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정령왕 아크페리츠(4)

창문을 통해 조심스럽게 나온 나는 아페의 도움을 받아서 푹신한 땅에 착지했다.길에는 축제라서 사람들이 북적였지만 아페의 결계 덕분에 아무도 나와 아페를 볼수는 없었다.

"고마워요,아페.아직 정직 계약자도 아닌데 도와줘서."

"[내일이면 정식 계약자가 될 예비 계약자 인데 이정도야 당연하지.]"

말은 그렇게 하면서 아페는 부끄러운지 눈을 피해 살짝 고개를 돌렸다.내 어깨위에 앉아 있는 아페는 나두고 갈려고 했지만 따라가겠다고 고집을 부려서 어쩔수 없었다.

어떻게 보면 이블랑 보다 더 고집에 있다니까.

산적들로 부터 빼앗은 지도에서 이 마을의 이름을 봤을때 얼마나 손이 떨렸는지 모른다.이 마을은 중간계의 있는 유일한 제국과 가장 가까운 마을로 천신을 모시는 천신교의 총본산인 대신전이 있기 때문이다.

고작 대신전 때문에 놀란것이 아니라 예언 그러니까 게임 라그나로크의 스토리에서 마왕 토벌을 하기 위해 지원해야 하는 곳이 천신교의 대신전 이곳이 었다.

그들이 마왕을 죽이기 위해서 한짓은 절대 용서 받을수 없는 짓이 었지만 천신교가 하는 짓에는 항상 보정이 붙었다.어느정도의 짓을 해도 정의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용서 받고 이해 받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있어서 씻을 수도 지울도 없는 상처가 되는 말이다.그 누군가가 마족이라는 이유로 그들의 에게서 그 분을 빼앗을 권리따위는 없었다.

게임 라그나로크에서 공략팀을 따라서 천신교의 신전에 들어가 본적이 있었다.신전의 구조는 다 파악하고 있으니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굳게 의지를 다졌다.언령 마법은 마력에 의지를 부여하는 마법이다.강한 의지일수록 내 마력이 강한 효과를 보인다.

"휴우."

벽뒤에 숨어 잠시 숨을 고르고 조심스럽게 대신전의 안으로 발을 드렸다.정령왕의 결계는 내 기척과 모습을 완전히 지워내서 경비병을 들을 간단히 비켜 지나갈수 있었다.

발을 들이자 마자 아페는 인상을 찌푸렸다.기분이 나쁘다는 듯이.

"[상당히 기분 나쁜 것이 있어.마기와 천기가 뒤썩여서 그 무엇도 될수 없는 아주 꺼림직한 것이.]"

그 것이 무엇언지 나는 알고 있었기에 씁쓸하게 웃을수 밖에 없었다.그 것 때문에 마왕 루시퍼가 죽었고 그것 때문에 마신의 죽음으로 이어졌으니 모를리가 없었다.

대신전에 깊은 곳으로 들어가면 커다란 제단이 하나 있는데 제단을 등지고 뒤로 돌아 가면
비밀의 문이 나온다.

"[호오,이런 곳에 비밀의 문이라니.거기다 이안에서 기분 나쁜것이 흘러 나오고 있군.사율,그대가 어째서 이런 깊숙한 곳에 있는 문을 알고 있는지는 내일 정식으로 계약하면 알려주겠지?]"

설명을 요구하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시선에 오른쪽뺨이 따가웠다.내가 예언자라서 미래를 보았다라는 말은 누구에게도 할수없었다.예언자가 어떤 취급을 받을지 알수 없었을 뿐더러 믿어주지 않으면 미친놈 취급받을 뿐이니까.

하지만 아페라면 왠지 내가 말하는 모든것을 믿어 줄것 같았기에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긍정을 표했다.그러자 아페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문을 돌려봤지만 역시 단단히 잠겨있었다.신성력을 사용해서 단단히 봉인해둔 모양이 었지만 나에게는 소용없는 짓이다.

"[열려라.]"

