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화 전쟁의 서막(1)

어째서 이제 겨우 두번만났고 이름밖에 모르는 자에게 이렇게 화가났을까.

사율조차 이해할수가 없었다.다만 확실한것은 사율에게는 자신감이 있었다.저 사람은 절대 나를 배신할수없을 거라는 불확실하고 모순적이며 모순적인 믿음이.

어쩌면 저 자는 사율에게 있어서 잃어버린 무언가였을수도 있었다.

하지만 선은 넘어버렸고 소중했던 마계의 가족이 죽었다.그리고 마계의 마족들은 고통속에 신음했다.사율의 마력 때문에.

사율의 반짝이던 은색 눈동자는 그 빛을 잃고 칙칙한 회색이 되었다.

이건 속죄가 아니다.그저 그저 사율의 멋대로인 화풀이였다.

가공할만한 강력한 살기가 아르윈의 등줄기를 타고 올라와 목을 옥죄이는 것만 같았다.

''''''''이것이 정말 인간이 만들내는 살기일까.''''''''

아르윈의 눈앞의 인간 사율은 확실한 인간이었다.하지만 가지고 있는 힘은 신의 권능에 한없이 가까웠다.

"......"

괜찮아.

사율은 스스로 괜찮다고 다짐했다.

내가 아무런 가치가 없어도 악타온님이 나라서 가치가 있다고 말씀해주셨으니까.

단 한분만은 나를...

빠르게 희둘러진 사율의 검격에 아르윈는 눈을 크게 뜨고 한발자국 물러나는 것으로 피했다.

"....방해되니까...방해되는건 전부 배제하겠어."

내가 원하는 세계를 만들기 위해서.


혼란스러워하고 당혹스러워하며 창백하게 얼굴을 질렸던 소년은 어디에도 없었다.있는것은 그저 목적을 위해서 라면 무엇도 가리지 않을 한 이기적인 인간일 뿐이었다.

"재밌네."

가라앉았던 아르윈의 얼굴에는 진심으로 즐거워하는 장난꾸러기같은 잔혹스러운 미소가 걸렸다.

진짜 싸움은 지금부터였다.





"[율...]"

불안하게 흔들리는 에메랄드빛 눈동자가 사율을 응시했다.계약자이기에 느낄수있는 사율의 비뚤어진 감정들이 아페의 몸에 범람하고 있었다.

알고 있었다.

사율은 불안정하다는 사실을.

"정령왕이시여 말려야하지 않겠습니까?저데로는 또 율이 무리를..!"

"[알고있어.하지만 내가 끼어들면 분명 율은 더욱더 흥분해서 날뛰겠지.그건 누구라도 마찬가지야.]"

단 한 신을 제외하고는.

분통하다는 듯이 입술을 지긋이 깨물고 있는 아페의 모습에 루시퍼는 두 주먹을 꽉쥐며 화를 참을수밖에 없었다.

폭팔이 이어지고 얼어붙은 한기의 서리에서 나타난 사율이 얼음검을 몸을 회전하며 크게 희두르자 검격이 칼날이되어 아르윈을 향해서 날라갔다.

아르윈은 그럼에도 아무런 표정의 변화도 없이 가볍게 카날같은 검격을 맨손으로 잡아 없에었다.

능력은 동등했다.오히려 신에 준하는 힘을 가진 사율이 더 유리했어야하는 싸움이었다.그럼에도 사율은 밀리고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기술의 숙련도와 경험의 차이로군요."

루시퍼는 분통하다는 말했다.그럼 루시퍼에 말에 동의한다는 듯이 아페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사율이 아무리 방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경험을 늘리수는 없었다.오히려 검을 한번도 잡아보지 않고 살아온 평검한 인간치고는 상당히 천재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것 만으로는 부족했다.

거쳐온 전장의 수도 전투의 경험도.

"...큭!"

힘에서 밀린 사율이 약간의 신음소리를 내면서 뒤로 밀렸다.흙먼지가 일어나며 바닥의 얼음들이 부서져갔다.

망설임없이 자신에게 검을 희두르는 사율을 보며 아르윈은 이유없는 감정을 느꼈다.

그것은 몸을 전율케 하는 전장의 희열이기도 했으며 존재시간선의 기억으로부터 나오는 잊혀진 감정이기도 했다.

''''''''곧 시간이야.그 녀석이 일을 잘 처리했겠지.''''''''

