있으면 끝도없이 빠져든다.

두번째로 그 행동. 마치 귀여움의 뜻이 무엇인지를 알려주겠다는 듯한 작은 손과 발, 그리고 시시각각 변하는 표정. 머리부터 발끝까지 너무 사랑스럽다.

세번째로는 이건 정확하게 근거가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한살이 되기 전에 벌써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리즈한테 이야기를 열심히 들으면서 계속 해달라고 하는걸 보면, 지식욕도 굉장하다. 이런건 엄마를 닮아서 참 다행이다. 생일날 책을 사주었으니 아마 글도 금방 깨칠 것이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마을 녀석들은 나를 보고 이렇게 말한다.

딸바보는 어쩔수 없다고.

하지만 바보는 그녀석들이다. 머리좋은 리즈도 럭스가 천재라고 말했으니까!





럭스가 한살이 되고 반년쯤 후에, 리즈에게 마법을 가르쳐 달라고 했고, 그렇게 마법을 배우기 시작한지 또 반년이 지났다. 안그래도 나는 저녁에만 집에 돌아오니 함께할 시간이 적은데 마법까지 리즈에게 배우니 딸을 빼앗길거 같아서 불안하다.

이렇게 말하면 리즈에게 “별거 아닌거 가지고 경쟁심 불태우지 말랬지” 라고 하며 맞을테니, 어쩔수 없이 조용히 있었지만, 좋은 방법이 떠올랐다.

그것은 바로 럭스의 2살 생일 선물.

나는 럭스에게 장난감 검을 선물했다. 이런 귀여운 여자아이에게 검이란 안 어울리지만, 호기심 많은 럭스라면 분명 관심을 가질 것이다. 그리고 그러면 매일 함께 후후후...





내가 마당에서 검술 연습을 하고 있자, 달릴수 있게 된 때부터 시도때도 없이 열심히 돌아다니는 럭스가 뽈뽈뽈 걸어나와서 내가 내가 사준 장난감 검을 가지고 나를 따라한다. 후후, 리즈한테 사정사정해서 럭스가 관심을 가지도록 내가 연습할때 구경하도록 데리고 나오게 한 것이 효과가 있는 모양이다.

그래! 이 아빠의 멋진 모습을 잘 보렴!

멋진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온 힘을 다해 검을 휘두른다. 비록 용병들 사이에는 특별할것도 없는 보급식 검술이지만, 여태까지 나의 경험이 녹아들어서 이제는 나의 것이 된 이 검술은 내 자랑중 하나이다. 물론 나의 가장 큰 자랑은 럭스이다.

옆에서 럭스가 따라하는걸 보고 자세를 교정해 준다. 원래 가르치려면 체력단련과 기초부터 철저히 해야 하겠지만, 우선 관심을 갖게 해야 한다. 지금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다.

“다리는 조금 더 벌리고, 손잡이는 이렇게.. 그래 그거야, 그렇게 휘둘러!”

“응, 이렇게?”

작은 팔다리를 열심히 움직이면서 장난감 칼을 휘두르는 럭스가 너무 사랑스럽지만 지금 껴안으면 여태까지의 노력이 헛수고가 된다. 지금은 참자.

“아빠, 힘들어..”

아이라서 체력이 얼마 없는지, 금방 지쳐버린다. 계속 하고 싶지만, 어릴때 무리를 시키면 안된다고 리즈가 그랬으니 아쉽지만 이제 그만 시켜야 한다.

“그래? 그럼 아빠가 하는걸 잘 보렴. 보는것도 연습이란다.”

그리고는 또 멋지게 보이기 위해 내가 가진 기술을 하나씩 선보인다.

살짝 돌아보면 눈을 반짝이고 보고 있는 럭스가 보인다.

그래, 이 멋진 아빠의 모습을 잘 봐두거라!


그리고 그 모습을 보고 리즈는 작게 한숨을 쉰다.







나의 이름은 리제롯트, 바람의 아르덴이라고 불리는 본 아르덴 가의 셋제 딸이다. 뛰어난 언니와 오빠들과는 달리 평범했던 나는, 예정되어 있던 정략결혼의 상대를 보고는 경악했다.

너무 못생겼잖아!

얼굴만 보고 결정하는건 지금생각해보면 조금 더무한 것 같기도 했지만, 평소 자유와 모험을 동경했던 나는, 그 결혼이 너무 싫었고, 그래서 몰라 도망쳤다.

그때 나를 도와준건 전부터 일관계로 몇번 봐왔던 용병 윌프레드 였는데, 그와 함께 여행을 하다보니, 이 사람이 참 마음에 들었다.

잘생긴데다가, 생각하는걸 싫어하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솔직한 시원시원한 성격이 마음에 들어서 그와 결혼을 하게 되었고, 내가 아이를 갖게 되자 우리는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본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시골 숲속에 정착해서 살기로 했다.

그래서 낳게 된 우리 아이 럭스! 너무나도 귀여운 아이였지만, 한가지 이상한 점을 곧 알게 되었다.

럭스는 너무나도 똑똑했다. 귀족들의 사교계를 좋아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나가서 이것저것 들은 적이 있었기 때문에, 보통 아이의 지능이 얼마나 되는지는 안다. 그런데 분명히 이 아이는 정상이 아니었다.

자세히 알지 못하더라도 누구라도 어느정도는 눈치를 챌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한살도 안돼서 이미 말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을 읽기 시작했으며, 하나를 가르쳐주면 열을 안다.

