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4화 가장 국력이 쎈 왕국

대륙의 손꼽히는 다섯 왕국 중 국력이 가장 쎈 왕국은 바로 아키에르 왕국을 들 수 있었다.

아키에르 왕국의 지도상 위치는 대륙의 북쪽 끝에 자리잡고 있었는데, 그 북쪽 아주 끝에는 높고 커다란 쌍둥이 설산이 있었다.

그 곳 쌍둥이 설산에는 이상하게도 마물들로 득실득실 거렸고, 그래서 아키에르 왕국은 일년에 몇 십번씩 마물 토벌단을 만들어 그 곳의 마물들을 토벌한다고 한다.

드넓은 최북단 영지를 지키는 아발란테스 변경공은 현재 소드 마스터 상급으로 자신의 영지를 지켜내는 훌륭한 영주였으며, 그가 지닌 정예 기사단원들도 수백명이었다.

제국의 공작인 베타르슈 공작도 그만큼의 기사단원을 가지지 않았으나 무열계의 고귀한 가문인 아발란테스 공가는 아키에르 왕국이 생길 적부터 그 곳을 방어하고 더 나아가 마물들이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자신을 포함한 정예단을 마물 토벌단으로 구성하여 설산 중턱까지 마물을 없애러 다닌다.

그래서 아발란테스 공작은 북쪽의 수호자라고도 불리웠다.

아키에르 왕국의 모든 귀족들은 공작이 북쪽 변경에 있더라도 그를 절대 무시하지 않았고, 국왕조차도 그를 함부로 대할 수 없었다.

토벌 때 빼고는 아키에르 왕국의 수도에 올라와 자신의 공작저에 머무르는 그는 여유로운 한 때를 보내다가 아드리안 제국의 황녀 탄신 축하 연회에 초대 되어 나라를 대표해 살레스 재상과 함께 제국의 축하 연회에 참석했다.

그리고 그 곳에서 정말 아름다운 여자를 보게 되었다.

자신의 눈에 그렇게 여자가 아름다워 보이는 건 처음이었다.

"살레스 재상. 저 여인이 누군지 아나?"

"어떤 영애를 말씀하시는 것인지요......?"

"저기 저 황태자와 나란히 걷고 있는 저 여인 말이네."

살레스 재상은 제국의 황태자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황태자와 나란히 걷고 있는 여인은 두 명이었다. 한 명은 흑발에 적안을 가진 아름다운 여기사였고, 한 명은 분홍빛 금발에 녹안을 가진 베타르슈 공작의 외동딸 프리스틴 공녀였다.

"허어. 두 분 중 한 분은 프리스틴 공녀시고, 그 옆에 검을 차고 계신 여기사분은 황태자 전하의 호위 기사가 아닌가 싶습니다......"

"호위 기사? 그렇군."

아직 실력이 가늠되지 않는 호위 여기사였다. 그런데 저 미모는 무엇인가.

이 제국의 황태자는 자신의 호위를 아름다움의 기준으로 뽑는 것인가?

아발란테스 공작은 그녀를 좀 더 눈여겨 보기 위하여 왼 손으로 턱을 받치고 그의 긴 다리를 우아하게 꼬아서 고급스런 의자에 편히 기대어 관찰을 하였다.

그는 의식하지 않았지만 연회에는 그를 바라보는 귀족 영애들의 시선들은 꽤 많았다.

연회에 참석한 남성 귀족들 중 그 만큼 권력이 높고 젊으며 잘생긴 외모의 미혼 남성 귀족은 그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 연회에서 차가운 냉미남으로 불리는 황태자를 빼면 그 다음으로 가는 미남은 아키에르 왕국의 아발란테스 공작으로 들 수 있었다.

그의 외모는 찰랑이는 보라색 머리에 깊은 어둠을 닮은 흑안이었고, 우월한 기럭지에 오늘 입은 검정색 슈트는 한 나라의 공작답게 화려하고 멋드러진 세련미가 돋보였다.

