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 유아기 - 아무래도 이 세상은 게임하고 비슷하다.

누워있는 아기의 주변에 한쌍의 남녀가 모여 앉아 열심히 무언가를 전하고 있다.

“리젤롯트”

여인이 자신을 가리키면서 말한다.

“이에~?”

아이는 따라하려고 하지만 발음이 잘 되지 않는 모양이다.

“나도 나도, 윌프레드”

남자 또한 자신을 가리키면서 말한다.

“위~으”

이것도 제대로 따라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들은 계속하여 아이에게 여러가지 단어를 말해줬고, 그들의 표정은 더없이 행복했다.





뒤집기 연습도, 말을 배우는 것도, 생각처럼 잘 진행되지 않는다.

특히 말은.. 안되는 발음이 너무나도 많다. 몸이 안 따라간다는게 이럴때 쓰는 말일까?

하긴, 아직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러다가 문뜩 이런 생각이 난다.

이건 너무 빠른게 아닌가?

아기가 배우는 속도는 모른다. 내가 아기였을때가 기억나지도 않고, 그에 대해 관심을 가져 배워보지도 않았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건, 내가 지금 배우는 속도가 정상은 아닐 것이라는 점이다.

인간은 이해할 수 없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리고 내가 겪은 환생이라는 현상의 결과로 상식에 벗어난 성장속도. 분명 이런것에 원초적 두려움을 느낄수 있겠지. 만약 그렇다면, 어떻게 될까? 버려지거나.. 아니면 이단으로 몰리게 될까?

나에게 말을 가르쳐 주던 부모님의 표정을 생각해 본다.

그 표정이 너무 행복해서, 나도 덩달아서 기뻐져서, 너무 열심히 따라해버렸다.

만약 내 행동이 보통 아기로서는 비정상이라는 것을 느낀다면, 그 표정은 더 이상 볼수 없게 되는 것일까?

두렵다.

스물스물 올라오는 어두운 생각을 애써 떨쳐낸다.

전생의 부모님을 생각해 본다.

아무런 이득도 되지 않았음에도 나를 위해 무엇이든지 해주셨던 분들.

나의 병원비를 충당하느라 많은걸 희생하셨지만, 내 앞에서는 힘든 티도 내지 않으려 하시던 분들.

나의 이기적인 부탁도 마다않고 들어주셨던 분들..

그 분들이라면 내가 특이하다고, 이상하다고 해서 버릴 리가 없다.

''''''''''''''''부모라는건 다 그런 것일까?''''''''''''''''

아니라는 건 안다. 병원에 찾아오는 사람들 중에서도 그런 사람들이 있었다.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짐짝을 보는 눈빛.

그런 것을 봐 왔기에, 부모님에게 더욱 감사할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번 생애의 부모님을 생각해 본다.

너무나도 행복한 표정. 아직은 엄마 아빠라기보다는 언니 오빠라는 느낌이 더 강해야 할 텐데도, 아, 이건 부모님이 맞구나, 라고 저절로 생각하게 만드는 모습.

그들이 나를 차갑게 대하는 것은 솔직히 상상할 수가 없다.

전생의 부모님들이 너무 좋은 분들이셔서 그런지도 모른다. 그런 호의에 익숙해져 있기에, 이번에도 그렇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믿음일까?

그럴지도 모르지만.. 내가 빨리 성장한다면, 그건 좋은 일이 아닌가?

이번에도 모두 나와 함께 기뻐해 주지 않았는가?


조용히 심장 소리에 집중한다. 강하고 고른 심장박동소리. 나는 이 소리가 너무 좋다. 전생에는 없었던 미래가 지금 여기에 있다고 주장하는것 같다.

처음에는 너무 놀랐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이 환생은 신의 축복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그렇다면, 이 놀라온 기적에 대해 알게 되더라도 모두 함께 기뻐해 주지 않을까?
아직 남아있는 불안함을 애써 떨쳐낸다.





아기의 하루는 짧다.

전처럼 먹고자기만 하는건 아니지만, 활동하다보면 금방 졸리게 되므로 깨어나 있는 시간은 짧다.

목표를 정하고 나서는 더욱 더 그렇게 느껴진다. 물론 진전은 있었다.

