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식은 떡볶이(完)

41. 식은 떡볶이(完)

가슴 쪽에 간지러운 느낌에 잠에서 깨버렸다. 깨자마자 나는 무언가를 확인하는 듯 곧바로 옆을 바라본다. 다행히 아직도 아이처럼 자신의 품에서 자는 은우의 이마에 짧게 키스를 남긴 후 바지만 입고 거실로 나왔다.

아침이라 차가운 공기만 매돌고 있는 거실 온도에 혹여나 은우가 감기에 걸릴까 재빨리 보일러를 켜고 물을 마시기 위해 부엌으로 걸어가던 중 현관문 앞에서 검은 봉지를 발견한다. 그제야 생각난 떡볶이.

"은우가 먹고 싶다고 그랬는데."

황급히 봉지에서 떡볶이를 꺼냈지만, 떡볶이는 이미 식어 차가워져 있는 상태였다. 떡볶이를 전자레인지에 돌려도 떡이 차갑자 절망스러워졌다.

지금이라도 나가서 사올까. 그나저나 이 시간에 열린 곳이 있기나 할까. 급한 대로 편의점 떡볶이라도...

"..하준씨..?"
"은우야."

뒤에서 들리는 은우의 목소리에 저절로 뒤를 돌아봤다. 은우는 하얀 이불을 돌돌 말고 나왔다. 그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워 은우를 안고 입술에 짧게 키스를 하고 떨어졌다.

"애벌레처럼 돌돌 말고 나왔네?"
"으응. 옷이 안 보여서. 근데 뒤에 그건 뭐예요?"
"어.. 떡볶이. 근데 식어서 버리려고. 지금 나가서 사올게."
"나 그냥 먹을래요."

은우는 식탁에 앉아서 떡볶이를 기다린다. 난 작게 한숨을 쉬고 떡을 제외하고 따뜻해진 떡볶이를 가져와 은우 앞에 놓았다. 은우는 이불 속에서 팔 하나를 쏙 빼곤 떡 하나를 집어 입안에 넣는다.

"맛있다! 하준씨도 먹어봐요!"
"됐어. 너 많이 먹어."

다람쥐처럼 입안 가득 떡볶이를 집어넣으며 맛있게 먹고 있는 은우의 모습을 보며 행복하다고 느낄때쯤 문득 은우의 허리가 걱정됐다.

"그보다 허리 괜찮아?"
"켁..흐..끄..크흡.. 허, 허리요? 생각보다 괜찮아요.."
"다행이네."
"그래도! 이제 3번 이상은 무리.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3번 이상은 진짜 힘들어요."
"노력해볼게. 다 먹고 마사지 해줄까?"

은우의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내며 고개를 연신 끄덕인다. 접시에 있던 떡볶이는 다 먹고 일어나 자신보다 긴 이불을 살짝 들어 침실에 들어가 침대에 눕고 멀리서 날 부른다. 나는 빈 접시를 싱크대에 넣고 은우 옆에 앉았다. 은우는 속옷만 입은 채 이불을 걷었다.

"많이 아프면 말해."
"네."

조심히 허리를 중심으로 마사지를 시작했다. 생각보다 시원한지 은우는 베개를 안으며 고개를 살짝 돌려 나와 시선이 마주친다.

"생각보다 잘하는데요?"
"말만 해. 언제든지 해줄 테니까."
"진짜요? 그럼 매일 해줘요."
"그래. 매일 해줄게."

마사지가 끝났다는 내 말에 은우는 다시 이불을 돌돌 말았다. 얼굴만 빼꼼 나와 아이처럼 웃는 은우 옆에 누워 애벌레가 된 은우를 안았다.

"사랑해."

은우는 부끄러운지 이불속까지 얼굴을 집어넣고 말한다.

"..나도 사랑해요.."
"잘 안 들려. 나와서 말해줘."
"거짓말..다 들었잖아요."
"진짜 안 들렸어."

은우는 이불속에서 머뭇거리다가 두 손을 빼서 내 품으로 들어온다. 날 꼭 안더니 얼굴을 쏙 빼선 진심이 가득한 말로 말한다.

"사랑해요. 진짜로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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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1-28 15:21 | 조회 : 2,954 목록
작가의 말
하얀 손바닥

짧은 분량으로 마지막화를 장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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