소위 말하는 천재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으나, 나는 이에 더 적절한 단어를 알고 있었다.

환생자.

이 세상에는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환생자가 종종 태어난다.

전설과도 같은 이야기지만, 이들의 존재는 이세계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는 이들이 이룩해낸 분명히 이질적인 문명의 결정체들. 극히 소수인 이들은 분명히 세상에 크고작은 발자취를 남겼고, 그래서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내 딸은 환생자이다.


그런데, 보통 환생자는 자신이 홀로 설 수 있을때 까지, 또는 영원히 자신의 정체를 숨긴다고 하는데, 이 아이는 전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인다.

나를 보며 활짝 웃는 얼굴에 나타나는 것은, 이미 한 인생을 살은 사람의 연륜이 아닌, 그저 너무나도 순수한 기쁨.

그래서 나는 이 아이를 아무런 편견 없이 키우기로 했다. 아니, 그녀의 웃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하지 않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한가지를 더 결심했다. 그건 그녀의 웃음을 지켜 주겠다는 것.


환생자들이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않는 것은 지혜로운 일이다.

모두가 그렇진 않겠지만, 그들을 보는 세상의 시선은 곱지 않다.

자신을 지키지 못한 환생자들은 시기받고 배척되며 심하면 이세계의 지식을 알아내기 위한 도구나 미지를 밝혀내기 위한 모르모트 신세로 전락하기까지 한다.

그리고 그녀를 지키기 위한 힘이 우리에겐 없다.

그래서 나는 그녀가 환생자라는 사실을 숨기기로 했고, 마을에도 데려가지 않았다.

이 순수한 아이에게 세상의 더러움이 묻지 않게 하기 위해서.

윌에게는 말해줘도 괜찮겠지만, 어차피 “그래서 뭐?” 라고 할게 분명하다.


내가 스테이터스를 보여주자, 럭스가 갑자기 심하게 떨기 시작했다.

내가 여기 있으니 괜찮다고 안아주었지만, 그녀는 뭐가 그렇게 무서운듯 계속 떨고만 있었다.

그래도 시간이 해결해 주었는지, 결국 괜찮아졌지만, 하나의 심정 변화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야기를 해줄때 워낙 몬스터나 마법 등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자세히 살펴보니, 자신을 해칠수 있는 것들과 그것과 싸울수 있는 힘에 관심이 있는 듯했다.

그때 나는 알게 되었다. 이 아이는 무서운 것이구나.

그래서일까, 럭스가 겨우 한살에 마법을 배우겠다고 했을때, 흔쾌히 승낙했다.

물론 위험한 것을 가르쳐 줄수 없었으므로, 속성을 확인하는 기초마법 윈드만 가르쳐주고 두고보려고 했는데, 이게 또 굉장하다.

내가 조금 도와주기는 했어도, 얼마 지나지 않아 완벽한 마법 제어를 익혀서 보여줬고, 거기에 나아가서 가장 마력을 많이 늘어나는 방법으로 연습하기 시작한다.

마력은 마법을 사용할수록 늘어나는데, 한번에 많은 마력을 사용하는 것보다, 조금씩 오랫동안 사용하는게 늘어나는 양이 많은데, 그걸 어떻게 알아냈는지, 마법 '윈드'를 완벽하게 제어할 수 있게 되자, 되도록이면 조금씩 오랬동안 사용하여 마력을 늘리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서 나는 럭스에 대한 생각을 고쳐야 했다.

여태까지 보여준 천재성이 그저 환생자라서 가지고 있는 전생의 기억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아이는 천재가 맞다.

분명 마법을 처음 배운 것인데도, 어느새 제어를 혼자서 익히고, 마력을 늘리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까지 실천하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윌이 그녀에게 검술을 가르쳐 준다고 했을 때에도, 원래라면 반대했을텐데, 그러지 않았다.

그녀가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지 보고 싶었다.

너무나도 큰 가능성을 지니고 또 너무나도 순수한 우리 아이가 어떻게 자라날지, 너무 궁금했다.

그리고 그 성장을 올바른 방향으로 가도록 지도해주고 지켜주는건 나의 역할이겠지.


그래서일까, 나는 그녀에게 정보 팔찌를 세살 생일 선물로 주기로 결정했다.

정보 팔찌는 내가 집에서 나올때 몰래 가지고 나온 귀한 아이템으로써, 착용자에게 스테이터스를 보여주는 기등을 한다.
그 외에도 몇가지 기능이 있지만, 내가 모험자로 활동할때 많은 도움을 주었으며, 지금 성장하는 럭스에게 가장 필요한 아이템이었다.

“바람계열 스킬 목록 : 윈드 커터, 윈드 실드, ….”

팔찌에서 머리로 전달되는 전 스승님의 목소리를 들으며, 팔찌에 넣어놓은 정보를 한번 더 확인한다.

메모기능, 이것은 이 팔찌에 있는 또 한가지 기능으로서,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적어놓을수 있다. 용량이 무한은 아니지만, 내가 아는 마법에 관한 지식을 모두 적을 만큼은 된다.

그러고 보니, 정보 팔찌에서 정보는 자신이 가장 친숙한 방식으로 전달되는데, 럭스에게는 어떻게 전달되는 것일까? 생일 선물로 주면서 한번 물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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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1-16 23:55 | 조회 : 504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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