사율과의 싸움에 집중하던 아르윈은 슬적 루시퍼를 일별했다.그러자 갑자기 비틀거리는 루시퍼의 모습이 아르원의 맑고 붉은 눈동자에 비췄다.

갑작스러운 루시퍼의 행동에 아페가 서둘러
루시퍼의 상태를 살폈다.

"[...이건!설마 마신전이 공격당했나?]"

피를 한 웅덩이를 각혈한 루시퍼가 입가를 닦으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대부분은 제가 감내 했습니다만 아무래도 왕족인 이블랑에게도 영향이 갔을 겁니다.아크페리츠님."

말하지 않아도 알고있었다.루시퍼가 격고 있는 증상은 창조주와 갑자기 연결이 끊겨 제어하지 못하게 된 힘이 수명을 깍아먹는 현상.

그 현상은 창조주를 제외하고는 치료해줄수없다.

지금쯤 모든 마족들에게서 마신의 가호와 축복이 사라져 약화되었을 것이다.

"마신전을 공격할수 있는 존재가 아크페리츠님을 제외하면 존재합니까?"

모든 마신의 힘은 마신전으로 부터 나온다.마신의 권능의 파편을 빌릴수 있는 고위신관이나 대신관을 이길수있는 존재는 흔지 않았다.

"[....솔직하게 없다고 하는게 타당하겠지.가능성이 있어보이는건 율 정도인데 사율은 여기에 있으니 율처럼 미지의 힘을 가진 자가 있는 것이다.]"

이를 갈며 분노에 찬 눈으로 아르윈을 향해 아페는 적의를 불태웠다.그러던가 말던가 아르윈은 더이상 봐주지 않겠다는 듯이 주먹으로 사율의 얼음검을 내리쳤다.

그러자 그 충격파로 인하여 사율은 벽에 박히듯이 꼭쳤다.

"큿!"

피웅덩이가 사율의 밑에 만들어지고 상처투성이였지만 빛을 잃은 회색 눈동자는 살의를 불태우고 있었다.

"미안하지만 장난은 여기까지야.슬슬 물러날때가 되었거든."

순식간에 사율의 바로 앞까지 다가온 아르윈은 넝마가된 사율의 멱살을 잡고서는 사율의 심장에 손을 얹었다.

"[...무슨!]"

보다못한 아페가 나설려는 순간 아페의 몸이 떨려왔다.몸이 비명을 지르는 것만 같았다.

아페는 알았다.그것은 본능이었다.

창조주의 명령에 거부하고 싶지 않다는 강한 본능과 사율을 치키고 싶다는 의지의 마력이 충돌하며 아페의 주위는 스파크가 일어나고 있었다.

"...아크페리츠님?어째서.."

내상이 심해서 서있는 것초차 힘든 루시퍼가 사율을 구할수있을리가 없었고 아페는 자신보다 상위권의 존재가 자신을 억누르는 힘에 정항하느라 움직일수가 없었다.

"미안하지만 거기들은 구경이나 하고있어."

루시퍼와 아페를 일별한 아르윈이 다시 눈을 빛내며 조소했다.

그의 손이 서서히 사율의 심장에게 떨어지며
황금빛이 끌려나왔다.

"그건!"

"맞아.그 여자가 너에게 줘버린 현안(懸案)의 마력."

어째서 아르윈이 진혼의 여신을 알고 있는거지?게임에도 나오지 않은 인물인데.그러고 보니 아르윈도 게임에도 나오지 않은 인물이다.

그때는 세계가 워낙 넓다보니 내가 모르는 인물이라고 생각했지만 이 정도의 강자가 알려지지 않은것은 이상했다.

"흠,궁금한가 보지?좋아.알려줄게.그 여자와나는 같은 역사(歷史)를 가지고 있는 동지거든."

"그게 무슨?"

"넌 절대 기억하지도 알지못하는 역사지."

사율의 회색눈동자 더욱 짙어졌다.

"걸리적거리는 그 여자의 힘은 처리했고 다음은 마신석인가."

날카롭게 변형된 아르윈의 손톱이 사율의 심장을 향했다.그러자 창백하게 질린 루시퍼와 아페가 사율을 외쳤지만 심장을 관통한 공통때문에 사율은 숨쉬기도 힘들었다.

"...콜록!콜록!"

역류한 피가 마치 범람한 강처럼 사율의 입술을 타고 흘렀다.

아파.정말 많이 아프다.

배를 관통당했을 때도 이렇게 아프지 않았던것 같은데 어째서 이렇게 아픈걸까.

