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화 변화하는 자와 상처입은 자(1)

정적만이 흐르다 못해 양호실은 마치 생기조차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건조했다.아레히스 는 항상 웃고 있었지만 지금 그럴 필요성을 못느끼게다는 듯이 무표정했다.

그저 사율이 부셔놓은 뚫린 벽사이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만끽하며 사율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잠시뒤 아레히스는 사율의 발걸음 소리를 듣고서는 자연스럽게 입고리를 올렸다.본인이 생각하기에도 너무 나도 자연스럽게 미소가 지어져서 놀랄정도였다.

끼익.

조심스럽게 문이 열리며 환하게 웃고 있는 사율이 양호실로 당당하게 들어왔다.마치 부모에게 칭찬을 바라는 아이마냥.

"아레히스,저 해냈어요!"

사율은 의자에 앉아있던 아레히스의 코앞까지 가서 손을 펼쳐 손에서 일렁이는 불꽃을 당당하게 보여주었다.

그 모습에 아레히스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사율의 머리카락 쓰다듬었다.아레히스 본인도 무의식으로 한 행동이라 쓰다듬고서는 놀랄수밖에 없었다.

어리둥절한 얼굴로 아레히스를 올려다 보니 아레히스도 어리둥절한 얼굴로 날 한번 쳐다보더니 이내 내머리를 쓰다듬었든 손을 쳐다보았다.

"왜 그러세요?"

"아,아니에요.누군가의 머리쓰다듬어 본게 처음이라서요.생각보다 좋은 느낌이라서 놀랐을 뿐이에요."

사율은 자신의 머리카락을 한번 쓰다듬어보니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저도 누가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준건 처음이에요."

쑥쓰러운 듯히 양뺨을 복숭아 빛으로 물들이고 있는 사율은 무척이나 사랑스러웠다.한번 물면 무척이나 달콤할것 같은 듯한.

"잘했어요.형태화를 하루만에 성공하신 분은 율이 유일할거에요."

"그런가요.아,그거랑 저 검에도 신마력을 불어넣어 날아가는 검격을 만들었어요."

"...검이요?"

사율에 말에 아레히스가 고운미간을 좁히며 설명이 필요하다는 눈으로 사율을 바라보자 사율은 카엔을 만났던 이야기를 제외하고 있었던 일을 모두 이야기해 주었다.

이야기를 듣는 내내 아레히스의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웃고는 있지만 눈은 웃고 있지 않았기에 사율이 걱정스러운 듯이 아레히스를 살짝 올려다 보자 눈이 마주친 아레히스는 다시 부드러운 분위기로 돌아와 눈웃음을 지었다.

"...그런 일이 있으셨군요.이럴줄 알았으면 제가 같이 동행할 것을 그랬어요."

"아니에요.결과적으로 저는 다치지 않았고 오히려 새로운 기술을 발견할수 있었는 걸요."

밝게 웃으며 즐거운 듯이 이야기하는 사율을 보며 아레히스는 진심을 담아 웃을수가 없었다.인간인 사율에게 이곳은 너무나도 위험했고 적의를 가진 마족들이 넘쳐났다.

"율,혹시 말이에요.만약 지금 바로 마신전으로 가는 방법이 있다고 하면 어떨것 같아요?"

아레히스의 말에 사율은 잠시 눈을 깜빡거리렸다.지금 바로 마신 악타온님을 만날수 있으면 기쁘고 설레겠지만 역시 필요없었다.내가 스스로 가는 길에 타인의 호의는 필요없었다.

"전 스스로 자격을 갖추고 가고 싶어요."

자격같은 사율이 마신석을 흡수했을 그 순간 부터 아니 어쩌면 악타온이 사율을 처음본 그 꿈속에서 부터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아레히스는 말할수가 없었다.

"만약 당신이 만나고자 하는 분이 당신을 보고 싶어서 깔아놓은 길이라도요?"

"만약 저를 위해 그렇게 해주셨다면 정말 엄청나게 기쁘겠지만 그 정도로 저를 위해 준비해 주셨다면 제가 갈때까지 기다려주기를 바래요."

만날때가 온다면 그때는 처음처럼 울지않고 인사하고 싶었다.우는 얼굴이 아닌 밝게 웃는 얼굴로.

"그런가요."

아레히스는 사율이 뚫어놓은 벽을 보며 어느새 저가는 세개의 태양을 바라보았다.