처음에는 이름과 간단한 단어로 시작한 따라하기 시간은, 점차 엄마가 나에게 여러가지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으로 바뀌었고, 나는 그것을 어느 정도 알아들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들으면 들을수록, 이상한 점이 느껴졌다.

생소한 단어들, 새로 언어를 배우는 입장에서 이상한 일은 아니지만, 내가 전에 알던 언어서도 잘 쓰이지 않던 단어들.

마법, 검술, 몬스터, 드래곤, 신 등등..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다. 아이들에게 지어낸 동화나 사실이 많이 왜곡된 옛날이야기, 또는 신화같은 것을 들려주는게 이상한 일은 아닐 터. 하지만 계속 듣다 보니, 이상한 점이 한두개 발견되었다.

하나는 모든 이야기가 교묘하게 하나의 세계관을 공유한다는 것. 이것 하나라면 이해할 수 있다. 엄마가 좋아하는 하나의 큰 이야기가 있고, 거기에서 파생하는 작은 이야기들을 나에게 해주는 것이라고.

그러나 또 하나 이상한점은..

''''''''''''''''왜 자기가 겪은 일처럼 말하는거지?''''''''''''''''

처음에는, 아직 어휘가 별로 발달하지 않아서, 내가 잘못 이해한 것으로 생각했지만, 이제는 확신할 수 있다. 그래서 한번 물어보기로 했다.

“엄마, 드래곤을 만난 적이 있어?”

“어머, 드래곤에 관심이 있니? 나도 어렸을 때는 동경한 적도 있었지만.. 드래곤은 무서운 생물이란다. 만약 실제로 만난다면 쿠앙~ 하고 잡아먹혀 버릴지도 몰라?”

무섭운 생물이라는 표현으로 양손을 공룡 손처럼 구부리고 사나운 듯한 표정을 짓는 엄마의 모습이 귀엽다. 엄마한테 이렇게 생각하는 것 부터가 이상한데..

“눈앞에서 본적은 없지만.. 멀리 날아가는걸 본 적은 있어.”

드래곤이 실제한다고? 그럴리가 없잖아. 하지만 나에게 거짓말을 하는 이유가 뭐지? 너무 이상해서 나는 한가지 더 질문을 한다.

“정말? 드래곤은 얼마나 큰데?”

“음.. 글쎄,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비교할 만한걸 찾기가 힘든 듯이, 한참 고민하다가 말한다.

“뭐 어느 드래곤이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 방 있지? 적어도 이거를 다섯개 정도를 늘어놓은 길이는 될거야.”

그리고 겨우 들리는 작은 목소리로 추가한다.

“나도 멀리서밖에 못봐서 잘은 모르지만..”

들릴까 말까한 그 한마디가 왠지 더 신빙성이 있었다. 만약 엄마가 좋아하는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라면, 그 설정의 최강이라는 드래곤의 크기 정도는 잘 알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반대로, 이게 사실이기에, 가까이서 보고 살아남은 사람은 거의 없다는 드래곤이 신성시되고, 실제 크기도 잘 알려져 있지 않은게 아닐까. 무엇보다 이렇게까지 나에게 거짓말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엄마에게 이야기를 듣는 것은 나에게 일과가 되었다. 저녁때면, 아빠도 와서 같이 이야기를 해주거나 같이 듣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엄마와 함께한다. 무언가 판타지 세계, 그것도 하나의 특정된 세계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들을 듣는게 나는 신기하고도 재밌어서 빠져들게 되는데, 그런 나를 보며 웃는 엄마의 얼굴이 너무 행복해 보여서 나도 모르게 함께 웃게 된다.

그 중에서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는, 마법제국 알라스테아를 건국한 초대 황제 아온과 그의 친우이자 사상 최고의 현자라고 불렸던 대현자 맥스웰의 이야기. 훗날 대현자라고 불렸지만 머리가 좋은것 말고는 무력도 재력도, 가진건 아무것도 없었던 맥스웰을, 아온이 알아보고 함께 제국을 건설해간 모험담! 그리고 불가능하게 느껴지는 많은 난관을 해쳐나간 맥스웰의 지혜! 듣다보면 나도 모르게 계속 해달라고 재촉하게 된다.

