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화 서열경쟁전(3)

연무장을 나서는 사율의 발걸음은 경쾌하게 움직였다.

[율,대련중에는 왜 딴 생각을 한거야?]

아페가 말을 걸자 경쾌하게 움직이던 사율의 발이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다시 움직였다.

[그냥 마계에 피지 못하는 꽃들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어요.]

애매모호한 표현이었지만 계약으로 인해 연결되어 있는 아페에게 있어서는 어렵지 않게 그 말속에 의미를 알수있었다.

[또 재밌는 생각을 하고 있는 모양이구나?점점 마계가 널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네.]

[어쩌면 세계자체가 저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 걸지도요?]

능글거리는 눈웃음을 치며 사율은 장난스럽게 말했지만 아페는 대놓고 부정할수 없었다.실제로도 아페의 세계는 사율의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었고 중간계의 신에 가까운 정령왕 아크페리츠의 총애를 받는다는 것은 중간계 자체가 사율의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의미였기 때문이다.

[어쩌다가 이런 별종중의 별종인 인간을 만나서.]

스스로를 조소하며 웃는 아페의 태도에 사율은 나는 아무것도 몰라요 하는 순진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정령왕에게 이렇게 허물없이 대하고 자연스럽게 장난까지 치는 존재는 사율이 유일했고 앞으로도 사율만이 그럴것이라고 아페는 직감할수있었다.

[누군가 다가온다.적의를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조심해.]

[알았어요.]

상대의 마력을 감지한 아페가 사율에게 경고했다.마계에서 사율에게 적의를 가진 마족들은 많았고 사율이 아무리 강하고 정령왕의 비호를 받고 있다고 해서 위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온다.]

아페의 말과 동시에 모퉁이에서 단정하게 자른 머리스타일을 하고 있는 남자와 부딪치기 직적에 발을 멈추고 그를 올려다보았다.

남자 또한 놀란 듯이 사율을 내려다보았다.멍하니 사율을 내려다보던 남자는 이내 무엇가 생각이 났는지 박수를 한번 치고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더니 사율의 두손을 꼭 잡았다.

"당신이 그 유명한 인간님이시군요!반가워요.저는 마왕 폐하의 의상을 디자인 하는 일을 하고 있는 데자인 이라고 합니다."

두 눈을 반짝이면서 사율을 향해서 보내는 부담스러운 시선에 왠지 사율은 아레히스를 떠올렸다.

''확실해,저 남자 분명히 아레히스 과야.''

"이렇게 만나뵙게 되어서 너무나도 영광이랍니다.소문으로 들었던거 보다 훨씬더 아름다우시군요.부디 제 옷 한번만 입혀 드리고 싶어요."

눈빛이에서 별이 반짝반짝 빛나면서 나오는 것 처럼 자신을 데자인이라고 말한 남자는 곧 침이라도 흘릴것처럼 헤벌쭉 거리고 있었다.

"손도 아직 어리셔서 그런가 부드럽네요.이 손에 잘어울리는 장식을 만들어서 달아드리고 싶어라."

[얘도 너랑 같은 별종이네.]

해탈한 아페의 목소리에 사율은 혼미해지는 정신을 붙잡을수 있었다.

세상에 사람이 저렇게 정신 사나울수도 있는 거구나.

"아,그러고보니 이곳에 계시면 위험해요.저의 작업실로 가서 하던 이야기를 계속해볼까요!"

"네?"

갑작스럽게 손목을 잡고 부드럽게 이끄는 데자인의 행동에 왠만한 일에도 끄떡없는 멘탈을 가진 사율도 당황할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남자에게 적의는 없었기에 사율은 거부하지 못하고 어떨결에 데자인에게 이끌려서 마왕성의 있는 문을 통해 이동했다.

그 광경을 보며 아페는 사율을 저렇게까지 잘 주무르는 마족은 처음이라면서 감탄을 했고 그런 아페를 사율이 날카롭게 노려봤지만 아페는 자연체였기 때문에 투명해서 사율의 눈에는 비추어지지 않았다.

"자,여기 앉으세요!"

사율은 어떨떨한 상태로 의자에 앉았고 데자인은 서둘로 다른 방으로 들어갔다.