그는 오만하고 치명적인 눈빛으로 두 눈을 게슴츠레 뜨며 제 평생 처음으로 아름답게 느낀 여기사를 관심있게 바라보았다.

귀족 영애들은 그가 무엇을 보든 그의 자태에서 나오는 매력적인 분위기 때문에 제대로 그를 보지 못하고 자신의 부채를 살랑거리며 뜨거운 뺨을 식혀야 했다.

"이제 오는군."

그는 황태자가 사절단 하나하나 옮겨가며 인사를 나누고 있었음을 눈치채고 이제 자신쪽으로 다가오자 슬슬 일어날 준비를 했다.

눈빛은 그 여기사에게로 향한 채로 말이다.

"이제 일어나 맞이를 해야겠습니다, 공작 각하."

"그러지. 살레스 재상."

"다들 일어나시게. 제국의 작은 태양께서 직접 인사를 하러 오시고 계시니 다들 예를 갖춰 인사해야하네."

재상의 말이 끝나자마자 어느새 다가온 황태자 일행은 그들의 앞에 오도카니 섰다.

"안녕하십니까, 황태자 전하. 이렇게 뵈어서 영광이옵니다."

"아키에르 왕국에선 살레스 재상이 와줬군. 이 연회에 참석해주어 고맙네."

황태자는 차가운 냉미남의 포커페이스를 살짝 풀며 다섯 왕국 중 가장 국력이 쎈 왕국이자 제일 동맹으로 삼아야 하는 나라인 아키에르 왕국의 재상을 보며 살짝 미소지어 주었다.

살레스 재상 또한 사람 좋은 인상을 하며 이제 성인으로써 황제가 되어도 나무랄 데가 없는 이 젊은 황태자를 보며 속으로 감탄을 하였다. 다음 대 성군으로 모자랄 데가 없다는 소문이 틀림없었다. 황태자는 차가운 사람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어렸을 때 보았던 황태자와 지금을 비교하자면 많이도 바뀌어 있었다. 군주다운 행동에 제왕으로써 손색이 없는 성격 그 자체. 재상인 자신을 제대로 알고 이렇게 홀로 직접 인사를 와주었다.

"그리고......"

"아, 저희 아키에르 왕국의 검제이신 아발란테스 공작 각하십니다."

"아, 그렇군. 소드 마스터 상급에 올라 검제라는 칭호를 받은 그 공작이로군."

아발란테스 공작은 대륙에서 소드 마스터 상급에 해당하는 최고의 검사였기에 자부심이 강했다.

20대 후반의 나이에 그 검술의 경지에 올라 오만함이 가득한 눈빛을 하곤 황태자를 향해 인사했다.

"칭호 감사합니다. 황태자 전하. 저는 아키에르 왕국의 북쪽을 수호하는 시온 폰 아발란테스 공작입니다."

"반갑네. 나 또한 같은 소드 마스터라네. 지금 경지는 초급이지만 노력은 하고 있지."

"황제 폐하가 되실 분이신데 검술에도 일가견 있으시군요. 검을 쓰는 자들은 통하는 법이지요. 만나뵙게 되어 정말 영광입니다. 부디 황태자 전하께서 더 높은 경지에 오르실 수 있도록 제가 기원하겠습니다."

"고맙네, 아발란테스 공작."

황태자와의 대화가 끝나자 시온은 그의 옆에 선 여기사를 내려다 보았다.

보면 볼수록 비현실적 외모에 여기사라는 신분을 가져서 더 매력적이게 보였다.

그리고 가까이서 보니 정말 인형같았다. 제국의 공녀 따윈 쳐다보지도 못 할정도로 미색이 훌륭했다.

"내가 온 이유에는 제국에서 소개할 사람이 있어서라네."