"그것보다 저 벽은 왜 아직도 그대로일까요."

마법으로 몇분이면 고칠수 있을텐데.

"그거야 율이 흔적을 그대 남겨두고 싶으니까요."

당당한 아레히스의 말에 사율은 황당했다.

"당장 고쳐요.저대로 두면 바람이 들어와서 추울것같고 양호실을 사용하는 학생들도 곤란할거 같은데요."

"싫어요.율이 한걸 제가 어떻게 지워요.제가 떠나는 그날까지...아니다 떠날때도 들고 갈게에요."

"네?!"

"오늘의 숙제는 끝났고 내일 보도록해요."

손을 흔들며 말을 돌리는 아레히스의 태도에 사율은 무척이나 당황할수밖에 없었다..

"안가도 괜잖아요?저야 율과 오래 있을수록 좋지만 기숙사 점호 시간이 가까워져 가는데요."

뻥뚫려 있는 벽에 하늘 하늘을 아레히스가 가르키자 벌써 해가 지고 세개의 달이 고고하게 떠있었다.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내일 두고봐요!"

서둘러 양호실에서 빠져나가는 사율을 향해 아레히스는 특유의 여유롭고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사율의 기척이 완전히 사라지자 아레히스는 흔들던 손을 멈추고 의자에서 일어나 뚫려 있는 벽앞으로 걸어가 남색 하늘에 떠있는 고고한 달을 바라보며 눈을 감았다.

"오늘은 전해드릴 이야기가 많을것 같아요.형님."

아레히스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림자가 아레히스를 집어삼키며 사라지고 양호실에는 그 누구도 남지 않았다.

***

서둘러 기숙사로 돌아온 사율은 방에 들어가 달을 보며 점호까지 늦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안도했다.

"휴,다행이 늦지는 앉았네."

방을 살펴보았지만 레이즈는 보이지 않았다.작은 물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보아 레이즈는 욕실에 있는것 같았다.

[그렇게 뛰어와 놓고서는 늦는게 이상한거야.거기다 이곳은 여기저기에 문이 있어서 조금 늦더라도 빨리 돌아올수 있잖아.]

[그건 그렇네요.]

사율은 케이프 형태의 교복을 침대위에 놓다가 그러다 문득 바라본 달에 눈을 빼앗겼다.

세개의 달은 지구의 달보다 더 크고 더 강한 은빛을 내며 검푸른빛의 밤하늘에서 고요히 빛나고 있었다.

[마계의 다른건 몰라도 밤하늘 만큼은 중간계보다 아름다워.]

눈을 감고 살짝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아페에 말에 사율은 동의를 표했다.그때는 지구에 있었을때는 고등학교를 마치고 늘 혼자 집에서 이렇게 달을 올려다 보았다.

부모님은 모두 상냥하신 분들이셨지만 맞벌이로 바쁘셨고 식탁에는 언제나 밥이 차려져 있어서 혼자 앉아서 밥을 먹은뒤에는 습관처럼 맨발로 차가운 배란다의 바닥의 촉감을 느끼며 달을 올려다 보며 그렇게 외로움을 달래었다.

적어도 저 달은 높은 곳에서 공평하게 누구라도 비추어 주었고 그 누구라도에 나도 포함되어 있었기에 슬프거나 외로울때는 항상 달을 올려다 보았다.

그렇게 나는 매일밤 달을 올려다 보았지만 그것도 잠시 나의 고독함은 텅빈듯한 감각은 채워지지 않았다.

서서히 나는 그렇게 죽어갔다.

[율.]

"괜찮아요.지금은 지금은 있으니까."

내 마음을 알아주는 친구가 있으니까 곧 그분을 만날수 있을거니까 난 외롭지 않아요.슬프지 않아요.이제는 제대로 앞을 보며 미래를 꿈꿀수있어요.

말은 필요없었다.그저 서로를 잇는 감각만이 감정을 이어 주었고 신뢰를 주었다.

끼익.

샤워실의 문이 열리고 목욕가운 만을 입은 레이즈가 나왔지만 사율은 달과 과거의 회상에 정신이 팔려 눈치채지 못했다.

"....."

레이즈는 달빛에 비친 칠흑같은 흑발에서 눈을 때지 못하고 멍하니 보다가 이내 성큼 성큼걸어가 사율의 손목을 붙잡았다.

사율이 놀란듯이 레이즈를 올려다 보며 눈을 크게 떳다.