데자인의 손에 이끌려 도착한 작업실은 말그대로 엉망징창이었다.바닥에는 디자인을 그려놓은 종이와 천과 실이 나뒹굴고 있었고 여러 마네킹들이 어지럽게 놓여져 있었다.

유일하게 깨끗한 곳은 사율이 앉아 있는 의자와 테이블 정도였다.

"차는 오랜만에 타서 인간님의 입에 맞으실지는 모르겠지만 쿠키는 분명 맛있으실 거에요.무려 왕성 요리장님이 만드신 쿠키거든요."

우아한 금빛 무늬가 그려져있는 쟁반 위에는 아름다운 빛을 머금은 화려한 주전자와 잔과 보기좋게 정렬되어 있는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운 쿠키가 있었다.

"와,맛있을것 같아요."

"많이 있으니 많이 드세요.인간님은 너무 마르셔서 물론 보기 좋지는 않지만 뭐라고 해야하나.아,가녀려서 손가락 하나만 대도 툭하고 부러지실것 같아 보입답니다."

맞은 편 의자에 앉은 데자인은 걱정스럽게 말하며 쿠기접시를 사율을 앞으로 가져다 주었다.

데자인 미안하지만 제가 겉모습은 꽃같은 미소년이지만 아마 이 세계에서 열손가락 안에드는 강자랍니다.

아무리 사율보다 레벨이 높고 월등한 종족이라고 하더라도 전면전으로 가면 무조건 사율이 이길수밖에 없었다.

정령왕인 아크페리츠의 가호를 받으며 강력한 언령 마법을 가지고 있는 사율을 이길수있는 자는 중간계의 드래곤 로드 혹은 신 밖에 없었다.

"분위기상 옷은 흰색이 좋을까요?아니면 머리색과 맞춘 검은 색이 좋을까요?아,행복해라.마왕 폐하의 이후에 이렇게 즐거운 건 처음이랍니다.영감이 마구마구 떠오르는 걸요!지금 당장 종이에 옷을 그리고 싶은 심정이랍니다."

"...그,다 좋은데 인간님이라고 부르는건 그만둬 주실래요.제 이름은 사율이라고 해요."

"어쩜 이렇게 상냥하실까!미천한 저에게 이름을 허락해 준신 분은 마왕 폐하와 카르멜 공작님 릴리트님 이후로는 처음이에요.물론 감히 마왕 폐하의 존함을 입에 담을수는 없었지만 말이에요."

데자인은 눈을 빛내며 두 손을 맞잡으며 여전히 부담스러운 눈으로 사율을 보았고 그 시선에 사율은 슬쩍 눈을 피했다.

"아,그러고 보니 왜 복도에 있으면 위험하다고 하신 이유가 뭐에요?"

"서열경쟁전이 얼마 남지 않았거든요.그것 때문에 상위 100위에 드는 모든 마족들이 예민해져서 괜히 트집잡고 그러거든요."

서열경쟁전.

10년에 한번 있는 서열을 정리하는 날이었다.이런 저런 일들이 너무 많은 일들이 있어서 깜빡하고 있었다.

왕족과 신을 모시는 신관인 마족들 서열경쟁전에 참가할수 없었다.또한 마신력을 가진자도 참가할수 없는 규칙이었지만 나는 어차피 인간이고 마계법에는 걸리지 않는다.

어차피 내 몸에 마신력뿐만 아니라 고유 마력과 언령 마법의 힘이 있어서 서열경쟁전에 참가하는데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았다.

문제는 루시퍼님이 허락해 주실까의 문제였지만.

''그건 아레히스에게 졸라서 루시퍼님을 협박하면 어떻게든 되겠지?''

[나 정말 네가 웃는 얼굴로 그런 무서운 생각을 때가 제일 무섭더라.]

아페의 혀를 차는 소리는 가볍게 무시하고 눈을 빛내는 데자인에게 시선을 옮겼다.

"그것보다 사율님의 혹시 그 옷은 자신이 고르신건가요?"

"네,그런데요."

"이럴수가!정말 센스가 좋으시네요.왕궁에 들어와서 제대로된 센스를 가진 분을 만난건 정말 얼마만인지.처음본 순간 기쁨의 눈물을 흘리뻔했지 뭐에요."