공작의 감상을 방해한 건 황태자의 듣기 좋은 목소리였다. 소개할 사람이라면 공녀를 말하는 것인지 왜 그녀를 소개하려고 하는 것인지 의아해하며 아발란테스 공작은 제국의 황태자를 빤히 바라보았다.

이 제국의 황태자는 자신과 키가 비슷하여 눈을 살짝 내려 예를 지켜야 됨을 알면서도 검제라는 칭호를 가진 자신이 그래야하나 생각을 하며 바라볼 때였다.

"안녕하세요. 아드리안 제국의 세이르 폰 아이작 여대공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자신의 마음을 흔든 인형이 말을 했다. 아발란테스 공작은 놀란 눈빛으로 그 여기사를 쳐다보았다. 살레스 재상을 비롯한 아키에르 왕국에서 온 다른 수행원들도 놀란 눈빛으로 아이작 여대공을 바라보았다.

"저는 제국의 초대 가문인 아이작 가문의 적녀이며 그랜드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도달한 세이르 폰 아이작 여대공입니다. 수잔나 황녀님의 탄생을 축하하러 와주신 아키에르 왕국의 사절단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세이르의 환영에 먼저 반응한 것은 여기서 제일 머리가 빠른 살레스 재상이었다.

"오, 그 아이작 여대공 저하셨군요! 이런이런. 인사가 늦었습니다. 저는 딜버 드 살레스 후작, 아키에르 왕국의 재상입니다. 살레스 재상이라 불러주시면 됩니다. 이렇게 아름다우실 줄이야. 그런데 그랜드 소드 마스터이시면......?"

"네. 어쩌다 검술을 익히다 보니 그 경지에 오르게 됬네요. 살레스 재상."

"하하. 이럴수가. 아니, 저희 왕국의 검제이신 아발란테스 공작 각하보다 더 강한 분이 있으실 줄이야.......!"

살레스 재상은 아발란테스 공작이 이제 어떻게 나올까 궁금하여 곁눈질하며 세이르에게 감탄스레 말했다. 자존심이 강한 아발란테스 공작은 자신보다 더 강한, 검술에서 비견도 안 될 그랜드 소드 마스터이자 이 소녀 여대공을 어떻게 대할까 속으로 상상하며 몰래 쳐다봤다.

그리고 살레스 재상의 상상했던 그 예상은 빗나가버렸다.

"세이르... 폰 아이작 여대공 저하. 전 시온 폰 아발란테스 공작이라고 합니다. 저하의 아름다움에 제 마음이 녹아 내리는군요. 영광의 손등 키스를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네, 아발란테스 공작."

"감사합니다."

그 오만하던 아발란테스 공작이 처음으로 제국의 여대공에게 손등 키스를 청하였다.

세이르는 흰색 장갑이 껴진 오른 손을 슬며시 들어올렸다. 아발란테스 공작은 그 손을 부드러이 들어올리며 한 쪽 무릎을 꿇고 진한 손등 키스를 하였다.

이에 놀란 살레스 재상은 속으로 헉 소리를 내었다.

아키에르 사절단들도 그렇고, 그들을 바라보던 귀족들도 놀란 눈빛을 했다.

흔치 않은 고위 귀족들간의 인사에 아발란테스 공작의 첫 손등 키스까지.

세이르는 자신의 손등에 키스를 하고 있는 아발란테스 공작의 보라색 머리칼을 바라보며 살짝 동공이 떨렸다.

옆에 있는 에드워드의 얼어버린 몸이 느껴진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아발란테스 공작의 진한 손키스에 놀란 귀족들의 모습이 보였다.

뭐가 문제인거지......?

에디도 그렇고 다른 인간 귀족들도 매우 놀라워 하기에 세이르는 보라색 머리칼을 가진 아발란테스 공작의 둥근 정수리를 내려다 보았다.

설마 이 인간이 나한테 뭔가 실수를 한건가? (갸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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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츨링도 유희할래(자유연재중)-부제:세이르의 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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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10-09 03:00 | 조회 : 94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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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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