“후훗, 맥스웰님 이야기를 좋아하는구나, 대부분 아온님한테 더 관심히 가게 마련인데.”

그게.. 아온님도 멋지지만, 사실 그 이야기에 과장이 많았다고 생각한다. 옛날이야기이고, 건국신화가 다 그렇듯이, 멋지게 들리도록 꾸미는게 보통이니까. 게다가, 이 이야기.. 파워인플레이션 좀 심하고.. 무슨 칼질 한번으로 산을 가르고..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모르겠는걸..

그 반대로 맥스웰님 이야기는 신빈성이 간다. 난관을 해쳐나간 지혜는 이야기꾼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존경합니다 맥스웰님.

그런데 궁금한점이 하나 생겨서 물어봤다.

맥스웰님 무력이 정말 없었다면, 그런 여행에 따라가면 너무 위험하지 않았을까? 적어도 자신을 지킬 만한 힘은 있지 않았을까?

“맥스웰님은 정말 약했어?”

그리고 예상하지 못한 대답을 얻었다.

“그게, 공개된 바에 의하면 맥스웰님의 스테이터스는 레벨 15 수준이였다고 해. 그냥 조금 단련된 일반인이지.”

스테이터스? 레벨? 처음 듣는 단어에 의아해한다.

“아, 스테이터스는, 대현자 맥스웰님이 개발한 힘을 재는 척도를 의미해. 레벨도 비슷한 거고. 다른 점이라면, 스테이터스가 레벨을 조금 더 자세히 풀어쓴 것일까?”

그리고 엄마는 스테이터스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스테이터스는 힘, 민첩, 지능 이 세가지로 나뉘어져 있는데, 레벨은 이 세가지를 종합해서 ...”

뭐야, 이거 게임 시스템이잖아? 모르는 단어라서 물어봤는데, 설명을 들으니 확실해졌다.

내가 알던 게임에서의 스테이터스와 레벨이 맞다.

당황하면서도 겨우 하나의 질문을 해냈다.

“엄마는 레벨이 몇이야?”

“응~~ 궁금하구나? 그럼 보여줄게!”

뭘 하는거 같아 조금 기다렸더니 내 눈앞에 창이 떴다.



리제롯트 본 아르덴

종족: 인간

레벨 25

힘 40

민첩 33

지능 52

스킬: 바람마법 5, 마법지식 5, 제국검술 3, 응급치료 3, ….

타이틀: ….


내 눈앞에 나온 글씨들을 멍하니 바라본다. 그러고 보니 글은 아직 배우지 않았는데.. 한글이야?

“원래 이런건 아무에게나 보여주면 안돼는데 우리 천사한테만 보여주는 거야.”

엄마가 뭐라고 하는것 같지만 너무 당황해서 잘 들리지 않는다.

“아 그리고, 레벨 25면 꽤 강한 거라고, 물론 초대 황제 아온님 같은 분은 레벨 80을 육박하는 괴물이였지만.. 20레벨 높은 상대에겐 무슨 일이 있어도 이길수 없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스테이터스의 영향은 커. 보통 일반인이 레벨 10 내외니까, 일반인들이 아무리 덤벼도 이 엄마가 더 강하다는 말이지!”

내가 멍하니 쳐다보자, 무언가를 오해했는지, 당황하며 계속한다.

“물론 나는, 실전을 많이 안해서 레벨이 비교적 낮은거야. 아니, 이것도 높은거지만, 어쨌든, 이 엄마는 굉장하다고?”

왠지 모르게 횡설수설하는 모습을 보며 한가지 생각이 떠오른다. 일반인에 비해 70레벨이 높다고 추정되는 초대 황제, 20레벨이면 어떻게 해도 이길수 없다는 이야기, 그리고 초대 황제의 무용담...

그게 사실이었나? 아니, 그 괴물같은 황제 이야기가 전부 사실이면 이 게임같은 세계 너무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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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1-01 01:10 | 조회 : 346 목록
작가의 말
응가견

후후 어제 처음 댓글이 달려서 기분 좋아서 열심히 썼습니다~~ 재밌게 읽어주세요! 그리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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