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름은 럭스다. 풍요롭다는 뜻의 이름이라고 한다. 원래는 15살이었지만, 환생해서 평화로운 아기 생활을 보내고 있다. 부모님 이름은 리즈와 윌, 원래 이름은 좀더 길지만, 서로 그렇게 부른다. 그리고 오늘은 내가 1살이 되는 날! 바로 내 생일이다! 아 참, 여기는 나이를 만으로 세는 모양이다.
물론 나는 내가 태어난 날이 언젠지 정확하게 모른다. 그런데도 내 생일인줄 아는 이유는 바로 콧노래를 부르며 열심히 집안을 치장하고 있는 엄마 때문이다. 항상 기분이 좋아 보이는 엄마지만, 오늘은 특히 심해서, 나까지 흥분되려고 한다. 아니, 내 생일이니까 그런게 정상인가?
…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럭스, 생일축하해요~”
생일축하 노래를 부르고 케이크 위에 있는 촛불을 분다. 낮은 상을 몇개를 붙여놓고 그 위에 케이크를 비롯한 여러가지 진수성찬이 차려져 있다.
그런데 이거.. 아무리 봐도 내가 못 먹는거 같은데?
엄마는 내가 먹기 좋게 케이크를 작게 잘라 준다. 주위에 있던 과일과 과자도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서 내 앞에 놓는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내가 못먹는 음식이 훨씬 많다.
음.. 이거 아무래도 그런거 같은데.. 내 생일 잔치 하는 핑계로 자신들이 더 즐기려는거! 아기는 이럴때 이런 기분인가!
그래도 케이크는 맛있다. 약간 분했던 기분이 풀어지는 느낌이다.
“그리고 여기 생일선물! 엄마 선물은 이거야~ 어때, 뭔지 기대되지?”
네모나고 예쁘게 포장되어 있는 물건. 사실 난 저 안에 뭐가 있는지 안다. 이야기책과 어린이용 몬스터 백과사전 이였나? 두 권의 책이다. 둘다 내가 기대하던 물건이다. 내가 이걸 아는 이유는, 엄마가 아빠에게 선물 사오라고 할 때 들었기 때문이다. 깜짝 놀라게 할거라면 안들리게 말하면 좋을텐데!
“아빠 선물은 이거야.”
아빠가 건네준 것은 너무커서 포장하지 않고 위에 리본만 메놓은 나보다도 더 큰 곰돌이 인형이다. 이건 아빠의 바램이 듬뿍 들어간 선물인데.. 그 무섭게 생긴 얼굴로 너무 귀여운거 좋아하잖아.. 마을에서 이걸 사서 가지고 다녔을 아빠의 모습이 떠오르자 소름이 돋는다. 하지만 겉으로는 그냥 환하게 웃는다. 왜냐하면, 아빠 상처받잖아. 마음도 꽤 여리고.. 무섭게 생겼지만..
여담으로 파란색 눈과 뒤로 넘긴 파란 머리로 쿨한 인상인 아빠는, 미남이라고 해도 괜찮지만, 큰 덩치에 얼굴에 난 상처, 게다가 그뉵그뉵한 몸매때문에 무서운 인상이라는 느낌이 더 강하다. 처음에는 본능적으로 움찔했더니, 너무나도 의기소침해져서.. 게다가 하는 행동도 완전 딸바보의 모습이다. 그래서 나도 되도록이면 무섭다는 것을 안 나타내려고 노력하는데, 이제는 어느정도 익숙해져서 괜찮다. 나만 보면 표정이 너무 풀어져서 사실 이제 귀엽다는 생각까지 조금씩 든다.
…
잔치를 끝내고, 다시 방으로 돌아와서 선물로 받은 책을 확인해 본다. 이야기책은, 용사 아론과 현자 맥스웰의 모험담. 역시 엄마는 내가 뭐를 가장 좋아하는지 잘 안다. 듣고 말하는 것은 어느정도 할수 있으니,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 책으로, 글을 가르쳐 주려는 것이겠지. 그리고 어린이용 몬스터 대백과 이건.. 분명 내가 몬스터들에게 관심을 가졌던 것을 눈치챈게 분명하다.
