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율이 나간뒤정적만이 흐르던 중 먼저 입을 연것은 중앙 아카데미의 총책임자인 이사장 이카루스였다.
"왜 그러신 겁니까."
"뭐가요?"
이카루스의 말에 아레히스는 정말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이카루스의 눈이 조금 떨렸다.
"아레히스 신관님은 무려 마신전에서 파견되실 정도로 높으신 분이십니다.그런 분이 설마 정말 사율군이 저의 보존 마법을 깰거라는걸 몰랐다고는 말하시지는 않으시겠죠?"
"정말 몰랐는데요."
"....."
아레히스는 정말 몰랐는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카루스는 눈을 좁히며 아레히스의 본심을 캐보려고 했지만 싱글싱글 웃고 있기만한 아레히스는 속을 알수없는 심연과도 같았다.
"이사장님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잘 알것같아요.이사장님은 제가 선별자라고 생각하는것 같네요."
그 말에 조금이지만 이카루스는 몸이 조금 떨렸다.선별자는 마신석으로 부터 신마력을 받은 아이들중 단 한명의 신관을 선택해 마신전으로 인도하는 자이며 이카루스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자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카루스의 현재 목표도 그 아이가 신관이되어 마신전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본론부터 말하면 저는 선별자가 맞습니다."
아레히스의 말에 이카루스는 숨을 들이켰다.숨이 막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현재 아레히스가 가장 신경쓰고 있는 존재는 다름 아닌 사율이 틀림없었다.그렇다면 다음 신관으로 선택받을 확률이 가장 높은 자는 사율이었다.
"...역시 다음 신관으로 발탁되는 것은."
"이사장님이 바라는 그아이가 될것입니다.그렇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말이죠."
아레히스의 말에 이카루스가 무슨 소리냐는 듯이 한쪽 눈썹을 찌푸렸지만 아레히스는 여유롭게 차를 한보금 마시며 조심스럽게 소리가 나지 않게 찻잔을 내려놓을 뿐이었다.
"그렇다면 어째서 사율군 만을 따로 맞겠다고 요청하신겁니까?"
"그야 가까이서 보고싶었으니까요."
"그러니까,그 가까이서 보고 싶은 이유가 궁금한겁니다.이번에는 신관이 되는 것이 두명도 아닐것인데 어째서 그 인간따위를 그토록 신경쓰시는 겁니까."
"이카루스 이사장님."
아레히스는 입꼬리는 올라가 있었지만 눈은 전혀웃고 있지 않았다.숨을 쉬기 힘들 정도 짙은 살기가 목을 조르는 듯한 감각에 이카루스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갔다.
"인간 따위라니요,다신 사율을 그런 식으로 말하지 않으시길 바랄게요.당신이 그렇게 사랑하는 그 아이가 이번의 신관으로 발탁되고 싶으시다면 말조심하세요."
사율의 살기는 무의식중에 사용한거지만 아레히스의 살기는 의식적으로 이카루스를 속박하고 있었다.사율과는 비교하기 힘들정도로 강하고 짙은 살기는 도저기 그냥 신관이 내뿝기에는 힘든 살기였다.
"...신관님은 설마."
이카루스가 말을 다하기도 전에 아레히스가 입을 열어 이카루스의 말을 끊었다.
"설령 제가 그 무엇이든 간에 사율을 그런식으로 말하는건 용서가 안되니까 말조심하세요.당신이 바라는게 뭔지 저는 아주 잘알고있거든요.그 아이를 곧 벌어질것 같은 전쟁에 내보내고 싶지 않으신거시죠?그래서 중앙 아카데미에 입학시키고 혹독하게 가르친거지요. "
"....."
아레히스의 말에 이카루스는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테이블만을 바라보았다.
"요즘 중간계가 소란스러운게 용사가 곧 마계로 침입해서 전쟁을 일으킬거라는 소문이 돌고 있더군요.뭐,소문이 아니라 곧 그리될것 같지만요."
아레히스는 소리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여유로운 걸음으로 유유히 이사장실을 빠져 나갔다.이카루스만 남은 이사장실은 고요하기 그지 없었다.
적막만이 남은 고요한 이사장실에서 이카루스는 양손으로 얼굴을 덥고 서는 허탈하게 웃었다.
"하하,마신님의 사자께서 직접 오셨다니."
아레히스의 남긴말로 확실해졌다.아레히스 신관은 신관이 아니라 고위신관 보다 높은 마신의 사자이라는 것을.
***
이사장실에서 나와 무작정 복도를 걸었던 사율은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길을 잃은 뒤였다.
"이놈의 학교는 뭐가 이렇게 넓지."
[그러게.]
[어떻게 지나가는 사람이 한명도 없을수 있을까요.]
[그건 그렇고 누가 뒤에서 널 지켜보고 있는데?]
아페의 말에 슬쩍 뒤를 돌아보니 정말 뒤에 그림자하나가 보였다.
누구지?