내 자신이 센스가 좋은 편인지는 모르겠지만 의상 디자인을 좋아하기는 했다.

감격하고 있는 데자인의 행동을 사율또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철저하게 양육강식의 세계인 마계에서 다들 옷은 그냥 보이는 데로 입고다니는 느낌이라서 워낙 미모들이 띄어나다 보니 옷은 눈에 들어오지는 않지만 그래도 더 맞는 옷을 입었으면 좋았을 텐데.

"특히 왕자 전하의 옷은 너무 딱딱해요.좀더 귀여운 옷으로 입어도 될텐데."

머리를 부여잡고 한탄하는 데자인은 진심으로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아페!]

[그렇게 크게 말하지 않아도 들려.왜?]

[저 소울메이트를 만난것 같아요!]

[소..뭐?]

해명을 요구하는 아페의 목소리를 무시한채 사율은 데자인과 같이 눈을 빛냈다.

"그쵸?특히 넥타이보다는 리본이 잘어울리시는데 말이에요.제가 중간계에서 리본달린 옷을 입혀드렸는데 얼마나 귀여우시고 잘어울리시는지 정말 뒤로 넘어갈뻔했다구요!"

이런걸 덕밍아웃이라고 하지!

데자인과 사율은 눈이 마주쳤다.그리고 두 사람은 직감했다. 눈앞이 저 사람은 나와 같은 동족이라고.

"저도 보고 싶네요.왕자 전하의 의상은 다른 분이 담당하고 계셔서 손 못대는게 마음아플 따름이랍니다."

"걱정말아요.제가 갈아 엎을게요."

"네?"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데자인을 향하 사율은 엄지를 내밀었다.그 뜻을 이해하지 못한 데자인은 어벙벙할 뿐이었다.

이런 이런 데자인 이 어린 양.권력의 맛을 모르시는 구나?저 차기 마신교 교황이면서 마신님의 아들이면서 루시퍼님과 이블랑의 형제이면서 마신의 사자인 아레히스라는 빽을 가지고 있다구요.

"아,이럴게 아니라 저희 함께 디자인 해볼까요."

손벽을 치며 묻는 데자인의 말에 사율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 했다.

어디선가 종이와 잉크펜을 가져온 데자인이 익숙한 손놀림으로 빠른 스케치를 마치고는 그 종이를 사율에게 내밀었다.

"어때요?"

조심스럽게 묻는 데자인의 말에 사율은 진지한 표정을 들었다.데자인은 왜인지 긴장되어서 마름침을 삼켰다.

"...데자인."

"네."

"역시 우린 소울메이트인듯 해요."

"소울..메..뭐요?"

처음듣는 단어에 어리둥절한 데자인의 반응에도 사율은 일어서서 데자인이 그랫던것처럼 그의 양손을 두손을 꼭잡았다.

당황한 데자인의 동공이 지진이라도 난것 마냥 흔들렸지만 그런 사소한 반응은 흥분한 사율에게는 보이지 않았다.

"저희 친구해요."

"네?"

"좋아요.지금부터 우리는 소울메이트 즉 친굽니다."

제멋대로의 결정이었지만 데자인도 싫은것 아니었는지 살짝 붉어진 볼을 긁적이며 사율이 내민 손에 악수하였다.

그렇게 몇시간이 지났을까.

[그만좀해.내가 머리가아플지경이라고.어떻게하면 다섯시간 내내 옷이야기만 할수있지?]

참다못한 아페가 폭발해서 사율에게 말을 걸었지만 사율은 아주 가볍게 무시하며 덕밍아웃을 계속했다.

"릴리트 누나는 몸매가 워낙 좋아서 이런 식의 드레스가 더 잘어울릴것 같아요.움직이기 편하게 여기를 이렇게 봐꾸면 더 예쁠것 같아요."

스케치한 종이를 데자인에게 보여주자 그의 마치 새로운 섬을 발견한 탐험가 처럼 감격어린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이런 발상을 하실수 있는걸까요.이건 세기의 발견이에요!당장 만들어 보고 싶네요."

''제가 살던 곳에서는 이 정도가 기본이었어요.''

