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화 전쟁의 서막(2)

처음부터 사율을 죽일 생각같은건 없었다.그가 아르윈에게 부여한 역할은 곧 일어날 큰 전쟁을 위한 사율의 무력화였으니까.

하지만 그 역할과는 별개로 아르윈은 사율이 마음에들었기에 죽이고 싶지는 않았다.

심장에 있는 마신력의 힘만을 그의 힘을 빌려 파훼(破毁)시킬려했을 뿐이었는데 뜻밖에도 심장을 꿰뚫기도 전에 마신석이 사율의 심장을 보호했다.

[이건 곤란해.잊혀진 역사의 파생자(派生者).]

장난스러운 목소리였지만 그속에는 끝을 알수없을 정도로 깊은 분노가 느껴지는 목소리였다.

역류해서 들어오는 날카롭고 위협적인 힘이 아르윈의 강철같이 단단한 몸을 거칠게 뒤집으며 내상을 입혔다.

아르윈은 당장이라도 피를 토하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사율의 미약하게 움직이는 손가락을 보며 올라오는 피를 다시 삼킨 아르윈은 사율을 주시했다.

이윽고 빛을 잃은 쟂빛 눈동자가 아르윈을 비출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보이는 것은 깊이를 헤알리수도 없는 심연의 검은 눈동자였다.

사율이 아닌 존재가 잔혹하게 미소지으며 입을 열었다.

"[감히 내 아들에게 손을대?넌 죽었어.]"

길고 날카롭게 변형된 아르윈의 손톱을 마신 악타온이 살짝 손댄것만으로 손톱은 완전히
소멸했다.

여유롭게 바닥에 발을 딪자 땅속깊은 곳에서 부터 어둠이 올라와 사율의 발밑에 고였다.

마치 경애해 마지 않는 왕을 만난 신하처럼 어둠은 멀리 거리를 두고 있는 아르윈을 향해 날카롭게 이를 세우듯이 위협적으로 꿈틀거렸다.

"[어지간히 내가 만만하게 보였나보구나.제단을 파괴한것에 모자라 감히 내 사랑스런 아이에게 이런 말같지도 않은 짓거리를 하다니 말이야.네놈 덕분에 오랜만에 정말 화가 치솟는구나. ]"


분명 미소년의 붉은 입술은 미소짓고 있었지만 눈은 살벌한 살기를 내뿝으며 차갑게 이채가 서리고 있었다.

그것은 지상의 생명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도 크고 벅찬것이었기에 그곳에있는 모든 자들은 그자라에 굳어 움직일수도 없었다.

당연한 일이었다.그는 네명의 신들중 가장 강한 힘을 가지고 재앙을 관장하는 파멸의 신이었기에 이 자리에서 마신 악타온의 위압에 견디어 낼수있는 자는 오로지 중간계의 신이라고 불리우는 정령왕 아크페라츠 뿐이었다.

"[...율에게 현신한건가.그 마신이 직접?]"

아페는 두 눈을 의심할수 밖에 없었지만 이내 인정할수밖에 없었다.온몸에 전류가 흐르듯이 전율하고 본능이 위험 신호를 보내고 있다.정령왕인 아페를 이렇게 까지 억누르는 것이 가능한 자는 적었기에 아페는 식은 땀이 흐르는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

"[뭐해 안 덤벼?]"

"...하.하하하하하!"

정신을 놓은 광인처럼 아르윈은 미친듯이 웃었다.

"[...미친놈이구나.하긴 감히 신의 신전과 아이를 건들정도니.]"

날카롭고도 온도가 없는 싸늘한 표정의 마신을 앞에 두고도 아르윈은 광인 마냥 즐거워보였다.

"하!당신이 나를...아니![우리]를 잊을수 있어?[우리]가 당신과 당신의 아이를 위해서 무엇을 포기했는데.당신은 우리를 너무 쉽게 기억에서 지우는구나?"

광적일 정도로 과격한 아르윈의 행동에 반응한 것은 다름아닌 이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사율이었다.

아르윈은.

아르윈은 어째서 저런 표정을 짓는 걸까?

[아들,미친놈의 사고를 알려고 하지마.누구도 이해할수 없으니까 미친놈이니까.]

사율은 수면속에서 광인처럼 미친듯이 웃고 있는 아르윈의 모습에 이상하리만치 깊은 절망과 슬픔을 느꼈다.

마신 악타온은 아르윈을 이해하고 싶어하는 사율의 만류했지만 사율의 눈의 수면속에 비친 아르윈의 모습에 있었다.

육체에 현현하기는 했지만 불안정한 상태의 현현이었기에 사율의 의식은 어느정도 육체의 제어권을 가지고 있었다.그래서 악타온은 말만할뿐 공격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사율이 그것을 바라고 있지 않고 있기에.