슬쩍 모퉁이를 도는척 하며 벽에 기대어 숨었다.그러자 예상대로 날 몰래 쫒아오던 마족은 날 따라 모퉁이를 돌다 나와 정면으로 마주쳤다.
"으앗!"
그러자 나보다 한뼘정도 키가 더큰 덥수룩한 머리카락의 소년이 놀라서 바닥에 주저 앉았다.
"괜찮아?"
"...어..어어."
소년은 내가 잡으라고 내민 손과 나를 번갈아보더니 말을 더듬으며 연신 고개를 둘데를 못찾고 당황하고 있었다.
"안잡을거야?"
"...어어."
잠시 망설이는듯 하더니 이내 내손을 잡고서 바닥에서 일어났다.소년은 호리호리해 보이는 체형과는 다르게 손은 나보다 크고 또 뜨거웠다.
"...고마워."
덥수룩한 앞머리 때문에 눈은 잘보이지 않았지만 뺨이 붉어져 있는게 눈에 보였다.나쁜 애같지는 않은데 왜 날 따라온거지?
"난 왜 따라왔어?"
소년은 내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며 우물쭈물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닫기를 반복했다.하지만 나는 인내심있게 소년이 입을 열기를 기다려주었다.
"...그 너에게서...냄새가나서."
"냄새?나 매일 씻는데 냄새나?"
사실 아페가 관리해주고 있어서 항상 청결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데.거기다 옷이랑 신발도 전부 아페에 의해 매일 소독되고 있었다.
"그..그런 냄새가 아니라!"
나보다 한뼘정도 키가더큰 소년은 마치 소동물처럼 겁이 많고 소심해 보였다.당황해하며 양손을 젓는 모습이 꽤 아니 상당히 귀여웠다.놀려주고 싶은 충동을 들게 만들 정도랄까.
"...청량한 냄새가..나서."
청량한 냄새라니 그게 무슨 냄새야.
[호오,마족 주제에 정령에 대한 친화력이 높잖아.]
아페가 작게 감탄했다.
마족인데 정령친화력이 높다니 이게 무슨 장난질인지.마족은 정령친화력이 젬병이다.
솔직히 종족의 특성이기도 하고 정령을 느끼고 소환하기위해서 자연과도 친화력이 높아야 정령이 친근감을 느끼는데 마계의 자연은 척박했다.또 마계에는 공기중에 녹아있는 마나를 온반해주는 정령이 없기때문에 자연재해가 끊이지않았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마족특유의 마기때문에 정령과 계약하는건 불가능했다.아페의 말에 의하면 마기는 정령이 느끼기에 꺼림직하게 느껴진다고 한다.
"어..미안해,이상한 소리였지..."
소년은 어쩔줄 몰라하면서 고개를 내렸다.
"이상한 소리라니?"
사율이 의아해하며 갸웃거리자 소년은 씁쓸하듯이 살짝 입고리를 올리며 말했다.
"중간계에 갔었을때...다들 내가 이렇게 말하면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봤거든."
우울해 보이는 소년은 핏줄이 튀어나올 정도 세게 주먹을 쥐고서는 눈을 감고 입을 꾹 다물었다.지금까지 그 누구도 소년을 이해해주지 못했기에 소년은 언제나 혼자였다.
우연히 지나가다 중간계에 갔었을때 느낀 청량한 향기와 비슷하지만 더 강한 느낌이드는 향기를 느꼈을때 혹시 마계에도 자신과 같이 청량한 향기를 맡을수 있는 자가 있을지도 모르다고 생각이 들어서 향기를 뒤쫓았다.
그게 설마 요즘 소문이 되고 있는 인간일줄은 몰랐지만 말이다.
"그건 전혀 이상한게 아니야,오히려 대단한거지."
사율은 당당하고 흔들림없이 소년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소년은 이제서야 눈을 뜨고 사율의 얼굴을 제대로 마주보았다.그때 어디선가 불어온 바람이 두 사람의 사이를 가로지르며 소년과 사율의 머리카락을 흔들었다.
"...아."
앞머리가 시야를 가리면서 보이지 않았던 사율의 얼굴이 보였다.상냥하게 희어진 눈과 아름답고 고고한 빛을 가진 눈동자가 무척이나 눈을 떼기 힘들었다.
칠흑과도 같은 흑발이 바람결에 흔들리며 사율은 외로운 소년에게 한발자국 가까이 다가왔다.가까이서 나는 강한 청량한 향기에 소년의 정신이 아찔해지는 걸 느껴졌다.
"네가 가진 재능은 무척이나 특별한 재능이야,아마 네가 유일무이 할거야.하지만 그 재능때문에 너는 외로웠지?"
"...."
소년은 아무말도 없었다.아무말도 할수가 없었다.그 어떤 말도 지금 이 형용할수 없는 감정을 정의할수 없을것만 같았다.
"너는 나쁘않아,아무것도 잘못하지 않았어."
"......"
처음이었다.
모두가 소년이 이상한 거라고했다,모두가 소년이 잘못한거라고 그 누구도 소년을 이해해주지 않았고 소년은 혼자였다.