사율은 말을 삼키면 쿠키하나를 집어서 입에 넣었다.달달하면서도 고소한 쿠키의 맛이 입안가득 퍼졌고 행복한 기분에 휩싸였다.

어디에서도 먹어보지 못한 환상의 맛이었다.

"아,그리고 제 옷도 한벌 부탁드려도 될까요?"

"물론이죠!"

오히려 영광이라고 말하며 차를 마시는 데자인에게 사율은 고맙다고 말하며 옷에 대해 설명했다.

사율의 설명이 세세해질수록 데자인이 종이가 뚫어져라 바라보며 집중했다.

"혹시 힘드시면..."

"아뇨.이건 꼭 해보고 싶네요!부디 저에게 맡겨주시면 좋겠어요."

자신감있게 양 주먹을 꽉쥐고서는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었다.

"적어도 내일까지는 할수있을것 같아요.다되면 어디로 보낼까요?"

내일까지하면 다 할수있다는 정말 대단하다.나라면 한달정도는 넘게 걸렸을것 같은데.

"그럼 루시퍼니의 방앞으로 부탁드려요.제 이름을 대면 쉅게 경비를 통과할수 있을거에요."

"마왕 폐하의 첩이라는 소문이 돌고있던데 괜찮을까요?"

그러고보니 내옷을 루시퍼님의 방앞으로 보내면 그 소문에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 되겠구나.

"그럼 사람을 보내서 장소를 알려드릴게요.오늘은 아쉽지만 그만 가보는게 좋겠네요.아마 지금쯤 많이 화가나있을 분들을 달래주러 가야할것 같거든요."

데자인은 아쉬운듯 슬픈 표정을 지었지만 다음을 기약하면서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사율또한 환하게 웃으면서 손을 흔들어주며 방을 나섰다.

방을 나선 사율이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마왕 루시퍼의 알현실이었다.

갑자스러운 사율에 방문에 이미 적응 해버린 루시퍼는 눈앞에서 쿠키를 벌써 여섯접시나 해치우는 사율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먹고 왜 살은 안찌는거냐?"

"글쎄요?체질이라서?"

화사한 눈웃음을 지으며 마지막 쿠키까지 입안으로 털어넣은 사율이 찻잔에 입을 대고 우아하게 찻물을 마셨다.

배운적도 없으면서 저렇게 기품어린 자세를 할수있다는 사실에 루시퍼는 황당할따름이었지만 사율이었기에 넘어갔다.

애초부터 상식을 벗어난 존재가 바로 사율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목적은?"

"우리 각방써요."

"뭐?"

마치 부부가 각방쓰자고 말하는 것처럼 단호한 사율의 말에 루시퍼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제가 계속 루시퍼님 방에서 있으니까 소문이 가라앉지를 않잖아요.그러니까 우리 각방을 씁시다."

표정과는 다르게 진자한 사율의 말에 루시퍼가 한쪽 눈썹을 쓱 올라갔다.

"네가 소문같은걸 신경썻던가?"

"당연하죠.전 가녀린 유리 세공품같이 섬헤한 인간이라구요."

"네가?"

짐심으로 부터 묻는 루시퍼에 말에 사율은 쓱 눈을 피했다.

"방은 좁아도 식물도 잘보이고 햇볕도 잘들고 지나다니는 마족들이 많이없는 한적한 방이 좋을것같아요."

뻔뻔하게 요구하는 사율의 건방진 태도가 불쾌한 만도 하것만 루시퍼는 전혀 불쾌해하지 않고 오히려 사율이 말한 방에 적합한 곳을 머릿속으로 계속 생각했다.

그런 자신의 태도에 루시퍼는 자조할수 밖에없었다.

"좋다.하지만 조건이 있다.형이라고 불러봐."

"어,형."

쑥스러워하는 사율의 반응을 기대한 루시퍼지만 오히려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말하는 사율 덕분에 루시퍼가더 쑥스러워질 지경이었다.

루시퍼는 깊은 한숨을 쉬며 마른세수를 하며 사율에게 손짓을 했다.

"고맙습니다."

사율은 감사의 말을 남기고는 유유히 알현실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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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2-20 21:50 | 조회 : 1,736 목록
작가의 말
블래티

제 글 사서 봐주시는 분들 너무 감사드려요.글쓸맛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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