"....정말 우리를 잊어 버린걸까?그렇다면 율을 어째서 당신의 아들로 삼은 걸까.기억하지도 못하는 주제에."

질타하는 목소리가 애처로웠다.

당장 손을 뻗에 품에 안아 달래주고 싶었다.

분명 아르윈은 내가 사랑하는 마족 가족들인릴리트 누나와 카르멜을 죽인 자 임에도 증오보다는 애정이 강했다.

마음만 먹으면 분명 죽일수 있었다.은빛 마력이 속삭였기 때문에 알수있었다.

너는 저 자를 죽일수 있으니 명령만 내리라고 하지만 나는 폭주만 시켰을뿐 아르윈에게 직접적으로 피해를 줄수는 없었다.

정체를 알수없는 무언가가 무의식속에서 손을 뻗어 나에게 그러지 말라고 애처롭게 절실하게 애원했다.아르윈을 죽여서는 ''내''가 부서져버린다고.

어째서일까.

너를 알고 싶다.

그 속에 무엇을 감추고 있는지 들쳐보고 싶다.

그리고....

....나는 무엇이 하고 싶은걸까?

그리고 너는?

모르겠다.모르겠으니 알아야겠다.

아빠.

내가 악타온님을 부르는 소리에 내 육체가 움찔하고 작게 떨렸다.이내 뾰루퉁한 목소리가 들렸다.

[내가 하는것이 더 빠르고 확실해.거기다 저놈은 영문을 알수없는 소리를 하는 미친놈이고 위험해.]

나는 싸움을 하고 싶은것이 아니다.그저 알고싶다.대화를 해보고 싶다.

아르윈과.

[....하여간.]

몸을 충만하게 채우고 있던 힘이 한쪽자리를 내어주자 영혼과 육체가 제대로 연결된듯한 느낌을 받았다.

다시 빛을 찾은 은색의 눈동자가 미친듯이 웃고 있는 미쳐가고 있는 광인을 아니,어쩌면 이미 미쳐있는 광인을 응시했다.

아르윈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눈꼬리는 곱게 희었고 입고리는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소년같은 미소가 외모에 어울렸다.

하지만 어딘가 부조화를 이루고 있다.

분명 미소년의 완벽한 웃음이었고 평검한 상황이었다면 넋을 놓고 쳐다봤을 정도였는데 나는 왜 이렇게 가슴한구석이 욱신거리는 걸까.

사실 알고 있었다.

"...아르윈."

죽은 동태처럼 빛바란 붉은 눈동자가 고요한 달의 눈동자를 응시했다.숨막히는 일촉측발의 상황에서 먼저 입을 연것은 사율이었다.

"너는..."

"...."

"어째서 울고 있는 거야?"

마치 속이 들통이라도 난것을 숨길려는 듯이 아르윈은 피가 날정도로 주먹을 쥐었다.피가 떨어지는 주먹을 사율이 복잡한 시선으로 응시했다가 다시 아르윈의 붉은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이해하고 싶어.당신을 이해하게 해줘.내 가족을 어쩔수없이 죽였다고 어쩔수없이 나와 마계를 공격했다고 말해줘.

사율의 은빛 눈동자가 애절하게 죽은 붉은 두 눈을 응시했지만 아르윈은 두 눈을 감아버리는것으로 대답을 피했다.

명백한 거절이었다.

기본적으로 사율은 타인에게 관심이 없었다.사율의 관심사는 언제나 마신 악타온과 마계에 있었기에 타인이 주는 관심에도 고백에도
사율의 마음은 언제나 정해진 사람의 것이었다.

하지만 처음으로 마계가족들 이외의 자에게 관심이 생겼고 그에 대해서 더 잘 알고싶다고 생각했다.그것이 사율에게 있어서 마계가족들을 제외한 처음이었다.

거절당한 충격이 큰지 굳어있는 사율을 마신 악타온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지켜봤다.

"....거절이라는거 생각보다 기분 더럽네."

하지만 사율은 한번 거절당한걸로는 상처받지 않았다.아니,상처받을수가 없었다.사율에게 있어서 그것은 너무나도 익숙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기분이 나쁜건 여전했다.

그것도 자신에게 호의적이었던 자가 이렇게 피하며 거절하니 사율은 허탈한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뭐 좋아.안열리는 문은 부서서 들어가면 되니까."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사율은 양손에 얼음검을 만들어 빠른 속도로 아르윈에게 달려 들었다.

"이건 내 여리디 여린 자존심 값."

아르윈의 맨손이 사율의 검에 깊게 베였다.
하지만 사율은 멈추지 않았다.

"이건 마계를 엉망으로 만든 값."

사율의 검이 멈추지 않고 아르윈을 난자질 했다. 아르원은 피하지도 않고 계속 막기만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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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6-21 12:17 | 조회 : 1,628 목록
작가의 말
블래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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