금방이라도 사라질것 같았어.

레이즈는 마치 달빛이 보여주는 환상이라도 되는듯이 존재감이 흐려지며 먼곳을 바라보는 듯한 사율에게 불안감을 느꼈다.지금 이자리에서 붙잡지 않으면 안될것만 같았다.

"레이즈?"

사율이 달과 같은 눈동자로 레이즈를 올려다보았지만 여전히 사율은 이곳에 없는 듯한 혼자 떠있는 듯한 느낌을 풍기고 있었다.

"....."

사율을 처음 봤을때 그림자가 보이지 않았다.그림자는 레이즈가 태어났을때 부터 볼수있던 생명을 가진 사람의 부정적 감정 또는 아픔이나 상처받았던 기억들의 덩어리였다.

생명체에게는 누구나 다 당연히 가지고 있어야할 그림자는 유일하게 사율에게는 없었다.그렇다고 생각했다.레이즈에게는 보이지 않았음으로.

보이지 않아서 없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그것은 레이즈의 크나큰 착각이었다.사율의 그림자는 너무 깊고 깊은 심연과도 같아서 그 끝을 알수없어 보이지않았을 뿐이었다.

사율은 이미 엉망징창으로 상처투성이었던 것이었다.팔목에 상처를 보았을때 부터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그림자가 없는 자가 그런 상처를 가지고 있을 리가 없었기에 레이즈는 계속 의문을 가지고서 사율을 보았다.

너는 어째서 그렇게 공허해 보일까.어째서 그렇게 위태롭게 보여서 계속 신경쓰이는 것일까.

처음 본 순간부터 시선을 빼앗겼었다.그림자가 없고 밝은 인간이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하지만 사실은 많이 달랐다.

상처가 아픔이 너무 깊었다.도저히 어떻게 손을 내밀어 잡아줄수 없을 정도로 깊어서 레이즈는 처음으로 자신의 무력함을 실감할수 있었다.

"...아픈데."

아프다는 사율의 말에 레이즈가 깜짝 놀라서 손목을 잡았던 손을 놓고 한발자국 뒤로 물러갔다.

"...미안하다."

"괜찮아.그것보다 갑자기 왜그래?설마 배에 상처때문에 그래?"

사율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레이즈를 살폈다.레이즈는 이때의 사율의 눈동자가 좋았던 이유를 깨달았다.이때 만큼은 공허했던 눈동자에 자신이 비추어져 있었음으로.

하지만 레이즈도 아페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공허한 저 눈동자를 완전히 생기있게 만들수있는 건 자신들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아페는 알고 있었다.사율을 과거를, 그래서 이해할수 있었고 알아줄수도 있었다.하지만 채워줄수만은 없었다.그것이 아페의 한계였고 그 이상을 해줄수 있는건 사율이 만나기를 애타게 바라고 있는 마신 악타온 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말이다.


***


깊은 심연속 공간,마신의 쉼터에 검은 머리카락의 아레히스가 몸을 잔뜩 움크린채 무릎에 아마를 박고 있었다.

"뭐 잘못먹었냐?"

답지 않게 우울해 보이는 아레히스를 보며 마신 악타온은 눈을 좁히며 물었지만 아레히스는 어둠에 몸을 맡기고 움크린채로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답지 않게 슬퍼보이네."

슬퍼보인다는 악타온의 말에 아레히스가 작게 몸을 떨었다.

"...슬픔이라,저는 지금 슬픈걸까요?왠지 심장한쪽이 조이는 듯하고 무력하게 느껴지고 상실감에 압사 당할것 같은걸요."

"신들은 감정이 많이 결여된 편이라 잘은 모르겠지만 그런걸 인간들은 슬픔이라고 정의한다고는하지."

"반신(半神)이기에 슬픔을 느끼는 걸까요."

"신이라고 해도 감정은 있어.너도 잘 알잖아?내가 화를 내고 그러는거.단지 감정으로 인해 이성을 잃을 일이 없다는 거지."

"그런가요."

아레히스는 무릎사이에 파묻었던 고개를 들고 흑요석처럼 검은 눈동자로 악타온을 올려다 보았다.

"기분 나아졌으면 이제 보고해."

"형님,이렇게 귀여운 동생이 슬퍼하고 있는데 이유는 물어보지도 않고 율부터 찾으세요?"

"귀엽긴 누가.네가 지금 슬픈 이유도 율과 관련있을거 아니야."