단지 손잡이를 잡고 원하는 것을 강하게 생각하는 것 만으로 은빛 마력은 스스로 열쇠가 되어서 문을 열었다.

달칵!

"[사율,그대의 힘이 강한걸 알고 있었지만 설마 언령 마법을 쓸수 있을 줄이야.]"

"언령 마법을 알아요?"

소실된 마법이라 영혼의 회랑의 [기억] 만이 기억하고 있을줄 알았는데 설마 아페가 언령마법을 알줄은 몰랐다.

"[우리 정령왕들은 후계에게 기억을 전승하기 때문에 많은것을 알고 있지.나도 사율네가 계약자가 되면 해주고 싶은 말이 많으니 어른 이일은 끝내도록하지.]"

"네,이번일만 잘 끝나면 티타임이란 걸 가져보도록 하죠."

"[사율은 가끔 알아들을수 없는 말을 하는 군.]"

"그것도 이번일만 잘 끝나면 다 알려드릴겁니다."

계단을 내려가면서도 우리둘의 분위기는 마치 소풍온 아이처럼 풋풋했지만 사실은 이 깊은 계단을 내려갈때마다 내 마음은 무거워지고 있었다.

부디 아직 늦은게 아니길 바라면서 마지막 계단을 내려갔다.

"[....맙소사.]"

계단을 내려가서 보인 광경에 한발자국도 움직일수 없었다.그 만큼 충격적인 광경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정말 이번 만큼은 이블랑을 잠재워서 오길 잘한것 같다.





한편 정령왕 아크페리츠에 의하여 잠에 들어 있어야할 이블랑은 두시간도 되지 않았지만 잠에서 일어났다.

사율이 관과한 점이 있다면 그건 바로 이블랑의 마력 저항력이 사율이 처음본 그때보다 훨신 높아져서 마법이 잘 듣지 않은 것이다.

"....사율님?"

눈을 뜬 이블랑이 불안해 하며 사율을 찾아 온방을 두리번 거렸지만 열린 창문에서 밤바람만이 들어올뿐 방안에서는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아페님도 없어.사율님 어디로 간거야?"

이블랑은 사율이 자신을 버릴리가 없다는 는걸 알고 있음에도 너무 불안했다.지금 당장 사율을 만나고 싶었다.

서둘러 귀를 가릴 로브를 챙겨 열려있는 창밖을 향해 이블랑은 몸을 날려 바닥으로 가볍게 착지 했다.

축제라 사람들이 많았지만 축제에 정신이 팔린
사람들은 이블랑의 존재에 눈치채지 못했다.

"...사율님."

아직도 인간은 두렵다.날 죽이려고 했던 목소리들이 귓가에 들려오는 듯했다.경멸하며 두려움에 찬 눈빛들이 보이는 듯했다.하지만 그 공포속에서 사율만이 상냥한 손길을 뻗어 주었다.애정이 담긴 따스한 눈으로 웃어 주었다.

괴물이 아니라고 사랑스러운 작은 씨앗이라고 부정당할 권리 따위는 없다고 말해주었다.

살아가는 방법을,살아남기 위한 방법을,앞으로 살아가면서 필요한 것들을 가르쳐주었다.하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되도록이면 계속 곁에 있어 주길바랬다.


"...어디있는거야?"

혼자 두지 말아줘.나는 사율님의 곁에 있고 싶어.

이블랑의 하얀고 보들보들한 뺨으로 반짝거리는 눈물이 한방울 두방울씩 덜어지고 바쁘게 움직이던 발걸음이 천천히 느려졌다.

정신없이 거리를 달려 다니던 이블랑이 정신을 차렸을때에는 이미 이블랑이 모르는 어두운 길목에 들어와 있었다.

"뭐야,꼬마야 길을 잃었니?아저씨들이 데려다 줄까."

술에 취한 남자들이 이블랑에게 다가오자 고약한 술냄새가 나면서 코를 찔러 이블랑은 고운 미간에 인상을 찌푸릴수 밖에 없었다.남자들은 서서히 이블랑에게 다가왔고 이블랑은 지금 여기서 남자들을 죽이면 분명 사율이 곤란해 할것같았기에 간단하게 기절만 시킬려 했다.