그때 이 세상이 게임처럼 레벨을 가지고, 전투력이 싸울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며, 몬스터와 끊임없이 싸우는 세계라는 것을 알았을때, 나에게 든 감정은 두려움. 무섭다는 생각이었다.
내가 게임을 좋아했지만, 실제로 싸우기는 커녕, 싸움 구경도 한적이 없었던 나이다. 영상으로 본 적은 있지만, 실제로 누가 앞에서 몬스터를 죽인다면, 난 바로 기절할 자신이 있다. 처음에 게임을 접했을때, 가장 초보 몬스터였던 슬라임도 잡지 못했던 내가 아닌가!
자랑할 일은 아닌데..
그래서 무서웠다. 게임속의 세계관이 보통 어떤지 알기에. 물론 여기는 현실이므로 다를 수도 있겠지만, 초인들이 존재하고 몬스터가 출몰하는 세계가 평화로울 리는 없을 것이다. 최악의 경우, 양육강식의 무법지대..
어떻게 얻게된 두번째 삶인데.. (사실 내가 한 일은 특별히 없다.) 이제 건강한 몸에서 다시 태어나서, 하고 싶은일도 많고, 알고 싶은것도 많앗다.
떨리는 몸에 온기가 닿는게 느껴졌다. 내가 떨고 있는걸 알고 엄마가 안아줬다..
지금까지 나는 너무나도 행복했다. 하지만 이 생활이 언제까지 지속될수 있을까?
정말로 몬스터가 사람을 잡아먹고, 인간의 힘을 초월한 드래곤이 존재하고, 신이라고 불리우는 자가 실제한다면, 지금의 이 행복은 누군가의 변덕이나, 우연이라는 하찮은 이유만으로, 너무나도 쉽게 깨어져 버릴 수 있는게 아닐까?
무서웠다. 언제 땅이 꺼질까, 하늘이 무너져 내릴까 걱정하는걸 기우라고 한다지만, 이 세상에는 천재지변이라고 부를수 있는 생물들이 떡하니 존재하고, 그들에게 우리의 행복따위는 길가다 밟은 개미보다 하찮은 이상, 이건 더 이상 기우가 아니다. 차라리 이 세계의 사람들이 걱정없이 살아갈 수 있다면 그게 비정상일 것이다.
두려움속에서 떨다 보니 한가지 기억이 떠올랐다. 언제 죽을지 몰라서 절망적인 나날을 보낼때 단 한가지 즐거웠던 기억.
게임.
게임같은 세상이라 무섭다면, 그래서 즐거울 수도 있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자 머릿속이 정리되는것 같았다. 게임 같은 세상이라면, 공략하면 된다. 천천히 즐기면서 배워나갈 수도 있겠지만, 이게 현실인 이상, 되도록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해쳐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지식이다. 특히 이 세상에 존재하는 위험에 관한 지식.
그래서 이야기들 중에서 몬스터에 관한 이야기를 열심히 들었고, 질문도 했다. 그 결과가 이 백과사전이겠지.
선물로 받은 어린이용 몬스터 백과사전을 펼쳐본다. 글은 아쉽게도 읽을 수 없었지만, 사진은 알아볼 수 있었다. 마치 공룡 백과사전처럼 사진 밑에 설명글이 적혀있는 페이지를 한장씩 넘겨가며 사진을 살펴본다. 이 몬스터에 대해 알게되면 조금 덜 무섭게 될까?
그날 밤, 나는 부모님에게 안겨 지붕 위에서 별을 구경했다. 밖에서 보니 통나무집 같은 집인데, 지붕위도 옥상으로 쓰게 만들어 졌는지, 올라올 수 있게 되어있었다. 전생에도 밤에 하늘을 보는게 적은 취미 중 하나였던 나는, 이 세계의 밤하늘에 깜짝 놀랐다.
푸르스름한 빛을 내뿜는 달과 멀찌감치 거리를 두고 떠있는 불그스름한 달. 그리고 전생의 하늘에서는 볼수 없었던 수많은 별들중에서 내가 기억하던 별자리는 하나도 없었다.
내가 놀라고 있는 가운데, 엄마가 별들에 얽힌 전설을 하나씩 이야기 해 주는게 들린다.
따뜻한 품 속에서 그렇게 함께 별을 보며, 첫번째 생일의 밤이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