투명한 눈물이 이제는 빛을 잃어 검은빛에 가까운 쟂빛눈동자에서 흘러내렸다.이윽고 눈물의 사율의 멱살을 잡고 있는 아르윈의 손등에 떨어졌다.

처음은 아르윈의 향한 분노를 원동력으로 움직였다.하지만 그조차 얼마가지 못했다.결국 또 사율은 가족을 잃었다.

사실을 두려웠다.마족을 아끼는 마신이 이런 잔혹짓을 한 나를 경멸하면 어쩌나.아들이 아니라고 말한다면 어쩌나.

분노는 마력을 폭주시켰지만 무기력함과 불안은 스스로의 마력을 파괴했다.얼음이 눈녹듯이 사라져가고 사율은 곧 다가올 죽음에 눈을 감았다.

시간이 아주 천천히 흐르고 있었다.

[이거 완전 바보 아니야?]

머리속을 울리는 목소리.아페는 아니었다.

누구?

어린 소년의 목소리는 사율의 상태가 재밌다는 듯이 키득키득 웃었다.

흐릿해져가는 시야속에서 사율의 눈동자에 비친것은 검은 머리카락과 눈동자를 가지고 있는 장발의 아주 아름다운 미모의 소년인지 소녀인지 모를 아이였다.

[이대로 네가 죽으면 난 또다시 오랜시간 동안 또다른 왕도의 길을 걷는자가 올때까지 꼬장꼬장한 녀석들의 손에서 지루하게 기다려야 하거든.]

기다려?

[너 같은 미친 재능의 광신도는 찾기도 어렵고 말이야.이번일로 한동안은 잠들어있겠지만 너라면 알아서 잘처리 하겠지.옆에 꼬장꼬장한 놈들이 많으니까.]

가만보니 열살정도 되 보이는 아이의 외모는 내가 누군가와 많이 닮은것 같았다.

[이제 슬슬 나가야지.]

잠시만 묻고싶은게!

손을 뻗었지만 아이는 뭐가 그리 기쁜지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고 사율은 선명해지는 고통에 다시 눈을 떳다.



아르윈은 손등에 떨어진 투명한 눈물을 물끄러미 쳐다보다 멱살을 잡고있어서 공중에 들어올려진 기절한것 처럼 고통스럽게 눈을 감은 사율을 보았다.

사율의 검격은 일격 일격이 무거웠고 가공할만한 파괴력을 가지고 있었다.그에 비해서 사율의 몸의 가볍고 연약하기 그지 없었다.

아무리 강력한 마력을 가지고 있어도 그걸로육체적 차이를 커버할수는 없었다.그것은 종족의 차이일수도 있고 어쩌면 환경의 문제였을수도 있었지만 절대적으로 경험이 부족했다.

처음부터 질 싸움이었다.

그가 그렇게 설계했고 아르윈의 승리는 그가 말한대로 되었다.하지만 아르윈은 왠지 모를 찝찝함을 느끼고 있었다.

멱살을 잡은 손등에 촉촉한 눈물 때문인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르윈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

움찔.

기절한 사율의 손가락이 움직이더니 이윽고 빛을 잃은 쟂빛눈동자가 보였다.정확히는 보였어야만 했다.

아르윈의 온몸의 털이 곤두서면 등줄기를 타고 식은 땀이 흘러내렸다.절대적인 강자 앞에서있는 것처럼 아르윈의 내부에서 경고가 울리고 있었다.

그런 아르윈을 보며 사율은 아니 무언가는 미소지었다.하지만 눈을 살기를 품에 섬뜩하리만치 빛나고 있었고 입고리는 잔혹함을 담아 미소짓고 있었다.

"[놓아라.]"

영혼을 떨리게 하는 신언(神言)에 아르윈의 의지와는 다르게 손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손아귀에서 빠져나온 무엇가는 사율의 몸을 걱정스럽게 살피더니 차가운 검은 눈동자를 빛내며 아르윈을 노려보았다.

단지 노려본것 만으로 오금이 저리고 다리에 힘이 풀릴것 같았다.격의 차이가 나도 너무 심하게 났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아르윈은 한낱 필멸자였고 무엇가는...

"[감히 내 아들에게 손을대?넌 죽었어.]"

그는 사율의 몸에 현현(顯現)한 마신 악타온이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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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4-26 11:58 | 조회 : 1,463 목록
작가의 말
블래티

꺄아...시간있을때 계속 쓰고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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