그래서 남자들의 손이 이블랑의 작은 어깨를 잡을때 얌전히 있어줬다.하지만 남자가 이블랑의 어깨를 잡고 구속하자 다른 남자가 이블랑을 보며 흠흉한 미소를 짓더니 깨진 술병을 이블랑에게 휘둘럿다.

"....방심했어."

빠르게 어깨를 잡고 있던 남자를 발차기로 기절시킨 다음 깨진 술병을 피할 방법이 없어 어쩔수 없이 손으로 잡았다.그러자 작은 손을 타고 검붉은 피가 바닥으로 흐르며 짙은 혈향이 나기 시작했다.

점점 우울하고 슬퍼진 기분을 주체하지 못한 이블랑은 남자의 손목을 으스러뜨린 다음 깨진 술병을 빼앗아 남자의 목에 박았다.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다른 남자들은 몸을 움직이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하지만 이블랑은 이미 죽은 남자의 목에서 깨진 술병을 빼내 순식간에 남자 두명에게 달려가 땅을 박차고 깨진 술병으로 목을 깊게 찌르고 빼낸 다음 다른 남자에게도 똑같이 죽였다.

사율이 있었다면 하지 않았을 행동이었지만 지금 이블랑의 곁에는 사율이 없었고 이블랑은 이미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파,괴로워.아파 아파 아파 아파 아파.사율님 어디에 있는 거야...?"

자리에 주저 앉은 이블랑의 옷은 죽인 남자들로 피범벅이 되어 있었지만 이블랑의 눈동자에게는 그런게 비치지 않았다.이블랑의 눈동자에는 오직 갑자기 사라져 버린 사율만이 비쳐지고 있었다.

"....데려가줘,이런곳에 혼자 남겨두고 가지마."

이블랑은 갑자기 추워졌다.분명 따뜻한 옷을 입고 있었고 마족인 이블랑은 추위를 잘타지않지만 추웠다.견딜수 없을 정도로 추워서 추워서 추워서 작은 몸을 웅크렸다.하지만 여전히 추웠다.

"이블랑."

갑자기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이블랑은 눈물을 멈추고 고개들었다.그 앞에는 붉은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절대 이곳에 있을리 없는 사람이 있었다.

".....형아?"

믿어지지 않아서 아직도 피가 나는 손으로 루시퍼를 향해서 손을 뻗어 그의 옷을 잡았다.옷이 잡아지자 이블랑은 그간의 서러움을 토해 내듯이 크게 울고 말았다.

"으아아아앙!형아..형아..끅..흐아앙"

루시퍼는 그런 이블랑을 조심스럽게 끌어 안으며 다독였다.이블랑의 흔적을 찾아 이 마을에 들어오자 마자 갑자기 강하게 풍겨오는 이블랑의 혈향에 급하게 달려와보니 남자들의 시체의 사이에서 웅크려 훌쩍거리는 로브를 쓴 작은 아이가 있었다.

루시퍼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상처는 로브를 쓴 아이,이블랑에게 있는 상처였다.살생과 다툼을 싫어하는 아이였다.미움받는것을 무엇보다 두려워면서 희망을 놓기 어려워하는 아이였다.몰래 중간계에 나온 이유도 친구를 원해서 일것이다.

그런 아이가 살생을 하고 길바닥에서 울고 있었다.루시퍼는 치밀어 오르는 분을 삼키며 이블랑을 로브를 벗겨서 얼굴을 확인했다.

"머리색과 눈색은...마법인가."

"...응,사율님이 바꿔줬어."

"...사율님?"

이블랑은 살면서 한번도 누군가에게 존칭을 사용하지 않았다.그런 이블랑이 님을 붙여가면서 불른다는 사실에 마왕 루시퍼와 뒤에서 형제의 재회를 지켜보고 있던 카르멜까지 놀랄수밖에 없었다.

세상에 우리 이블랑 왕자님이 존칭을 하다니!