아레히스는 불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사율에게 들은 이야기를 모두 악타온에게 들려주었다.이야기를 듣던 악터온의 입고리가 기분좋게 올라가자 반대로 아레히스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사라졌다.

"흠,그 아이가 그랬단 말이지."

"그렇게 웃으시는건 절 패실때를 제외하시고는 처음이네요."

하지만 아레히스는 곧 다시 도발적으로 웃으며 악타온을 놀릴려고 했지만 기분이 아주 좋은 악타온은 가볍게 무시했다.

"그래서 네가 슬픈 이유가 뭔데."

"글쎄요.처음에는 율이 진검으로 대전했을 때는 화가 났었고 율이 자신힘으로 마신전으로 가고 싶다고 했을때는 응원하고 싶었는데.왜 슬퍼졌을까요."

아레히스는 사율처럼 아니 어쩌면 사율보다 더한 공허한 눈을 하고 있었다.모든 신들은 자신이 어떻게 태어났는지 왜 태어났는지 알고 자신들만의 역할이 있었지만 아레히스는 달랐다.

그는 반신이었고 반은 신이 었지만 반은 무엇인지 몰랐다.그저 마신으로 파생되었다는 것만을 아레히스는 기억하고 있었다.

검은 눈을 가진 아레히스는 신계에서도 보는 시선이 곱지 않았다.대다수가 두려워하며 꺼림직했다.

이를 좋지 않게 생각한 마신 악타온 정식적으로 자신으로 부터 파생했으니 자신의 동생이라고 공표해서 신계는 조용해졌지만 아레히스도 악타온도 아레히스가 어떻게 생겨났고 왜 생겨났고 언제부터 존재했는지는 몰랐다.

그저 알았을 뿐이다.악타온으로 부터 파생했다는 것을.

"율을 처음 봤을때 저와 같은 공허한 눈동자를 하고 있어서 동질감을 느꼈던것 같아요.강한 운명도 분명 느꼈지만 그것과 같을 정도로 동질감또한 느꼈는데...지금은 그 사실이 왜 이렇게 슬픈걸까요?"

우울하게 어둠만을 바라보는 아레히스의 모습에 악타온은 작게 혀를차며 아레히스를 머리카락를 헝크러트리듯이 쓰다듬어 주었다.

자신의 동생은 처음부터 어른스럽고 성숙했지만 그 내면은 처음 격는 감정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생각하며는우울해하는 어린 아이였다.

"네가 슬픈이유는 만약 율과 내가 만나서 율이 더이상 공허한 눈동자를 하지 않게 되었을때 너만 또 혼자 남겨질까봐 두려워하며 그 불확실한 미래에 슬퍼하고 있는거잖아."

"....."

"제일 웃기는게 뭐냐면 정작 네가 사율의 이야기를 할때는 넌 더이상 공허한 눈을 하고 있거나 텅비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 다는 점이지.넌 그 아이에 대해 이야기할때 항상 눈앞에 그 아이가 있다는 듯이 진심으로 웃고 있었어."

자신조차 눈치 채지 못했었다.텅빈 마음은,매마른 마음은 이미 율으로 인해 채워져 있다는 사실을.

그래서 그랬구나.널 기다리며 발소리가 나면 저절로 웃게 되고 네가 위험해지면 초조해하고 화가나고 네가 미소지어 줄때면 따라 진심으로 웃을수 있게 되었구나.

이렇게 간단하게 마음이란건 채워지는 걸까?
아니면 율 네가 특별한걸까?

분명 답은 네가 특별한거겠지.

악타온과 아레히스와 똑같은 칠흑같은흑발과 달처럼 은은하게 빛을 내며 은빛 눈동자를 가진 사율을 생각하며 아레히스는 눈꼬리를 내리혀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의식적으로 만든것이 아닌 마음에서 우러나온 아레히스의 진짜 미소였다.

"걱정하지마,누가 뭐래도 넌 내 동생이다.내가 널두고 가는 일은 없을거다."

"그렇군요."

나는 이미 채워졌으니 이제는 상처투성의 율의 차례였다.언젠가 아레히스의 정체를 말하는 그날에는 그 아이를 안아주며 계속 곁에 있어줄거라고 말할것이라고 다짐하며 아레히스는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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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그나로크(Ragnar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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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1-18 08:01 | 조회 : 261 목록
작가의 말
블래티

레이즈 주식은 인기가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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