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게임이라면 공략해 주지! 라는 생각으로 글을 배우고 몬스터에 대해 공부하던 어느날 한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몬스터를 상대하는 두가지 대표적인 수단인 검과 마법. 그중에 검은 육체가 아직 너무 어려서 무리라고 하더라도, 마법은 가능하지 않을까?
그래서 엄마에게 한번 마법을 가르쳐 달라고 했더니, 흔쾌히 승낙해 주셨다. 내심 너무 어려서 위험하다고 안된다고 할거 같아서 걱정했는데,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마법은 4대속성인 불, 물, 바람, 땅의 네가지 마법이 대표적이고, 다른 마이너한 속성들도 있지만, 그 중에서 회복마법으로 쓸모가 많은 빛속성인 백마법을 제외한 다른 마법은 그다지 쓰이지 않는다고 한다.
별로 쓰이지 않는 이유는, 다른 속성을 가진 사람이 별로 없기 때문. 여기까지면 짐작했을지도 모르지만, 마법의 속성은 타고나는 것이고, 후천적으로 배울 수는 없다고 한다. 사실 전에 엄마의 스테이터스를 봤을때, 바람마법의 레벨은 높은데 다른 마법이 없는 것을 보고, 그럴 것이라고 예상은 했었다.
그래서 우선 마법을 배우기 전에 나의 속성부터 확인을 했다.
보통 사람은 4대 속성중 한가지 속성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가끔가다가 두개, 세개의 속성을 가진 사람도 있는데, 두개의 속성은 100명중 한명, 세개는 만명중 한명 이렇게 있고, 극악한 확률로 네개 속성을 모두 가진 사람도 있는데, 이건 천만분의 일 정도의 확률로, 한 왕국내에서 한명 있으면 행운이고, 큰 제국내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라고 한다.
다른 희귀속성들도 이4대 속성과 병행하여 가지고 있을수 있는데, 그 확률은 더욱 적으며, 역사상 가장 속성을 많이 가졌던 인물은 대마법사라고 불리었던 무려 6가지 속성을 가졌던 인물이라고 한다.
이 중에 내가 확인할 속성은 4대 속성이었다. 이유는 희귀속성들은 그 속성을 확인할 방법이 명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다는 점. 그중에서도 쓸모가 많은 빛속성은 신관에서 나서서 확인해 주곤 하지만 다른 속성은 가진 사람도 적고 일일히 확인하기 너무 번거로워서 묻어졌다고 한다.
그런데 확인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각 속성의 가장 기본적인 마법을 하나씩 사용해 보는 것. 그런데 이렇게 간단하면 다른 희귀속성도 확인해 볼수 있는거 아니야? 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금방 그 질문에 대한 답이 나왔다.
그건 아무리 가장 기본적인 마법이라도, 완전 초보가 혼자서 쓸 수는 없다는 것. 그래서 속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그 속성을 가진 사람이 이끌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엄마가 바람 속성, 아빠가 불 속성을 가지고 있어서, 두가지 속성은 바로 확인해 봤지만, 다른 두 가지 속성은, 아빠가 마을에서 사람들을 데리고 올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그래서 확인된 나의 속성은 겨우 한가지, 바로 엄마랑 같은 바람 속성이었다. 내 머리카락이 엄마랑 같은 연두색이라서 혹시 그렇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는데 맞아떨어진 모양이다. 그렇다고 해서, 속성과 머리 색깔이 항상 같은건 아닌게, 아빠의 머리는 파란색인데 속성은 불속성이다.
은근히 나는 4대속성을 다 가진게 아닐까? 하고 기대했었는데, 그냥 보통사람 수준인 한가지 속성이라니 왠지 실망이다. 대마법사가 되는건 힘들지도..
엄마의 바람 마법에 이끌어져 내가 처음 사용한 마법은 윈드, 그냥 작은 바람을 일으키는 기초중의 기초인 마법이다.
하지만 처음 사용한 마법은 너무나도 놀라웠다.
…
“자, 그럼 몸 속에 여태 느끼지 못한 감각에 집중해.”
그렇게 다른 설명 없이 시작된 작업은 곧 한번도 알지 못하는 생소한 감각으로 이어졌다. 마치 피가 몸 속에 흐르는건 당연하지만 그걸 느끼지 못하듯이, 계속 이곳에 있었다는 것을 증명하듯 자연스러운 느낌. 하지만 그걸 느낄수 있었던 것은, 나의 마력과 동화한 엄마의 마력이 몸속에 들어온 이물질처럼 존재감을 내보이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역시 우리 딸은 나를 닮아서 바람 속성에 맞는 모양이네?”
그렇게 말하면서 나의 마력을 밖으로 이끌어낸다. 몸 속에서 무언가 빠져나가는 기분, 하지만 그 빠져나간 것이 아직 몸의 일부랄까, 빠져나가기 전과 벌로 바뀌지 않은 것이 느껴진다. 하지만 그 이어진 감각이 점점 작아지는것을 느낄때, 나의 마력이 바뀌는것이 느껴진다. 그리고 무심코 손을 들어보니 작은 바람이 느껴졌다.
“바람 마법사가 된 것을 축하해.”
그런 말을 들으면서 나는 이 놀라운 현상의 여운에 잠겼다.
…
다른 마법을 쓸수 없다는 것에 아쉬운 것도 잠시, 나는 금방 바람 마법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처음은 엄마가 이끌어준 대로 혼자 마법을 시전해 보는 것에서 시작했다.
내가 가진 마력의 느낌을 기억해서 찾아내고, 몸 밖으로 빠져나가는 느낌대로 이끌어서 마법으로 변환되는 과정을 시도해본다.
몇번의 실패를 통해 알게 된 것은, 마력을 이끌어 내고, 현상으로 바꾸는 것은, 두개가 아닌 하나의 작업이라는 것이었다.
“마력은 실체가 없어. 그러니까 마법을 시전하는 과정에서 마력을 소모하는게 마력이 몸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으로 느껴지는 것 뿐이지. 그러니까 마력을 가지고 마법을 시전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마법이 시전되는 과정을 그대로 느끼고 실행해야해.”
마력을 다루는 것은 사람마다 하는 방법이 다르고 그냥 팔다리를 다루는 것처럼 익숙해 져야 한다고도 했는데, 이게 참 애매했다.
물리적인 형태가 없고 그저 이게 마력이구나 하고 막연히 느껴지는 힘. 이것을 움직이는데는 당연히 몸을 움직이는 것과는 다른 법칙이 존재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마법을 혼자서 사용하는데 성공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중간 중간에 마력이 다 소모되어서 다시 회복하는 데 몇일이 걸리긴 했지만, 실제로 연습한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다.
도대체 마력이란 무엇인가, 하고 생각하고 물어도 봤지만, 한번 생각해서 모르는건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는 모양인지, 결국 포기하고 이것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집중하기로 했다. 그래서 알게 된 것은, 마법을 시전하는 것에 존재하는 규칙들이었다. 윈드를 시전할 때에, 과정을 조금 바꿔서 바람의 크기, 위치, 방향 등을 조정할 수 있었는데, 바람의 세기를 늘리려면 마력이 더 많이 들었고, 위치도 나의 몸에서 멀어질 수록 많은 양의 마력이 소모되었다.
이것저것 실험하다 보니, 결국 윈드를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엄마에게 다른 마법을 또 배우게 되었다.
마법이라는 처음 알게된 현상에 대한 호기심, 그리고 이것을 내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나는 매일 마력이 다 떨어질 때 까지 마법을 연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