"그런데 사율이란 녀석은 어디가고 너 혼자 있는 거지?상처까지 생기고 말이야."

루시퍼를 혀를 차면서 이블랑의 손에 상처를 마력을 모아 치료하면서 물었다.

"...방에 있었는데 사율님이 안계셔서 나와서 찾을려고 하다가 길을 잃었는데...슬퍼져서 추워져서...그래서,그래서 저 인간들의...죽여버렸어.사율님이 강자로서 죽이지 않고 급소만 찔러 제압하는거라고 했는데...힝."

역시 그 사율이라는 녀석은 꼭 내 만찬에 초대해야 겠어.

루시퍼는 마족에 대한 옳바른 가르침을 알고 있는 사율에 대해 호기심이 들끓었다.또 이블랑이 까지 자신이외의 존칭을 부르며 따르는 자가 있다는 것이 무척 신기했다.

하지만 감동의 재회도 잠시 감작이 느껴지는 광대한 마력이 느껴지자 루시퍼도 카르멜도 잠시동안 몸이 굳었다.본능이 울리면서 경고하고 있었다.위험하다고.

루시퍼는 마왕인 자신을 한순간이지만 움직이지 못할 정도의 광대한 마력의 가진 자는 이 마을에는 단 한명밖에 없었다.사율이라는 특이한 이름을 가진자.

"..형아,저거 사율님의 마력이야."

이블랑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손가락으로 루시퍼의 뒤를 가르켰다.루시퍼가 뒤를 돌아보자 은빛 마력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빛의 기둥이 땅에서 부터 하늘로 올라가고 있었다.

"형아,나 저기에 가야해.사율님이 저곳에 계시나봐!"

이블랑이 재촉하듯이 루시퍼의 옷자락을 꽉 잡았다.루시퍼는 잠시동안 은빛 기둥을 보다가 은빛 기둥이 사라지자 마자 이블랑을 안고 은빛 기둥이 있는 쪽으로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어디 가십니까!"

뒤에서 카르멜이 쫒아오고 있었지만 루시퍼는 인간들의 사이를 지나 마력 기둥이 있었던 쪽으로 가는 것이더 급했다.

인간들의 시선은 아까 빛기둥을 향해 있었고 그 눈을 피해서 빠져나가는 것은 루시퍼에게 있어서 쉬운 일이었다.환상 계열의 마법으로 루시퍼의 붉은 머리카락과 눈과 뾰족한 귀는 가려져 아무도 그를 신경쓰지 않았다.

"..형아,왜 사율님의 피냄새가 나는 거야?"

이블랑은 루시퍼에게 안긴채로 불안한듯한 얼굴로 중얼거렸다.루시퍼는 작게 혀를 찻며 이블랑을 다독이며 계속 달렸다.

마력이 약해지고 혈향이 아직 어린 이블랑도 맡을수 있을 정도로 강하게 난다는 것은 그 사율이라는 녀석이 죽어간다는 뜻이다.

루시퍼는 서둘러 뛰었지만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 같았다.이블랑에게 걸린 마법도 풀렸는지 이블랑은 원래의 타오르는 듯한 붉은 머리색으로 돌아와 있었다.

루시퍼는 초조함을 느끼며 골목을 돌자 그곳에는 다 부서진 대신전이 있었다.지하가 있었는지 땅밑이 깊게 파져 있었다.아까의 빛기둥의 영향으로 지붕부터 통채로 날아간듯 했다.

"...사율님은 어디있지?"

루시퍼의 옷을 꼭 잡으며 이블랑은 땅 밑을 두리변 거리다 이내 얼굴을 멈추며 멈추었던 눈물을 다시 떨구었다.

루시퍼 역시 멈춘채로 눈을 크게 뜨고 사율에게 시선을 고정할수 밖에 없었다.

빛조차 흡수하는 칠흑같은 머리락의 소년이 붉은 머리카락의 여자에게 깔려 있었고 소년의 배에는 칼이 박혀서 계속 피가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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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12-22 10:07 | 조회 : 2,162 목록
작가의 말
블래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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