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 그딴거 개나 줘버려.
침대에서 눈 잠깐 붙였는데 심정지라니?
자신을 신이라 부르는 이 남자..
솔직히 조금, 아니 매우 수상하다.
애초에 납치일 가능성이 있지 않은가?
그렇게 믿고 싶지만..
야속하게도 하늘은 내 편이 아닌가보다.
눈 앞에 책들이 날아다니고
신이라 지칭하는 남자는 공중에 떠 있으니 말이다.
“그러니까, 댁 말로는 내가 죽었다. 그거예요?”
기가차서 말이 안 나오네?
아니, 내가 심정지라고??
학교에서 계주까지 뛰는 튼튼한 내가?
씨움이면 싸움, 집안이면 집안.. 뭐가 아쉬워서...?
“후, 그래요. 이미 죽었다는데 별 수 있겠나요”
짧은 한숨과 함께 내 생을 한번 떠올려봤다.
아마, 그렇게 좋은 삶은 아니였지..
내게 무관심한 부모님과 나를 깔보는 여동생,
친구 하나 없고 오직 싸움만이 내 전부였지
이렇게 정리해보니 조금 웃기네
중2병도 아니고 싸움이 삶의 전부라니.
그때, 조용히 침묵하던 그가 입을 열었다
“원하신다면 다음 생에서는 행복하게 만들어드릴게요”
행복? 지금 이 남자가 뭐라고 말하는거야?
내 행복은 이미 없어진지 오래인데.
사랑받을 시기에 비난을 받고
보듬어주길 바랄때 따가운 눈총을 받았지
오히려 당연한건가? 난 불량품에 방해꾼이니까.
그래도, 조금은 씁쓸하고 외롭네
난 아마 전생에서도, 죽어서도,
환생해서도 사랑받을 일은 절대 없을거야
그 정도밖에 가치가 안되는 사람이 바로 나니까.
저 생각을 하고 6초의 시간이 지났을까?
조금은 화가 난 듯한, 눈에는 안타까움이 맺힌 그는
평정심을 되찾고 내게 천천히 다가왔다.
“다음생에서는 사랑받아 행복하시길 바라요”
눈 앞에서 푸른빛이 일렁거리고,
크기가 점점 커지던 그것은 나를 집어삼켰다.
“진짜 그렇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