가장 듣고 싶었다.나는 나쁘지 않다고 잘못하지 않았다고 그저 그 한마디면 충분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외로운 외톨이 소년에게 말해주지 않았다.그 누구도 손을 내밀어주지도 이해해 주지 않았다.
지금 눈앞에 사율을 제외하면.
"......"
외톨이 소년의 뺨을 타고 눈물이 흘렀다.슬퍼서가 아니었다.기쁨과 환희의 눈물이었다.
사율은 아무말도 하지 않고 그저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소년의 눈물이 마를 때까지 마주서서 기다려주었다.
그것은 외톨이 소년에게 사냥한 말과 행동보다 더욱 큰 위로였다.
"이제 괜찮아졌어?"
"어,응.고마워"
소년은 쑥스럽다는 듯이 머리카락을 긁적거렸다.
"내 이름은 사율이야 네 이름은 뭐야?"
"나는 카엔이라고해."
"음,카엔 정신없을때 미안하지만 내가 길을 잃어서 그러는데 혹시 제1 연무장이 어디인지 알아?"
"어,제1 연무장이라면 여기가 아니라 본관인데."
설마 여기 본관이 아니었어?
중앙 아카데미는 일반관과 본관이 따로 존재한다.마신석에 선택을 받은 아이들은 본관으로 그렇지 않은 아이들은 따로 일반관이라는 곳으로가서 수업을 한다.
나는 당연히 본관이고 상당히 헤맺다고 생각은 했지만 설마 본관을 나가서 일반관까지 갈줄은 몰랐다.중간에 문을 몆번 넘기는 했지만 말이다.
"나 길을 좀 잃은것같아."
하하,그런 표정으로 보지마렴.난 길치가 아니라고 이곳이 비정상적으로 넓을 뿐이야.
***
어찌저찌해서 결국에는 본관으로 돌아가는 문앞에 도착했다.이 얼마나 힘든 여정이었던가!
"이제 가면...또 언제 볼지 모르겠네."
카엔은 씁쓸해보였다.그럴수밖에 마계에서 정령친화력에 대해 이해주고 알아줄수 있는 존재는 나뿐일테니.
"나..열심히 노력해서 본관으로 갈수있도록 할테니까 그때는 친구가 되어줄래?"
카엔은 우물쭈물하더니 지금은 무척이나 용기있게 내게 손을 내밀었다.그 사소한 행동은 분명 카엔에게 있어서 큰 용기가 필요한 행동이었다.
"곧 다시 만나게 될꺼야."
좋은 생각이 떠올랐거든.
"악수는 다시 만날 그때에 하도록하자."
사율은 장난스러운 아이처럼 웃으며 등을 돌려 문으로 몸을 날렸다.그 행동을 보며 잠시 황당한듯이 카엔은 입을 벌리고 있었지만 이내 피식하며 사율처럼 장난스러운 아이처럼 밝게 그리고 해맑게 웃어버리고 말았다.
그곳에 더는 우울하고 어두침침한 외톨이 소년은 없었다.있는 것은 그저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용기있는 소년뿐이었다.
"응,그때는 더이상 겁쟁이가 아닌 당당한 너의친구로 너의 곁에 있을게."
사율이 떠난 자리에서 카엔은 스스로 다짐하며 한참이나 그자리에 서있었다.
***
본관 최상층으로 가는 문을 타고 가자 순식간에 본관으로 돌아갈수 있었다.
[율,재밌는걸 생각하고 있는것 같은데?]
역시 아페는 눈치가 빠르다니까.
[여러가지 문제를 한번에 해결할 아주 좋은 생각이 있어요.]
최상층의 복도를 걸으며 연무장으로 걸으며 나는 한기지 가능성에 대해 깊이 생각했다.그건 바로.
[마계에 정령을 만들고 싶어요.]
[뭐?마계의 특유의 마기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걸알고있잖아.]
[그러니까 마기에 친화적인 마계의 정령을 창조하면 됩니다.아페가 창조한 정령에 제가 언령 마법으로 성질을 바꾸는거에요.]
아페는 잠시 생각중인지 대답이 없었다.형태를 만드는것은 내 특기가 아니지만 그걸 해결할수 있는게 아페다.아페는 정령왕이니 정령을 창조할수 있으니 거기다 내가 언령 마법을 사용해서 성질을 바꾸기만 하면된다.
[확실히 너의 언령 마법이라면 가능하지만 그건 완전 새로운 종족이 탄생하는 것과 같은거야.육체에 영혼을 부여하는 곳에서 영혼을 부여해줄지는...]
갑자기 아페는 말끝을 흐렸다.
[눈치챈 모양이네요.]
영혼을 부여하는 영혼의 회랑은 내 편이라는 것을.
[하,넌 정말...인정할수밖에 없군.]
[제가좀 대단하잖아요.]
설날에 제가 좀 그걸 많이 마셔서 소설을 1도 못써서 2편 풀게요((찡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